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장실에서 내가 입혀 졌던 옷은 빨간 드레스에 빨간 장갑을 끼고 뒷머리는 묶어 올려져 옥 핀에 꽂혀 있었다. 내 양 옆의 머리와 앞머리는 아래로 내려 와 있었고 허리에는 빨간 끈이 동여매여져 있어 허리라인을 살아나게 했고 다리에는 빨간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에는 검은 스타킹이 신겨져 있었고 입술에는 빨간 립스틱으로 칠 해져 있고 얼굴에는 분을 발랐다. 지금 무대 위로 올라 오기 전 내 모습을 거울로 잠깐 보게 되었는데 거울에 비친 사람은 남자가 아니었다. 즉, 남자인 나를 그레잇이 가지고 노는 것이다, 라고 생각 해 버렸다. 나는 정말 화가났지만 할 수 없었다. 밀리터리맨까지 가세해서 나를 쥐구멍까지 몰아 낸 것이다. 그놈의 '소울 소드'가 뭐라고 나를 이지경까지 만들어서 무대 위로 올려 보내는지 정말 화가났다. 하지만 나는 이미 단념하고 있었으므로 무대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무대 위로 올라가는 여섯 개단 중 밑에서 한 칸을 내 오른발 하이힐로 또각 하고 발을 디뎠다. 그리고 이어 왼발에 신은 하이힐을 오른쪽 발과 이어 다시 또각 하고 나란히 올렸다. 이런, 입고있는 드레스가 계단에 닿지 않은가. 내 옷도 아닌데, 나는 양 손으로 드레스 양쪽을 잡아 살짝 올리고 이번에는 두 번째 계단 위로 이번에는 오른발에 신은 하이힐을 올렸다. 쪼각. 나는 그렇게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무대 안쪽에서는 환호성이 들리고 있었다. '빨리 나오란 말이야!', '하네시 최고의 미녀는 어디갔냐!?'하는 함성이 무대 안쪽에서 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휘파람 부는 소리, 우우우 하는 탄성소리, 사회자의 굳은 표정 등이 내 얼굴 위에 떠올랐고 나는 너무나 긴장한 탓에 가슴이 조마조마 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계단을 모두 밟고 올라 가서 무대 안쪽을 가리고 있는 반으로 갈라진 붉은 천을 양 손으로 열어 제꼈다.
내 눈 앞에 무대 안쪽의 모습이 들어왔다. 나는 왼쪽을 바라봤다. 왼쪽에는 관객들이 있었고 아까 내가 있던 자리에 야곱이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야곱을 바라보며 힘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마도 나는 인상을 반쯤은 찡그리고 웃고 있는 것일 것이다. 흑흑. 정말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야곱은 나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턱살을 두 겹으로 접으며 입을 벌렸다. 응? 왜 그래 야곱?!
나는 야곱이 있는 관객석에서 고개를 돌려 사회자를 바라봤다. 사회자는 정장차림에 나비넥타이를 메고 코밑에는 잘 다듬은 꼬부라진 수염을 한 남자였다. 그는 착해 보였으며, 나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과연! 하네시의 최고의 미녀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아요."
나는 속으로 발끈했지만 속으로 발끈 해봤자 이 튀어나온 F컵은 발끈하지 않겠지. 나는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관객석을 향해 머리를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관객들은 들고있던 화장지나 맞아도 아프지 않을 가벼운 물건들을 무대 위로 던지며 대단히 환호하고 있었다. 어우야, 여기서 내가 '저는 남자입니다!'하고 외쳤다간 관객들에게 맞아 줄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입장료가 얼마짜리야 이 공연. 나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어 마쉬었다가 후우 하고 내뱉었다. 그러자 관객석은 더 환호하고 있었다. 이거 완전 연예인이 됐는 걸? 나는 약간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왠지 유명인이 된 듯한 기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회자는 내 오른쪽에 다가와 서더니 내 왼쪽 어깨에 자신의 왼손을 올리면서 관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사회자를 옆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이 사람. 갑자기 왜 손을 올려?
"자, 관객 여러분!" 하고 그 사회자가 말했다.
관객들은 사회자가 추태를 부린다며 격렬하게 항변하며 관객석에서 무대 위로 물건들이 날아왔다.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시작해서 빨간벽돌까지.. 다행히 우리 두 사람은 맞지 않았지만 무대 위에 널부려 져 버렸다. 사회자는 계속 내 왼쪽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에, 여러분. 그럼 처음이니 이 하네시 제일의 미녀에게 무엇을 시켜보면 좋을까요?"
사회자의 말에 관객들은 잠잠 해졌다. 날아오는 물건도 없었다. 사회자는 말했다.
"자, 그럼 먼저 교양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를 한 편 지어 보라고 시키겠습니다." 하고 그 사회자는 말하고 내 왼쪽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려 놓았다. 사회자는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즉석해서 시를 한 편 지어 주세요."
시. 시를 지으라고. 나보고. 으음.. 아놔. 왜, 시야! 그런 건 잘 못 한다고요. 나는 관객들을 바라봤다. 관객들은 무척 진지한 얼굴로 나만을 바라보는 듯 했다. 아아, 두통이...
나는 무대 쪽으로 몸을 앞으로 향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곳은 내 방이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시를 한 편 짓는 것일 뿐이다. 나는 이렇게 명상을 하며 머릿속에서 있는 말들을 이것저것 조합해 내뱉기 시작했다. 과연 이게 시가 될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잘 되리라. 아무렴 어때. 나는 남자였던 사내가 고자가 되어 여자가 된 슬픈 이야기를 시로 짓기로 마음 먹었다.
"들들 볶아 쥬니어가 잘렸네."
"잘린 쥬니어는 돌아 올 줄 모르고."
"아아, 떨어져 나간 내 자존심아."
"너로인해 나의 삶은 꼬였네."
나는 시를 마쳤다. 그리고 눈을 떴다. 관객석이 차츰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과연, 잘 됐을까? 관객석은 싸늘했다. 쟤, 뭐야? 하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당황해서는 안절부절 못 하고 고개를 숙이고 사회자와 관객석을 번갈아 곁눈질하며 눈치를 살폈다. 젠장! 남자인 것을 들킨 건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나는 여기 올라 오기 싫었어. 그 망할놈의 그레잇을 탓하란 말이야. 사회자는 이런 분위기를 정정해 주기 위해 말했다.
"...에.. 참 좋은 시였습니다. 그렇죠, 여러분? 들들 볶아 쥬니어? 쥬니어가 잘리고 그리인해 절망하는 시의 목적이 잘 느껴집니다.." 하고 사회자는 말을 끝마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럼 곧바로 이어서 하나비 씨의 노래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관객석은 와아! 와아! 하며 유치하게 환호성을 질러댔다. 정말 군중은 유치한 존재들이다. 바보같은 녀석들. 내 심정이 담긴 이 시를 너희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전부 사내새끼들만 모여서는, 이런 짐승새끼들. 내가 만약 정말 여자였기라도 한다면 나는 이런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뭐 어쨌든, 지금은 내가 할 임무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나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귀거 멀어버릴 것 같은 환호성 속에서 선곡을 하기 위해 잠시 생각했다. 그래, 이 노래가 좋겠어. 나는 가사를 대충 떠올렸고 사회자에게 시작해요, 라고 말했다. 사회자는 내 말을 듣고 관중을 조용히 만들었고 나는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의 제목은 대중가요인 '떠나간 내 님'이었고 나는 어렸을 때 잘려나간 쥬니어를 떠올리며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이랬다.
'떠나간 내 님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 주세요.'
'저는 그를 잃고 변해버린 내 모습에 놀라'
'저는 저를 원래의 제 모습으로 되돌렸죠.'
'그러나 놀라지 말아요. 저는 밝게 지내고 있으니까요.'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가 떠난 건 제 의지가 아닌 걸요.'
이 호소하는 듯한 노래의 가사는 정말 나에게는 의미있게 다가왔고, 내 애창곡 중 하나가 되었다. 게다가 박자가 느리고 뭔가 애절한 느낌이 와서 좋아하는 곡이었다. 나는 노래를 마쳤고,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박수 소리는 커서 사회자와 내 목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내 여에서 나와 함께 있는 그 빨간넥타이의 사회자는 손을 들어 관객들에게 그만 그만 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사회자는 말했다.
"자, 하나비 씨의 노래였습니다. 참 애절한 곡이죠? 저도 좋아하는 곡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숙녀에게서 그런 애절한 목소리가 나오는지 마치 패니스가 잘린 남정네의 심정이기라도 한 것 같군요."
관객들은 사회자의 농담에 웃었지만, 나는 핵심을 찔른 듯한 기분이 들었고 등뒤에서 활살을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이 사회자는, 예리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남자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듯 하다. 에휴. 나는 정말 이 무대 위를 빨리 내려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관객들은 나를 놓아주기 싫은 어린아이처럼 앵콜을 부르며 계속 더 나를 괴롭히라는 주문을 해대고 있었다. XX. 그레잇 이 망할 XX. 나는 관객들이 시키는 놀이와 사회자가 하는 주문대로 춤추라면 춤을 췄고 눈물 연기 하라면 눈물 연기까지 해 보였다. 내가 니들 장난감이냐, 응!? 이것들이 한도 끝도 없어. 하지만 관객들은 나를 사랑 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엿이나 먹으라고 손가락을 치켜 들어 주고 싶었다. 이윽고 드디어 내 무대가 끝나고 나는 아까 나왔던 대기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계단을 도로 내려가면서, 나는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응? 나는 내가 내려가고난 직후 도도한 걸음으로 나를 획 하고 지나가는 키 큰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등뒤에 있는 내가 내려왔던 계단을 오르는 그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네츄럴한 초록드레스를 입고 긴 금발머리 사이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 쫑긋한 귀. 저 여자는 엘프.. 인가? 아니 세상에 엘프가 이 공연에 참가한다고?
계단을 오르던 그 여자엘프는 맨 윗단계에 있는 여섯 번 째 계단에 올러서더니 뒤를 돌아보고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 무대는 당신이 아니면 내가 우승할 거에요. 가슴만 더럽게 큰 빨간드레스 인간여자 아가씨."
뭐라고 이 엘프 미친년아. 나는 경쟁심에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
무대 안쪽에서는 환호성이 들리고 있었다. '빨리 나오란 말이야!', '하네시 최고의 미녀는 어디갔냐!?'하는 함성이 무대 안쪽에서 들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휘파람 부는 소리, 우우우 하는 탄성소리, 사회자의 굳은 표정 등이 내 얼굴 위에 떠올랐고 나는 너무나 긴장한 탓에 가슴이 조마조마 하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계단을 모두 밟고 올라 가서 무대 안쪽을 가리고 있는 반으로 갈라진 붉은 천을 양 손으로 열어 제꼈다.
내 눈 앞에 무대 안쪽의 모습이 들어왔다. 나는 왼쪽을 바라봤다. 왼쪽에는 관객들이 있었고 아까 내가 있던 자리에 야곱이 앉아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야곱을 바라보며 힘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마도 나는 인상을 반쯤은 찡그리고 웃고 있는 것일 것이다. 흑흑. 정말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야곱은 나를 바라보더니 자신의 턱살을 두 겹으로 접으며 입을 벌렸다. 응? 왜 그래 야곱?!
나는 야곱이 있는 관객석에서 고개를 돌려 사회자를 바라봤다. 사회자는 정장차림에 나비넥타이를 메고 코밑에는 잘 다듬은 꼬부라진 수염을 한 남자였다. 그는 착해 보였으며, 나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과연! 하네시의 최고의 미녀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아요."
나는 속으로 발끈했지만 속으로 발끈 해봤자 이 튀어나온 F컵은 발끈하지 않겠지. 나는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관객석을 향해 머리를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관객들은 들고있던 화장지나 맞아도 아프지 않을 가벼운 물건들을 무대 위로 던지며 대단히 환호하고 있었다. 어우야, 여기서 내가 '저는 남자입니다!'하고 외쳤다간 관객들에게 맞아 줄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입장료가 얼마짜리야 이 공연. 나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어 마쉬었다가 후우 하고 내뱉었다. 그러자 관객석은 더 환호하고 있었다. 이거 완전 연예인이 됐는 걸? 나는 약간 긴장이 되었다. 그리고 왠지 유명인이 된 듯한 기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사회자는 내 오른쪽에 다가와 서더니 내 왼쪽 어깨에 자신의 왼손을 올리면서 관객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내 어깨에 손을 올린 사회자를 옆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이 사람. 갑자기 왜 손을 올려?
"자, 관객 여러분!" 하고 그 사회자가 말했다.
관객들은 사회자가 추태를 부린다며 격렬하게 항변하며 관객석에서 무대 위로 물건들이 날아왔다. 두루마리 화장지부터 시작해서 빨간벽돌까지.. 다행히 우리 두 사람은 맞지 않았지만 무대 위에 널부려 져 버렸다. 사회자는 계속 내 왼쪽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에, 여러분. 그럼 처음이니 이 하네시 제일의 미녀에게 무엇을 시켜보면 좋을까요?"
사회자의 말에 관객들은 잠잠 해졌다. 날아오는 물건도 없었다. 사회자는 말했다.
"자, 그럼 먼저 교양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를 한 편 지어 보라고 시키겠습니다." 하고 그 사회자는 말하고 내 왼쪽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려 놓았다. 사회자는 내 얼굴을 보며 말했다. "즉석해서 시를 한 편 지어 주세요."
시. 시를 지으라고. 나보고. 으음.. 아놔. 왜, 시야! 그런 건 잘 못 한다고요. 나는 관객들을 바라봤다. 관객들은 무척 진지한 얼굴로 나만을 바라보는 듯 했다. 아아, 두통이...
나는 무대 쪽으로 몸을 앞으로 향하고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나는 머릿속에 떠올렸다. 이곳은 내 방이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나는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시를 한 편 짓는 것일 뿐이다. 나는 이렇게 명상을 하며 머릿속에서 있는 말들을 이것저것 조합해 내뱉기 시작했다. 과연 이게 시가 될런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잘 되리라. 아무렴 어때. 나는 남자였던 사내가 고자가 되어 여자가 된 슬픈 이야기를 시로 짓기로 마음 먹었다.
"들들 볶아 쥬니어가 잘렸네."
"잘린 쥬니어는 돌아 올 줄 모르고."
"아아, 떨어져 나간 내 자존심아."
"너로인해 나의 삶은 꼬였네."
나는 시를 마쳤다. 그리고 눈을 떴다. 관객석이 차츰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켰다. 과연, 잘 됐을까? 관객석은 싸늘했다. 쟤, 뭐야? 하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당황해서는 안절부절 못 하고 고개를 숙이고 사회자와 관객석을 번갈아 곁눈질하며 눈치를 살폈다. 젠장! 남자인 것을 들킨 건가?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나는 여기 올라 오기 싫었어. 그 망할놈의 그레잇을 탓하란 말이야. 사회자는 이런 분위기를 정정해 주기 위해 말했다.
"...에.. 참 좋은 시였습니다. 그렇죠, 여러분? 들들 볶아 쥬니어? 쥬니어가 잘리고 그리인해 절망하는 시의 목적이 잘 느껴집니다.." 하고 사회자는 말을 끝마치고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그럼 곧바로 이어서 하나비 씨의 노래를 한 번 들어 보겠습니다!"
관객석은 와아! 와아! 하며 유치하게 환호성을 질러댔다. 정말 군중은 유치한 존재들이다. 바보같은 녀석들. 내 심정이 담긴 이 시를 너희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전부 사내새끼들만 모여서는, 이런 짐승새끼들. 내가 만약 정말 여자였기라도 한다면 나는 이런 자리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뭐 어쨌든, 지금은 내가 할 임무는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나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귀거 멀어버릴 것 같은 환호성 속에서 선곡을 하기 위해 잠시 생각했다. 그래, 이 노래가 좋겠어. 나는 가사를 대충 떠올렸고 사회자에게 시작해요, 라고 말했다. 사회자는 내 말을 듣고 관중을 조용히 만들었고 나는 노래를 시작했다. 노래의 제목은 대중가요인 '떠나간 내 님'이었고 나는 어렸을 때 잘려나간 쥬니어를 떠올리며 애절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이랬다.
'떠나간 내 님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 주세요.'
'저는 그를 잃고 변해버린 내 모습에 놀라'
'저는 저를 원래의 제 모습으로 되돌렸죠.'
'그러나 놀라지 말아요. 저는 밝게 지내고 있으니까요.'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가 떠난 건 제 의지가 아닌 걸요.'
이 호소하는 듯한 노래의 가사는 정말 나에게는 의미있게 다가왔고, 내 애창곡 중 하나가 되었다. 게다가 박자가 느리고 뭔가 애절한 느낌이 와서 좋아하는 곡이었다. 나는 노래를 마쳤고, 관객들은 박수를 쳤다. 박수 소리는 커서 사회자와 내 목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내 여에서 나와 함께 있는 그 빨간넥타이의 사회자는 손을 들어 관객들에게 그만 그만 이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사회자는 말했다.
"자, 하나비 씨의 노래였습니다. 참 애절한 곡이죠? 저도 좋아하는 곡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숙녀에게서 그런 애절한 목소리가 나오는지 마치 패니스가 잘린 남정네의 심정이기라도 한 것 같군요."
관객들은 사회자의 농담에 웃었지만, 나는 핵심을 찔른 듯한 기분이 들었고 등뒤에서 활살을 얻어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이 사회자는, 예리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남자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듯 하다. 에휴. 나는 정말 이 무대 위를 빨리 내려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관객들은 나를 놓아주기 싫은 어린아이처럼 앵콜을 부르며 계속 더 나를 괴롭히라는 주문을 해대고 있었다. XX. 그레잇 이 망할 XX. 나는 관객들이 시키는 놀이와 사회자가 하는 주문대로 춤추라면 춤을 췄고 눈물 연기 하라면 눈물 연기까지 해 보였다. 내가 니들 장난감이냐, 응!? 이것들이 한도 끝도 없어. 하지만 관객들은 나를 사랑 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엿이나 먹으라고 손가락을 치켜 들어 주고 싶었다. 이윽고 드디어 내 무대가 끝나고 나는 아까 나왔던 대기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었다. 계단을 도로 내려가면서, 나는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응? 나는 내가 내려가고난 직후 도도한 걸음으로 나를 획 하고 지나가는 키 큰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 등뒤에 있는 내가 내려왔던 계단을 오르는 그 여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네츄럴한 초록드레스를 입고 긴 금발머리 사이로 삐죽 튀어나와 있는 쫑긋한 귀. 저 여자는 엘프.. 인가? 아니 세상에 엘프가 이 공연에 참가한다고?
계단을 오르던 그 여자엘프는 맨 윗단계에 있는 여섯 번 째 계단에 올러서더니 뒤를 돌아보고 나를 곁눈질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번 무대는 당신이 아니면 내가 우승할 거에요. 가슴만 더럽게 큰 빨간드레스 인간여자 아가씨."
뭐라고 이 엘프 미친년아. 나는 경쟁심에 나도 모르게 발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