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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존 하나비. 저번 회에의 마지막 줄에 나의 정체성을 고민한다고 했더란다. 그래, 나는 나의 그때부터 나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다운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과연 나는 남자일까, 여자일까. 남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에 Penis가 잘리고 없어 생식능력이 없고, 목소리도 현재 15세 나이에 코수염이 자란 적이 한 번도 없다.(하지만 콧털은 자란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잘라주고는 있다.)


반대로 여자라고 하기에는 원래 남자로 태어났고, 신분상 남자이며 보통 다른 여자애들보다 힘이 세다. 물론 아이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머리를 기른 것은 12살 때부터로, 12살 이전에는 보통 다른 남자애들처럼 숏컷으로 머리스타일을 유지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자르는 것이 귀찮았는지 12살 이후부터는 머리를 계속 길러, 장발이 되었다. 처음보는 사람들은 나를 겉보기에는 물론 여자라고 오해하곤 했다.


어느날 방과 후 저녁 학교 연병장(우리 학교에서는 운동장이라 하지 않고 연병장이라 부른다. 참고로 군사 중학교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졸업을 얼마 앞둔 16세 어느 여름날이었다. 중학교 시절 내내 나를 놀리고 따라다니던 그 주근깨 금발머리의 뚱뚱보 야곱하고 단둘이 연병장 쉼터의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그때 쯤 되니 우리 둘은 꽤 친해 져 있었다.


야곱이 한쪽 머릴 옆으로 스윽 쓸어넘긴 느끼한 머리를 하고서 말했다.


"있잖아, 존."


나는 대답했다.


"응."


야곱은 나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말했다.


"나는 요즘 니가 여자로 보여."


헉. 미친놈. 나는 야곱의 죽빵을 주먹으로 후려치고 집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 온 나는 그간 기르고 있던 내 금색의 장발머리를 집에서 부엌 가위로 내 방의 화장대 앞에 앉아 혼자 싹둑 싹둑 잘라 버렸다. 그리고 발로 화장대의 거울을 걷어 차서 깨뜨렸다.


이런 망할 야곱같으니! 그래, 결심했다. 지금부터 나는 110%의 남자로 살아가겠노라, 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결심했다. 그래서 우선 입고있던 정장스타일의 원피스 치마 상의를 단추가 툭툭 끊어지도록 벗어 버리고 벽에 획 하고 던져 버렸다. 그리고나서 옷장을 열어 그 중 가장 보이쉬한 옷을 골라 입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튀어나온 가슴이었다. F컵은 되는데. 젠장! 가슴나온 남자가 어딨어!


나는 교과서에서 읽던 아마존의 여성들을 생각하며 사슴머리가 걸려있는 거실의 사슴머리 아래 걸려 놓여있는 단도를 가지고 내 가슴을 양손으로 위아래 아래로 있는 힘을 다해 써걱 도려냈다.


크아아아악!!!!!!!!!!!!!! 아프다!!!! 피가 나온다!!!!!!!! 입에도 온갖 욕이 튀어나오면 떨어져 나간 노란 지방덩어리 가슴들을 짓뭉개며 바닥에 쓰러져서 간질환자처럼 뒹굴러 댔다.


너무 너무 아프다. 죽을 만큼 아팠다. 그때 현관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헝가리 출신의 어여쁜 우리 어머니가 들어 오셨다. 아니, 지금은 어여쁘고 아름답건 간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미칠 듯이 가슴이 아프다는 게 문제다.


헝가리 출신의 어여쁜 우리 어머니가 시장에 들려 사왔던 야채바구니를 떨어뜨리며 놀라 외치셨다.


"존!! 뭐하는 거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세상에!"


놀란 어머니는 나를 양손으로 번쩍 들어 올리고 현관문을 발로 걷어찬 후 병원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셨다. 나는 가슴을 팔로 막으며 고통과 싸우다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깨어보니 병실이었고, 내 가슴에는 압박 붕대로 여러겹 휘감겨져 있었다. 으윽, 으으으으으으으으으.


내 입에서 신음이 저절로 흘러 나왔다.


"끄으으으으......"


그때 흰가운을 걸친 젊은 여자 의사가 들어왔다. 그러더니 대뜸 나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존! 미친거 아니니? 세상에 자기 가슴을 스스로 도려내는 여자아이가 어디있니!"


그때 순간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분노하며 큰 소리로 말했다.


"저는 남자아이란 말이에요!"




7개월이 지나 그 병원에서 어머니가 끌어주는 휠채어를 탄 채 퇴원하게 된 나는 이제 다시는 절대로, 남자로 살아가겠노라 다짐하게 됐다.


16세에 맞이한 새롭게 맞이한 가을. 그때부터 내 정체성은 정해졌다.


나는 남자다.


그때 병원 정문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 뚱뚱보 야곱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야곱이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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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女)기사 - 나의 소개 및 프롤로그 (1/100회) -지난회



내 이름은 존. 성은 생략하고 그냥 대충 이름만으로 존이라 불러 주길 바란다.

나는 남자로 태어났다. 그러나, 어린 시절 가문의 몰락으로 "반역죄를 저지른 그레이 집안의 남자를 모두 거세하라."는 왕의 명령으로 인해 할아버지가 지은 죄지 나는 아무런 죄가 없던 7살 나이에 그레이 집안의 남자라는 이유로만으로 거세를 당했다.

그것이 잘릴 때의 고통, 그리고 후에 있을 남자로서의 자존감이 사라질 때의 정신적 고통은 말하지 않아도 남자라면 다 알 것이라 생각한다. 충격과 공포라는 말은 그럴 때 써야 적합하다.

나는 생식기를 상실했으므로 반남반녀가 된 것이다. 이제 그레이 집안의 남자들은 종족보존 및 번식은 불가능하며, 나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7살에 거세를 당한 후 나에게는 믿기지 않는, 아니 믿고싶지 않은 신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가슴이 봉긋 해졌다.


아아아아아!!!



또한 코수염이 조금도 자라지 않았으며 목소리가 나릇해졌다.

중성적인 느낌이랄까. 굳이 따지면 여자 목소리에 더 가깝게 들린다.


점차 펜싱을 좋아하던 소년에서 인형놀이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안나의 옷을 사줬어요. 옷에 단추도 직접 바느질 해서 꼬매 주었구요.

머리를 양갈래로 빙글빙글 곱게 따고 안나를 끌어안고 어제 외출을 나갔답니다. 호호호.

안나는 7살 때 구입했던 순제 천으로 만들어진 고급인형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안나로 만들어 줄 거에요.


- 사나이 존이.



이것은 내가 12살 때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숙제로 쓴 일기 중 한 부분이다.


나는 이렇 듯 나 자신조차도 정체성에 가끔 혼란을 겪고 있다. 아마도, 몸에서 남성호르몬보다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더 왕성한 것 같다.


아아, 두통이...


친구와 싸움이 붙었을 때도 손가락을 더 잘 썼다. 11살 때 학교에서 이런 적이 있었다.


그 주근깨 금발의 뚱뚱보 야곱이 나를 놀렸다.


"거세! 거세! 젊어서 거세! 이 고자녀석아. 아랫도리는 어디에 두고 학교에 왔니?"


혈기왕성한 나는 당당하게 눈물을 흘렸다. 흑흑, 여자목소리로.

그리고 계속 놀려대고 즐거워하는 그 야곱에게 다가가서 손톱으로 획 할퀴어 주었다. 야곱은 빡돌아서 나의 볼에 싸대기를 후려쳤다. 나는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털썩 쓰러졌다. 치마가 더러워졌다. 아오! 열받아. 어제 산 드레스인데.


"이 남자새끼가!"


나는 억울했다. 계집애 같다고 놀리더니 때릴 때만 이렇게 남자취급을 받다니! 이런 것을 바로 성차별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후 담임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고 우리 둘을 불렀고 야곱이 나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야곱이 말했다.


"미안해. 하프 존."


나는 순간 울컥 했지만 그냥 조용히 사과를 받아 들였다.


나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그때부터 정체성에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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