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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존 하나비. 7세 때 거세를 당하고 여성호르몬 과다분비 등의 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끝내 야곱의 고백에 충격을 받아 남자의 길을 걷기로 했다. 그리고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기사단을 막 창단한 시점이었다. 부족한 포지션을 채우기 위해 멤버를 모집했는데 뜻밖에도 우리 군사학교의 전설 '밀리터리맨'이 영입을 하게 되었다.

밀리터리맨이 들어온지 정확히 한 달 30일이 지난 지금. 어떻게 보면 우리 기사단에서 갓신입인 밀리터리맨이 우리 기사단을 전부 소집명령을 내렸다. 기사단장인 나한테까지, 호출명령이라니. 창단할 때 든 비용은 누가 냈으며, 창단멤버는 야곱과 나인데 자기가 기사단장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이래서.. 밀리터리맨은 피곤하다.

그날 오후 1시경에 나는 말쑥한 정장을 빼어 입고 푸른 넥타이는 약간 풀어서 내렸다. 내 금발숏컷의 헤어스타일은 단정하게 옆으로 쓸어 넘겼고 야곱과 미리 만나기로 했던 마을사거리로 천천히 출발했다.

마을사거리에서 야곱과 만났다. 야곱은 미리 나와 있었으며 야곱의 옷차림은, 아 이런.. 맙소사. 자칫 사람을 못 알아 볼 뻔 했다.

야곱은 어디 무도회장이라도 가는지 정말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거구의 몸에, 사이즈는 어디서 맞춰 입었는지 블랙가죽재킷에 무릎만 찢어진 청바지. 머리에는 노란두건을 쓰고, 왼손에는 자신이 머천트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펜과 종이를 들었고 오른손에는 오는 길에 사온 듯한 쿠키가 담긴 종이봉지가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추가로 야곱에게 눈에 띄는 악세서리를 보면 그의 왼손 중지 손가락에는 금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목에는 커다란 진주알들이 이어진 진주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뉴패션에 진주목걸이... 미친년.

나는 오른손 손바닥을 얼굴에 파묻었다. 내 금발머리카락이 오른손 손가락들 사이로 삐져 나왔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야곱에게 말했다.

"뭐냐, 그 패션은?"

야곱은 당차게 말했다.

"너는 패션감각이 없어서 안 돼. 평범한 정장이라니, 그래선 아무에게도 주목을 받을 수 없다고!"

나는 야곱에게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어디로 누굴 만나러 가는지 자각 해 주었으면 해. 고작 밀리터리맨을 만나러 가는데 그런 패션은.." 나는 짧고 빠른 한숨을 한 번 훅 내쉬었다. "뭐 좋아. 반대로 아무렴 어때. 가자!"

대화는 거기서 끝냈고, 나는 야곱에게 갈 길을 재촉했다. 야곱은 우리 하네시 거리의 패션리더가 되었다. 사람들이 다 쳐다봤고, 야곱은 흡족한 표정으로 과자부스러기를 입에서 휘날리며 걷고 있었고, 나는 쪽팔렸다. 정말 부끄러운 순간들이었다. 그게 자주 만나는 동네사람들이여서 다행이지, 아마 다른 지역에 갔으면 놀림감이 되었을 것이다. 왠 돼지새끼가 쿠키를 쳐먹으며 이상한 패션으로 머리에는 노란두건을 쓰고 거리를 활보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아니, 멋진가? 자기만의 색깔이 있으니까, 멋지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평소엔 안 그러던 녀석인데 졸업하더니 점점 맛이 가려는 징조인가. 나는 친구로서, 이녀석을 최대한 지켜 봐 주려 노력해야겠다.

하여튼 그렇게 하네시 거리를 가로질러 밀리터리맨이 호출한 장소에 도착했다. 나는 위를 바라봤다. 팻말이 걸려 있었다.

'PUB'

밀리터리맨 이 사람, 지금 술집에서 술한잔 하며 기사단에 대해 토론하자는 건가. 낮부터 술먹자고. 일단 나는 야곱과 함께 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나는 들어갔는데, 야곱은 입구에 옆구리 뱃살이 걸려 살이 찝혔다. 야곱은 키와 덩치도 큰 게, 눈물을 찔끔이며 통증을 달래고 있었다. 불쌍한 녀석.

클래식한 슈트차림의 검은 나비넥타이를 한 바텐더가 있는 카운터를 지나 테이블 쪽을 바라봤다. 밀리터리맨이 혼자서 고독을 씹으며 보드카를 마시고 있었다. 세상에! 대낮부터 독한 술을 먹다니!

나는 밀리터리맨에게로 갔다. 야곱은 내 등뒤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먼저 밀리터리맨에게 간 나는 말했다.


"안녕하세요, 밀리터리맨! 약 한 달여 만이군요. 그나저나 참, 대낮부터 고량주에 취해 계시는 군요. 여하튼 말씀하신 회의장소가 여기가 맞지요?"


밀리터리맨은 나를 그윽한 눈으로 스윽 한 번 바라보더니 병에 갖다대어 이미 입에 머금은 보드카를 마져 꿀꺽 삼키고나서 말했다. 밀리터리맨은 저번에 보았던 가죽옷 세트를 그대로 입고 있었다. 밀리터리맨이 입고있는 가죽옷들은, 색이 칙칙하지도 않고 적당히 밝은 브라운계열로 괜찮은 것이었다.


"어, 그래. 너도 테이블 맞은편 의자에 앉거라."


나는 천천히 반대편 테이블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가까이 온 야곱은 의자가 너무 작아서 그런지 그냥 나뭇바닥 위에 털썩 하고 앉았다. 나는 윗몸 상체를 앞으로 조금 당기고  밀리터리맨에게 말했다.


"말씀하시겠다던 중요한 내용은 무엇인가요?"


밀리터리맨은 보드카 병을 옆으로 치워 놓고 말했다.


"그래, 앞으로 우리 기사단이 나아가야 할 일에 대해서지. 내가 보기에, 너희들은 기사단에 경험도 없고 아무런 준비도 안 돼 있어! 있다면 기사단을 어떻게 창단은 했다는 거지."


나와 야곱을 조금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나는 약간 발끈했지만, 그래도 밀리터리맨이니까 아무런 말없이 잠자코 들었다. 앞으로 밀리터리맨이 무엇을 할 것인지, 일단 그것이 궁금했다.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내가 존 너의 기사단에 오게 된 동기는 말이지, 내가 이번에 교직에서 정년퇴임했네. 내 나이가 가만보자.."


밀리터리맨이 안 세어봐도 대충은 알 수 있었다. 밀리터리맨은 그동안 염색을 했던 것인가, 머리카락이 백발로 자라는 것이 눈에 보였다. 하지만, 나이에 비해 이렇게 젊어 보이는 분이 또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긴, 이 분은 운동이면 운동 검술이면 검술 군사학교에선 거의 만능이신 분이었다. 아니, 만능정도가 아니라 거의 전설이라고.... 세간에 못된 녀석들은 '하드코어데빌'이라고도 부를 정도로 매우 엄격하신 분이기도 했고 말이다.


밀리터리맨이 숫자를 세다가 멈추고 말했다.


"황혼에 가까운 나이군."


나는 대답했다.


"네."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그래서 말이지.." 하고 밀리터리맨은 말끝을 흐렸다가 잠시후 다시 말했다. "말년에 기사단에 들어 가 내 모든 걸 불태우고 싶은 사나이의 심정이랄까. 뭐 그래서 정년퇴임 후 어떻게 사거리에서 운좋게 주은 포스터를 보고 하나비 네가 만든 기사단이라는 걸 알고 찾아 갔던 거지. 사실, 이렇게 늙어빠진 놈을 어느 기사단에서 받아 주겠어. 갓신생 촌뜨기 기사단에서나 받아줄까 말까겠지! 하나비 군, 너라면 날 받아줄 거라 믿었다네."


나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촌뜨기 기사단에 꼭 저라서 받아 준 건 아니에요. 받기 싫어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라는 것일까. 밀리터리맨은 무조건 Yes만을 환영하는 군인식 사고관을 가진 분이었고, 내가 No라고 한다는 건 이전 선생과 제자라는 관계에서도 그랬고 No라고 말하는 것이 몸에 익숙하지 않아서 거절하지 못 한 것 뿐이었다. 단지 그뿐.. 내게 기사단장의 자리를 내놓으라 그래도 아마 나는 거절하지 못 할 것이다. 어떻게 밀리터리맨인데.. 그 전설의 인물을..


나는 침을 꿀꺽 한 번 삼키고 말했다.


"아, 예. 잘 알겠습니다. 보우맨 자리를 원한다고 하셨죠? 좋아요. 환영하고요. 선생님 같은 분을 또 모시게 되어 기쁩니다. 앞으로 잘 부탁 드립니다."

그날 밀리터리맨과 나의 정상회담은 진득한 술자리를 끝으로 끝이났다. 우웩, 그날 저녁에 나는 집으로 걸어가던 중 길바닥에 위액과 보드카 국물들을 듬성 듬성 쏟아내며 초죽음인 상태로 집에 갔다. 으씨, 내가 두 번 다시 밀리터리맨하고 술먹나 봐라. 밀리터리맨의 주량은 사람의 주량이 아니었다. 야곱은 술을 먹지 않았으므로 그냥 안주로 나온 과자만 무한 리필해서 먹었으니 후에 보통처럼 귀가했을 것이고, 나는 정말 힘들었다. 밀리터리맨은 술을 먹더라도 정말 보통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 나는 내 보드카 국물로 더러워진 정장바지의 오른쪽 주머니를 오른손으로 뒤적이다가 눈치챘다. 열쇠가 없다. 잃어버린 것인가? 그때 나는 기력이 남아나질 않아 우리집 대문 입구에 그냥 쓰러져 버렸다. 에고, 졸립고 어지럽고 그냥 기분이 좋다. 자자.



다음날 안 사실이지만, 열쇠는 바지 왼쪽에 있었다. 으, 추워. 옷에선 지독한 보드카냄새가 나고 있었다.


도대체 어제 기사단에 어떤 유익한 대화를 했던 것인지. 기억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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