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존 하나비. 왕가에 대한 가문의 반역죄로 인해 우리집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거세하라는 왕명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없는 나는 7세 때 거세를 당하고 말았다.(사실, 우리가문 남자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할아버지가 잘못한 것인데 그것이 우리 가문의 죄로 되어 피해를 입은 것 뿐이다.)
이후 나는 정체성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며, 남자에서 서서히 여자로 변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 몸에서 거세 후 여성호르몬의 과다분비 등의 이상증세를 겪었던 것 같다.
말했던 대로 펜싱을 좋아하던 소년에서 인형놀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러다가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끝내 야곱의 사랑 고백에 충격을 받아 야곱의 볼따귀를 한 대 후려치고 가슴을 도려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남자로 살아 가겠다'하고 굳게 결심했다. 퇴원을 하게 된 나는 양쪽 가슴에 흉칙한 상처를 안게 되었는데 이것은, 사실 내 마음속 아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남자다. 누가 뭐라해도 남자다. 더 이상 여자같은 삶은 살지 않겠다. 내 이름은 존 하나비. 남자 중의 남자, 사나이 중의 사나이가 될 것이다.
16세 여름, 다시 학교에 복학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이미 한 학년을 꿇게 되었다. 희안한 점은, 나에게 사랑 고백을 했을 뿐인 그 주근깨 금발 뚱뚱보 야곱 역시 마찬가지로 한 학년을 꿇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군사학교 답게 양 어깨에 빛나는 금뱃지가 돋보이는 블랙&화이트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교복의 내 교복바지에 양 손을 찔러 놓고 앉아서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렸다.
그리고 껌을 질겅 질겅 씹으며 보이쉬한 내 금발의 숏컷 헤어스타일과 잘 어울리도록 최대한 불량스럽게 보여 남자다움을 강조하고 있었다.
어디, 건들테면 건들어 봐! 하는 불량소년의 이미지였다.
나는 하급생들과 함께 한 교실을 쓴다는 것이 못 마땅했지만 할 수 없지, 하고 단념하고 있었다. 하급생 녀석들이 남녀불문하고 말을 걸어 올 때면 인상을 팍 구기며 말했다.
"꺼져 젖비린내 나는 애새끼야."
그러면 말을 걸어왔던 같은 반 하급생 녀석들은 화들짝 놀라며 저 친구들 무리로 후다닥 사라지곤 했다.
이런 내 자신에 스스로 만족하며 이 얼마나 남자다운가, 하고 흡족해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마지막 8교시인 [군법]만 남겨 두게 되었다.
군법이란, 군인이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형벌을 말하며, 이를 명시하고 학습하도록 하는 군사학교만의 특별 교과목이었다.
하지만, 나는 관심없었다. 왜냐하면 아버지 때문에 이 학교에 입학했으니까. 나는 전혀 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단 티끌도 없었다. 이 세상은 군인이 되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고 있다.
나는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서 빼서 책상 밑 보관함에 들어있던 두꺼운 군법 교과서를 들고 창 밖으로 획 하고 던져 버렸다. 아아, 이 얼마나 남자 다운가. 싫은 건 싫다, 하고 반항하는 것.
음.. 그런데 군법 선생님이 누군지 생각하니 도저히 교과서를 던져 버리면 곤란했다. 제길! 군법 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전설 '밀리터리맨'이었다. 나이 쉰 다섯 살에 엄청나게 엄하기로 소문 나 있고 그런 그 선생님에게 '군사학교 학생이 교과서를 놓고 다니는 것은 전쟁터에서 총을 두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로 개패듯이 줄빳다로 단 한명의 학생이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 전체가 똑같은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는 그 선생님이 하는 멘트가 '한 사람의 실수는 전쟁터에서 모두의 죽음을 불러 올 수 있다.'라는 말로 훈계를 끝내는 것이었다.
아아, 끔찍하다. 수업 시작 5분 전, 교과서는 저 창 밖 아래 굴러다닐 것이다. 도로 주워와야 한다!
나는 얼른 바지 주머니에서 두 손을 획 빼고 책상 위에 올려놨던 다리를 다시 지면에 착지시키고 클래스도어 밖으로 뛰쳐 나갔다. 제길! 만약 책이 없기라도 한다면 그냥 죽는 목숨이다!
후다다닥. 참고로 여기는 6층. 나는 계단을 전속력으로 내려갔다. 4층 때부터는 아예 14개는 되는 계단 갯수를 일일이 밟지 않고 위에서부터 바로 아래까지 그냥 뛰어내렸다. 점프하고 가볍게 착지, 한 후 또다시 점프하고 가볍게 착지. 나의 몸은 날렵했다. 여자라고 할 수 없는 이 운동신경은, 과연 내가 남자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 주는 듯 하다.
그때 마지막 1층 계단 밑으로 뛰어 내렸을 때 아뿔사! 왠 뚱뚱보 녀석과 착지하려는 순간에 꽝 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나는 부딪히고나서 곧바로 지면에 자세를 잡고 착지한 후 그 뚱뚱보 녀석에게 한 마디 쏘아 붙였다.
"이 돼지새끼야! 죽고 싶냐? 길 똑바로 보고 안 다닐래!?"
그랬더니 그 뚱뚱보 녀석이 대답했다.
"계단에서 그렇게 점프해서 뛰어내리는 녀석이 어디있냐?"
뭐, 뭐라구!? 이 학교에선 비록 한 학년 꿇었지만 그래도 최상급생 중 한 명인데. 만약 1, 2학년 하급생 녀석이기만 해 봐라. 나는 그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큰 키. 얼굴에 난 주근깨. 금발.
나는 놀라며 말했다.
"뭐야. 야곱, 너냐. 비켜!" 하고 나는 말한 후 야곱을 옆으로 툭 밀치고 학교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필이면 야곱 녀석과 또 부딪힐 게 뭐람. 밖으로 나간 나는 정신없이 학교건물 앞을 헤매고 다녔다. 어디야, 어디에 떨어진거야! 젠장!
아, 찾았다. 나는 학교정원 수풀 사이에 떨어져 있는 내 군법 교과서를 찾아내어 툭툭 털었다. 그리고 다시 교실로 막 돌아가려던 찰나, 아뿔사. 내 앞에 그가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밀리터리맨'. 훤칠한 키, 짧은 머리, 수염없이 반짝이는 깨끗한 얼굴, 장교복, 번쩍이는 구두, 그리고 가슴에 달려있는 금뱃지.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들.
그는 나를 위에서 밑으로 무섭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크, 큰일났다. 군법 교과서를 땅에 떨어뜨린 것을 들킨 것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잔뜩 쫄아서 팔로 얼굴을 가리고 뒤돌아 서서 덜덜 떨었다. 이런 망할!
그때 등뒤에서 그의 나직한 성대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비둘기 떼가 단체로 퍼덕이며 날아간다. 내 영혼도 날아 가 버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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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女)기사 - 나의 소개 및 프롤로그 (1/100회) - 지난회
내 이름은 존. 성은 생략하고 그냥 대충 이름만으로 존이라 불러 주길 바란다.
나는 남자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린 시절 가문의 몰락으로 "반역죄를 저지른 그레이 집안의 남자를 모두 거세하라."는 왕의 명령으로 인해 할아버지가 지은 죄지 나는 아무런 죄가 없던 7살 나이에 그레이 집안의 남자라는 이유로만으로 거세를 당했다.
그것이 잘릴 때의 고통, 그리고 후에 있을 남자로서의 자존감이 사라질 때의 정신적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남자라면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충격과 공포라는 말은 그럴 때 써야 적합하다.
나는 생식기를 상실했으므로 반남반녀가 된 것이다. 이제 그레이 집안의 남자들은 종족보존 및 번식은 불가능하며, 나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7살에 거세를 당한 후 나에게는 믿기지 않는, 아니 믿고싶지 않은 신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가슴이 봉긋 해졌다.
아아아아아!!!
또한 코수염이 조금도 자라지 않았으며 목소리가 나릇해졌다.
중성적인 느낌이랄까. 굳이 따지면 여자 목소리에 더 가깝게 들린다.
점차 펜싱을 좋아하던 소년에서 인형놀이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안나의 옷을 사줬어요. 옷에 단추도 직접 바느질 해서 꼬매 주었구요.
머리를 양갈래로 빙글빙글 곱게 따고 안나를 끌어안고 어제 외출을 나갔답니다. 호호호.
안나는 7살 때 구입했던 순제 천으로 만들어진 고급인형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안나로 만들어 줄 거에요.
- 사나이 존이.
이것은 내가 12살 때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숙제로 쓴 일기 중 한 부분이다.
나는 이렇 듯 나 자신조차도 정체성에 가끔 혼란을 겪고 있다. 아마도, 몸에서 남성호르몬보다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더 왕성한 것 같다.
아아, 두통이...
친구와 싸움이 붙었을 때도 손가락을 더 잘 썼다. 11살 때 학교에서 이런 적이 있었다.
그 주근깨 금발의 뚱뚱보 야곱이 나를 놀렸다.
"거세! 거세! 젊어서 거세! 이 고자녀석아. 아랫도리는 어디에 두고 학교에 왔니?"
혈기왕성한 나는 당당하게 눈물을 흘렸다. 흑흑, 여자목소리로.
그리고 계속 놀려대고 즐거워하는 그 야곱에게 다가가서 손톱으로 획 할퀴어 주었다. 야곱은 빡돌아서 나의 볼에 싸대기를 후려쳤다. 나는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털썩 쓰러졌다. 치마가 더러워졌다. 아오! 열받아. 어제 산 드레스인데.
"이 남자새끼가!"
나는 억울했다. 계집애 같다고 놀리더니 때릴 때만 이렇게 남자취급을 받다니! 이런 것을 바로 성차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후 담임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고 우리 둘을 불렀고 야곱이 나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야곱이 말했다.
"미안해. 하프 존."
나는 순간 울컥 했지만 그냥 조용히 사과를 받아 들였다.
나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때부터 정체성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녀(女)기사 - 남자? 여자? 나의 정체성 (2/100회) - 지난회
내 이름은 존 하나비. 저번 회에의 마지막 줄에 나의 정체성을 고민한다고 했더란다. 그래, 나는 나의 그때부터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다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남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Penis가 잘리고 없어 생식능력이 없고, 목소리도 현재 15세 나이에 코수염이 자란 적이 한 번도 없다.(하지만 콧털은 자란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잘라주고는 있다.)
반대로 여자라고 하기에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고, 신분상 남자이며 보통 다른 여자애들보다 힘이 세다. 물론 아이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머리를 기른 것은 12살 때부터로, 12살 이전에는 보통 다른 남자애들처럼 숏컷으로 머리스타일을 유지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자르는 것이 귀찮았는지 12살 이후부터는 머리를 계속 길러, 장발이 되었다. 처음보는 사람들은 나를 겉보기에는 물론 여자라고 오해하곤 했다.
어느날 방과 후 저녁 학교 연병장(우리 학교에서는 운동장이라 하지 않고 연병장이라 부른다. 참고로 군사 중학교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졸업을 얼마 앞둔 16세 어느 여름날이었다. 중학교 시절 내내 나를 놀리고 따라다니던 그 주근깨 금발머리의 뚱뚱보 야곱하고 단둘이 연병장 쉼터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쯤 되니 우리 둘은 꽤 친해 져 있었다.
야곱이 한쪽 머릴 옆으로 스윽 쓸어넘긴 느끼한 머리를 하고서 말했다.
"있잖아, 존."
나는 대답했다.
"응."
야곱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나는 요즘 니가 여자로 보여."
헉. 미친놈. 나는 야곱의 죽빵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집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온 나는 그간 기르고 있던 내 금색의 장발머리를 집에서 부엌 가위로 내 방의 화장대 앞에 앉아 혼자 싹둑 싹둑 잘라 버렸다. 그리고 발로 화장대의 거울을 걷어 차서 깨뜨렸다.
이런 망할 야곱같으니! 그래, 결심했다. 지금부터 나는 110%의 남자로 살아가겠노라,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했다. 그래서 우선 입고있던 정장스타일의 원피스 치마 상의를 단추가 툭툭 끊어지도록 벗어 버리고 벽에 획 하고 던져 버렸다. 그리고나서 옷장을 열어 그 중 가장 보이쉬한 옷을 골라 입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튀어나온 가슴이었다. F컵은 되는데. 젠장! 가슴나온 남자가 어딨어!
나는 교과서에서 읽던 아마존의 여성들을 생각하며 사슴머리가 걸려있는 거실의 사슴머리 아래 걸려 놓여있는 단도를 가지고 내 가슴을 양손으로 위아래 아래로 있는 힘을 다해 써걱 도려냈다.
크아아아악!!!!!!!!!!!!!! 아프다!!!! 피가 나온다!!!!!!!! 입에도 온갖 욕이 튀어나오면 떨어져 나간 노란 지방덩어리 가슴들을 짓뭉개며 바닥에 쓰러져서 간질환자처럼 뒹굴러 댔다.
너무 너무 아프다. 죽을 만큼 아팠다. 그때 현관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헝가리 출신의 어여쁜 우리 어머니가 들어 오셨다. 아니, 지금은 어여쁘고 아름답건 간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칠 듯이 가슴이 아프다는 게 문제다.
헝가리 출신의 어여쁜 우리 어머니가 시장에 들려 사왔던 야채바구니를 떨어뜨리며 놀라 외치셨다.
"존!! 뭐하는 거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세상에!"
놀란 어머니는 나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고 현관문을 발로 걷어찬 후 병원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셨다. 나는 가슴을 팔로 막으며 고통과 싸우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깨어보니 병실이었고, 내 가슴에는 압박 붕대로 여러겹 휘감겨져 있었다. 으윽, 으으으으으으으으으.
내 입에서 신음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끄으으으으......"
그때 흰가운을 걸친 젊은 여자 의사가 들어왔다. 그러더니 대뜸 나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존! 미친거 아니니? 세상에 자기 가슴을 스스로 도려내는 여자아이가 어디있니!"
그때 순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분노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남자아이란 말이에요!"
7개월이 지나 그 병원에서 어머니가 끌어주는 휠채어를 탄 채 퇴원하게 된 나는 이제 다시는 절대로, 남자로 살아가겠노라 다짐하게 됐다.
16세에 맞이한 새롭게 맞이한 가을. 그때부터 내 정체성은 정해졌다.
나는 남자다.
그때 병원 정문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뚱뚱보 야곱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야곱이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이후 나는 정체성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으며, 남자에서 서서히 여자로 변해가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마도 내 몸에서 거세 후 여성호르몬의 과다분비 등의 이상증세를 겪었던 것 같다.
말했던 대로 펜싱을 좋아하던 소년에서 인형놀이를 더 좋아하게 되었으며, 그러다가 아이들의 놀림을 받고 끝내 야곱의 사랑 고백에 충격을 받아 야곱의 볼따귀를 한 대 후려치고 가슴을 도려내었다.
그때부터 나는 '남자로 살아 가겠다'하고 굳게 결심했다. 퇴원을 하게 된 나는 양쪽 가슴에 흉칙한 상처를 안게 되었는데 이것은, 사실 내 마음속 아픔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남자다. 누가 뭐라해도 남자다. 더 이상 여자같은 삶은 살지 않겠다. 내 이름은 존 하나비. 남자 중의 남자, 사나이 중의 사나이가 될 것이다.
16세 여름, 다시 학교에 복학하게 되었을 때 나는 이미 한 학년을 꿇게 되었다. 희안한 점은, 나에게 사랑 고백을 했을 뿐인 그 주근깨 금발 뚱뚱보 야곱 역시 마찬가지로 한 학년을 꿇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군사학교 답게 양 어깨에 빛나는 금뱃지가 돋보이는 블랙&화이트의 조화가 잘 어울리는 교복의 내 교복바지에 양 손을 찔러 놓고 앉아서 책상 위에 다리를 올렸다.
그리고 껌을 질겅 질겅 씹으며 보이쉬한 내 금발의 숏컷 헤어스타일과 잘 어울리도록 최대한 불량스럽게 보여 남자다움을 강조하고 있었다.
어디, 건들테면 건들어 봐! 하는 불량소년의 이미지였다.
나는 하급생들과 함께 한 교실을 쓴다는 것이 못 마땅했지만 할 수 없지, 하고 단념하고 있었다. 하급생 녀석들이 남녀불문하고 말을 걸어 올 때면 인상을 팍 구기며 말했다.
"꺼져 젖비린내 나는 애새끼야."
그러면 말을 걸어왔던 같은 반 하급생 녀석들은 화들짝 놀라며 저 친구들 무리로 후다닥 사라지곤 했다.
이런 내 자신에 스스로 만족하며 이 얼마나 남자다운가, 하고 흡족해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마지막 8교시인 [군법]만 남겨 두게 되었다.
군법이란, 군인이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지 않았을 때 받게 되는 형벌을 말하며, 이를 명시하고 학습하도록 하는 군사학교만의 특별 교과목이었다.
하지만, 나는 관심없었다. 왜냐하면 아버지 때문에 이 학교에 입학했으니까. 나는 전혀 군인이 되고 싶은 마음이 단 티끌도 없었다. 이 세상은 군인이 되는 것을 최고의 명예로 여기고 있다.
나는 오른손을 바지 주머니에서 빼서 책상 밑 보관함에 들어있던 두꺼운 군법 교과서를 들고 창 밖으로 획 하고 던져 버렸다. 아아, 이 얼마나 남자 다운가. 싫은 건 싫다, 하고 반항하는 것.
음.. 그런데 군법 선생님이 누군지 생각하니 도저히 교과서를 던져 버리면 곤란했다. 제길! 군법 선생님은 우리 학교의 전설 '밀리터리맨'이었다. 나이 쉰 다섯 살에 엄청나게 엄하기로 소문 나 있고 그런 그 선생님에게 '군사학교 학생이 교과서를 놓고 다니는 것은 전쟁터에서 총을 두고 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이유로 개패듯이 줄빳다로 단 한명의 학생이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 전체가 똑같은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는 그 선생님이 하는 멘트가 '한 사람의 실수는 전쟁터에서 모두의 죽음을 불러 올 수 있다.'라는 말로 훈계를 끝내는 것이었다.
아아, 끔찍하다. 수업 시작 5분 전, 교과서는 저 창 밖 아래 굴러다닐 것이다. 도로 주워와야 한다!
나는 얼른 바지 주머니에서 두 손을 획 빼고 책상 위에 올려놨던 다리를 다시 지면에 착지시키고 클래스도어 밖으로 뛰쳐 나갔다. 제길! 만약 책이 없기라도 한다면 그냥 죽는 목숨이다!
후다다닥. 참고로 여기는 6층. 나는 계단을 전속력으로 내려갔다. 4층 때부터는 아예 14개는 되는 계단 갯수를 일일이 밟지 않고 위에서부터 바로 아래까지 그냥 뛰어내렸다. 점프하고 가볍게 착지, 한 후 또다시 점프하고 가볍게 착지. 나의 몸은 날렵했다. 여자라고 할 수 없는 이 운동신경은, 과연 내가 남자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해 주는 듯 하다.
그때 마지막 1층 계단 밑으로 뛰어 내렸을 때 아뿔사! 왠 뚱뚱보 녀석과 착지하려는 순간에 꽝 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나는 부딪히고나서 곧바로 지면에 자세를 잡고 착지한 후 그 뚱뚱보 녀석에게 한 마디 쏘아 붙였다.
"이 돼지새끼야! 죽고 싶냐? 길 똑바로 보고 안 다닐래!?"
그랬더니 그 뚱뚱보 녀석이 대답했다.
"계단에서 그렇게 점프해서 뛰어내리는 녀석이 어디있냐?"
뭐, 뭐라구!? 이 학교에선 비록 한 학년 꿇었지만 그래도 최상급생 중 한 명인데. 만약 1, 2학년 하급생 녀석이기만 해 봐라. 나는 그 녀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큰 키. 얼굴에 난 주근깨. 금발.
나는 놀라며 말했다.
"뭐야. 야곱, 너냐. 비켜!" 하고 나는 말한 후 야곱을 옆으로 툭 밀치고 학교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하필이면 야곱 녀석과 또 부딪힐 게 뭐람. 밖으로 나간 나는 정신없이 학교건물 앞을 헤매고 다녔다. 어디야, 어디에 떨어진거야! 젠장!
아, 찾았다. 나는 학교정원 수풀 사이에 떨어져 있는 내 군법 교과서를 찾아내어 툭툭 털었다. 그리고 다시 교실로 막 돌아가려던 찰나, 아뿔사. 내 앞에 그가 서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밀리터리맨'. 훤칠한 키, 짧은 머리, 수염없이 반짝이는 깨끗한 얼굴, 장교복, 번쩍이는 구두, 그리고 가슴에 달려있는 금뱃지. 그를 상징하는 트레이드마크들.
그는 나를 위에서 밑으로 무섭게 내려다 보고 있었다. 이크, 큰일났다. 군법 교과서를 땅에 떨어뜨린 것을 들킨 것인가, 하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잔뜩 쫄아서 팔로 얼굴을 가리고 뒤돌아 서서 덜덜 떨었다. 이런 망할!
그때 등뒤에서 그의 나직한 성대 목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있던 비둘기 떼가 단체로 퍼덕이며 날아간다. 내 영혼도 날아 가 버릴 것 같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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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女)기사 - 나의 소개 및 프롤로그 (1/100회) - 지난회
내 이름은 존. 성은 생략하고 그냥 대충 이름만으로 존이라 불러 주길 바란다.
나는 남자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린 시절 가문의 몰락으로 "반역죄를 저지른 그레이 집안의 남자를 모두 거세하라."는 왕의 명령으로 인해 할아버지가 지은 죄지 나는 아무런 죄가 없던 7살 나이에 그레이 집안의 남자라는 이유로만으로 거세를 당했다.
그것이 잘릴 때의 고통, 그리고 후에 있을 남자로서의 자존감이 사라질 때의 정신적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남자라면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충격과 공포라는 말은 그럴 때 써야 적합하다.
나는 생식기를 상실했으므로 반남반녀가 된 것이다. 이제 그레이 집안의 남자들은 종족보존 및 번식은 불가능하며, 나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7살에 거세를 당한 후 나에게는 믿기지 않는, 아니 믿고싶지 않은 신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가슴이 봉긋 해졌다.
아아아아아!!!
또한 코수염이 조금도 자라지 않았으며 목소리가 나릇해졌다.
중성적인 느낌이랄까. 굳이 따지면 여자 목소리에 더 가깝게 들린다.
점차 펜싱을 좋아하던 소년에서 인형놀이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안나의 옷을 사줬어요. 옷에 단추도 직접 바느질 해서 꼬매 주었구요.
머리를 양갈래로 빙글빙글 곱게 따고 안나를 끌어안고 어제 외출을 나갔답니다. 호호호.
안나는 7살 때 구입했던 순제 천으로 만들어진 고급인형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안나로 만들어 줄 거에요.
- 사나이 존이.
이것은 내가 12살 때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숙제로 쓴 일기 중 한 부분이다.
나는 이렇 듯 나 자신조차도 정체성에 가끔 혼란을 겪고 있다. 아마도, 몸에서 남성호르몬보다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더 왕성한 것 같다.
아아, 두통이...
친구와 싸움이 붙었을 때도 손가락을 더 잘 썼다. 11살 때 학교에서 이런 적이 있었다.
그 주근깨 금발의 뚱뚱보 야곱이 나를 놀렸다.
"거세! 거세! 젊어서 거세! 이 고자녀석아. 아랫도리는 어디에 두고 학교에 왔니?"
혈기왕성한 나는 당당하게 눈물을 흘렸다. 흑흑, 여자목소리로.
그리고 계속 놀려대고 즐거워하는 그 야곱에게 다가가서 손톱으로 획 할퀴어 주었다. 야곱은 빡돌아서 나의 볼에 싸대기를 후려쳤다. 나는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털썩 쓰러졌다. 치마가 더러워졌다. 아오! 열받아. 어제 산 드레스인데.
"이 남자새끼가!"
나는 억울했다. 계집애 같다고 놀리더니 때릴 때만 이렇게 남자취급을 받다니! 이런 것을 바로 성차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후 담임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고 우리 둘을 불렀고 야곱이 나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야곱이 말했다.
"미안해. 하프 존."
나는 순간 울컥 했지만 그냥 조용히 사과를 받아 들였다.
나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때부터 정체성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녀(女)기사 - 남자? 여자? 나의 정체성 (2/100회) - 지난회
내 이름은 존 하나비. 저번 회에의 마지막 줄에 나의 정체성을 고민한다고 했더란다. 그래, 나는 나의 그때부터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다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남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Penis가 잘리고 없어 생식능력이 없고, 목소리도 현재 15세 나이에 코수염이 자란 적이 한 번도 없다.(하지만 콧털은 자란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잘라주고는 있다.)
반대로 여자라고 하기에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고, 신분상 남자이며 보통 다른 여자애들보다 힘이 세다. 물론 아이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머리를 기른 것은 12살 때부터로, 12살 이전에는 보통 다른 남자애들처럼 숏컷으로 머리스타일을 유지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자르는 것이 귀찮았는지 12살 이후부터는 머리를 계속 길러, 장발이 되었다. 처음보는 사람들은 나를 겉보기에는 물론 여자라고 오해하곤 했다.
어느날 방과 후 저녁 학교 연병장(우리 학교에서는 운동장이라 하지 않고 연병장이라 부른다. 참고로 군사 중학교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졸업을 얼마 앞둔 16세 어느 여름날이었다. 중학교 시절 내내 나를 놀리고 따라다니던 그 주근깨 금발머리의 뚱뚱보 야곱하고 단둘이 연병장 쉼터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쯤 되니 우리 둘은 꽤 친해 져 있었다.
야곱이 한쪽 머릴 옆으로 스윽 쓸어넘긴 느끼한 머리를 하고서 말했다.
"있잖아, 존."
나는 대답했다.
"응."
야곱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나는 요즘 니가 여자로 보여."
헉. 미친놈. 나는 야곱의 죽빵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집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온 나는 그간 기르고 있던 내 금색의 장발머리를 집에서 부엌 가위로 내 방의 화장대 앞에 앉아 혼자 싹둑 싹둑 잘라 버렸다. 그리고 발로 화장대의 거울을 걷어 차서 깨뜨렸다.
이런 망할 야곱같으니! 그래, 결심했다. 지금부터 나는 110%의 남자로 살아가겠노라,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했다. 그래서 우선 입고있던 정장스타일의 원피스 치마 상의를 단추가 툭툭 끊어지도록 벗어 버리고 벽에 획 하고 던져 버렸다. 그리고나서 옷장을 열어 그 중 가장 보이쉬한 옷을 골라 입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튀어나온 가슴이었다. F컵은 되는데. 젠장! 가슴나온 남자가 어딨어!
나는 교과서에서 읽던 아마존의 여성들을 생각하며 사슴머리가 걸려있는 거실의 사슴머리 아래 걸려 놓여있는 단도를 가지고 내 가슴을 양손으로 위아래 아래로 있는 힘을 다해 써걱 도려냈다.
크아아아악!!!!!!!!!!!!!! 아프다!!!! 피가 나온다!!!!!!!! 입에도 온갖 욕이 튀어나오면 떨어져 나간 노란 지방덩어리 가슴들을 짓뭉개며 바닥에 쓰러져서 간질환자처럼 뒹굴러 댔다.
너무 너무 아프다. 죽을 만큼 아팠다. 그때 현관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헝가리 출신의 어여쁜 우리 어머니가 들어 오셨다. 아니, 지금은 어여쁘고 아름답건 간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칠 듯이 가슴이 아프다는 게 문제다.
헝가리 출신의 어여쁜 우리 어머니가 시장에 들려 사왔던 야채바구니를 떨어뜨리며 놀라 외치셨다.
"존!! 뭐하는 거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세상에!"
놀란 어머니는 나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고 현관문을 발로 걷어찬 후 병원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셨다. 나는 가슴을 팔로 막으며 고통과 싸우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깨어보니 병실이었고, 내 가슴에는 압박 붕대로 여러겹 휘감겨져 있었다. 으윽, 으으으으으으으으으.
내 입에서 신음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끄으으으으......"
그때 흰가운을 걸친 젊은 여자 의사가 들어왔다. 그러더니 대뜸 나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존! 미친거 아니니? 세상에 자기 가슴을 스스로 도려내는 여자아이가 어디있니!"
그때 순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분노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남자아이란 말이에요!"
7개월이 지나 그 병원에서 어머니가 끌어주는 휠채어를 탄 채 퇴원하게 된 나는 이제 다시는 절대로, 남자로 살아가겠노라 다짐하게 됐다.
16세에 맞이한 새롭게 맞이한 가을. 그때부터 내 정체성은 정해졌다.
나는 남자다.
그때 병원 정문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뚱뚱보 야곱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야곱이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