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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존 하나비. 학창시절부터 시작된 내 이야기는 어느새 무르익어 존 하나비라는 내 나이는 벌써 이 십 대가 된지 꽤 익숙해져 있을 무렵이었다. 물론 그 금발의 뚱뚱보 야곱 또한 마찬가지며 군사학교에서 정년퇴임 후 우리 하나비 기사단에 입단한 밀리터리맨은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해서 과거 나는 군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견습기사로서 당당히 기사단을 정식으로 창단했으나 초기멤버는 너무 약했고 밀리터리맨이 들어 오면서 강한 전력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나중에 술집에서 만나게 된 그 그레잇이란 남자에 비하면 상대가 되질 않았다. 정말, 그레잇은 전에 밀리터리이 말했던 대로 '전설의 소서리스'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사람이었다. 생긴 건 왼쪽 얼굴에 포도씨만한 점이 있었고 얼굴도 전체적으로 바보처럼 생겼는데, 실력은 출중하다. 그는 정말 마법에 있어서는 존경스러웠다. 밀리터리맨에게서였나, 그레잇 본인에게서였나 얼핏 들은 기억으로는 그는 마법계에서 서클이라 불리는 레벨 단계들에서 이미 최고 서클단계의 바로 이전인 9서클 마법의 소유자라고 한다. 최고의 서클레벨은 10이고, 보통 마법사가 평생 6서클에도 오르지 못 한다는 점을 예로 들면 정말 그레잇 그는 젊은 나이에 이미 대성한, 천재 중에 천재라 할 만하다. 아마 그레잇이란 존재가 우리 하나비 기사단에 있다는 소문은 이미 다른 여러 유명한 기사단들에 퍼진 듯 하다. 세례나 기사단은 처음에는 우리 기사단에 있는 그 망토모자를 눌러 쓴 허접 해 보이는 남자가 그냥 보통 뜨내기 마법사라고 인식한 듯 하나 지금은 그레잇이란 사람이 우리 기사단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세례나 기사단의 기사단장 안스웰이 한 번은 직접 우리 기사단을 만나자는 청을 했고 그레잇과 대면했었다. 둘 만의 이야기가 있었던 터라 나는 잘 모르겠고, 나중에 그레잇이 한 말로는 안스웰이 그레잇에게 왜 당신같은 사람이 하나비 기사단에 있는지 등을 물었다고 한다. 그레잇은 '나-존 하나비-때문에'라고 딱 잘라서 대답했다고 한다.

다른 기사단들에서나 각국에서 그레잇을 영입하고자 하는 제의가 그레잇에게 끝없이 들어오는 듯 했다. 그레잇은 원래 숨어살기 좋아하던 남자로, 그런 사실을 별로 썩 유쾌 해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에게 도착하는 편지뭉치들이 있었는데 그레잇은 그 편지들을 싸그리 모아 간단한 화염마법을 시전해서 공중에서 소멸시켜 버렸다. 우리는 그런 그레잇을 바라보며 박수를 짝 짝 쳤고 멋져요! 멋쟁이 그레잇! 하며 그의 마음을 비행기 태워 주웠다. 그런때 그레잇은 머쩍은 듯 고개를 쓰다듬으며 '천만해요, 하나비 씨.'하고 말하며 겸손을 떨었다. 우우. 재수없어.

우리 기사단이 세아바스 마을로부터 복귀한지 두 달이 지났을 때였다. 우리는 각자 특기에 맞는 수련에 열중했고, 매일 열심히 구술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왼팔로 하는 감각적인 검술을 익히기 위해 노력했고, 밀리터리맨은 노안으로 서서히 멀어가는 자신의 눈에 노화를 막기 위해 이런 저런 보약들을 챙겨 먹으며 매일 200개 씩 활을 쏘며 궁술연습을 했다. 야곱은 체중을 뿔리는 수련인지 먹고 뒹굴고 잡지를 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고 그레잇은 그냥 숲속에서 새들과 노래나 부르다 배고프면 마을로 와서 밥 먹고 도로 숲으로 가고 하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숲에서 할 게 뭐 있다고 숲으로 가나? 나는 보름마다 모이는 우리 기사단의 모임에서-장소는 펌- 그레잇에게 물었다.

"숲에서 뭘 하세요?"

그레잇은 장황하게 말을 늘어뜨렸다.

"예, 글쎄 요즘 저는 새들과 노래하고 꽃들과 이야기하며 지나가는 산짐승들과 교감을 나누고 나무와는 친구처럼 지내고 흙은 은은한 향을 내뿜으며 저를 편안하게 해 주어 고마움을 느끼고 숲속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저는 따스함에는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며 나무 위에 기대 앉아 포근한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아. 그래요. 미친놈이군 이거. 나는 그레잇을 경멸하는 눈초리로 쳐다봤다. 하지만 그레잇은 바보같은 얼굴을 생긋하고 웃으며 나를 부끄럽게 바라봤다. 나는 그레잇이 정말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다, 라고 나는 생각했다. 마치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이 이런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 해 버렸다.

세아바스 마을로부터 복귀한지 두 달이 지나고 정확히 삼 일이 지난 때 아침이었다. 나는 그레잇의 제안으로 야곱과 밀리터리맨을 포함한 우리 네 사람은 인근 마을에서 열리는 황태자 주최의 '미인 컨테스트'에 구경을 가기로 했다. 우리는 평상복을 입고 간단한 짐을 주머니에 챙기고 편안한 마음으로 그곳으로 놀러갔다.


그곳에는 야외에 큰 공연장을 설치해서는 그날 저녁에 있을 화려한 파티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인근 마을이라는 '프로펄리시 시티'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 우리는 '프로펄리시 시티'의 수많은 여관들 중에서 '쟌의 편안한 여관'이라는 곳에 네 사람 몫으로 큰 방을 하나 잡고 저녁에 있을 공연을 기다렸다. 이 여관의 여주인의 이름은 '쟌'이었고 나이는 40대 중반의 북부 출신의 여자였다. 우리는 북부 특유의 높은 억양을 들으며 방을 안내 받았었고, 우리는 방 안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거울을 보며 입고있는 옷을 단정하게 했다. '프로펄리시 시티'는 우리 '하네시'에 비해 '열 배'는 큰 것 같았다. 거리의 도보나 도로들도 넓이가 컸으며 길거리 사람들의 패션도 좀 더 높은 수준의 사람들인 것처럼 느껴졌다. 어쨌든 우리는 프로펄리시 시티에서 쟌이 만들어 주는 저녁식사를 먹고나서 미인 컨테스트가 열리는 공연장으로 출발했다. 우리 네 사람은 붙어서 걸어갔고 즐거운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우리는 티켓을 끊고 거대한 빨간 천막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티켓값이 장난이 아니었다. 티켓값이 무려 일인당 50골드였다. 보통 사람의 한 달 생활비에 맞먹는 액수였고 나는 이 어없는 가격에 황당함을 금치 못 했다. 하지만 우리를 이곳으로 모이게 한 그레잇은 나에게 '원래 이 공연이 비싸다'라며 우리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말도 안 돼. 미친공연 같으니라구. 하여튼 우리는 어떻게 안으로 들어갔고 들어가니 벌써부터 열기가 후끈 느껴졌다. 사람들의 체온으로 이 넓은 텐트 안에는 더워서 땀이 날 지경이었고 발디딤 틈도 없었다. 어느 한 쪽 구석에서는 시비가 붙은 젊은 금발남자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주먹질을 하고 싸우고 있었다. 그런 그들에게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들에게 동전을 던지며 열띤 응원을 하고 있었다. 쯔쯔쯔. 바보들. 뭐하는 거야? 우리는 무시하고 사람들을 헤집고 들어가서 최대한 앞쪽으로 나아갔다. 으윽, 좁아. 사람이 너무 많아. 우리는 사람들 무리의 중앙의 무대에서 앞쪽에서 사람들 한 두 줄 뒤에 서 있을 수 있게 되었고 공연이 시작되려하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사회자가 무대 옆에서 걸어 나와 무대 중앙에 서서 모두들 자리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는 큰 소리의 부탁조를 듣고 모두들 웅성대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고 들뜬 마음이 들었다. 재미있겠다, 미인 컨테스트라니. 그때 내 등뒤에서 다리를 쭈그려 모아 앉아있던 그레잇이 머리를 내 머리 뒤에 가까이 대고 속사이는 말이 들려왔다. 그레잇이 말했다.


"참고로 제가 이번 미인 컨테스트에 참가자로 하나비 씨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나는 몸이 꼿꼿하게 굳고 눈동자가 커졌다. 하지만 그레잇은 계속 빨리 말했다.


"당신의 외모라면 열심히만 하면 준우승이라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의 태양 마이 썬 하나비 씨, 보통 이 공연은 사은품이나 상금액수는 공연의 결과를 발표하기 이전에 비밀로 하지만요,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 미인 컨테스트에서 우승할 경우 상품으로 '소울소드'라는 신기의 검이랍니다. 은제 롱소드와는 비교도 안 되는 무기지요. 그런 이유로 이 공연이 중산층의 전유물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만, 입장료나 참가비가 비싼 이유가 매번 사은품이 놀랍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우승을 한다면 정식으로 그 검을 손에 넣을 수 있어요. 검을 사용하는 당신에게 있어서는 정말 최고의 사은품이라 생각되어 지는군요. 안 그런가요?" 하고 그레잇은 말한 후 마지막의 못된 말을 덧붙였다. "참가비는 이미 제가 내었으니 참가만 하시면 됩니다."

나는 밀리터리맨으로부터 안색이 창백하다는 말을 들었고 내 눈앞은 노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 망할놈의 그레잇이!!!

밀리터리맨은 그레잇에게 대강 내용을 들었고 곧바로 좋은 제안이라며 그레잇의 의견에 찬성했다. 밀리터리맨은 나약한 기사단장을 무기로 한 층 업그레이드시킬 좋은 기회라며 나에게 그레잇의 제안을 적극 수렴하라고 타일렀다. 하지만 나는 이건 나에게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며 끝가지 거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망할놈의 그레잇과 밀리터리맨의 강압에 양손과 양발을 붙잡혀 그들에게 들어올려 진 채로 분장실 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발버둥 치려해도 소용없었다. 밀리터리맨은 나이를 먹어도 힘이 왜 이렇게 센거야!?


오, 신이시여. 나는 신께 이 상황이 제발 꿈이기를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나는 분장을 한 채로 공연석 뒤의 의자에 앉아서 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양 옆에는 보디가드로 밀리터리맨과 그레잇이 우두커니 서서 나를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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