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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9 18:01

몽몽(朦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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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눈을 떠보니 G900수류탄 2개를 차고 헬멧과 적외선 투시경을 쓰고 P90소총을 들고 M69 방탄조끼를 입고 '동료'와 작전을 상의하는 내가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은 어느 학교의 체육 강당이었다. 이곳에 온 적은 처음이지만, 왠지 강당 같았다. 그리고 어느 학교 같았다.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고 있자 '동료'가 뭘 그렇게 보냐며 집게손가락을 세워 내 가슴을 찔렀다. 그냥이라고 적당히 둘러 넘겼다. 이제 이곳은 좀비들뿐이야. 생존자는 없어. '동료'는 보온병처럼 생긴 무엇을 만지작거렸다. 폭탄은 다 설치했어? 물론. 물론 설치한 기억 따위는 없다. 왜 나에게 그런 걸 묻는 거지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대답해버렸다. 뭐 상관없다. 설치는 돼있을 것이다. 좋아, 내가 좀비들을 유인해 오겠어. '동료'가 보온병을 흔들며 체육관 밖으로 나갔다. 나는 혼자 남겨졌다. '동료'는 어떻게 하라는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가버렸다. 하지만 나는 체육관 벽으로 가, 15m높이에 있는 조명 철골 위로 올라갔다. 체육관 가운데 조명 위에 엎드려 자리를 잡고 가만히 '동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다 문득 내가 '동료'가 만지고 있던 보온병 같은 것을 왼손에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 '동료'가 들고 간 것은? 의미 없이 시선을 옮기다 체육관 바닥에 놓여진 P90소총과 G900수류탄을 보았다. 어? 체육관 문이 열리고 좀비들이 들어왔다.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시각을 잃은 몸짓으로 이리저리 비틀거리면서도 서서히 그리고 가득히 강당을 채워나갔다. '동료'는 어디 있을까? 난 '동료'를 찾았다. 그 때 강당의 문이 닫혔다.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손에 땀이 고이기 시작했다. '이제 이곳은 좀비들뿐이야. 생존자는 없어' '동료'의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좀비가 문을 열고 닫을 수 있을까. 방탄복을 입고 있는 좀비가 천천히 강당의 가운데 조명 아래로 걸어왔다. 좀비의 손에는 뚜껑이 열린 보온병이 들려있었다. 눈을 땔 수 없었다. 몸이 으슬으슬 떨려왔다. '동료'의 남은 한 쪽 눈이 날 바라보았다. 온 몸의 털이 솟았다. 오싹했다. 심장이 고막에 달린 듯 쿵쿵 거리는 소리만이 남았다. 침착하자. 좀비는 이 곳에 올 수 없다. 그저 아래에서 아무렇게나 배회할 뿐이다. '동료'가 솟구쳐 올랐다. '동료'의 얼굴이 바로 앞에 보였다. 무섭다! 이리저리 입으로 뜯긴 얼굴은 이미 형체를 무섭다!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섭다! 그의 눈이 나를 떠나지 않는다. 씹힐 것이다. 내 몸 어디의 살점이 떨어져나가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수 초간 몸부림치다 죽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좀비가 될 것이다. 두려움에 눈을 꼭 감았다. 이제는 내 심장이 뛰는 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크게 들리던 심장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나도 머리가 뜯길까? 팔이 뜯길까? 옆구리가 뜯길까? 어느 곳이 가장 아프지 않을까? 뜯겨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아, 두렵다. 무섭다.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물리지 않았다.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조심스레 눈을 떴다.

강당을 가득 메운 좀비들이 모두 솟아올라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눈으로.



***

깜박.
내 가슴 위에 자고 있던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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