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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존 하나비. 거시길 잘린 소리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잘렸다. 그때의 충격과 공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여서, 지금은 잘 생각도 안 난다. 기억 해 내려 해도 도무지 기억할 수 없고, 이제 나도 더 이상 기억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잘릴 때 나는 소리는 위에서 아래로 미니 단두대가 떨어질 때 내는 충격음을 제외하고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후 찾아오는 격렬한 공포감, 그리고 커져가는 통증. 사실 통증보다야 그것이 잘린다는 공포감과 실제로 잘렸을 때 느껴지는 충격이 훨씬 더 무섭다. 그리고 나중에는 그것이 없는 나 자신을 경멸하게 되는 것이다.


행여 '그까짓거..'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번 Penis를 나처럼 잘라 주고 싶다. 과연 어떤 얼굴을 할지 보고 싶다. 아마도, '이런 젠장할!'하고 오만 울상을 다 지을 것이다.


하여튼 결론은 나는 고자다, 이다.


없다. 그것이.


청바지를 입을 때도 튀어나오는 부분이 전혀 없어서 매끄럽고, 순탄하다.


빌어먹을! 망할! 제기랄!!



가끔 이런 사람이 있다. '너는 소변은 어떻게 보니?'하고 묻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서서 보면 사방으로 튀므로 여자처럼 앉아서 본다.' 그럴 때마다 정말 쪽팔려서, 죽고 싶은 심정이다. 차라리 여자였다면 모를까, 아 젠장!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내자. 계속 생각하다간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나는 생선을 토막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래서 생선요리를 먹지 않는다.


내 이름은 존 하나비. 그래도, 나는 남자다. 남자의 길을 걷기로 했으며, 몸에서 여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든 말든 나는 남자로 살 것이다. 목소리가 여자건 말건 나는 남자처럼 말할 것이다. 내 이름은 존 하나비. 나는 남자이고 싶은 남자이다. 어? 말이 좀 이상한데?



내가 밀리터리맨 선생님의 '뒤로 돌앗!'하는 말에 뒤로 돌자마자, 밀리터리맨은 차렷자세로 오른손만을 이용해 내 왼쪽 귀싸대기를 날렸다. 내 금발숏컷헤어는 엉망이 됐으며, 나는 바닥에 쓰러지고 내 교복에는 나뭇잎 잔해들이 들러붙었다. 나는 상체를 약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정말, 열받지만.


"죄, 죄송합니다. 선생님."


밀리터리맨은 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또 패기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 섯!'


내가 다시 벌떡 일어서자 밀리터리 맨은 또다시 그대로 차렷자세를 유지한 체 오른손만을 이용해 또 나의 왼쪽 볼에 귀싸대기를 날렸다. 나는 또 흐느적 땅바닥에 쓰러졌고 밀리터리맨은 한 치의 미동도, 표정의 변화도 없이 말했다.


"일어 섯!"


내가 또 일어서자 밀리터리맨은 또 내 왼쪽 볼에 귀싸대기를 날렸다. 나는 또 쓰러졌다. 이번에는 순간, 내 입에서 욕이 튀어나올 뻔 했지만, 그만 밀리터리맨의 공포에 밀려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하지만, 이건 정말! 내 왼쪽 귀가 웅웅 거리며 주변에서 놀라는 여학생들의 비명소리가 왼쪽 귀로는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일어 섯!"


아 증말! 선생님이고 뭐고 내 고막을 터뜨릴 셈인가? 너무 하는 거 아닌가! 하지만 나는 어떤 반항도 하지 않고 이번에는 힘없이 다시 슬슬 일이섰다.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책을 왜 던졌지?"


짧고, 간단한 말이었다. 이에 나는 대답했다.


"제가 던진 게 아니에요!" 하고 나는 말하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순간 밀리터리맨의 석고상 같은 표정에 변화가 생기며 약간 당황한 듯 했다. 나는 여자처럼 다리를 모으고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았다가, 본능적으로 남자다움을 찾아 재빨리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하지만 이 자세는 아니라는 생각에 울면서 자세를 고쳐 잡아 그냥 무릎을 꿇었다.


밀리터리맨이 조용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누가 던졌지?"


나는 정말 세상 망한 것처럼 서글픈 울음을 애써 참으며 끅끅 울고있는데 이게 좀 힘들어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나를 바라보면 웃고 있는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사실 지금 엄청 슬퍼하고 있다. 그냥, 맞아서 아프다는 것 때문에 말이다. 슬프고 짜증난다.


밀리터리맨이 화난 어조로 말했다.


"때린 것은 미안하다. 오해였다. 그렇다면 던진 사람은 누구냐?"


아.. 사실 난데. 하고 이제와서 말할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나는 재빨리 일어서서 엉엉 서럽게 울면서 도망갔다. 이게 살아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했기 때문에 이 사실을 들키면 두 배로 더 혼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뛰어야 한다, 뛰어야 한다! 나는 울면서 불이나게 뛰었다.


하지만 교육생 시절 마라톤 등 육상 종목에서 거의 1등을 휩쓸다시피 했던 밀리터리맨은 나를 단숨에 쫓아 와 어느새 내 등덜미를 획 하고 잡아 올렸다. 밀리터리맨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책을 던진 사람은 누구지?"


아아.. 야곱.. 그 녀석이.. 그 녀석이 던졌어! 그래! 그 녀석이야! 야곱, 혼 좀 나봐라.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죄송합니다! 사실 제가 던졌습니다!"



나는 남자 중의 남자다. 변명따윈 필요없다. 나는 있는 솔직히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방과 후 상담실에서 정말 엉덩이가 불이나도록 줄빳다를 얻어 맞았다.


그리고 해질 무렵에야 집으로 가게 된 나는 거의 반 병신이 되어 학교를 나왔다. 절뚝 절뚝 거리고 있는 내 옆에는 나를 부축해 주고 야곱이 있었다. 금발뚱땡이 야곱이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냐."


나는 대답했다.



"노코멘트."


야곱 녀석은 내 대답에 풀린 눈으로 성의없이 '어-'하고 대답하고 말았다. 우리 둘의 대화는 내가 하네시 12번가의 대저택에 도착하기까지 거기서 끝이 났다.


다음날 아침에 나는, 활기찬 모습으로 학교를 향해 달려갔다.



남자는 아픈 것을 아프다고 하지 않고 티를 내지 않을 줄도 알아야 한다, 는 게 내가 정한 남자다움의 하나였다.


다만, 방석이 없이는 도저히 의자 위에 앉아 있을 수 없었다는 것만 빼고는.


이놈의 학교는, 군사학교가 아니라 폭력학교 같았다. 나는 쓰라린 아픔에 3주 동안 잠이 들 때마다 다음날 학교가 폭발하기를 기대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나에게도 학사모를 쓰게 되는 날이 찾아왔다. 벚꽃이 피날레로 흩날리고 있었으며, 동급생들과는 1년 늦은 졸업식이었다.


나의 입원과 동시에 1년 꿇은 야곱 녀석이 학사모를 쓰고 나에게 터벅 터벅 걸어왔다. 이녀석은 졸업식 때가 되니 체중이 전보다 더 뿔어 있었다. 이녀석 때문에 지면이 꺼지지는 않을지. 눈꺼풀이 내려와서 눈을 가리려 하고 있었다.


야곱이 힘든 어조로 말했다.


"졸업 축하해."


나는 대답했다.


"어. 너도."


차마 이 좋은 졸업식날, 살 좀 빼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내가 평소에 그렇게 살 좀 빼라고 했건만, 어째서 이녀석은 갈수록 살이 더 찌는지 나는 알았다. 방과 후 가방에서 쉴틈없이 쏟아져 나오는 과자들. 쳐 먹고 있는 이녀석. 길거리의 개미들에게 아주 매일 간식 부스러기를 나누어 주던 녀석이었다. 어쩌면 이런 야곱이라도 개미들에게는 은사님일지도 모른다. 함부로 대하면 안 되겠다.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연설하게 된 밀리터리맨의 마지막 말이 저 위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눈물이 나는 순간이었다.


"여러분들의 그동안 수고를 치하하며........ 기쁘게 맞이하게 된 여러분을........ 동시에 성년이 된 것을 축하합니다.............. 더 큰 곳에 나아가서도 잘하리라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원체 이곳 학교생활이 힘든만큼, 눈물을 쏟는 졸업생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그렇고 야곱 녀석도 그랬다.


야곱 녀석과 나의 늦었지만 군사중학교에서의 마지막날은 이렇 듯 아쉽고 또 기쁜 마음으로 끝이났다.


야곱과 나는 꽃다발을 품에 안고 학사모를 쓴 체 야곱의 체중으로 벚꽃 꽃잎들을 마구 짓밟으며 교정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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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女)기사 - 나의 소개 및 프롤로그 (1/100회) - 지난회

내 이름은 존. 성은 생략하고 그냥 대충 이름만으로 존이라 불러 주길 바란다.

나는 남자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린 시절 가문의 몰락으로 "반역죄를 저지른 그레이 집안의 남자를 모두 거세하라."는 왕의 명령으로 인해 할아버지가 지은 죄지 나는 아무런 죄가 없던 7살 나이에 그레이 집안의 남자라는 이유로만으로 거세를 당했다.

그것이 잘릴 때의 고통, 그리고 후에 있을 남자로서의 자존감이 사라질 때의 정신적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남자라면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충격과 공포라는 말은 그럴 때 써야 적합하다.

나는 생식기를 상실했으므로 반남반녀가 된 것이다. 이제 그레이 집안의 남자들은 종족보존 및 번식은 불가능하며, 나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7살에 거세를 당한 후 나에게는 믿기지 않는, 아니 믿고싶지 않은 신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가슴이 봉긋 해졌다.


아아아아아!!!



또한 코수염이 조금도 자라지 않았으며 목소리가 나릇해졌다.

중성적인 느낌이랄까. 굳이 따지면 여자 목소리에 더 가깝게 들린다.


점차 펜싱을 좋아하던 소년에서 인형놀이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안나의 옷을 사줬어요. 옷에 단추도 직접 바느질 해서 꼬매 주었구요.

머리를 양갈래로 빙글빙글 곱게 따고 안나를 끌어안고 어제 외출을 나갔답니다. 호호호.

안나는 7살 때 구입했던 순제 천으로 만들어진 고급인형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안나로 만들어 줄 거에요.


- 사나이 존이.



이것은 내가 12살 때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숙제로 쓴 일기 중 한 부분이다.


나는 이렇 듯 나 자신조차도 정체성에 가끔 혼란을 겪고 있다. 아마도, 몸에서 남성호르몬보다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더 왕성한 것 같다.


아아, 두통이...


친구와 싸움이 붙었을 때도 손가락을 더 잘 썼다. 11살 때 학교에서 이런 적이 있었다.


그 주근깨 금발의 뚱뚱보 야곱이 나를 놀렸다.


"거세! 거세! 젊어서 거세! 이 고자녀석아. 아랫도리는 어디에 두고 학교에 왔니?"


혈기왕성한 나는 당당하게 눈물을 흘렸다. 흑흑, 여자목소리로.

그리고 계속 놀려대고 즐거워하는 그 야곱에게 다가가서 손톱으로 획 할퀴어 주었다. 야곱은 빡돌아서 나의 볼에 싸대기를 후려쳤다. 나는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털썩 쓰러졌다. 치마가 더러워졌다. 아오! 열받아. 어제 산 드레스인데.


"이 남자새끼가!"


나는 억울했다. 계집애 같다고 놀리더니 때릴 때만 이렇게 남자취급을 받다니! 이런 것을 바로 성차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후 담임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고 우리 둘을 불렀고 야곱이 나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야곱이 말했다.


"미안해. 하프 존."


나는 순간 울컥 했지만 그냥 조용히 사과를 받아 들였다.


나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때부터 정체성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녀(女)기사 - 남자? 여자? 나의 정체성 (2/100회) - 지난회

내 이름은 존 하나비. 저번 회에의 마지막 줄에 나의 정체성을 고민한다고 했더란다. 그래, 나는 나의 그때부터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다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남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Penis가 잘리고 없어 생식능력이 없고, 목소리도 현재 15세 나이에 코수염이 자란 적이 한 번도 없다.(하지만 콧털은 자란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잘라주고는 있다.)


반대로 여자라고 하기에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고, 신분상 남자이며 보통 다른 여자애들보다 힘이 세다. 물론 아이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머리를 기른 것은 12살 때부터로, 12살 이전에는 보통 다른 남자애들처럼 숏컷으로 머리스타일을 유지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자르는 것이 귀찮았는지 12살 이후부터는 머리를 계속 길러, 장발이 되었다. 처음보는 사람들은 나를 겉보기에는 물론 여자라고 오해하곤 했다.


어느날 방과 후 저녁 학교 연병장(우리 학교에서는 운동장이라 하지 않고 연병장이라 부른다. 참고로 군사 중학교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졸업을 얼마 앞둔 16세 어느 여름날이었다. 중학교 시절 내내 나를 놀리고 따라다니던 그 주근깨 금발머리의 뚱뚱보 야곱하고 단둘이 연병장 쉼터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쯤 되니 우리 둘은 꽤 친해 져 있었다.


야곱이 한쪽 머릴 옆으로 스윽 쓸어넘긴 느끼한 머리를 하고서 말했다.


"있잖아, 존."


나는 대답했다.


"응."


야곱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나는 요즘 니가 여자로 보여."


헉. 미친놈. 나는 야곱의 죽빵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집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온 나는 그간 기르고 있던 내 금색의 장발머리를 집에서 부엌 가위로 내 방의 화장대 앞에 앉아 혼자 싹둑 싹둑 잘라 버렸다. 그리고 발로 화장대의 거울을 걷어 차서 깨뜨렸다.


이런 망할 야곱같으니! 그래, 결심했다. 지금부터 나는 110%의 남자로 살아가겠노라,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했다. 그래서 우선 입고있던 정장스타일의 원피스 치마 상의를 단추가 툭툭 끊어지도록 벗어 버리고 벽에 획 하고 던져 버렸다. 그리고나서 옷장을 열어 그 중 가장 보이쉬한 옷을 골라 입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튀어나온 가슴이었다. F컵은 되는데. 젠장! 가슴나온 남자가 어딨어!


나는 교과서에서 읽던 아마존의 여성들을 생각하며 사슴머리가 걸려있는 거실의 사슴머리 아래 걸려 놓여있는 단도를 가지고 내 가슴을 양손으로 위아래 아래로 있는 힘을 다해 써걱 도려냈다.


크아아아악!!!!!!!!!!!!!! 아프다!!!! 피가 나온다!!!!!!!! 입에도 온갖 욕이 튀어나오면 떨어져 나간 노란 지방덩어리 가슴들을 짓뭉개며 바닥에 쓰러져서 간질환자처럼 뒹굴러 댔다.


너무 너무 아프다. 죽을 만큼 아팠다. 그때 현관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헝가리 출신의 어여쁜 우리 어머니가 들어 오셨다. 아니, 지금은 어여쁘고 아름답건 간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칠 듯이 가슴이 아프다는 게 문제다.


헝가리 출신의 어여쁜 우리 어머니가 시장에 들려 사왔던 야채바구니를 떨어뜨리며 놀라 외치셨다.


"존!! 뭐하는 거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세상에!"


놀란 어머니는 나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고 현관문을 발로 걷어찬 후 병원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셨다. 나는 가슴을 팔로 막으며 고통과 싸우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깨어보니 병실이었고, 내 가슴에는 압박 붕대로 여러겹 휘감겨져 있었다. 으윽, 으으으으으으으으으.


내 입에서 신음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끄으으으으......"


그때 흰가운을 걸친 젊은 여자 의사가 들어왔다. 그러더니 대뜸 나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존! 미친거 아니니? 세상에 자기 가슴을 스스로 도려내는 여자아이가 어디있니!"


그때 순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분노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남자아이란 말이에요!"




7개월이 지나 그 병원에서 어머니가 끌어주는 휠채어를 탄 채 퇴원하게 된 나는 이제 다시는 절대로, 남자로 살아가겠노라 다짐하게 됐다.


16세에 맞이한 새롭게 맞이한 가을. 그때부터 내 정체성은 정해졌다.


나는 남자다.


그때 병원 정문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뚱뚱보 야곱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야곱이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녀(女)기사 - 존 하나비, 그 새 인생 (3/100회)

내 이름은 존 하나비. 왕가에 대한 가문의 반역죄로 인해 우리집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거세하라는 왕명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없는 나는 7세 때 거세를 당하고 말았다.(사실, 우리가문 남자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할아버지가 잘못한 것인데 그것이 우리 가문의 죄로 되어 피해를 입은 것 뿐이다.)

이후 나는 정체성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며, 남자에서 서서히 여자로 변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 몸에서 거세 후 여성호르몬의 과다분비 등의 이상증세를 겪었던 것 같다.

말했던 대로 펜싱을 좋아하던 소년에서 인형놀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러다가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끝내 야곱의 사랑 고백에 충격을 받아 야곱의 볼따귀를 한 대 후려치고 가슴을 도려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남자로 살아 가겠다'하고 굳게 결심했다. 퇴원을 하게 된 나는 양쪽 가슴에 흉칙한 상처를 안게 되었는데 이것은, 사실 내 마음속 아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남자다. 누가 뭐라해도 남자다. 더 이상 여자같은 삶은 살지 않겠다. 내 이름은 존 하나비. 남자 중의 남자, 사나이 중의 사나이가 될 것이다.


16세 여름, 다시 학교에 복학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이미 한 학년을 꿇게 되었다. 희안한 점은, 나에게 사랑 고백을 했을 뿐인 그 주근깨 금발 뚱뚱보 야곱 역시 마찬가지로 한 학년을 꿇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군사학교 답게 양 어깨에 빛나는 금뱃지가 돋보이는 블랙&화이트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교복의 내 교복바지에 양 손을 찔러 놓고 앉아서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렸다.


그리고 껌을 질겅 질겅 씹으며 보이쉬한 내 금발의 숏컷 헤어스타일과 잘 어울리도록 최대한 불량스럽게 보여 남자다움을 강조하고 있었다.

어디, 건들테면 건들어 봐! 하는 불량소년의 이미지였다.


나는 하급생들과 함께 한 교실을 쓴다는 것이 못 마땅했지만 할 수 없지, 하고 단념하고 있었다. 하급생 녀석들이 남녀불문하고 말을 걸어 올 때면 인상을 팍 구기며 말했다.


"꺼져 젖비린내 나는 애새끼야."


그러면 말을 걸어왔던 같은 반 하급생 녀석들은 화들짝 놀라며 저 친구들 무리로 후다닥 사라지곤 했다.

이런 내 자신에 스스로 만족하며 이 얼마나 남자다운가, 하고 흡족해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마지막 8교시인 [군법]만 남겨 두게 되었다.


군법이란, 군인이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형벌을 말하며, 이를 명시하고 학습하도록 하는 군사학교만의 특별 교과목이었다.


하지만, 나는 관심없었다. 왜냐하면 아버지 때문에 이 학교에 입학했으니까. 나는 전혀 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단 티끌도 없었다. 이 세상은 군인이 되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고 있다.


나는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서 빼서 책상 밑 보관함에 들어있던 두꺼운 군법 교과서를 들고 창 밖으로 획 하고 던져 버렸다. 아아, 이 얼마나 남자 다운가. 싫은 건 싫다, 하고 반항하는 것.


음.. 그런데 군법 선생님이 누군지 생각하니 도저히 교과서를 던져 버리면 곤란했다. 제길! 군법 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전설 '밀리터리맨'이었다. 나이 쉰 다섯 살에 엄청나게 엄하기로 소문 나 있고 그런 그 선생님에게 '군사학교 학생이 교과서를 놓고 다니는 것은 전쟁터에서 총을 두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로 개패듯이 줄빳다로 단 한명의 학생이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 전체가 똑같은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는 그 선생님이 하는 멘트가 '한 사람의 실수는 전쟁터에서 모두의 죽음을 불러 올 수 있다.'라는 말로 훈계를 끝내는 것이었다.


아아, 끔찍하다. 수업 시작 5분 전, 교과서는 저 창 밖 아래 굴러다닐 것이다. 도로 주워와야 한다!


나는 얼른 바지 주머니에서 두 손을 획 빼고 책상 위에 올려놨던 다리를 다시 지면에 착지시키고 클래스도어 밖으로 뛰쳐 나갔다. 제길! 만약 책이 없기라도 한다면 그냥 죽는 목숨이다!


후다다닥. 참고로 여기는 6층. 나는 계단을 전속력으로 내려갔다. 4층 때부터는 아예 14개는 되는 계단 갯수를 일일이 밟지 않고 위에서부터 바로 아래까지 그냥 뛰어내렸다. 점프하고 가볍게 착지, 한 후 또다시 점프하고 가볍게 착지. 나의 몸은 날렵했다. 여자라고 할 수 없는 이 운동신경은, 과연 내가 남자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 주는 듯 하다.


그때 마지막 1층 계단 밑으로 뛰어 내렸을 때 아뿔사! 왠 뚱뚱보 녀석과 착지하려는 순간에 꽝 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나는 부딪히고나서 곧바로 지면에 자세를 잡고 착지한 후 그 뚱뚱보 녀석에게 한 마디 쏘아 붙였다.


"이 돼지새끼야! 죽고 싶냐? 길 똑바로 보고 안 다닐래!?"


그랬더니 그 뚱뚱보 녀석이 대답했다.


"계단에서 그렇게 점프해서 뛰어내리는 녀석이 어디있냐?"


뭐, 뭐라구!? 이 학교에선 비록 한 학년 꿇었지만 그래도 최상급생 중 한 명인데. 만약 1, 2학년 하급생 녀석이기만 해 봐라. 나는 그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큰 키. 얼굴에 난 주근깨. 금발.


나는 놀라며 말했다.


"뭐야. 야곱, 너냐. 비켜!" 하고 나는 말한 후 야곱을 옆으로 툭 밀치고 학교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필이면 야곱 녀석과 또 부딪힐 게 뭐람. 밖으로 나간 나는 정신없이 학교건물 앞을 헤매고 다녔다. 어디야, 어디에 떨어진거야! 젠장!


아, 찾았다. 나는 학교정원 수풀 사이에 떨어져 있는 내 군법 교과서를 찾아내어 툭툭 털었다. 그리고 다시 교실로 막 돌아가려던 찰나, 아뿔사. 내 앞에 그가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밀리터리맨'. 훤칠한 키, 짧은 머리, 수염없이 반짝이는 깨끗한 얼굴, 장교복, 번쩍이는 구두, 그리고 가슴에 달려있는 금뱃지.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들.


그는 나를 위에서 밑으로 무섭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크, 큰일났다. 군법 교과서를 땅에 떨어뜨린 것을 들킨 것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잔뜩 쫄아서 팔로 얼굴을 가리고 뒤돌아 서서 덜덜 떨었다. 이런 망할!


그때 등뒤에서 그의 나직한 성대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비둘기 떼가 단체로 퍼덕이며 날아간다. 내 영혼도 날아 가 버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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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단편] 존의 Sea이야기 (상) marlbororain 2009.01.02 1488
66 Devourer - 26 '동토의 싸움' Ancient Secret 2009.01.01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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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시] 착각 KIRA 2008.12.27 1593
63 신 그리고 인간 프롤로그 김용식 2008.12.03 1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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