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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의 매는 매우 매혹적이었다. 생김새가.. 어찌나 멋있던지 아랫도리가 후들거렸다. 어떻게 생겼냐 하면, 정말 세간의 별명처럼 약간 붉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단발이었다. 단발인데 샤기컷을 한 것처럼 스타일러쉬했다. 나이는 한 20대 중후반? 정도로 젊어보였고 은색의 갑옷을 입고 있고 왼쪽에는 원핸드류의 은색의 쇠검집에 롱소드가 꽂혀 있었다. 정말 꽃미남이다. 최고! 다른 건 다 제쳐두고, 우선 잘 생겼다. 그것만으로도 흡족했다. 나는 붉은 머리의 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런데 이미 나도 모르게 꽤 가까워져 있어서, 붉은 머리의 매도 내가 다가오는 것을 이미 눈치 챘다. 으헉! 붉은 머리의 매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씽긋 하고 웃어 보였다. 크학-! 코피가 나올 것 같다. 세상에, 세상에나.. 그 붉은 머리의 매가 나를 보며 씽긋 웃어 주다니 아아.. 나는 비틀거렸다. 황홀했다. 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고 다시 몸을 꼿꼿히 세우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천천히.


붉은 머리의 매 앞에 당도했을 때 나는 붉은 머리 매를 위로 올려다 보았다. 하아.. 키가 한 195cm정도? 그런데도 초절정 꽃미남이라니! 게다가 세간에 실력자라니! 신의 불공평이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는 완벽했다. 나는 그에게.. 그에게 아주 천천히 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안스웰 씨! 당신의 팬입니다. 저 그리고..."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당신도 똥을 싸나요?"


헉.

하악.

실수다! 하, 하지만 정말 궁금하다. 과연 이는 사람일까, 아닐까 하는 너무 완벽한 인간한테서 풍겨져 나오는 느낌 때문에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인데 그걸 똥은 싸냐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 듯 물어 본 것이었다.

붉은 머리의 매가 명예회손이라는 이유로 내 목을 그 원핸드류의 롱소드로 후려친다 해도,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도 모르게 나는 아차, 하고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살려주세요, 안스웰..


누군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끄으.. 누구지? 하고 내가 눈을 살짝 뜨고 바라보았는데 내 머릴 한 손으로 쓰다듬는 사람은 다름아닌 안스웰! 와우! 꺄오오오오오오오~!!!!!!!!

나는 나도 모르게 양쪽 볼이 화끈 달아 올랐다. 아아, 두근거림이란 바로 이런 것일까.

안스웰이 말했다.


"참, 예쁜 소녀로구나. 어디서 왔니?"


뭐, 뭐라구요!? 내가 소녀라고? 내가? 내가? 아니, 어딜 봐서. 보이쉬한 내 금발숏컷헤어가 안 보이냐고요! 옷도 청바지차림에 셔츠 하나 위에 오리털 점퍼를 입고 있을 뿐인데 이 내가 어딜 봐서 소녀?

난 나를 쓰다듬고있는 안스웰의 왼손을 나의 왼손으로 탁 하고 치며 말했다.


"저는 남자라구요. 그 말, 실례입니다."


안스웰은 "아."하고 짧은 탄성을 내고 이어 말했다. "미안합니다, 멋진 소년."


쳇.. 아무리 그 유명한 안스웰이라도 나를 여자로 오해하는 것은 싫었다. 안스웰이 말했다.


"너무 곱게 생겨서 그만 여자아이일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 해 버려서... 미안해요, 소년. 내가 잘 못 봤어요."


그 말에 나는 대꾸했다. "잘 생긴 건 오히려 그쪽 같은데요."


그러자 안스웰은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다. 안스웰이 말했다.


"부, 부정하지는 않아.. 하지만 소년 너도 잘 생겼어."

나역시 홍당무가 되었다.

"후훗.. 저도 부정하지는 않겠어요.."


안스웰과 나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서로의 외모를 칭찬하고들 지랄이었다. 하지만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크크크.

그때 우리 두 사람에게 다가 온 터프가이가 있었으니. 안스웰의 등짝을 큰 손바닥으로 짝 한 대 치면서 그 터프가이가 말했다.


"여-. 안스웰. 아무래도 같은 과의 사람을 만났나 보군? 이 소녀와는 어떤 사이지?"


아. 난 남자라고.

나는 그 터프가이를 올려다 보았다. 아니, 세례나 기사단의 남자들은 왜 이렇게 키가 다들 큰 거야? 그 터프가이는 안스웰보다 더 커서, 딱 봐도 키가 2미터는 넘어 보였다. 대단들 하다. 나는 그 터프가이의 얼굴을 봤다. 와우-! 금발의 진한 눈섭의 잘 생긴 남자. 시원 시원하게 생겼다. 너무 좋아. 나는 그 터프가이에게 말했다.


"저기. 저는 남자에요."


그 터프가이는 머쩍은 듯 안스웰 쪽을 곁눈질로 힐끔 바라보더니 하하하 하고 웃었다.


"아, 그래? 내가 잘 못 봤네. 너는 남자구나." 그러더니 더 크게 웃었다. 그리고나서 "뭐, 안스웰이 얼굴이 빨개지는 건 오랜 만에 봤네.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똥꼬라도 빨았나 보지? 안스웰은 칭찬에 약하거든."


아니, 뭐. 똥꼬를 빨아? 속어인가? 하하. 재밌는 표현이었다. 똥꼬를 핥어. 퉷. 더러워.

잠시후 그 터프가이가 말했다.


"그런데, 용건은 뭐야 소년?"


나는 기쁜 마음으로 냉큼 오리털 점퍼 밑으로 왼손을 집어 넣어 오리털 점퍼 안 주머니에서 펜과 함께 작은 메모장을 하나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안스웰에게 내밀었다.


"싸인 해 주세요!"


정말이지. 안스웰에게 싸인을 받은 건 두고두고 쓸모가 있었다. 개학 후 학교에서 자랑했을 때 다들 감탄하며 자기들도 갖고 싶다고 난리들이었다. 하지만 이미 싸인회는 끝났지롱! 걔 중 시셈하는 아이들은 가짜일지도 모른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지만 나는 진짜라고 끝까지 우겼다. 하지만 싸인은 정교해서, 대부분 진짜일거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사실, 진짜거든. 후후후. 이게 바로 붉은 머리의 매 안스웰의 싸인이다 이거야!

그때 우리반 큰 뿔테 안경잡이가 한 마디 했다.


"경매하면 비싸게 팔릴 것 같은데."


옳지! 나는 당장에 금액을 큰 소리로 부르며 안스웰의 싸인을 경매에 붙였다.


"안스웰의 친필 싸인을 경매에 들어 가겠습니다! 자, 1골드부터 시작합니다!"


내 주위에 모인 다른 반 아이들 포함 족히 50명은 돼 보이는 녀석들이 교실 한 쪽 구석을 가득 메우고 경매에 열중하였다. 그러다 20골드가 나왔을 때 나는 낙찰! 하고 큰 소리로 말하고 그 왜소해 보이는 아이에게 싸인을 넘겨 주었다. 금액은 내일 달라고 말했다. 하하하. 야호! 싸인도 받고 돈도 벌었다. 나는 신이났다. 잠시후 몰려있던 아이들 무리를 헤치고 누가 떡 하니 등장했다. 엥? 누구지? 나는 웅성이는 무리 때문에 큰 소리로 말했다.


"경매는 이미 끝났어!"


밀리터리맨이 대답했다.


"오냐. 니 목숨도 끝난 줄 알아라! 감히 학교에서 경매를 해?"


헉! 아니!? 세상에.. 교실이 노랗게 변했다. 아아.. 신이시여!!


곧바로 귀를 잡힌 채 어둠컴컴한 상담실로 끌려간 나는 수업이건 뭐건 간에 밀리터리맨으로부터 처음엔 맨주먹으로 왼쪽 볼에 죽빵을 한 대 얻어 맞고 쓰러지고 걷어 차이고 연이어 야구베트로 줄빳다를 고속으로 얻어 맞고 쓰러지고 울부짖고 용서를 빌고 진짜 장난 아니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내 마음 속에서는 이 말 밖에는 나오질 않았다. 아아, 여기가 무슨 쌍팔년도입니까? 왜이러세요. 이래서 군사학교는 싫었어!

나는 중학교 때 한 번 있었던 그때와 마찬가지로 방과 후 또 반병신이 되어 하교했다. 나는 그때보다 더욱 거구가 된 야곱 녀석의 등에 매달려 초죽음이 된 상태로 집까지 실려갔다. 남자다움이 뼈도 못 추린 날이었다. 제기랄!


다음날 나는 온 몸의 통증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학교로 달려갔다. 아팠어도, 아펐다고 말하지도 티도 내지 않는 게 남자다운거라 생각했기에 나는 전속력을 다해 학교로 갔다. 그게 이때 내가 배운 또다른 남자다움의 하나였다.


회복까지는 정확히 3주가 걸렸다. 그동안 통증에 서러워 죽는 줄 알았다.

나는 안스웰의 싸인따위, 생각하기도 싫었다. 싸인은 싸인대로 잃고 돈은 돈대로 못 받고 몸은 피떡이 되고. 정말 짜증스러웠다.

정말 밀리터리맨이 싫다! 밀리터리맨은 사람의 탈을 쓴 악마, 라고 나는 단정지었다. 물론 내가 잘못했지만 그래도 그건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회복하며 보냈다. 3주가 지났다. 그리고.

3학년의 마지막 졸업식을 앞두게 되었다. 졸업식날. 나는 스승의 은혜를 부르며 그때의 아픔을 떠올렸고, 갑자기 울화통이 치밀었다. 그러다가 곧 눈물이 흘렀고, 벚꽃이 휘날렸고, 야곱은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에도 혼자 과자를 먹고 있었고, 밀리터리맨은 경석에서 석고상같은 표성을 하고서 울고 있었고, 다들 눈물 바다였다.

마지막이다. 안녕! 군사학교여.

나는 중학생 때와 또 같이 야곱과 함께 교정을 마지막으로 걸으며 가고 있었다. 즐거웠다. 3년. 아니, 즐겁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힘들었던만큼 비례로 졸업식 이때의 기쁨도 그만큼 컸다. 하지만.

이제부터 시작이지!


내일부터는, 내 하나비 기사단의 창단일이 될 것이다. 나는 신나게 교문을 향해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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