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진짜 두 개야?"
유메는 빵 세 개치의 돈을 내면서 말했다. 평소에는 분명 하나였을 빵이 둘로 늘어나 있었다.
"응. 빵이라면 다섯개까지는 무리없이 들어갈 것 같은데?"
아침에 매고있던 넝마같은 가방을 교실에 두고온 소녀가 말했다.
"...... 괴물."
"다 들려."
매점은 지극히 평범한 폐쇄식이었다. 보통 사람은 매점안에 들어가기도 힘들었다. 고속철의 매표소처럼 작은 구멍으로 물건과 돈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저래서야 어떻게 박스단위의 물건이 들어가는지는 의문이었다. 이야기로는 뒷문이 있다고 하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고, 위에 '20개 이상의 주문은 받지 않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럼 어떻게 연말에 반 단위의 주문을 받은 것일까.
"근데 좀 말해주면 안 돼? 왜 오늘은 두 개야?"
매점앞의 휴게실은 거의 만원이었다. 단 한 가지 매뉴인데다가 식탁수는 적고, 맛도 없는 학생식당보다는 이쪽이 낫다는 것이 둘의 의견이었지만, 대부분은 싼 학생식당이 더 낫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당연하게 생각된 이유는,
"단순한 변덕이야. 팔다리 가늘어서 하늘하늘한 여자애보다는 당찬쪽이 좋은데? 어차피 둘 뿐이니까 흉 볼 사람도 없고."
언제나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 매점 앞 휴게실에 있는 것은 둘 뿐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놀릴 것 같은데?"
"그럼, 뭐... 내일 숙제 안 보여주면..."
"우와아-. 쪼잔해."
이유는 간단했다. 학생식당이 무지하게 쌌다. 한끼당 500엔(약 3500원) 이하. 물가가 살인적인 일본에서 이 정도면 보통의 도매가격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싼 가격인 것이다.
"방학까지 몇 일 남았지?"
유메가 소녀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서 말했다. 가장 후미진 곳이기도 했고, 이렇게 있어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서로는 예외. 1년 전부터 계속 보아왔던 사이였기에 허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유메는 '빌린거'라며 소녀에게 머리핀을 내밀었다. 하지만 빨간색 머리핀은 긴 머리의 소녀에게는 그다지 필요없어 보였다.
"말로만 방학이지 학교는 똑같이 오잖아."
머리핀을 다 꽃은 소녀가 말했다.
"그래도, 땡땡이 칠 수 있잖아-."
"수업일수가 위험해요, 유메양."
"...... 방학인데?"
"다음학기에서 빠져."
유메가 먹던 빵에 곰팡이가 끼어서 못 먹게 된 부분을 발견하자 쓰레기통에 던지며 일어났다.
"상관없어. 졸업만 하면..."
"근데, 2학년 다시 다니라고 할 걸?"
"진짜?"
"으응. 아는 사람중에도 있고."
소녀는 그 아는 사람이 학력을 위장해 지금도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넘어가기로 했다.
"...... 그건 싫은데."
"학교를 와서 자."
"선생은?"
"뭘 이제와서. 넌 포기된걸로 유명한데?"
"아무렇지 않게 심한말 하고있어......"
유메는 수성 볼팬으로 대리석 바닥에 '낙서금지'라고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고, 빨간색 머리핀을 꽃은 소녀가 마요네즈와 베이컨이 올려진 빵을 다 먹고 나자 유메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 뒤로 쉬는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치고, 복도의 먼지도 서서히 줄어들 무렵에 소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진로적성 곧 마감이라는데, 뭘 썼어?"
수업시간에 자리를 바꿔 소녀의 옆자리로 온 유메가 말했다. 소녀는 눈을 뜨고있었지만 필기는 하지 않았다. 문과 지망인데다가 과학과는 지구의 지름정도 거리가 있었다. 싫어한다, 정도로는 확실히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혐오하는데다, 필기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글쎄... 살인 청부업자, 라는건 어떨까?"
"...... 진심?"
유메가 진지한 얼굴로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것을 본 소녀가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며 아하하, 하고 웃었다.
"물론 농담이야. 팔다리 가는데다 피부도 너무 하얀색이어서 잘 들킬 것 같은데?"
너무 전문적인 의견에 유메가 한층 더 인상을 썼다.
"난... 뭘하지."
"비서같은 것이 어울리는데? 뭐 빼먹거나 하지는 않잖아."
소녀가 그렇게 말하고 물리선생의 눈을 피해 필기하는 척 노트로 눈을 돌렸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지금 배우는게 거의 쓸데없다고. 사회에서도 99%는 까먹고 너희들 자식들이 물어봐야 '이런게 있었구나'하는 정도라니까?"
과학선생이 교단에서 수업외의 이야기로 말했다. 지나치게 솔직한 이야기였다.
"물론, 과학자가 될 사람도 있을거야. 하지만 그런 사람은 예외로 하고, 대부분은 전혀 쓸데 없어. 그럼 왜 공부하냐.
간단해. 대학가면 취업하기 쉬워지고, 취업하면 결혼하기 쉬워지고, 돈도 잘 벌고...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잖냐. 돈 많으면 만사가 잘 풀려. 내가 돈 있어봐라. 지금 여기서 수업하고 있나."
그런 솔직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웃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왜냐하면, 다 졸고있었다. 유메와 소녀는 맨 뒷자리에 앉아서 잡담중이었고, 그 둘을 제외한 35명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졸고 있었다.
유메는 책 위에 진로희망 조사서를 펴놓고 눈싸움을 하고있었다.
문과, 이과가 갈릴 뿐 아니라 희망 직종이 정해질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함부로 적을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건 둘째치고, 되고싶은 것이 없었다.
"아-. 젠장. 학교에서 진로교육 같은 것도 했으면 좋겠는데."
"있잖아."
소녀가 샤프펜슬로 칠판옆에 걸려있는 시간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확실히 월요일 5교시에 있기는 했다.
"있으면 뭐해. 다들 자습시키고 졸기 바쁜데."
활발한 유메도 그렇게 말하면서 하품을 할 정도로 나른한 여름 오후였다.
깡, 하고 울리는 두 개의 검극. 튀기는 불꽃에 한 순간 실내가 밝게 물들고, 섬광탄을 맞은 듯 서로의 시야가 점멸했다. 이미 그것은 날붙이가 부딫쳐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 불꽃이 울릴때마다 신경이 마모된다. 이미 정신은 벼랑끝에 몰려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 적대하고 있는 적은 엄청난 강적이었다. 붉은색의 옷과, 검은색의 옷을 입은 사람이 적대하고 있었다. 이미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대치가 아니었다.
둘 다 천장과 벽에 대한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사는 성인에게 맡긴 것 같았다. 두 개의 단도는 양 손에 들려서 하나같이 몸을 노리고 있었다. 스치는 순간 날에 발라져서 지금도 떨어지고 있는 독이 스며들 것이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강적이었다.
거기에, 적은 아직 주무기를 들지 않았다. 적은 등에 있는 장검에 계속 습관적으로 손이 갔다. 따라서 대치하고 있는 적의 주무기는 장검이라고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렇게 좁은 통로가 아니었다면 장검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아마 분명 쉽게 이쪽이 수세에 몰렸을 것이다. 이쪽은 좁은 실내에도 장애받지 않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짧은 검이었다. 이것만은 이쪽이 우위였다.
검과 도가 얽혔다. 물론 이족도 남겨둔 카드는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쓸 기회가 없다는 것. 넓은 곳으로 나가면 마음껏 총 공격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넓은 곳으로 나가면 그 만큼 적에게 가해진 장애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짓을 하면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상황이라면 약간 힘들지만 이쪽이 이길 승산이 있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것. 단 한 순간이라도 의식을 놓으면 그대로 지상에서 퇴장한다.
대치하는 것은 붉은색의 옷을 입은 적. 이유는 모른다. 그저, 언젠가부터 서로의 쇠붙이를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피보다 붉은, 아마 피가 튀어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붉은 옷이었다.
[따-악]
"아...?"
"일어서 있어!"
아직 수업시간 중이었다. 잠깐 졸았던 것 같은 소녀는 맞은 분필을 아파하며 일어났다.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과 지망생이어서 억지로 선택한 지리 수업에는 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재수없게도 오늘 선생이 엄청난 저기압이었다. 그래서 들어오고 처음 꺼낸 이야기가 '자면 죽는다'였다.
그 소녀는 재수없게도 마지막 교시 내내 서서 수업을 받아야 했다.
학교가 끝나고 학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갔을 무렵, 머리에 살짝 분필가루가 묻어있는 소녀는 시의 외곽으로 향했다.
"늦었어요, 사신."
소녀가 붉은 등이 켜진 유흥가의 가게로 들어갔을 때 점원이 항상 그랬다는 듯 말했다.
"네가 오기전에 끝낼까, 하다가 그만 뒀어."
안쪽에 있는 주홍색의 구슬로 된 발을 치우고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으로는 검은색 총을 돌리고 있었고, 검은색의 옷은 확실히 발목까지 와서 끌리지 않을 정도였다. 블랙홀같이 불길한 검은색이 아니라면 군복에 검은색 페인트를 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닮은 외모였다. 얼굴만 보아서는 전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마 분명히 쌍둥이일 것이다.
서로 인간적이지만 약간 지친 것 같은 눈동자로 서로를 확인한 뒤 아직 교복차림인 쪽이 입을 열었다.
"글쎄,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언니가 끝내도 상관없는데?"
교복차림의 동생이 그렇게 말했다.
"시작은 오전 1시야. 아마 밤을 새야할 것 같으니까 좀 쉬는편이 좋을텐데?"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오른손에서 돌아가는 총은 암광처리된 FIveSeven권총이었다. 거기에 파괴력을 위주로 개조했기에 약간 더 총열이 길어진 형태였다. 아마 저 정도의 총열연장에 규정 이상의 화약을 사용한 핫 로드탄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50구경 데져트이글 이상의 파괴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6시라며?"
"아, 그거? 이미 머리에 구멍냈어."
"...... 그만 뒀다고 하지 않았어?"
동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점원이 가져온 팔 정도의 검신을 가진 검을 왼손에 들었다. 검도에서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검의 길이는 다리의 길이이지만, 그것보다는 살짝 짧았다.
"아아, 괜찮아."
그렇게 말한 언니는 방금 리더를 찾아나선 창술가의 입버릇을 입에 담았다.
"그럼 들어가서 잘래. 2분 전에 깨워줘."
그리고 동생은 길게 하품을 하며 주홍색의 발을 치우고 언니의 뒤로 들어가다가 잠시 멈춰서서 뒤로 돌았다.
"아, 언니. 몸은 얼마정도까지 버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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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는 많이 썼는데 퇴고하기가 싫어;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19 22:55)
유메는 빵 세 개치의 돈을 내면서 말했다. 평소에는 분명 하나였을 빵이 둘로 늘어나 있었다.
"응. 빵이라면 다섯개까지는 무리없이 들어갈 것 같은데?"
아침에 매고있던 넝마같은 가방을 교실에 두고온 소녀가 말했다.
"...... 괴물."
"다 들려."
매점은 지극히 평범한 폐쇄식이었다. 보통 사람은 매점안에 들어가기도 힘들었다. 고속철의 매표소처럼 작은 구멍으로 물건과 돈을 줄 뿐이었다. 하지만 저래서야 어떻게 박스단위의 물건이 들어가는지는 의문이었다. 이야기로는 뒷문이 있다고 하지만 전혀 보이지 않았고, 위에 '20개 이상의 주문은 받지 않습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그럼 어떻게 연말에 반 단위의 주문을 받은 것일까.
"근데 좀 말해주면 안 돼? 왜 오늘은 두 개야?"
매점앞의 휴게실은 거의 만원이었다. 단 한 가지 매뉴인데다가 식탁수는 적고, 맛도 없는 학생식당보다는 이쪽이 낫다는 것이 둘의 의견이었지만, 대부분은 싼 학생식당이 더 낫다는 생각인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당연하게 생각된 이유는,
"단순한 변덕이야. 팔다리 가늘어서 하늘하늘한 여자애보다는 당찬쪽이 좋은데? 어차피 둘 뿐이니까 흉 볼 사람도 없고."
언제나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 매점 앞 휴게실에 있는 것은 둘 뿐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놀릴 것 같은데?"
"그럼, 뭐... 내일 숙제 안 보여주면..."
"우와아-. 쪼잔해."
이유는 간단했다. 학생식당이 무지하게 쌌다. 한끼당 500엔(약 3500원) 이하. 물가가 살인적인 일본에서 이 정도면 보통의 도매가격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싼 가격인 것이다.
"방학까지 몇 일 남았지?"
유메가 소녀의 무릎을 베고 누우면서 말했다. 가장 후미진 곳이기도 했고, 이렇게 있어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서로는 예외. 1년 전부터 계속 보아왔던 사이였기에 허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유메는 '빌린거'라며 소녀에게 머리핀을 내밀었다. 하지만 빨간색 머리핀은 긴 머리의 소녀에게는 그다지 필요없어 보였다.
"말로만 방학이지 학교는 똑같이 오잖아."
머리핀을 다 꽃은 소녀가 말했다.
"그래도, 땡땡이 칠 수 있잖아-."
"수업일수가 위험해요, 유메양."
"...... 방학인데?"
"다음학기에서 빠져."
유메가 먹던 빵에 곰팡이가 끼어서 못 먹게 된 부분을 발견하자 쓰레기통에 던지며 일어났다.
"상관없어. 졸업만 하면..."
"근데, 2학년 다시 다니라고 할 걸?"
"진짜?"
"으응. 아는 사람중에도 있고."
소녀는 그 아는 사람이 학력을 위장해 지금도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넘어가기로 했다.
"...... 그건 싫은데."
"학교를 와서 자."
"선생은?"
"뭘 이제와서. 넌 포기된걸로 유명한데?"
"아무렇지 않게 심한말 하고있어......"
유메는 수성 볼팬으로 대리석 바닥에 '낙서금지'라고 낙서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고, 빨간색 머리핀을 꽃은 소녀가 마요네즈와 베이컨이 올려진 빵을 다 먹고 나자 유메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 뒤로 쉬는시간의 끝을 알리는 종이 치고, 복도의 먼지도 서서히 줄어들 무렵에 소녀는 창밖을 바라보며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진로적성 곧 마감이라는데, 뭘 썼어?"
수업시간에 자리를 바꿔 소녀의 옆자리로 온 유메가 말했다. 소녀는 눈을 뜨고있었지만 필기는 하지 않았다. 문과 지망인데다가 과학과는 지구의 지름정도 거리가 있었다. 싫어한다, 정도로는 확실히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혐오하는데다, 필기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글쎄... 살인 청부업자, 라는건 어떨까?"
"...... 진심?"
유메가 진지한 얼굴로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것을 본 소녀가 머리핀을 만지작거리며 아하하, 하고 웃었다.
"물론 농담이야. 팔다리 가는데다 피부도 너무 하얀색이어서 잘 들킬 것 같은데?"
너무 전문적인 의견에 유메가 한층 더 인상을 썼다.
"난... 뭘하지."
"비서같은 것이 어울리는데? 뭐 빼먹거나 하지는 않잖아."
소녀가 그렇게 말하고 물리선생의 눈을 피해 필기하는 척 노트로 눈을 돌렸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지금 배우는게 거의 쓸데없다고. 사회에서도 99%는 까먹고 너희들 자식들이 물어봐야 '이런게 있었구나'하는 정도라니까?"
과학선생이 교단에서 수업외의 이야기로 말했다. 지나치게 솔직한 이야기였다.
"물론, 과학자가 될 사람도 있을거야. 하지만 그런 사람은 예외로 하고, 대부분은 전혀 쓸데 없어. 그럼 왜 공부하냐.
간단해. 대학가면 취업하기 쉬워지고, 취업하면 결혼하기 쉬워지고, 돈도 잘 벌고...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잖냐. 돈 많으면 만사가 잘 풀려. 내가 돈 있어봐라. 지금 여기서 수업하고 있나."
그런 솔직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웃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왜냐하면, 다 졸고있었다. 유메와 소녀는 맨 뒷자리에 앉아서 잡담중이었고, 그 둘을 제외한 35명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졸고 있었다.
유메는 책 위에 진로희망 조사서를 펴놓고 눈싸움을 하고있었다.
문과, 이과가 갈릴 뿐 아니라 희망 직종이 정해질지도 모른다. 그런 것을 함부로 적을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건 둘째치고, 되고싶은 것이 없었다.
"아-. 젠장. 학교에서 진로교육 같은 것도 했으면 좋겠는데."
"있잖아."
소녀가 샤프펜슬로 칠판옆에 걸려있는 시간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확실히 월요일 5교시에 있기는 했다.
"있으면 뭐해. 다들 자습시키고 졸기 바쁜데."
활발한 유메도 그렇게 말하면서 하품을 할 정도로 나른한 여름 오후였다.
깡, 하고 울리는 두 개의 검극. 튀기는 불꽃에 한 순간 실내가 밝게 물들고, 섬광탄을 맞은 듯 서로의 시야가 점멸했다. 이미 그것은 날붙이가 부딫쳐서 싸우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 불꽃이 울릴때마다 신경이 마모된다. 이미 정신은 벼랑끝에 몰려서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앞에 적대하고 있는 적은 엄청난 강적이었다. 붉은색의 옷과, 검은색의 옷을 입은 사람이 적대하고 있었다. 이미 그것은 사람과 사람의 대치가 아니었다.
둘 다 천장과 벽에 대한 개념은 안드로메다에 사는 성인에게 맡긴 것 같았다. 두 개의 단도는 양 손에 들려서 하나같이 몸을 노리고 있었다. 스치는 순간 날에 발라져서 지금도 떨어지고 있는 독이 스며들 것이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강적이었다.
거기에, 적은 아직 주무기를 들지 않았다. 적은 등에 있는 장검에 계속 습관적으로 손이 갔다. 따라서 대치하고 있는 적의 주무기는 장검이라고 알 수 있었다. 아마 이렇게 좁은 통로가 아니었다면 장검을 쉽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아마 분명 쉽게 이쪽이 수세에 몰렸을 것이다. 이쪽은 좁은 실내에도 장애받지 않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짧은 검이었다. 이것만은 이쪽이 우위였다.
검과 도가 얽혔다. 물론 이족도 남겨둔 카드는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쓸 기회가 없다는 것. 넓은 곳으로 나가면 마음껏 총 공격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넓은 곳으로 나가면 그 만큼 적에게 가해진 장애도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짓을 하면 누가 이길지는 알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상황이라면 약간 힘들지만 이쪽이 이길 승산이 있었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았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것. 단 한 순간이라도 의식을 놓으면 그대로 지상에서 퇴장한다.
대치하는 것은 붉은색의 옷을 입은 적. 이유는 모른다. 그저, 언젠가부터 서로의 쇠붙이를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피보다 붉은, 아마 피가 튀어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붉은 옷이었다.
[따-악]
"아...?"
"일어서 있어!"
아직 수업시간 중이었다. 잠깐 졸았던 것 같은 소녀는 맞은 분필을 아파하며 일어났다.
재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이과 지망생이어서 억지로 선택한 지리 수업에는 자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재수없게도 오늘 선생이 엄청난 저기압이었다. 그래서 들어오고 처음 꺼낸 이야기가 '자면 죽는다'였다.
그 소녀는 재수없게도 마지막 교시 내내 서서 수업을 받아야 했다.
학교가 끝나고 학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갔을 무렵, 머리에 살짝 분필가루가 묻어있는 소녀는 시의 외곽으로 향했다.
"늦었어요, 사신."
소녀가 붉은 등이 켜진 유흥가의 가게로 들어갔을 때 점원이 항상 그랬다는 듯 말했다.
"네가 오기전에 끝낼까, 하다가 그만 뒀어."
안쪽에 있는 주홍색의 구슬로 된 발을 치우고 모습을 드러냈다. 한 손으로는 검은색 총을 돌리고 있었고, 검은색의 옷은 확실히 발목까지 와서 끌리지 않을 정도였다. 블랙홀같이 불길한 검은색이 아니라면 군복에 검은색 페인트를 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닮은 외모였다. 얼굴만 보아서는 전혀 누구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아마 분명히 쌍둥이일 것이다.
서로 인간적이지만 약간 지친 것 같은 눈동자로 서로를 확인한 뒤 아직 교복차림인 쪽이 입을 열었다.
"글쎄,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언니가 끝내도 상관없는데?"
교복차림의 동생이 그렇게 말했다.
"시작은 오전 1시야. 아마 밤을 새야할 것 같으니까 좀 쉬는편이 좋을텐데?"
언니가 그렇게 말했다. 오른손에서 돌아가는 총은 암광처리된 FIveSeven권총이었다. 거기에 파괴력을 위주로 개조했기에 약간 더 총열이 길어진 형태였다. 아마 저 정도의 총열연장에 규정 이상의 화약을 사용한 핫 로드탄을 사용한다면 충분히 50구경 데져트이글 이상의 파괴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6시라며?"
"아, 그거? 이미 머리에 구멍냈어."
"...... 그만 뒀다고 하지 않았어?"
동생은 그렇게 말하면서 점원이 가져온 팔 정도의 검신을 가진 검을 왼손에 들었다. 검도에서 말하는 가장 이상적인 검의 길이는 다리의 길이이지만, 그것보다는 살짝 짧았다.
"아아, 괜찮아."
그렇게 말한 언니는 방금 리더를 찾아나선 창술가의 입버릇을 입에 담았다.
"그럼 들어가서 잘래. 2분 전에 깨워줘."
그리고 동생은 길게 하품을 하며 주홍색의 발을 치우고 언니의 뒤로 들어가다가 잠시 멈춰서서 뒤로 돌았다.
"아, 언니. 몸은 얼마정도까지 버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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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는 많이 썼는데 퇴고하기가 싫어;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19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