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 하고 고양이가 울었다.
Day 1
야옹, 하고 고양이가 울었다.
처음보는 고양이는 아니다. 대략 한 달 전 부터인가, 내 방에 뭐라도 두고 간 것인지 매일같이 출석도장을 꽝꽝 찍어대는 녀석이다. 나도 별로 피해를 본 일도 없고, 고양이는 싫어하지 않으니까(여자중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대로 두고 있다.
내가 키우는 것은 아니다. 그냥 멋대로 왔다갔다 하는 것일 뿐. 뭐어,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단지 이 고양이는 굉장히 기품있고 세련된 것 같다. 사람을 보아도 그다지 겁을 내지 않았다. 위협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것 보다는 넌지시 바라보며 관찰한다는 느낌이었다.
색은 검정색. 눈이 마주치면 황색으로 밝게 빛나는 눈빛을 약하게 만들고 나를 바라본다.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인지 내가 눈을 감거나 자기가 눈을 감으면 꼬리를 내리고 창문을 타고 사라진다.
걱정은 없다. 걱정은 없는데-
"왠지 모르게 신경쓰여."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이런. 4평짜리 고시원인데 소리가 다 울리겠군.
내 나이는 18. 저번주에 생일 지났으니까 확실히 맞다. 뭐, 그건 집어치우고.
18살에 고시공부하려고 학교 때려치우고 이 추운 겨울날에 난방도 안 되는 고시원에서 찌그러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아, 물이 든 페트병에 금이 갔다.
알기 쉽게 결론만 말하자면, 버림받은 것이다.
그래도 이 이야기에 대해서 냉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부모의 입장이었다면 나도 주저없이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열 살 때 조부모(祖父母)들과 결별한 부모들은 그 다음해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능이 좋아지기 시작한 개인용 컴퓨터와, 그 컴퓨터들을 모아놓은 PC방이라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컴퓨터의 가격은 2, 30대를 몰아놓으면 가격이 무지막지하다. 동네 PC방에서도 기본적으로 20대는 들여놓고 시작하는데, 초기 사업자가 그런 자금이 있을리 없다. 그래서, 그 컴퓨터들을 '대여'해 주고 그 댓가로 매달마다 돈을 받는 것이다.
사업은 잘 되었다. 그때까지 블루오션이었던 사업이었기 때문인지, 초기 자본금을 빼면 거의 날로 먹는 장사였기 때문인지 1년이 지나자 빌렸던 원금을 갚고 그 원금만큼 이익을 남겼다.
그리고 사업은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아마 조금만 더 융통성있게 운영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그 부모들 특유의 무모함과 고지식함이 불러온 결과인듯 하다.
PC방이라는 곳은 이용하는 고객의 90%가 게임을 한다. 그리고 그 게임들이 폭발적으로 사양이 높아진 것은 막 1년 전이었다.
여러 업소에서 사양이 너무 낮아서 구동이 불가능한 게임이 많다는 클레임이 들어오자 부모들은 예산을 측정해보았다. 그리고, 그 때 보유하고 있던 약 1000대 가량의 컴퓨터를 한 번에 '전부' 교체한 것이다. 빛을 내서라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을 모을 수 있다는 빌어먹을 지론을 따르는 것은 분명 맞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강원도 시골 촌구석에 있는 컴퓨터까지 전부 다 갈아엎어야 했을까.
컴퓨터의 교체기간은 약 1주일. 1주일 동안 모든 PC방 업소에 휴업을 부탁했다. 그리고 컴퓨터가 바뀌니까, 계약사항도 당연히 교체.
그런데 이 시점에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미 이 사업은 새빨간 레드오션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50%를 독점하던 기업을 몰아내기 위해 나머지 경쟁사들은 통합해서 완전히 갈아엎어버렸다.
피시방마다 찾아가서 항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료로 컴퓨터를 교체해준다고 하는 곳도 있었고, 돈을 얹어주는 곳도 많았다.
인터넷이라던가 소문을 거의 믿지 않는 부모들에게 나는 '바뀌지 않겠지'라는 심정으로 몇몇 사이트를 열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지 1달하고 2주만에 이꼴이다.
컴퓨터 1000대의 가격을 생각해보았는가? 보통의 PC방에 들어차있는 컴퓨터가 30대정도. 많아봐야 60대 정도다. 평균보다 조금 높게 50대 정도로 보아도 피시방 200개의 규모다.
길게잡아 두 달 만에 모든 고객들은 등을 돌렸다. 만일 여기에서 좀 더 출혈을 감안하고 투자자들을 모아 웃돈을 얹어주기만 했더라도 이꼴은 안 났을텐데.
마지막으로 친척집에서 끌어모은 최후의 돈으로 비행기 티켓을 세 장 샀다.
그리고 우리는 넷이었다.
엄마라는 사람은 꼼꼼히 확인하듯 두 자식들에게 표를 나눠주었고, 나는 꽝에 당첨. 결국 공항에서 따라온 빚쟁이들을 피해 게이트를 통과하다가 나만 덩그러니 놓인 것이다.
뭐어, 동생이라는 작자는 나 엿 먹으라는 건지 캐나다의 친척집에 잘 있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답장으로 '내 눈에 보이면 씹어먹을거야'라고 한 마디만 보내뒀다.
알고있다. 안다. 모를리 있는가.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이 생각해서 최후에 남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가족이라는 것은 피가 섞인 남일 뿐이다. 그리고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원망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만일 당신의 집이 천재지변으로 폭삭 망했다. 가족이고 친척이고 재산이고 다 없어졌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아 그렇구나'하며 천재지변이 일어난 이 상황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술해 취해 길에서 널브러져 자던 한 직장인의 지갑에서 20만원을 훔쳤다. 아무도 없었건만, 손은 왜 그리 덜덜 떨리는지.
고시원을 잡은지 1주일. 적응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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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에 시작한 따끈따끈한 이야기에요.
재미없을걸요-. 암울하고 지루한 이야기에요.
제 글은 대부분 한 줄기로 이어지는데요, 뭐어 이건 아직 잘 모르겠네요.
플롭이고 뭐고 없어요. 그냥 쓰고싶어서 썼어요. 지르고 보자, 라는거죠.
자-... 그럼 예언합니다.
마지막편에서 네번째 편은 분명 조회수가 0일거에요.
p.s : 이거 '일반' 카테고리가 없네요?
Day 1
야옹, 하고 고양이가 울었다.
처음보는 고양이는 아니다. 대략 한 달 전 부터인가, 내 방에 뭐라도 두고 간 것인지 매일같이 출석도장을 꽝꽝 찍어대는 녀석이다. 나도 별로 피해를 본 일도 없고, 고양이는 싫어하지 않으니까(여자중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마는) 그대로 두고 있다.
내가 키우는 것은 아니다. 그냥 멋대로 왔다갔다 하는 것일 뿐. 뭐어, 도둑고양이라고 불리는 것이 보통이겠지만. 단지 이 고양이는 굉장히 기품있고 세련된 것 같다. 사람을 보아도 그다지 겁을 내지 않았다. 위협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는 것 보다는 넌지시 바라보며 관찰한다는 느낌이었다.
색은 검정색. 눈이 마주치면 황색으로 밝게 빛나는 눈빛을 약하게 만들고 나를 바라본다. 눈싸움이라도 하는 것인지 내가 눈을 감거나 자기가 눈을 감으면 꼬리를 내리고 창문을 타고 사라진다.
걱정은 없다. 걱정은 없는데-
"왠지 모르게 신경쓰여."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이런. 4평짜리 고시원인데 소리가 다 울리겠군.
내 나이는 18. 저번주에 생일 지났으니까 확실히 맞다. 뭐, 그건 집어치우고.
18살에 고시공부하려고 학교 때려치우고 이 추운 겨울날에 난방도 안 되는 고시원에서 찌그러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아, 물이 든 페트병에 금이 갔다.
알기 쉽게 결론만 말하자면, 버림받은 것이다.
그래도 이 이야기에 대해서 냉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지금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부모의 입장이었다면 나도 주저없이 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열 살 때 조부모(祖父母)들과 결별한 부모들은 그 다음해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갑자기 폭발적으로 성능이 좋아지기 시작한 개인용 컴퓨터와, 그 컴퓨터들을 모아놓은 PC방이라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컴퓨터의 가격은 2, 30대를 몰아놓으면 가격이 무지막지하다. 동네 PC방에서도 기본적으로 20대는 들여놓고 시작하는데, 초기 사업자가 그런 자금이 있을리 없다. 그래서, 그 컴퓨터들을 '대여'해 주고 그 댓가로 매달마다 돈을 받는 것이다.
사업은 잘 되었다. 그때까지 블루오션이었던 사업이었기 때문인지, 초기 자본금을 빼면 거의 날로 먹는 장사였기 때문인지 1년이 지나자 빌렸던 원금을 갚고 그 원금만큼 이익을 남겼다.
그리고 사업은 순식간에 망해버렸다.
아마 조금만 더 융통성있게 운영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그 부모들 특유의 무모함과 고지식함이 불러온 결과인듯 하다.
PC방이라는 곳은 이용하는 고객의 90%가 게임을 한다. 그리고 그 게임들이 폭발적으로 사양이 높아진 것은 막 1년 전이었다.
여러 업소에서 사양이 너무 낮아서 구동이 불가능한 게임이 많다는 클레임이 들어오자 부모들은 예산을 측정해보았다. 그리고, 그 때 보유하고 있던 약 1000대 가량의 컴퓨터를 한 번에 '전부' 교체한 것이다. 빛을 내서라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고객을 모을 수 있다는 빌어먹을 지론을 따르는 것은 분명 맞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강원도 시골 촌구석에 있는 컴퓨터까지 전부 다 갈아엎어야 했을까.
컴퓨터의 교체기간은 약 1주일. 1주일 동안 모든 PC방 업소에 휴업을 부탁했다. 그리고 컴퓨터가 바뀌니까, 계약사항도 당연히 교체.
그런데 이 시점에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이미 이 사업은 새빨간 레드오션이라는 것이다. 시장의 50%를 독점하던 기업을 몰아내기 위해 나머지 경쟁사들은 통합해서 완전히 갈아엎어버렸다.
피시방마다 찾아가서 항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료로 컴퓨터를 교체해준다고 하는 곳도 있었고, 돈을 얹어주는 곳도 많았다.
인터넷이라던가 소문을 거의 믿지 않는 부모들에게 나는 '바뀌지 않겠지'라는 심정으로 몇몇 사이트를 열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지 1달하고 2주만에 이꼴이다.
컴퓨터 1000대의 가격을 생각해보았는가? 보통의 PC방에 들어차있는 컴퓨터가 30대정도. 많아봐야 60대 정도다. 평균보다 조금 높게 50대 정도로 보아도 피시방 200개의 규모다.
길게잡아 두 달 만에 모든 고객들은 등을 돌렸다. 만일 여기에서 좀 더 출혈을 감안하고 투자자들을 모아 웃돈을 얹어주기만 했더라도 이꼴은 안 났을텐데.
마지막으로 친척집에서 끌어모은 최후의 돈으로 비행기 티켓을 세 장 샀다.
그리고 우리는 넷이었다.
엄마라는 사람은 꼼꼼히 확인하듯 두 자식들에게 표를 나눠주었고, 나는 꽝에 당첨. 결국 공항에서 따라온 빚쟁이들을 피해 게이트를 통과하다가 나만 덩그러니 놓인 것이다.
뭐어, 동생이라는 작자는 나 엿 먹으라는 건지 캐나다의 친척집에 잘 있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답장으로 '내 눈에 보이면 씹어먹을거야'라고 한 마디만 보내뒀다.
알고있다. 안다. 모를리 있는가. 그들도 어쩔 수 없었다. 인간이 생각해서 최후에 남는 것은 자기 자신이고, 가족이라는 것은 피가 섞인 남일 뿐이다. 그리고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래도 원망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만일 당신의 집이 천재지변으로 폭삭 망했다. 가족이고 친척이고 재산이고 다 없어졌다고 가정하면, 당신은 '아 그렇구나'하며 천재지변이 일어난 이 상황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술해 취해 길에서 널브러져 자던 한 직장인의 지갑에서 20만원을 훔쳤다. 아무도 없었건만, 손은 왜 그리 덜덜 떨리는지.
고시원을 잡은지 1주일. 적응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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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에 시작한 따끈따끈한 이야기에요.
재미없을걸요-. 암울하고 지루한 이야기에요.
제 글은 대부분 한 줄기로 이어지는데요, 뭐어 이건 아직 잘 모르겠네요.
플롭이고 뭐고 없어요. 그냥 쓰고싶어서 썼어요. 지르고 보자, 라는거죠.
자-... 그럼 예언합니다.
마지막편에서 네번째 편은 분명 조회수가 0일거에요.
p.s : 이거 '일반' 카테고리가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