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시간이 흐른 뒤, 소울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사내의 주변에 있던 붉은 빛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소울의 외모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내면에선 무언가가 마구 끓어오르고 있었다. 복수와 그것을 위한 힘...... 그는 일어섰다. 그가 연단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사르그시여, 이제 저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그러자 거대한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신전을 울렸다.
“그건 네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내가 힘을 줬으니 그 힘을 쓰는 법을 찾는 것은 네가 할 몫이다.”
소울은 연단에 대고 뭐라 말하는 대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러고는 아까 타고 내려온 구멍이 아닌 다른 출구로 신전 밖으로 나왔다. 또 다른 세계의 바깥 날씨는 아주 화창했다. 봄의 햇살이 푸른 초원을 비추고 있었다. 소울이 뒤를 돌아보니 신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신전이 있던 자리엔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숲이 버티고 서 있었다. 평화로운 초록빛과 밝은 햇살이 어우러진 이 숲에는 왠지 모를 고요가 감돌고 있었다. 소울은 마음 가는 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는 자신의 뒤에 자리한 이 신비한 숲에 천천히 들어섰다.
숲 안에 들어서니 소울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 곳에서 여유롭게 거닐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었다. 소울은 걸음을 재촉했다. 나중엔 거의 뛰다시피 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보니 어느 새 그의 앞에 커다란 마을이 나타났다. 통나무로 지은 집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 소울은 길도 묻고 좀 쉴 요량으로 그 마을을 향해 내려갔다.
소울은 그 마을에 들어섰는데, 이상한 것을 느꼈다. 밖에 나와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심지어 개미 한 마리 조차도 눈에 띄지 않았다. 소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가장 먼저 보이는 집 앞으로 가 나무로 된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자, 소울은 더 세게 다시 한 번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조금 열렸다. 사람이 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소울은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소울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 사람은 문을 쾅 닫아 버렸다. 소울이 문을 다시 한 번 두드렸지만 안에선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소울은 이상하게 여기며 다른 집들의 문도 두드려 보았으나 모두 마찬가지 반응이었다. 그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포기하고 밤을 지내기에 적당한 곳을 찾기로 한 그는 몸을 돌려 마을의 끝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온통 가시덩굴과 독벌레 천지라 잠잘 만한 곳이 없었다. 그러나 소울은 아까 마을의 집문을 모두 두드려보았던 것처럼 인내심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주위를 살펴보며 걸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인내심도 이 곳에선 아무런 소용이 없는지 가면 갈수록 더 나쁜 자리만 있었다. 마침내 그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소울은 다시 숲으로 향하려 몸을 돌리려 했다. 그 때 그의 눈에 띄는 게 있었다.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19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