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존 하나비. 할아버지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 가문은 왕명으로 '그레이 집안의 남자들을 모두 거세하라'는 벌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수년 전 나는 아무런 죄없는 7살에 할아버지의 죄를 일부분 값기 위해 거세를 당했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울화통이 치민다. 아니, 내가 뭔 죄냐고. 내 Penis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나와 이별을 해야 한단 말인가.
거세 후 나의 몸에서는 여성호르몬이 과다분비되는 증후들이 몸의 곳곳에서 나타났으며, 코밑에 수염이 전혀 안 났을 뿐더러 가슴까지 나왔었다.
아, 두통이...
그 이야기는 그만두자. 이미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다만 이 말만은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남자다. 남자로 살아 갈 것이다. 몸에서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있든 말든 목에 목젖이 나오든 말든 가슴이 커지며 젖이 나오든 말든 나는 남자로 살아 갈 것이다. 젠장할! 제기랄! 나는 남자다. 원래 남자로 태어났으며 그러기 때문에 나는 남자로 살아 갈 것이다.
그런 것이다. 나는.. 남자의 길을 걷는 걷고 있다. 남자다움을 쫓아. 지상 최강의 남자가 되고 말겠다.. Penis는 없지만.. 없을 뿐이다, 그래. 2세는 못 낳아도 상관없다. 그건 어차피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현 시대의 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로 살아가려는 것이다. 최소한으로 내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해서. 그런 것이다.
그뿐이다.
하하하...
아 그런데 이 망할놈의 마법사가 왠 개소리를 하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우리 일행(※일행: 하나비 기사단)이 디시즈 마을로 가려다 야피를 만나 실패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 와서 재정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 일 째 되는 날의 저녁에는 우리 세 사람이 PUB에 모여 간단하게 500cc 맥주 하나 씩 각자 테이플 앞에 한 개 씩 잔을 놓고 안주로는 테이블 중앙에 작은 새끼줄 바구니 안의 구운땅콩을 간간히 씹으며 그때 만난 야피가 얼마나 성깔이 더럽고 못났으며, 추잡한 녀석들이라는 말과 함께 욕지껄이를 몇 마디 하기도 하고 그러고 있는 중이었다. 주된 내용은 야피 싫다, 연막탄을 한 봇따리 들고가서 통째로 터뜨려서 야피녀석들을 질식시켜 버리자는 둥 그런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
그때 어느샌가 우리 세 사람이 앉은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값비싼 올블랙실크로 된 망토를 걸친 그 사람은 망토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얼굴을 잘 분간 할 수 없었으나, 다만 키가 꽤 크고(뭐랄까, 한 1미터 85센치미터 정도?) 얼굴은 홀쭉했으며 팔뚝은 굵었다. 그런 그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안녕하세요'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나서 자신의 양손으로 천천히 망토모자를 뒤로 스윽 벗었다. 와우, 얼굴이.. 웃기게 생겼다. 푸훕.
그 사람의 얼굴의 왼쪽 뺨에는 포도알만한 검은점이 나 있었으며, 눈은 적절히 잘 생겼는데 코는 낮고 입술은 두꺼웠다. 아, 눈섭은 진한 검은색이 멋있게 나 있었지만, 코하고 입, 그리고 전체적인 얼굴윤곽이 언밸런스였다. 뭐 이렇게 웃기게 생긴 사람이 다 있나, 왜 왔나, 싶었지만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실례지만 세 사람과 함께 한 테이블을 쓸 수 있을까요?"
아니 이게 왠 미친사람도 아니고 갑자기 왜 혼자 와서 한 테이블을 쓰자고 하는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얼굴부터가 비호감이었다. 당연히 거부감이 들지 않았겠는가? 나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실롄 걸 알면 저리 가!', '그 얼굴로는 어딜가도 실례야! 나라고 봐줄 수는 없어요, 포도씨 님.' 뭐 내가 마음속으로 그래봤자 해봤자, 결정은 밀리터리맨이 할 테니까. 나는 잠자코 있었고 야곱은 오든지 말든지, 하는 기색이었다. 야곱 이녀석은 너무 태평 해. 이녀석이 왕이되면 국가 전체가 태평할 것 같아.
밀리터리맨이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앉으시지요." 뭐!? 앉으라고? 왜 입가에 웃음까지 띄우면서, 왜 그러세요 밀리터리맨. 난 싫어요, 이 사람. 으으, 포도알만한 점이라니 코미디언도 아니고. 하지만 이런 내 생각에 좀 미안했다. 일부로 이렇게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한 건 아닐까? 그래, 생긴게 원래 이런 걸 어떡 해. 참자, 참자. 이 사람은 잘 생겼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자.
한 테이블 당 할당 돼 있는 의자 갯수가 꽉 들어 찼다. 네 사람이 둥근 테이블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있는 꼴이 되었다.
그 망토남자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빨에 강냉이를 들어내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우웩..... 내가 보드카를 반 병이라도 마신 상황이었다면 울렁여서 바로 토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미친 인간을 봤나. 갑자기 쳐다보더니 왜 웃는 거지? 내가 말했다.
"제 얼굴에 포도씨라도 묻었나요?"
그러자 그 망토남자가 신나는 어조로 말했다. 아, 웃지마. 정들면 큰일나 이 썩을놈아.
"아뇨, 당신을 보니 옛날에 어떤 사람이 생각나서요."
망토남자의 목소리는 어떠냐면, 뭐, 그냥 평범했다. 적당히 남자답게 허스키하고 그의 얼굴처럼 우습지는 않았다. 아니 그런데 내가 누굴 닮았길래 그러는 거야. 내가 말했다.
"어떤 사람인데요?"
망토남자가 말했다.
"돌아가신 어머님이요."
아. 그런가. 예. 알았어요.
..........
망토남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자신은 정처없이 떠도는 거지나부랭이라고만 했다. 아니, 진짜다. 실제로 자기가 자기를 보고 '거지나부랭이'라고 했단 말이다.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고 말이다. 정말이다.. 믿어 주세요. 제발.
그 망토남자는 밀리터리맨하고 서로 잘 통한 듯 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우리 테이블의 주 주제였고, 나와 야곱은 잠자코 듣는 입장이 되었다. 가만히 들어보고 있자니, 왠지 이 망토남자가 측은 해 보였다. 힘든 삶을 살아 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얼굴도 그렇고, 그냥 목소리 억양이라든가 하는 게 좀 어울 해 보여서... 그냥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몰랐다.
그 망토남자는 밀리터리맨하고 한참을 쓸 때 없는 말로 서로 주절 주절이면서 술을 마셨다. 밀리터리맨은 망토남자와 먹기 위해 보드카를 세 병 주문했고(아이고, 밀리터리맨 또 술.) 이 망토남자는 퍽 술을 잘 마셨다. 서로 보드카 한 병 씩을 꿀꺽 꿀꺽 병째로 마셨다. 으, 난 보드카는 안 마셔. 나는 그냥 보드카에 비하면 맹물같은 맥주나 빈번히 맛있게 마시고 있었다. 내가 마신 맥주가 벌써 1500cc는 되었을 것이다.
밀리터리맨과 망토남자는 말을 멈추고 잠시 쉬고 있었다. 밀리터리맨은 자신이 마실 두 병 째 보드카의 뚜껑을 따고 말했다.
"나이는 어떻게 되시오?"
망토남자가 말했다.
"예, 올해로 28살 입니다."
밀리터리맨 '젊어서 좋겠네.'라고 말했고 망토남자는 '감사합니다.'하고 말했다. 감사합니다래. 하하하하. 나는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내 속웃음이 겉으로 좀 나타났는지(술때문이다. 젠장.) 내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큭 큭 웃고 있었다. 그런 나를 발견한 망토남자가 빨갛게 취해 달아오른 웃기게 생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오, 쉣. 나는 웃음을 멈췄다. 포도씨가 나를 바라본다. 으으, 가서 떼버리고 싶다 하고 생각했다.
망토남자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참 좋으신 분들이군요. 이제 저를 조금 밝히겠습니다. 저는 같은 언어권의 타국에서 온 사람으로 전에 하던 일은 어느 성의 마법사였습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고 있지요."
그때 밀리터리맨이 그 석고상 같은 표정에서 잘 나오지 않는 웃음을 처음으로 지어보이며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현존하는 전설의 소서리스."
응? 전설의 소서리스? 뭐가요? 나는 의아해 했다. 갑자기 전설이 뭐고 소서리스가 왜 나오지 하고 생각했다. 갑자기 밀리터리맨이 하하하 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동시에 내 몸이 뒤로 살짝 넘어갔다. 아니, 밀리터리맨이 소리 내어 웃다니, 처음 보는 모습이다. 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느꼈다. 마음이 덜덜 떨렸다. 왜, 왜 그러지? 미쳤어요, 밀리터리맨? 갑자기 사람이 확 돌변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밀리터리맨은 웃음을 멈추고 재빨리 이어 말했다.
"우리들에게 목적이 있어 왔겠지요 나그네? 아마도 저 하나비 때문인 거 같은데 맞는지요?"
엥? 나? 저요? 밀리터리맨?
밀리터리맨의 그 말에 망토남자가 입을 열었다.
"예."
그리고는 단답형으로 말을 끝맺었다.
아 뭔데. 궁금하다.
망토남자가 몇 가지 물어왔다. 본성을 나타내는 건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망토남자가 물었다.
"당신들은 기사단인지요?"
밀리터리맨이 대답했다.
"그렇지요. 저 존 하나비가 기사단장이고 이 늙은이가 보우맨, 저 체격좋은 젊은이가 머천트입니다."
망토남자가 물었다.
"매지션을 필요로 할 테지요?"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그건 제 권한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존 군."
나는 대답했다.
"필요는 한데 마법사가 우리같은 촌뜨기 기사단에 들어 올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있지.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바로 옆에." 하고 밀리터리맨은 말하며 턱으로 망토남자 쪽을 가리켰다. 턱으로 짧은 순간 가리키고는 보드카 병을 거꾸로 들어 입 안에 술을 밀어 넣었다.
나는 망토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마법사라고. 나는 말했다.
"마법사 맞아요?'
망토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허 참. 세상 희안하네? 그 귀한 마법사 님이 옆에 계시니. 근데 좀, 못 미더웠다. 쩝. 나는 이어 그러려니 하고 맥주나 홀짝였다. 갑자기 밀리터리맨이 보드카 병을 테이블 위에 쾅 하고 내려 놓으며 소리쳤다. 그 순간 테이블 주변에 있던 사람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하니비! 우리 기사단에 슈퍼 전력이다! 이 사람을 놓치면 안 돼!"
아. 슈퍼 전력?
거세 후 나의 몸에서는 여성호르몬이 과다분비되는 증후들이 몸의 곳곳에서 나타났으며, 코밑에 수염이 전혀 안 났을 뿐더러 가슴까지 나왔었다.
아, 두통이...
그 이야기는 그만두자. 이미 알 사람은 다 알 것이다. 다만 이 말만은 안 할 수가 없다. 나는 남자다. 남자로 살아 갈 것이다. 몸에서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고 있든 말든 목에 목젖이 나오든 말든 가슴이 커지며 젖이 나오든 말든 나는 남자로 살아 갈 것이다. 젠장할! 제기랄! 나는 남자다. 원래 남자로 태어났으며 그러기 때문에 나는 남자로 살아 갈 것이다.
그런 것이다. 나는.. 남자의 길을 걷는 걷고 있다. 남자다움을 쫓아. 지상 최강의 남자가 되고 말겠다.. Penis는 없지만.. 없을 뿐이다, 그래. 2세는 못 낳아도 상관없다. 그건 어차피 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현 시대의 의학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자로 살아가려는 것이다. 최소한으로 내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위해서. 그런 것이다.
그뿐이다.
하하하...
아 그런데 이 망할놈의 마법사가 왠 개소리를 하고 앉아있는 것이었다. 상황은 이랬다.
우리 일행(※일행: 하나비 기사단)이 디시즈 마을로 가려다 야피를 만나 실패하고, 다시 마을로 돌아 와서 재정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 일 째 되는 날의 저녁에는 우리 세 사람이 PUB에 모여 간단하게 500cc 맥주 하나 씩 각자 테이플 앞에 한 개 씩 잔을 놓고 안주로는 테이블 중앙에 작은 새끼줄 바구니 안의 구운땅콩을 간간히 씹으며 그때 만난 야피가 얼마나 성깔이 더럽고 못났으며, 추잡한 녀석들이라는 말과 함께 욕지껄이를 몇 마디 하기도 하고 그러고 있는 중이었다. 주된 내용은 야피 싫다, 연막탄을 한 봇따리 들고가서 통째로 터뜨려서 야피녀석들을 질식시켜 버리자는 둥 그런 이야기도 하고 있었다.
그때 어느샌가 우리 세 사람이 앉은 테이블 쪽으로 걸어오는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 값비싼 올블랙실크로 된 망토를 걸친 그 사람은 망토모자를 뒤집어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얼굴을 잘 분간 할 수 없었으나, 다만 키가 꽤 크고(뭐랄까, 한 1미터 85센치미터 정도?) 얼굴은 홀쭉했으며 팔뚝은 굵었다. 그런 그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안녕하세요'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나서 자신의 양손으로 천천히 망토모자를 뒤로 스윽 벗었다. 와우, 얼굴이.. 웃기게 생겼다. 푸훕.
그 사람의 얼굴의 왼쪽 뺨에는 포도알만한 검은점이 나 있었으며, 눈은 적절히 잘 생겼는데 코는 낮고 입술은 두꺼웠다. 아, 눈섭은 진한 검은색이 멋있게 나 있었지만, 코하고 입, 그리고 전체적인 얼굴윤곽이 언밸런스였다. 뭐 이렇게 웃기게 생긴 사람이 다 있나, 왜 왔나, 싶었지만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실례지만 세 사람과 함께 한 테이블을 쓸 수 있을까요?"
아니 이게 왠 미친사람도 아니고 갑자기 왜 혼자 와서 한 테이블을 쓰자고 하는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일단 얼굴부터가 비호감이었다. 당연히 거부감이 들지 않았겠는가? 나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실롄 걸 알면 저리 가!', '그 얼굴로는 어딜가도 실례야! 나라고 봐줄 수는 없어요, 포도씨 님.' 뭐 내가 마음속으로 그래봤자 해봤자, 결정은 밀리터리맨이 할 테니까. 나는 잠자코 있었고 야곱은 오든지 말든지, 하는 기색이었다. 야곱 이녀석은 너무 태평 해. 이녀석이 왕이되면 국가 전체가 태평할 것 같아.
밀리터리맨이 입가에 약간의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앉으시지요." 뭐!? 앉으라고? 왜 입가에 웃음까지 띄우면서, 왜 그러세요 밀리터리맨. 난 싫어요, 이 사람. 으으, 포도알만한 점이라니 코미디언도 아니고. 하지만 이런 내 생각에 좀 미안했다. 일부로 이렇게 태어난 것도 아닌데 내가 너무한 건 아닐까? 그래, 생긴게 원래 이런 걸 어떡 해. 참자, 참자. 이 사람은 잘 생겼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자.
한 테이블 당 할당 돼 있는 의자 갯수가 꽉 들어 찼다. 네 사람이 둥근 테이블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있는 꼴이 되었다.
그 망토남자가 나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빨에 강냉이를 들어내며 환하게 웃어 주었다. 우웩..... 내가 보드카를 반 병이라도 마신 상황이었다면 울렁여서 바로 토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미친 인간을 봤나. 갑자기 쳐다보더니 왜 웃는 거지? 내가 말했다.
"제 얼굴에 포도씨라도 묻었나요?"
그러자 그 망토남자가 신나는 어조로 말했다. 아, 웃지마. 정들면 큰일나 이 썩을놈아.
"아뇨, 당신을 보니 옛날에 어떤 사람이 생각나서요."
망토남자의 목소리는 어떠냐면, 뭐, 그냥 평범했다. 적당히 남자답게 허스키하고 그의 얼굴처럼 우습지는 않았다. 아니 그런데 내가 누굴 닮았길래 그러는 거야. 내가 말했다.
"어떤 사람인데요?"
망토남자가 말했다.
"돌아가신 어머님이요."
아. 그런가. 예. 알았어요.
..........
망토남자는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자신은 정처없이 떠도는 거지나부랭이라고만 했다. 아니, 진짜다. 실제로 자기가 자기를 보고 '거지나부랭이'라고 했단 말이다. 내가 지어낸 말이 아니고 말이다. 정말이다.. 믿어 주세요. 제발.
그 망토남자는 밀리터리맨하고 서로 잘 통한 듯 했다. 두 사람의 대화가 우리 테이블의 주 주제였고, 나와 야곱은 잠자코 듣는 입장이 되었다. 가만히 들어보고 있자니, 왠지 이 망토남자가 측은 해 보였다. 힘든 삶을 살아 온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얼굴도 그렇고, 그냥 목소리 억양이라든가 하는 게 좀 어울 해 보여서... 그냥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걸지도 몰랐다.
그 망토남자는 밀리터리맨하고 한참을 쓸 때 없는 말로 서로 주절 주절이면서 술을 마셨다. 밀리터리맨은 망토남자와 먹기 위해 보드카를 세 병 주문했고(아이고, 밀리터리맨 또 술.) 이 망토남자는 퍽 술을 잘 마셨다. 서로 보드카 한 병 씩을 꿀꺽 꿀꺽 병째로 마셨다. 으, 난 보드카는 안 마셔. 나는 그냥 보드카에 비하면 맹물같은 맥주나 빈번히 맛있게 마시고 있었다. 내가 마신 맥주가 벌써 1500cc는 되었을 것이다.
밀리터리맨과 망토남자는 말을 멈추고 잠시 쉬고 있었다. 밀리터리맨은 자신이 마실 두 병 째 보드카의 뚜껑을 따고 말했다.
"나이는 어떻게 되시오?"
망토남자가 말했다.
"예, 올해로 28살 입니다."
밀리터리맨 '젊어서 좋겠네.'라고 말했고 망토남자는 '감사합니다.'하고 말했다. 감사합니다래. 하하하하. 나는 속으로 웃었다. 하지만, 내 속웃음이 겉으로 좀 나타났는지(술때문이다. 젠장.) 내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땐 큭 큭 웃고 있었다. 그런 나를 발견한 망토남자가 빨갛게 취해 달아오른 웃기게 생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오, 쉣. 나는 웃음을 멈췄다. 포도씨가 나를 바라본다. 으으, 가서 떼버리고 싶다 하고 생각했다.
망토남자가 말했다.
"여러분들은 참 좋으신 분들이군요. 이제 저를 조금 밝히겠습니다. 저는 같은 언어권의 타국에서 온 사람으로 전에 하던 일은 어느 성의 마법사였습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고 있지요."
그때 밀리터리맨이 그 석고상 같은 표정에서 잘 나오지 않는 웃음을 처음으로 지어보이며 말했다.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현존하는 전설의 소서리스."
응? 전설의 소서리스? 뭐가요? 나는 의아해 했다. 갑자기 전설이 뭐고 소서리스가 왜 나오지 하고 생각했다. 갑자기 밀리터리맨이 하하하 하고 웃음소리를 냈다. 나는 화들짝 놀랐다. 동시에 내 몸이 뒤로 살짝 넘어갔다. 아니, 밀리터리맨이 소리 내어 웃다니, 처음 보는 모습이다. 나는 갑자기 알 수 없는 공포심을 느꼈다. 마음이 덜덜 떨렸다. 왜, 왜 그러지? 미쳤어요, 밀리터리맨? 갑자기 사람이 확 돌변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밀리터리맨은 웃음을 멈추고 재빨리 이어 말했다.
"우리들에게 목적이 있어 왔겠지요 나그네? 아마도 저 하나비 때문인 거 같은데 맞는지요?"
엥? 나? 저요? 밀리터리맨?
밀리터리맨의 그 말에 망토남자가 입을 열었다.
"예."
그리고는 단답형으로 말을 끝맺었다.
아 뭔데. 궁금하다.
망토남자가 몇 가지 물어왔다. 본성을 나타내는 건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망토남자가 물었다.
"당신들은 기사단인지요?"
밀리터리맨이 대답했다.
"그렇지요. 저 존 하나비가 기사단장이고 이 늙은이가 보우맨, 저 체격좋은 젊은이가 머천트입니다."
망토남자가 물었다.
"매지션을 필요로 할 테지요?"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그건 제 권한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존 군."
나는 대답했다.
"필요는 한데 마법사가 우리같은 촌뜨기 기사단에 들어 올 사람이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있지. 흥미를 보이는 사람이. 바로 옆에." 하고 밀리터리맨은 말하며 턱으로 망토남자 쪽을 가리켰다. 턱으로 짧은 순간 가리키고는 보드카 병을 거꾸로 들어 입 안에 술을 밀어 넣었다.
나는 망토남자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마법사라고. 나는 말했다.
"마법사 맞아요?'
망토남자가 웃으며 대답했다.
"네."
허 참. 세상 희안하네? 그 귀한 마법사 님이 옆에 계시니. 근데 좀, 못 미더웠다. 쩝. 나는 이어 그러려니 하고 맥주나 홀짝였다. 갑자기 밀리터리맨이 보드카 병을 테이블 위에 쾅 하고 내려 놓으며 소리쳤다. 그 순간 테이블 주변에 있던 사람 모두가 깜짝 놀랐다.
"하니비! 우리 기사단에 슈퍼 전력이다! 이 사람을 놓치면 안 돼!"
아. 슈퍼 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