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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9 02:43

[조디악] -2- 시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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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

산등성이 너머로 어렴풋이 해가 떠오르고 잠자던 새들이 깨어나 지저귈 때쯤,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인 어느 바닷가의 조그만 마을은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 움직임의 시발점은 꽤나 많은 세월을 견뎌온 것치고는 밝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빨간 벽돌로 된 2층집이었다. 먹이를 찾으러 나온 바다새 한 마리가 창가에 살짝 앉았다가 창문 틈새로 흘러나오는 소녀의 고함 소리에 흠칫 놀라 날아올랐다.  
“김인성! 빨리 안일어날래!”
바다새는 날아올라 창문 주위를 맴돌면서 건물 햇살로 인해 빛무리가 진 창문 안으로 교복을 입은 소녀가 침대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는 소년의 이불을 뺏으며 난리를 치고 있는 모습을 감상했다. 소녀가 이불을 걷어 올리자 소년은 움찔하면서 실눈을 뜨더니 다시 소녀의 손에서 이불을 빼앗아 몸에 돌돌 말고는 눈을 감아버렸다. 그 모습에 소녀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이불을 다시 걷으려고 했지만 온몸으로 사수하며 버티는 소년으로 인해 애를 먹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한 바다새는 다시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힘차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누나······10분만······.”
“안돼! 어제도 그래서 결국 버스 못 탔잖아! 이번에도 지각하면 어쩌려고 그래!”
“어쩌긴······담임한테 몇 대 맞으면 돼지. 난 몰라 더 잘래. 우웅······.”
그렇게 말한 인성은 머리끝까지 이불을 덮어버리고 고개를 돌려 잠을 청했다. 그 모습을 본 누나의 얼굴에서는 아까같은 앙칼진 여고생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는 등에 걸치고 있던 길고 묵직한 무엇인가를 꺼내들었다.
“김인성······. 맞는게 소원이라면, 그래 주지.”
무언가 목숨을 위협할만한 기운이 등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낀 인성은 슬며시 이불 사이로 고개를 내밀고 자신의 누이를 바라보았다. 인성은 누이의 살기어린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두 손에 들려있는 검은빛의 목도도 보았다. 누나는 인성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기절시켜서 끌고가주마.”
“누, 누나?”
“죽어라.”
“자, 잠깐! 일어날께! 잠깐······끄악!”
온갖 물건들이 부딪히는 소리와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난 후, 방문을 열고 잠옷 바람에 이불을 돌돌 말고 있는 인성이 비명을 지르면서 뛰쳐나왔고 그 뒤로 족히 1미터는 될 듯한 목도가 원을 그리며 인성의 뒤통수를 향해 날아왔다.
“켁!”
계단을 타고 1층으로 뛰어내려가던 인성은 목도의 손잡이에 정확히 뒤통수를 가격 당하고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20여개의 나무 계단을 온몸으로 굴러서 내려왔다.
“아파라·······.”
머리를 부여잡고 인성이 낑낑 거리고 있을 때, 인성을 쫓아 온 누나가 인성을 훌쩍 넘어 코앞에 착지하고는 고개를 숙여 인성을 노려보았다. 사나운 눈빛에 찔끔한 인성은 시선을 내리깔고는 우물쭈물 거렸고, 누나는 허리에 손을 얹고는 매몰차게 한마디 했다.
“씻는데 5분. 옷 갈아입는데 5분. 총합 10분 준다. 1분 1초라도 늦으면······.”
여기까지 말한 누나는 인성의 앞에 떨어진 목도를 집어 들고는 슬며시 매만졌다.
“죽는다.”
“네, 넵!”
“실시!”
“시, 실시!”
자신을 따라 복창을 하고 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가는 인성의 뒷모습을 본 누나는 그제야 얼굴을 풀고는 만족한 미소를 흘렸다.
“하여간, 이 착한 누나가 꼭 소리를 지르게 만든다니까.”
밥상으로 다가가 반찬 뚜껑을 열며 중얼거린 누나의 말에 화장실 안 세면대에서 세수를 하던 인성은 땀을 삐질 흘렸다.
‘착한 사람 다 총맞아 죽었나······?’
인성은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으면서 누나의 전적을 떠올렸다. 동네 양아치들 사이에서도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흑발 마녀’ 혹은 ‘미친 몽둥이’로 통하는 인물과 자신의 누나가 동일인이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성이었다. 평소에는 그저 밝고 명랑한 누나지만 한번 화나면 물불 가리지 않는 성격이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어쩌다 동네에서 주먹으로 이름난 형들을 여인이 두들겨 패고있는 광경을 목격한다면 그것은 백발백중 자신의 누나였고 그녀의 폭력은 동생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언젠가 한번 누나가 아끼던 컵을 실수로 깨뜨린 적이 있었는데 정말로 친 누나한테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마 그때 동네 사람들은 어디서 사람 하나 잡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여우같은게 학교 안에서는 그렇게 착하고 순진한척은 다한다. 자신의 자랑이며 동네 양아치들이나 동생을 미친 듯이 타작하는 그 몽둥이도(누나는 ‘깜돌이’ 라 부른다) 학교에 갈 때는 고이 집에 모셔다 두니 말이다. 포악한 성격을 감춘 누나는 그야말로 예쁘고 발랄한 여고생 그 자체였으므로 그런 누나의 행동에 남자 애들은 물론이고 여자 애들한테도 인기가 높았다. 그래서 가끔씩 남학생들이 누나에게 고백한답시고 편지나 선물을 주곤 했다. 그때마다 인성은 자신의 일인냥 앞장서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지만 말도안되는 수줍은 표정으로 살며시 편지나 선물을 건내받는 누나의 표정에 어이가 가출해 그냥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인성이었다. 한마디로 내숭 덩어리 그 자체라고 정의 할 수 있는 자신의 누나에게 인성은 그저 마음속으로 불만을 터드릴 뿐이었다.
‘······이런 걸 입 밖으로 꺼냈다간, 최소 사망.’
이란 사항을 숙지하고 있는 인성은 교복 넥타이를 동여매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잡생각을 날리고는 시간을 엄수하라는 누나의 명에 얼른 내려와 식탁앞에 앉았다. 누나는 씩 웃으면서 인성에게 밥을 건냈고, 밥그릇이 아닌 대접만한 국그릇 한가득 담긴 새하얀 쌀밥에 인성은 그릇을 떨어뜨릴 뻔 하고는 웃고있는 누나를 보며 말했다.
“누나. 너무 많은데 이거.”
“남자는 밥을 많이 먹어야 건강해진답니다.
“그런데 왜 국그릇에 밥을 주는건데.”
“어제 설거지를 못했답니다.”
“아니 그래도 이건······.”
“죽고싶냐. 주는데로 처먹어.”
“······.”
순식간에 달라지는 누나의 표정에 인성은 군말없이 숟가락으로 밥을 한가득 퍼서 억지로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옆에 놓인 물을 마시며 넘어가지 않는 밥을 대충 넘기며 말했다.
“맨날 시간 없다고 일찍 일어나라 해놓고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 먹네. 이 시간에 잠 좀 더 자게 해주지.”
인성의 투덜거림에 누나는 참치찌개를 식탁에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안돼. 엄마가 너 아침은 꼭 챙겨 먹이라고 했단 말이야.”
엄마란 말에 인성과 누나의 얼굴에 잠시 어두운 그늘이 스쳐갔다. 인성은 애꿎은 밥그릇을 빙자한 국그릇에 담긴 밥을 숫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말했다.
“이렇게 까지 철저하게 지키라고 한 건 아닐텐데 말이야.”
“시끄럽습니다. 동생님. 내가 몇 분이라고 했지?”
“네에 네. 5분안에 후딱 먹고 나가겠습니다아.”
허겁지겁 밥을 먹은 인성은 ‘설거지는 다녀와서 네가 해’라는 누나의 협상을 빙자한 협박에 동의하고 집을 나섰다. 현관 앞에서 신발 끈을 동여맨 인성은 신발장 옆 탁자에 놓인 사진을 집어들었다.
사진 속에는 다부진 몸매를 가진 중년 남자와 어떤 꼬마 아이를 앉고 남자의 팔에 살짝 안겨 있는 여인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10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인성의 부모님이었다.
“다녀올께요. 엄마, 아빠.”
현관문을 열자마자 알싸한 바다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성을 가슴을 펴고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윽, 비린내······.”
언제 맡아도 적응되지 않는 이 냄새. 몇 년전 까지만해도 이렇게 비릿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해변 근처에 굴 양식장과 작업장이 들어서면서부터 이런 비린내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에 우리 가족을 포함한 마을 주민들이 항의를 했지만, 그 업체 사장이 마을 회관을 새로 지어준다는 말에 그만 홀랑 넘어가 지금같은 사태가 벌어져 버렸다.
“윽, 젠장. 이 냄새는 어째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지?”
뒤따라 나오던 누나도 코를 움켜쥐고는 맹맹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 결사 반대를 했어야 했어. 그렇지?”
“아하하하······그, 그렇지 뭐.”
누나의 말에 인성은 어설프게 웃었다. 결사반대라······. 머리띠를 동여매고 공사중인 작업장 지붕에 올라가 철거 안하면 불싸질러 버리겠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게 결사반대가 아니면 도대체 어떤게 결사반대라는 거지?
“차 오겠다. 빨리 가자.”
“아, 응.”

*

“차렷. 경례.”
“안녕하십니까!”
“그래, 이 빌어먹도록 맑은날 기쁘게 공부해 보도록 하자.”
“우우.”
“반장. 몇 쪽까지 했지?”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의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큰 몸집에 둥근테 안경을 쓰고있던 선생님은 아이들의 야유를 못들은 척하며 교과서를 펼쳐 수업을 시작했다. 인성은 책을 펼치며 창밖을 보았다. 운동장에서는 다른 학년이 체육시간인지 모두 체육복을 입고나와 체조를 하고 있었다. 인성은 잠시 눈길을 그쪽으로 주었다가 다시 반쯤 닫혀있는 교문으로 돌렸다.
‘오늘은 오지 않으려나······?’
인성은 한숨을 쉬였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선생님의 수업 내용을 한 귀로 흘리면서 창 밖을 바라보았다. 인성이 이러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2달 전이었던가? 그 날도 오늘같이 급식을 먹고 나른해질 무렵인 5교시 수업시간이었다. 수학 선생님이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었는데, 책을 보며 문제를 풀던 인성은 기지개를 키면서 창문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문득 반대쪽 교문 앞에 이상한 차림의 여자 아이가 서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인성은 교문과 거실과의 거리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밝은 계통에 타이트한 청바지, 그리고 TV에서나 볼 수 있는 허리께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머리의 그녀가 신기한 인성은 계속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1시간 동안 그 자리에서서 팔짱을 끼고는 학교 안을 주시하다가 5교시가 끝이 날 때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었다. 그 날 집에 돌아온 인성은 밤새도록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잠을 설쳤다. 분명히 50여미터 정도나 떨어져 있었는데 그녀의 얼굴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인성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었다. 그 뒤로도 그녀는 계속해서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물렀고 인성은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에게 빠져드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인성은 그 시간이 학교에서 유일하게 기다려지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올 때가 지났는데······.’
5교지가 끝날 때쯤에도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인성은 적잖이 실망했다. 그는 팔에 얼굴을 묻고는 엎드린 자세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저 매일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것뿐인데 하루를 보지 못했다는 것에 인성은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빠지는 것 같았다.
“거기, 엎드려 있는 놈.”
“······.”
“어이. 거기 너!”
“임마! 인성아. 선생이 너 부른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주영이는 인성의 옆구리를 찌르며 소곤거렸다. 멍하게 엎드려 있던 인성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대답했다.
“네, 네?”
“책 들고 앞으로 나와.”
갑작스럽게 들려온 선생님의 목소리에 인성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번쩍 들었다. 선생님은 분필을 들고 있는 손으로 인성을 항해 손목을 까딱거렸다.
‘아, 젠장.’
인성을 앞으로 불러낸 선생님은 분필 앞부분으로 인성의 머리를 툭툭 쳤다.
“점심 먹고 졸린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자고 있으면 앞에 서있는 내가 얼마나 민망하겠냐.”
“죄송합니다.”
“죄송한 것 알면 잠 깰 때까지 책들고 여기 서있어.”
“네.”  
인성은 교탁 옆에 책을 들고 섰다. 하지만 그는 수없이 끝날 때까지 창밖을 힐끔거리며 그녀를 찾는데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수업이 끝나고 저녁 급식시간이 될 때 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야, 왜 그래 오늘?”
아까 수업시간에 옆구리를 찔렀던 주영이 인성에게 다가왔다. 인성은 책상에 앉아 있다가 주영을 보고는 슬며시 일어나 교실을 나섰다. 그 모습에 주영을 별 일 다보겠다는 듯 어깨를 으슥하고는 인성을 따라나섰다.
“밥 안먹을 거야?”
“별로, 입맛이 없네.”
“별일이로고.”
인성은 복도를 지나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위치한 자판기에서 코코아를 뽑았다. 뒤따라오던 주영은 인성이 넣었던 돈 중 잔돈이 남아있는 것을 보고 냉큼 고급커피라고 적힌 버튼을 눌렀다. 인성은 코코아잔을 입에 물고 어이없는 눈으로 주영을 바라보았다.
“코코아는 몸에 안좋아 임마. 커피를 마셔야 건강해져.”
주영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논리적이지 못한 건강상식을 인성에게 알려주고는 계단에 걸터앉았다. 인성은 그런 주영을 보면서 피식 웃고는 옆에 걸터앉았다.
심주영. 유치원에 다닐 적에 대판 싸우고 난후 친해져 지금까지 그 우정이 이어지고 있는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리고 왠지 인성의 부모님과 그의 부모님도 상당히 친한 관계여서 어릴 때 자주 인성의 집에 방문하곤 했는데 그 때 마다 주영이도 와서 인성과 놀곤 했다.
“서희 누님은 여전하시냐?”
“너무 여전해서 탈이지.”
“왜? 학교에서는 청순한 여고생 그 자체인걸?”
인성은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그게 내숭이라는 것이 문제지.”
“하하하. 정말 못 말리는 누님이라니까. 이젠 좀 여성스러워 질 때도 된 것 같은데 말이야. 그래가지고 나중에 결혼이나 할 수 있겠냐?”  
“그 말, 누나 앞에 가서 해보시지 그래?”
“······친구가 맞아 죽는 걸 보고 싶은거냐?”
인성의 말에 주영은 겁에 질린 얼굴로 인성을 바라보았다. 주영은 인성이 누나인 서희의 진목면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인물이었다. 타고난 골격과 뼈대를 가지고 있는데다 태권도니 합기도니 여러 운동을 섭렵해 총 단수가 무려 6단인 주영은 인성이 혹시 누구에게 맞아서 들어오는 날이면 반드시 찾아서 응징을 해 주곤 했다. 중학교 때부터 키가 크고 다부졌던 인성의 주먹에 당시 고등학생은 물론이고 동네 날라리나 양아치들도 웬만하면 인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서희였다.
아마 인성과 주영이 중학교 3학년이고, 인성의 서희가 고등학교 1학년일 때였을 것이다. 인성과 주영이 골목길을 걸어가던 도중 어떤 불량한 고등학생들 2명과 시비가 붙었었다. 당연히 주영은 가볍게 고등학생들을 때려눕히고는 다시 가던 길을 가려 했었다. 그리고 거기서 서희와 마주쳤다. 평소의 잘 웃어주고 놀아주던 누나의 얼굴이 아닌 매섭게 변해버린 그 얼굴에 주영은 당황했다. 인성은 이미 자신의 누나가 맛이 간 후인 것을 안 뒤라 얼어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주영은 서희에게 인사를 했고 그와 동시에 누나의 화려한 테크닉이 담긴 주먹과 발이 날아왔다. 물론 주영이 친구의 누나라고 해서 반항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 두대 맞아본 주영은 일반 여인의 주먹이 아니라는 것을 대번에 느끼고는 인성의 누나란 것도 잊은 체 반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의 빛나는 운동 신경은 서희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주먹과 발길질에 주영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고 옆에 서있던 죄없는 인성도 동참해 타작질을 당했다. 주영과 인성의 죄목은 누나의 아끼던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누나보다 2살이나 많았다. 맙소사.)을 때린 것. 그 일이 있고나서 한동안 주영은 인성를 만나려 하지 않았고, 결국 몇일 뒤 서희가 주영의 집에까지 찾아가 불러내어 맛있는 것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해서 겨우 주영을 풀어주었다. 아니, 그랬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다음날 누나와 인성를 봤을 때 주영의 억지스럽운 웃음과 기계적인 동작은 누나가 어떤 식으로 주영을 달랜 것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주영은 그 때를 이렇게 회상하곤 한다.
“여자란 존재에 대한 기존의 객관적 이론을 송두리째 뒤엎은 일이었지.”  
주영은 다 먹고 남은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래도 뭐, 나름대로 매력을 가진 누님이니까. 언젠간 나도 한번 고백을······.”
주영의 말에 인성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주영의 양 어깨를 부여잡고는 다급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진심이냐.”
“응······?”
“고백. 진심이냐고 물었다.”
“아, 아니. 그냥 그렇다는 거·······.”
“어떻게하면 널 말릴 수 있는 거냐.”    
“······.”
인성의 진지한 중얼거림에 주영은 고개를 갸웃했다.
“난 내 죄없는 친구가 누나 밑에서 종처럼 부림을 당하다가 결국 길바닥에 쓰러져 과거를 후회하면 죽어가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무, 무슨 농담을 그렇게······.”
인성은 주영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싹 들이대었다.
“······내가 널 때려 죽여야 포기할 셈인가. 결국 친구 하나를 잃어야 되는 것인가.”
주영은 무심한 말투로 말하는 인성을 보며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 그 정도냐.”
“······.”
그 뒤로 아무런 말없이 서있는 인성과 주영의 머리위로 6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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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키드리어 입니다.

이 소설의 스케일은 제 머릿속에서는 마구 마구 커지고 있지만..
그걸 풀어내는 손은 어떨런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ㅠ.ㅠ
시작부분에는 이제부터 등장할 인물들이 마구잡이로 나열되는 식일겁니다.
아마도...;;
그래서 좀 지루할지도 모르겠네요..

일단, 지구의 잊혀진 인류 역사를 다뤄 볼 생각입니다.
문명 탄생이전의 역사겠지요...?

생각 하고 있는 것을 다 풀어낼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시작한 것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아.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1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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