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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거야?"




심상민이 밥을 다 먹고 정철진에게 물어보았다. 박보람은 방구석에 찌그러져 있던 연을 발견하고 어릴 적 생각이 났다면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아담한 집이었다. 마당은 책장 하나 놓으면 끝날 것 같이 작았다. 하지만 내부는 그 만큼 증축공사라도 한 것인지 확실히 넓었다. 거실에는 대형 소파 둘과 직사각형의 탁자가 있었고, 그 앞으로 텔레비전이 위치해 있었다. 거실에서 축구를 했었는지 의자 밑에서 흙이 전혀 묻지 않은 축구공이 나왔다. 운동장만큼은 되지 않겠지만, 한 사람과 한 사람의 경기라면 운동장의 12배 축소해서 써야 할 태니까 딱 맞을 정도의 공간이 나왔다.




방은 모두 합치면 교실 둘 정도 되는 크기가 될 것 같았다. 방은 총 세 개였는데, 가구를 전부 들여놓고 남는 부분이 너무 많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각 방마다 빈 공백이 너무 많아서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침대는 항상 구석에 틀어박혀서 중간부분이 텅 비어있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았지만, 생활하는 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냉장고는 아직 사용 중이었다. 자가 발전기가 있는 것 같았다. 심상민은 혹시, 라는 생각에 TV의 전원버튼을 눌러보았으나 며칠 전에 보았던 그 동영상이 계속되었다. 소름끼치는 비명소리는 전원을 꺼도 소리만 꺼질 뿐 화면에 잔상이라도 붙었는지 영상만은 계속되었다.




그래도 불이 켜진다는 것은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밤새 켜놓고 싶었지만 만일 그랬다가는 내일이 걱정되기에, 적당히 켜두고 잘 생각으로 이미 전등은 꺼둔 상태였다.




"오늘은 이 집에서 대기. 밤의 학교는 지형이 너무 나빠. 학교 내부의 지리도 모르는데 가서 뭘 할 수 있겠어. 만일 공격해온다면 학교로 도망치는 편이 좋겠지만."




"왜?"




심상민이 소파에 누워서 억지로 TV로부터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이미 쫓아오기 시작했다면 미친 듯이 달릴 뿐이야 그 자식한테 도망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니까, 빨리 끝내고 빨리 튀지 않으면 뼈도 못 추릴 거라고. 뭐, 있기 힘든 일은 집어치우고. 도서실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




"글쎄. 가보지 않아서."




"그래보였어. 그렇지 않으면 혼자 했겠지. 어쨌든, 그렇다면 숨바꼭질에는 가장 좋은 공간이지. 체력만 좀 된……."




정철진은 거기에서 말을 멈추었다. 심상민과 정철진은, 지금 처음으로 박보람을 걸림돌처럼 느꼈다. 그렇다고 여기에 두고 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머리가 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둘 다 약간만 뛰어도 숨이 턱까지 차서 헉헉거리던 박보람을 생각했다.




"어쨌든, 내일 중으로 끝이 나겠네?"




심상민이 억지로 화제를 돌리면서 말했다. 교복 위 주머니에 넣었던 담뱃갑이 떨어졌다.




"거의 분명하게. 대가는 확실히 받을 거다."




심상민이 담배를 권했지만 정철진은 고개를 흔들었다.




맑은 소리를 내면서 라이터의 뚜껑이 열리고, 버튼을 누르자 불이 나와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매캐하고 유해한, 하지만 나이 이외에는 전혀 금제가 없는 마약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그럼 말해봐. 그건 확실히 너였지?"




끝이 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배를 잠시 입에서 뗀 심상민은 마치 담배의 끝이 다이오드처럼 빨갛다고 생각했다.




"그래. 하지만 김은영의 집에서 보았던 것은 다 말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아, 들었지."




심상민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담배연기로 도너츠를 만들어서 이미 꺼진 전등 쪽으로 날려 보냈다. 아까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도너츠는 보통 연기처럼 풀어지고 말았다. 심상민은 살짝 미간을 찡그리다가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이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녀석은 '너였던 것'이잖아. 지금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는 너라도 저렇게 변할 가능성은 있다는 거지."




"예리한걸."




정철진이 피킹툴과 록픽을 살피면서 말했다. 아마 학교에 가면 시도 때도 없이 써야 할 물건이기 때문에 신중하고 꼼꼼히 점검하고 있었다. 탁자에는 서양요리의 정찬을 먹는 데에 필요한 공간만큼 잡다한 연장들이 음식을 대신하고 있었다.




"해명은?"




심상민이 담배연기를 길게 뿜어내면서 말했다. 얼마나 빨리 피우는지 벌써 한 개비가 나무로 된 바닥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말리겠지만, 어차피 자신들의 소유가 아니고, 이 세계도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소중하게 여길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둘 모두에게 들었기 때문에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안 해. 그냥 믿을 수는 없냐."




"그건 좀 곤란해. 지금 상태의 네가 죽이지 않아다는 건 믿지만, 저 상태의 네가 죽이지 않았다는 것은……."




[타-앙]




그 때, 조용하고 어두운 거실을 한 총성이 꿰뚫었다.




"벌써 고친건가?"




정철진이 벌떡 일어나 총성이 들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리고 입술을 강하게 깨물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정철진의 절망감은 심상민이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심상민."




"엉?"




심상민이 담배연기로 도너츠를 만들어 천장에 띄워 보내면서 말했다. 하지만 역시, 천장에 닿았다고 생각할 때 도너츠는 풀어져버렸다. 천장에 닿았다면 도너츠는 둥글게 퍼지므로,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것은 풀어져서 날아간 것이다.




"지금 박보람을 옥상에서 데려와줘."




"왜?"




"질문은 박보람을 데려온 뒤에. 빨리. 뛰어!"




정철진은 단검의 묶음을 양 허리에 차고 공구주머니를 정리하며 말했다. 심상민은 머뭇거리면서도 손전등을 들고 계단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정철진은 빠른 손놀림으로 헝겊주머니를 정리하고 양 손에 단도를 들었다.




가, 오른쪽을 놓쳤다.




정철진은 그 녀석이 있다는 것만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직감, 보다 강렬한 몸의 떨림. 그 녀석이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 온 몸의 털이 곤두서고, 맥박이 빨라졌다. 흡사 담배를 피우는 학생이 소리 없이 등 뒤까지 도달한 학생주임을 알아보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어떤 논리적 결과가 있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시각도, 청각도, 후각도 모두 무시하고, 아마 필시 직감도 무시한 방어본능의 작용일 것이다.




정철진은 오른손에 들었던 단도를 입에 물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세 개의 단검을 오른손에 쥐었다. 혹시라도 정면으로 온다면, 이 탄환들로 저지할 수 있게. 덜덜 떨리는 오른손이 아닌, 왼손에 곧바로 쥘 수 있도록.




정철진은 생각했다. 그 녀석은 분명 재가 되었을 것이라고.




그 말은 다른 녀석이 있다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정철진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즉, 정철진이 제대로 느꼈다는 가정 하에, 밖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는 적은 분명 녀석임이 틀림없었다. 즉, 녀석은 살아있었다. 어떤 이유로 인해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정철진은 온 몸을 단검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참아내고 왼쪽 팔 만을 변혁시킬 수 있었다. 만일 이 변혁을 다른 부분으로 옮기거나 몸 전체에 적용시키려면 5초가 걸려 원 상태로 돌아간 뒤 다시 변혁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며칠 동안 뇌파가 꼬여서 움직이지 못할 뿐더러, 몇 시간동안 기억이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쨍그랑]




유리가 깨지는 소리는 위쪽에서 들려왔다. 확실히, 옥상 층에 유리창이 있었다.




경솔했다. 적을 노릴 때에는 쉬운 곳부터, 최대한 악랄하게 약점을 노려야 한다. 정철진은 썩어도 준치. 혼자라면 분명 몸을 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일행은 보통 사람이라도 칼을 들고 있는 상대와 대치한다면 도망치기 힘들 것이다.




"새끼가!"




정철진이 뛰어올라가기 전에, 박보람이 계단을 내려오고 위쪽에서 심상민의 욕이 들려왔다. 정철진은 떨리는 오른손에 잡혀있는 단검을 최대한 꽉 부여잡고 위쪽으로 향했다.




"학교로 들어가!"




정철진은 뛰면서 뒤를 돌아보다가 지시를 기다렸던 박보람에게 소리쳤다. 그 말을 들은 박보람은 인상을 찡그리고 싸우겠다는 의사를 표했지만 정철진은 곧 따라간다고 답하는 것으로 박보람을 떼어놓았다.




곧이어 비명이 들렸다. 볼 것도 없이 심상민의 것이다. 저 괴물의 경우 아무리 다친다고 해도 고통이 느껴질 리 없었다. 감각신경을 모두 끊고 운동신경으로 바꿨다. 자극을 수용하고 싶어도 수용할 기관이 없었다.




정철진은 뒤로 굴러서 계단을 내려오는 심상민을 왼손만으로 일으켜 세우고 학교로 달리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오른손으로는 녀석의 내려찍는 단도를 막아내고 있었다.




불가능하다.




길어야 1분. 짧으면 20초. 이쪽은 주력이지만 왼손뿐이고, 저쪽은 양손 모두를 쓸 수 있다. 서로의 완력도 확연히 차이가 나서, 어중간하게 변혁이 된 정철진보다 저쪽은 수십 배나 견고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쌓은 모래성과 중세시대의 농노들이 세운 성을 비교하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턱걸이로 변혁시킨 정철진과는 격이 틀렸다.




적은 쉴 새 없이 몰아쳐왔다. 하나로 둘을 막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힘들지만, 저쪽은 지리적 이점까지 있었다. 위쪽에서 싸우는 쪽은 공격하는 데에 분명히 유리하다. 실리는 무게가 다르다. 중력가속도 9.8km/h. 미묘한 차이라도 아래쪽에서는 그 중력가속도를 이미 받고 있는 상태에서 공격하므로 속도에서 9.8km/h만큼 손해를 받고 시작하고, 위쪽에서는 중력을 이용하며 공격해서 9.8km/h만큼 이익을 받으며 시작한다.




승산은 소수점 이하 몇 자리. 아니, 그것도 꽤 심한 비약이다. 그런 수치는 이미 음수개념으로 떨어졌다. 정철진은 있는 힘껏 달아나자고 결심했다.




부들거리며 흔들리는 오른손에 꽉 쥔 단검 중 하나를 어떻게든 초 근거리에서 투척하고, 머리를 꺾어 피하는 적에게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적을 확실히 직시하며 찌르는 자세를 포착하고, 찔릴 위치와 방향전환까지 고려해서 왼팔을 들어 몸의 왼쪽으로 적의 오른팔이 지나가도록 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 왼팔을 회수하지 않고 곧바로 공격해오는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에 사용했다. 적의 왼팔은 확실히 저지되어, 정철진의 오른쪽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이 시점에서, 정철진은 적의 품에 들어가 등을 적의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거기에 적은 무게중심을 과도하게 실은 탓에 정철진의 쪽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양 손은 잡기에 딱 알맞은 위치에 있었고, 디딤발도 완전. 정철진은 적의 오른팔을 양 손으로 잡고 앞뒤를 살피지 않고 굴렀다.




한 순간, 정철진의 오른팔에서 뭔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통증이 직격하기 직전, 정철진은 억지로 뇌에서 배타 엔돌핀과 엑스터시를 과도하게 분비시켰다. 그것으로 충격과 고통을 어떻게든 무시한 정철진은 깔고 있는 녀석이 일어나기 전에 벽을 박차고 일어나 기어가듯이 뛰어서 집을 빠져나왔다.




그 때 트랜스시버가 울렸다.




[선배?]




"살아……. 있어."




정철진은 턱까지 찬 숨으로 말했다.




[정문을 통과하고 정면에 보이는 교사에 양호실이 있어요. 1층에서 유일하게 창문이 열려 있으니까 확인하고 오세요!]




"알았다. 큭-! 창문으로 들어가면 녀석에게 들킬 테니 빙 돌아서 문으로 간다. 문을 열어둬."




정철진은 미친 듯이 달렸다. 몇 년 전 자신이 괴물이 된 곳을 벗어날 때보다 빨리. 일생을 통틀어서 가장 빠르게. 세계기록정도는 완전히 깨부수겠다는 각오를 가진 육상선수처럼.









해가 떨어지고, 완전히 어두워졌다. 가로등도 사라진 밤은 눈에 찰흙을 두르고 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어두웠다. 달은 구름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는 경찰서의 유리문을 깨부수고 얻어낸 군용 라이트 스틱(꺾으면 발광물질이 자극되어서 빛이 나는 구조로 된 막대기.)과 문방구에서 흔히 파는 손전등. 이동규는 이 열악한 물건들로 학교를 뒤지고 있었다.




"어이, 이상한 것 들고 다니지 말고 그냥 자."




구본석은 간간히 핀잔을 주고 다녔고, 재미있어 보이는 것에는 동참했지만(사실, 시간이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작 핵심적인 부분은 알려주지 않았다. 어째서, 라고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다 같은 고통을 공유하고 있었다. 시간 죽이기로 보일 정도의 일은 도와줄 수 있지만, 자신들의 상처가 공개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이동규는 다시 학생부를 뒤지고 있었다.




반 하나를 통째로 학생부로 만들어 한 쪽에는 캐비넛을 만들어 두고, 한쪽 벽면에는 생활기록부로 꽉 채워놓고 있었다. 그 벽과 벽 사이에 대략 20개의 사무용 책상이 줄을 지어있었다. 그 뿐이 아니라 선생들마다 캐비넛 이외에도 서랍을 하나씩 주고 있었다. 사무용 책상 하나에 서랍은 대략 4개. 그 중 하나는 열쇠가 필요하므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사무용 책상만 해도 약 60개의 서랍을 뒤져야 했다.
그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학생부가 둘이라는 것이다.




구조는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한 쪽에는 대형 화이트보드와 칠판이 있었고, 화초와 꽃병이 좀 더 많았고, 채광이 창 두 개 정도 더 좋았으며, 교사현황이 걸려있어서 교사들의 사무 상태와 실적을 알아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곳은 열리지 않았다.




수위실에 전기톱이 있었다. 연료는 거의 채워져 있어서 땅에 내려놓고 발로 밟아 고정시킨 후에 줄을 힘껏 당기기를 대략 40분. 힘차게 돌아가는 전기톱을 보기는 그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다. 쇠사슬도 끊어져 있었고, 문에 분명히 흠집도 있었다. 거기에 문고리까지 돌아갔다.




하지만 열리지 않았다. 김양지가 수위실을 연 것처럼 소화기를 힘껏 내리쳤지만 그저 덜컹거리는 소리만 났다. 몇 번을 반복하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소화기에서 도리어 백색의 소화제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그 문은 한 번만 고개를 돌렸다가 다시 바라보면 멀쩡한 상태가 되어서 이동규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마치 유령이라도 있는 것처럼, 한 순간에 문은 멀쩡해져서 시끄럽게 공회전하는 전기톱을 무안하게 하고 있었다. 이동규는 그래서 그 학생부를 포기하고 이쪽 학생부를 면밀히 조사해보기로 했다. 분명 숨기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숨기고 싶은 것은 저곳에 있고, 그것은 이 핵심의 본질에 가까운 것이니까 숨기는 것이라고 하면, 지금 이동규가 하는 짓은 쓸모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이동규는 일기를 찾고 있었다. 이동규가 찾았던 방법에 대해 모두 설명했으니, 학교의 특이한 교풍에 대해 더 설명하자면, 모든 학생들은 일기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선생들은 전혀 체크하지 않고 학생들도 거의 포기상태이기에 전혀 제재하는 것은 없었다. '쓰려면 쓰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의 기이한 교풍이었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이후 국가에서 내는 시험을 치르고, 그 시험에서 일정점수 이상 획득한 뒤 인간관계를 따져서 이 학교에 더 머무를지, 아니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지 정해지게 된다. 단, 모든 시험에서 60점 이상 득점하지 않으면 이 학교에 오는 데에 반해, 나갈 때에는 4번, 그러니까 1년 내내 75점 이상을 득점해야했다.




이동규는 그것에 걸고 있었다. 그 시험에서 일기의 내용과 분량은 가산점을 주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몇 명인가 낼지도 몰랐다.




하지만 정작 자신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 가산점이라는 것이 약 3점에서 5점 정도로 낮은 비율이었다. 필기시험과 인간관계에 따라 점수를 주는 그 시험은 만점이 200점이었다. 하등의 쓸모도 없었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동규는 인관관계를 제외하면 필기시험만은 그럭저럭 80점 정도였다.




그래도 1500명 이상의 학생이 다니는 학교였다. 일단 숙제로 나가기는 하는데, 한 명의 학생도 써내는 사람이 없을까? 보통의 학교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이곳은 시험을 쳐서 정상에서 40%이상 벗어났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오는 특수학교였다. 보통이 0이니까, 특이한 사람만을 모아놓은 학교는 0이 아닐 것이다.




처음으로 이 학교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동규의 입에서 피식거리는 실소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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