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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덜컹. 지하철은 오늘도 만원이다. 복학 첫날인데 지각하면 쓰나. 1교
시는 피하고 싶어 일주일동안 1교시가 든 날은 딱 하루다. 5일 중 하루는 학
교에 안 나가지. 이 시간표를 만든다고 상당히 애를 썼다. 결국 원하던 시간
표대로 짜지는 못 했지만, 이 정도면 나름 만족이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
어서 덜컹덜컹 가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다 도착했다. 사람들 틈바구니사
이로 억지로 끼어서 내리고 나니 숨이 탁 트이는 것 같다. 학교 스쿨버스가
있는 곳 까지 걸어가면서 방학동안의 일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난 수진이를 잊지 못하는 것 같다. 잘 때마다 악몽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보면서 하루에 수 십 번, 수 백 번을 통화하고 싶다고, 연락하고 싶다고 끊
임없이 중얼 거렸다. 끝내 연락은 하지 못했다. 나 같은 놈, 수진이는 벌써
정리 했을 텐데 이제 와서 매달리는 것도 꼴불견이다. 못난 남자지만 그래
도 가는 모습만큼은 멋지게 쿨 하게 보이고 싶었다. 그래봤자 무슨 소용이
냔 말이지만…….
미연씨한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처음 일주일동안은 혹시나 연락이 올
까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떤 방식으로 갚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
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꼭 뭔가를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술집도
다시 한 번 가지 않았다. 왠지 구차해 보일 것 같아서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니 쿨하게 보여주고 싶다. 과연 쿨 한 모습일까, 이것도 의문이지만.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역에는 사람들이 많다. 저마다 어떤 목적
이 있어서 길을 가고 있겠지. 누군가는 취업 면접을 보러, 누군가는 단순하
게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혹은 오랜만에 친척을 보러 가는 사람도 있을테
고, 누군가는 지각이다를 연방 외치며 직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도 있을터이
다. 그리고 개중에는 나처럼 학교를 가기 위해 걷는 사람도 있을테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스쿨버스를 탈 수 있었다. 오랜만에 타는 스쿨버스
는 참 느낌이 묘하단 말이야. 왠지 너만은 그 자리에 있구나, 반갑다!를 외
치고 싶은 마음이랄까. 아쉽게도 버스는 나와 대화를 하지 못한다. 당연하
게도 그렇게 때문에 난 외치지 않았다. 버스는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
는지 부릉 시동이 걸리더니 너무 쉽게 출발한다.

“여, 오랜만이다.”

멍하니 앉아서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내 풍경을 보고 있던 나는 갑자기 들
린 반가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목소리가 난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기서 나는 씨익 웃고 있는 반가운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나를 보고 한 손으로 손을 흔들더니 이윽고 앞에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내
옆에 다가왔다. 내가 앉은 의자 옆에 서서 동욱이는 입을 열었다.

“복학이야?”

“응. 복학이지. 너도?”

“당연하지. 마, 어떻게 연락 한 번 안 하냐? 잘 지냈냐?”

순간 너도 연락 안 한건 마찬가지잖아, 라고 대꾸 할 뻔 했다. 겨우 꾸욱 눌
러 참고 잘 지냈어, 라고 한 마디 겨우 내뱉을 수 있었다. 다시 문득 생각나
버렸다. 잘 지냈을 리가 없잖아. 하루 하루가 악몽이었다. 시간이 왜 이리
더디게 가는지. 제대 첫날의 기쁨은 사라진 지 오래다. 하루 빨리 삶의 의미
를 찾아야 할 텐데, 내겐 현재 의미가 없다. 망할. 드라마나 소설에서나 봤
던 이별의 후유증이 이런것인가 보다. 옳지 않은 것이라고 이성은 인식하지
만 가슴은 인식하지 못했다. 난 아직 의미를 못 찾고 있다.
동욱이는 2년 만에 만났지만 여전히 말이 많았다. 난 별다른 대꾸 없이 고
개를 끄덕거리거나 그래, 라고 간단한 추임새만 넣었을 뿐인데 말이 끊이
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했다. 버스가 학교 정문을 지나
앞에서 내려줬다. 강의실이 있는 건물까지는 조금 더 걸어야 한다. 옆에서
쉴 새 없이 조잘거리는 동욱이를 보면서 난 문득 한숨을 내쉬고 싶다는 생
각이 들었다. 첫날은 조용히 입학하고 싶었는데 이 녀석 때문에 산통이 다
깨졌다. 버스에서 쉴새 없이 말하던 군대 이야기는 다 끝났는지, 어느새 대
학교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나저나 너 OT갔다 왔냐?”

“OT? 내가 거길 왜 가.”

“야, 야. 얘 좀 보게. OT를 왜 가냐니! 09학번이 들어오잖아, 09 학번이! 넌
군대 있을 때 오, 제대 후 나의 사랑스런 러브 캠퍼스여 기다려라! 라고 소
리 안 쳤냐?”

“난 수진이가 있었거든. 생각 안 해 봤어.”

“낄낄. 야 수진이는 수진이고, 09 학번은 09학번이지. 그 조그마한 것들이
오빠 오빠 이러면서 달려들 것은 생각하면 내 몸에 소름이 돋는다.”

나도 소름 돋는다. 난 한심한 표정으로 동욱이를 쳐다봤다. 하지만 어느새
마음속에서 자그마한 파장역시 일고 있었다. 연애 기간 동안 난 오로지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였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꽃잎을 펼치듯, 나란
존재는 오로지 수지만 보고 있었다. 사랑은 사랑으로 잊어야 한다고 했던
가. 하지만 전혀 와 닿지가 않는다. 무엇보다 그런 방법으로 수지를 잊고 싶
지 않다.

“내가 이번에 OT를 갔다왔거든. 캬, 정말 이번에는 물 정말 좋아졌더라. 우
리 학과에서도 드디어 여학생들을 얼굴보고 뽑나보다. 낄낄. ……앗, 누구
야?”

갑자기 뒤에서 손이 날아와 동욱의 뒤통수를 때리자, 난 고개를 돌렸다.
어, 세영이네. 세영이도 2년만이다. 동기 여자 친구. 세영이는 동욱의 머리
를 재차 때리면서 입을 열었다.

“……너나 그렇게 생각하세요. 한심해서. 등교하자마자 하는 첫 말이 그거
냐?”

“야, 너희 때는 그게 얼굴이냐 메주냐. 좀 살아가려면 얼굴을 달고 다녀야
겠다는 생각은 안 드냐?”

“얼씨구. 너부터 거울을 보고 말을 하지 그래? 솔직히 말해봐. 너 아침에
씻으려고 거울 볼 때마다 깜짝 깜짝 놀라지?”

“낄낄, 어찌 알았냐? 가끔 거울이 깨지기도 하더라.”

에구구. 둘이 만담 커플하면 잘 어울리겠다. 난 피식 웃으면서 중간에 끼어
들었다.

“그래, 그래. 둘이 잘 놀고, 세영아 오랜만이다. 너 4학년이야?”

“그래, 오랜만이다. 근데 나 4학년은 아니고 3학년이야.”

“응? 휴학 한 거야?”

“응. 작년에. 후후, 어쩌다보니까 미국에 어학연수 가게 돼서.”

어학연수라. 우와, 부럽다. 나도 어학연수 가려고 준비 했었는데. 어쩌다보
니 흐지부지가 되어버려 갔다오진 못 했지만. 원래 계획대로라면 내년이나
내 후년에 어학연수로 호주나 미국으로 떠날 생각이다. 자금 문제라던지 현
지화 문제 라던지 몇 가지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것도 조만간 해결해야 겠
지.

“그래? 우와, 그럼 영어 좀 하겠다?”

“아니. 아직 자랑할 만한 실력은 못돼. 그나저나 너 군대 갔다 오더니 몸
좀 좋아졌는데, 오올. 역시 남자란 군대를 갔다 와야 해.”

“야, 나도 군대 갔다 왔거든?”

“너 사관학교에서 보급 했다면서. 야야, 너 어디서 군 생활 했다고 하지
마. 선배들한테 물어보니까 사관학교 보급 아주 널널하다고 평이 자자하던
데. 너 해군 갔다 왔지?”

“응. 난 배 타고 있었지.”

“우와, 멋지다. 적어도 인이처럼 군 생활해라. 넌 군 생활 했다고 할 자격
없어. 앗, 나 수업 늦겠다. 나 건물이 멀리 있어서. 먼저 갈게. 연락해~.”

갑자기 핸드폰을 열어 시계를 확인하더니 우리를 향해 인사를 날리고 거침
없이 뛰어갔다. 뭐라 할 틈도 없이 사라져버린 세영이를 보고 난 인사하려
고 들어 올린 손을 그냥 힘없이 떨궜다. 동욱이는 그런 세영이를 보면서 역
시나 한 마디를 내 뱉었다.

“저 애는 어떻게 2년이나 지났는데 변한 게 없냐. 저러니 남자 친구가 없
지, 선머슴 같아서는.”

……내 생각에도 너 말 많은 건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속으로만
중얼거려서 동욱이는 듣지 못했다. 동욱이와 사소하게 대화 나누면서 천천
히 걷다보니 어느새 강의실에 도착했다. 역시나 강의실에는 보지 못한 사람
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 아, 어색해라. 동욱이와 나는 왠지 뻘쭘해지는 분
위기속에서 조용히 의자에 앉았다. 복학하고 첫 수업이라. 어색하다. 괜히
뒤에서 우리를 보고 수군 수군대는 느낌이랄까. 군대 가 있는 동안에도 학
교에 전혀 찾아오지 않았더니 후배고 뭐고 아무도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
인 점은 군대 제대하고 복학한 친구들이 하나 둘 씩 보인다는 점일까. 그렇
게 어색한 느낌 속에서 첫 수업을 마쳤다.










대학교에서 가장 기대되는 시간은 아마도 점심시간이 아닐까 싶다. 오늘
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매번 먹는 그 곳으로 가게 되는 생활.
그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학식으로 들어가 친구들끼리 자리에 앉았다. 복학
생들이 몇 명 되지 않아 학교에 복학한 동기들끼리 모이다 보니 1학년 때에
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게 된다.
사실 그렇게 친한 친구는 아니었는데.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가장 싸구려 라면을 골랐다. 그래도 1,800원이란다. 에라,
맛 없기만 해봐라. 적어도 내가 집에서 끓여 먹는 라면보다는 맛있어야 해!
라면이 부글부글 끓는 것을 바라보고 있자니 진성이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야, 너 아직도 잘 되고 있냐?”

“응? 뭐가?”

“여자친구. 너 군대 가기 전에 여자친구 있지 않았었냐?”

“아…….”

뭐라 말을 해야 할까. 누군가가 물어보리라고 예상했었지만 마땅한 답을
생각하지 못했다. 사실 간단하게 헤어졌어, 라고 말하면 되는 문제인데 그
말을 하려고 하면 목이 탁 메인다. 가슴이 먹먹해져서 마치 뱉어서는 안 될
말인 것 같다. 쿨 하게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속으로는 미련을 못 버렸다. 언
젠가는 다시 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부질없는 희망. 속으로 잠시 갈등하고
있자니 라면이 완성됐다. 김치 조금 그릇에 담고, 라면과 같이 쟁반에 담은
뒤 친구들과 미리 맡은 자리로 향하면서 슬쩍 내뱉었다.

“헤어졌어.”

“응?”

“못 들었으면 말구.”

“뭐야아. 무슨 일 있었는데?”

아, 귀찮아. 난 한 손으로 쟁반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손 사래를 쳤다.
생각보다 복학생이 많이 없다. 군대 가기 전에 비해 급격히 올라버린 등록
금 때문에 제대하고 휴학 한 뒤에 등록금을 벌려고 하는 친구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제대해서 같이 학교 다닐 친구들이 3~4명은
더 있어야 하는데. 어울릴 만한 복학생 친구가 동욱이랑 진성밖에 없다. 나
머지는 도저히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할까나, 그렇다고 말할까.
받아온 라면을 식탁에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먹으려고 하자 동욱이가 역시
나 먼저 입을 열었다.

“야, 진성아 이번 신입생 봤냐?”

“응? 신입생은 왜?”

“크크크크, 이번 신입생 아주 물이 좋아요, 아주 그냥~ 죽여줘요~.”

“……또 시작이냐. 아침부터 아주 입에 달고 사는구나, 달고 살아. 차라리
그냥 1학년으로 내려가지 그래?”

“에이, 그건 별개 문제이고. 흐흐, 어쨌든 잘 하면 이번에 낭만의 러브 캠퍼
스를 꿈 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구. 긴장들 하셔! 이 멋진 복학생 오라버니
가 달려 가 줄 테니!”


“……신입생도 바보는 아닐 것 같다. 야, 꿈 깨고 밥이나 먹어.”

“흐흐, 인아. 넌 여자친구가 있으니 관심 없겠지만 우린 아직 23년 솔로 인
생이라구! 2년 만 더 있음 마법사가 될 지도 몰라! 싫어! 제발, 그런 건, 오
우 노!”

……마법사라. 하하하하. 난 젓가락으로 라면을 몇 번 들었다 놨다 하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헤어졌어.”

“오우?”

“헤어졌다고.”

  순간 정적이 흘렀다. 동욱이와 진성이가 서로 눈치 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난 조용히 라면을 먹었다. 그래, 이거면 됐어. 덕분에 동욱이를 알
게 된 이후 처음으로 조용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기를 반납 한 후 다음 강의실로 향하는 도중 동욱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야, 까짓거 여자가 그 애 하나뿐이냐? 너도 이번 기회에 새로운 여자를 만
나 보는 거야! 어때, 안 끌려?”

“미안하지만 어쩌냐. 전혀 안 끌리는데.”

식사 이후 강의실로 이동하면서 동욱이는 계속 옆에서 조잘조잘, 아 시끄
러워. 그냥 조용히 생각하고 싶단 말이야. 남의 연애사가 남들 입에 오르락
내리는 것도 싫고 피곤하다.  

“그래서 언제 헤어졌는데?”

“두 달 전에.”

“두 달 전?”

“응. 군대 제대하자마자 다음 날에 멋지게 차였어.”

“와, 독하다.”

독한 걸까. 모질지 못해서 그렇게 질질 끌린 것이지. 하지만 모든 것을 말
해 줄 생각은 없기에 그냥 씩 웃고 말았다. 적어도 겉으로는 상처 입은 것처
럼 행동하고 싶진 않다. 속에는 엉망진창으로 상처를 입었더라도 남들 앞에
서 상처를 내보이는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남들한테 얕보이는 것도 싫을
뿐더러 남에게 의지하고 살 정도로 마음이 착하지도 못하다. 적어도 누군가
를 품어주려면 난 강해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갑자기 기운이 빠진다. 내가 무엇 때문에 강해지려고 했었는지, 새삼스레
다시 깨우쳐버린다. 이제 와서 굳이 강한 척 할 필욘 없잖아, 하는 생각이
불현 듯 든다. 내가 강해지려고 했던 이유는 수지를 감싸 안기 위해서였다.
상처 입을지 모를 수지를 감싸 안기 위해서는 내가 상처입어서는 안되기
에. 언제라도 수지를 감싸 안기 위해 준비를 해야만 했기에, 그런데 이젠 모
든 게 쓸모 없다.

“……너 아직도 헤어지는 거 생각하냐?”

잠잠코 옆에서 조용히 따라오던 진성이가 문득 내뱉었다. 난 대답 없이 진
성이를 바라보았다. 입을 굳게 다물고 날 바라보고 있다. 저 두 눈. 순간 눈
물이 왈칵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 바보.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었
냐. 난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겨우 주체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잊었어. 밥팅아, 헤어진 게 두 달 전이라니까. 아직도 기억하고 있
을 것 같냐? 나 그렇게 쪼잔한 놈 아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자, 자! 그러니까 이번에 09학번 애들 새로 꼬셔서 멋진 낭만의 캠퍼스를
꾸려보는 거야! 어때! 군대를 갔다 왔다는 점을 어필해서 남성미를 물씬 느
끼게 해주고, 동기생들한테서는 느낄 수 없는 오빠의 참 면목을 보여 주는
거다! 오케이, 좋아! 나의 2009년 파라다이스가 눈 앞에 있다!”

“……제발 너 혼자 해줘.”

뒤에서 조잘대는 동욱이와 진성이를 버리고 난 혼자 걸었다. 왠지 지쳐버
린다.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치고, 날 피곤하게 한다. 이미
수진이는 그 남자랑 1년을 사귀었잖아. 왠지 나 혼자 주체할 수 없는 바보
가 되어 버린 기분이라 발목을 붙잡고 거꾸로 매달아 버리고 싶은 심정이
다. 진성이의 두 눈을 봤을 때 왠지 모르게 울컥 했던 기분마저 생각나버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후끈거리는 얼굴을 감추기 위해 서둘러 걸었
다. 괜히 들켰을까 초조한 마음에 소리를 내지르고 말았다.

“야! 빨리 안 와? 수업 늦겠어. 나 먼저 간다, 천천히 따라와!”

뒤에서 뭐라뭐라 했지만 난 황급히 걸음을 재촉해서 강의실로 뛰어 들어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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