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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4 11:16

killer -interlude(A)-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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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2
7:00 AM
나가노현.
동남쪽 외곽, 주택가.







한 소녀가 걷고있었다.




해가 노을이 지며 뜨고 난 뒤 대략 20분. 도시가 활기를 찾기 직전에, 반 쯤 풀린 눈으로 거리를 바라보며 걷고있는 소녀가 있었다.




등에는 어두운 파란색 가방이 있었다. 대략 3년 정도 쓰고있어서 어깨에 매는 부분은 뜯어지기 직전이고, 앞 주머니는 얼마전에 뜯어져서 구두수선집에 가서 5천엔으로 고쳤다. 무두질한 가죽을 덧붙였으니까 1년 정도는 걱정 없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의외로 넝마같이 되어가고 있는 가방이었다.




지퍼는 옆이 뜯어져 있었다. 아래쪽에는 구멍이 뚫려서 필통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약 2주 전에도 안경케이스가 통재로 빠져서 천을 대고 박음질했지만, 곧 뜯어져서 필통이빠질 정도가 되었다. 안쪽은 실밥이 뜯어져 있고, 주머니에는 구멍이 손가락 수보다 많이 뚫려있었다. 그 뚫린 구멍 사이로 송곳의 날이 보였다. 아마, 구멍을 뚫은 본인일 것이다.




그런 넝마같은 가방을 가진 소녀가 고등학교로 들어갔다.




아직 7시 20분. 8시에 시작하는 수업보다는 엄청나게 일렀고, 아직 오지 않은 선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고요하다 못해 적막한 교사에서 발을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필시 화가 나서 분을 삭히기 위한 행동이지만, 저래서야 없던 분이 생길 것 같았다.




문은 열려있지 않았다. 거기에 교실 자물쇠의 관리를 하는 교사는 아직 오지 않았다. 즉, 교실로는 아직 들어갈 수 없었다.




"월급을 받으면 제때 오란 말야-."




그것을 시작으로 쉴 새 없이 욕을 하다가 복도 끝에서 나타난 소녀를 보고 선생으로 착각했는지 잠시 멈칫한 그 사람은, 넝마같은 가방을 한 손에 들고있다는 것에서 소녀임을 알아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뭐해?"




소녀가 윗층에 있는 반으로 올라가며 넌지시 말했다.




"선생 기다리잖아, 언제나처럼."




"문은 열려있는데?"




욕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지 몇 번인가 문을 차며 화를 풀고있던 소녀는 낡아빠진 가방을 똑바로 매고 올라가는 소녀를 따라 올라갔다.




분명히 반의 문은 잠겨있었다. 초록색의 자물쇠는 확실히 채워져 있었고, 창문도 잠겨있었고, 문은 걷어차서 열려고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일찍 와서 영어숙제를 배낀 후 잠시 눈을 붙이겠다는 작전을 세우고 왔던 참이었다.




"아마 졸려서 착각했겠지. 저렇게 열려있잖아?"




"진짜다."




그 대신, 옆 반에 있는 문에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 잠시 멍해져 있던 소녀는 낡은 가방을 걸고있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자. 숙제는 제대로 해, 유메."




당연하다는 듯이, 뾰족한 송곳을 피해 흰색의 노트를 꺼낸 소녀는 다가온 소녀에게 노트를 건네주었다.




"언제나처럼 빵 하나?"




유메라고 불린 소녀는 흑인의 혼혈이 아닐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그을린 피부가 인상적인 소녀였다., 흑발이 있었다. 아마 오늘 아침에 어두운 교사에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면 누구도 알아보지 못했을 것이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눈이 2.5를 자랑하는 소녀에게는 몇 km밖에 있어도 쉽게 보였다.




"아니, 오늘은 둘."




"어째서? 돈 적게 들고 나왔는데."




그 말을 들은 소녀는 아하하, 라고 웃었다. 지금 막 신 도쿄에서 침대 밖으로 나간 빨간머리의 파괴자를 연상하게 하는 웃음이었다.




"아침 안 먹었단 말야-. 그리고 네가 말하는 '적게'라는 기준은 1만엔(1만엔 = 한화 약 6만 5천원) 안팎 아니던가? 글쎄, 하교길에 케이크 하나나 둘 정도는 쉽게 살 것 같은데?"




검은 피부의 유메는 뜨끔하며 배끼고 있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 그리고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뒤로 몸을 돌려 막 눈을 붙이려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이상한데. 나 누구한테 지갑 보여준 적 없는데? 어떻게 아는거야?"




"글쎄-. 매일마다 숙제를 보여주는 사람의 비밀이라는 걸로 해줘."




그리고 소녀는 완전히 눈을 감았다.




잠시 소녀의 외견을 말해보자면, 신기하게도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임에도 단속에는 걸리지 않았다. 학교는 그다지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였고, 아침마다 교문을 당당히 통과해도 누구 하나 신경쓰지 않았다. 약 10km내에서 유일한 국립의 고등학교였다. 분명 심하게 단속해야 하는 것이 분명함에도, 자도 필요없을 정도로 확실히 두발단속에 걸릴 정도로 긴 생머리를 갖고있는 이 소녀의 앞에서 만큼은 전혀 단속하지 않았다. 성적은 상위 2%. 장학금을 학교에서 지불하겠다고 했지만, 소녀는 오히려 거부했다. 꽤 유복한 가정이었기에 그런 장학금은 필요하지 않았고, 부모도 할 수 있으면 다른 어려운 학생에게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신 소녀는 참고서를 요구했다. 그것이 교사용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꽤 생각할 여지가 있었지만, 어쨌든 받아들여져서 매 학기마다 약 5권의 참고서를 받게 되었다. 피부는 흰색. 유메라는 소녀가 흑인과의 혼혈이라고 가정한다면, 이쪽의 피부는 백인과의 혼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흰색이었다. 키는 방금 신 도쿄에서 일어난 창술가의 키보다 4cm작은 165cm였고, 손은 아직 악몽에서 일어나지 못한 잠입가보다 5cm 짧은 14cm였다. 손이 길어서 경음악부에 들었었지만, 아직 고등학교 2학년 이었다. 위로 두 학년이나 있었기에 무대에 설 기회는 없었다.




2031년 이후로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6년, 고등학교는 4년으로 개정되었다. 배우는 것이 많아지면 당연히 배울 기간도 늘어나야 했다. 당연한 이야기라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특별하게 학교를 늦게 들어가거나 일찍 들어가지 않은 경우, 17살에서 21살 까지는 중학교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후에 대학을 가던가, 아니면 사회로 나가는가는 자유. 흡연과 음주, 투표 등 주민등록증으로 성인을 인증받아야 할 경우에도 물론 21세가 성인연령이었다.




일부에서는 아직 6살에 입학하는 것을 반대해서 8살에 입학시키는 학부모도 있었지만 그것은 극소수였고, 실제로 경제성장률도 약간이지만 오르는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2031년 이후로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약 2년 간 유년기의 추억을 만들 기회가 박탈되었다.









같은 시각, 신 도쿄시의 외곽에 있는 작은 집에서 700번 이상의 죽음을 넘긴 잠입가가 악몽에서 깨어났다.




동시에 유리가 깨지기 직전의 그 파동을 모아 소리를 내는 것 같은 이명이 귀를 관통했다. 머리 한 구석에 구멍이 뚫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이명이었다. 항상 같은 꿈이지만, 그 후유증에도 적응되지 않았다. 이런 젠장, 이라고 욕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어제는 꽤 큰일이었다. 전략자위대는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뒤처리를 위한 스위퍼(sweeper, 청소부)가 늦게 나타나는 바람에 증거가 약간 남아버렸다. 로스는 결국 경찰의 주머니와 가방을 소매치기해서 간신히 넘어갈 수 있었다.




한 쪽 팔과 한 쪽 다리는 아직 약간 저린 정도의 통증이 있었다. 폭발후의 여운이 계속되는 것 같은 감각이었다. 신경이 쓰이지만, 의식하지 않으면 약간 불편한 정도에 그쳤다. 뼈는 기본적으로 금속이니까 유기체인 피나 피부보다 마를 흘려서 강화하기 쉬우므로 부러지거나 으서러지지는 않았지만, 신경이나 근육이 문제였다. '이 정도면 의학보다 앞서있어'라며 의사가 자신한 30만엔짜리 약으로 치료한 결과 어떻게든 마를 흘려넣을 수 있었다.




잠긴 목을 풀면서 로스가 커튼을 걷었다가 다시 닫았다.




애초에 생활시간 자체가 영 아니었다. 대략 새벽 4시 정도에 들어와서 문에 알아보기 쉬운 트렙을 설치파고 잔다. 풀리게 되면 풀리는 대로 로스가 알게 되니까 방비가 되고, 풀리지 않고 난입하면 최소한 손목은 가져갈 수 있었다. 따라서 푹 자도 방해할 사람은 없었다.




좀 더 자고싶었다.




잠입가가 일어나기 약간 전에, 파괴자가 일어났다.




몸을 일으켜서 비가올 것 같이 흐릿한 하늘을 바라보고 다시 누웠다. 보통의 기상시간은 대부분 12시 전후였다. 지금은 너무 빠른 시간이었다. 아니, 그것을 제치고라도 야행성이기에 아침에는 거의 시체와 다르지 않은 상태였다. 어제도 약 2시까지 마도서를 읽다가 잠들었다.




보고있던 책은 톱니바퀴의 왜곡에 관한 책이었다. 보통 학자들이 읽는 책이어서 더럽게 어렵고, 이해가지 않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공부와는 좀 거리가 멀었다. 마에 대한것을 배울때에도 이론같은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벼락치기 수준이었고, 덕분에 지금도 하나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는 변혁이라거나 뇌의 가속까지 마를 때려박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이 사람의 마의 양만큼은 화령도에서 사용하는 영구기관의 2년치였다. 그런 짓을 해도 남아돌다 못해 쓸 곳이 없어서 썩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마도서를 보고있는 것은 지극히 흥미위주였다. 마도서 중에서도 특히 이런 톱니바퀴에 관한 학술서들은 이쪽 세계에 살고있는 현역이라도 먼 나라의, 다른 세계와 같은 이색적인 풍미를 띄고 있었다. 말하자면, 보통의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이면에 숨어있는 이쪽 세게의 일을 상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잠이 들기 직전, 뒤척거리다가 얕은 꿈을 꾼 것 처럼, 아주 약간이지만 이 책을 선물한 사람을 생각해냈다.




꽤 하얀 피부에, 머리카락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변형시키는 학자였다. 좋아하는 색은 하얀색. 싫어하는 색은 보라색이며 못 먹는 것은 피망과 약간의 해산물. 정보전은 가장 약한 부분이지만 적어도 히치로나 로스보다는 충분히 잘했다. 저격도 대략 2km정도에서 탄착군을 만들어 냈으니 그 정도면 저격수의 보조나 관측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뇌의 가속을 인위적으로 주마등의 몇 배 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괴물인데다가, 선천적으로 '폭발'의 성질을 갖고있는 마안을 갖고있었다. 또 혈족의 특유성에 따라 금속을 연소, 소멸시킬 수 있는 술식을 본능적으로 논 액션(non - action, 어떤 행동도 없이)으로 발동시킬 수 있었다. 마의 양도 어마어마해서, 마의 최대량 개방을 5번까지 끝내서 최대로 히치로의 반 절 정도를 소유할 수 있었다. 물론 히치로보다 마의 통로가 견고한 편이라 한번에 쏟아낼 수 있는 양도 천지차이였다. 영혼의 경계가 희미해서 사념을 다룰 수 있었고, 인형술도 쓸 수 있었고, 히치로처럼 무식하게 때려넣는 것이 아니라 나름 섬세해서 연금술도 쓸 수 있었다.




그래서 붙은 별칭이 올 라운드 플레이어(All Round Player).




코드네임 S1. 학자(Scholar)의 최고(Fist)라는 의미의 S1. 화령도 50억년의 역사의 결정체였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인위적으로 인과선(톱니바퀴)를 비틀리게 할 수 있지만 리스크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이미 게임은 끝났다. '죽음'의 성질을 띈 톱니바퀴를 생성시켜서 표적에게 걸게 만들면 끝. 톱니바퀴를 만들거나 다루는 데에 어떤 마도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었다.




화령도에서 그 여자를 꺾은 사람이 없었다. 소박해보이는 눈매로 바라보기만 해도 대부분의 떨거지들은 아웃. 로이드도 창을 잡혀서 분해되기 직전까지 가서 아웃. 스네이크는 4km의 간격을 두고 시작했으나, 2분만에 물집하나 잡힌 적 없는 손에 들린 흰색 단도에 아웃. 히치로는 정면으로 상대했지만 마를 얼마나 쏟아낼 수 있느냐의 차이인, '수도꼭지의 대결'에서 패배했다. 로스는 특유의 직감으로 마안을 피해내고 단도로 응수해서 상대의 단도를 방어했지만 톱니바퀴를 막아내지 못했다. 톱니바퀴를 끌어내는데에 필요한 시간 2초는, 새침해보이는 입으로 소리를 질러서 로스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으로 시간을 벌었다.




히치로는 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분하게 생각하며 일어났다. 그래도 이미 끝난 일이었다. 그런 괴물이 붙어있었지만 화령도는 하룻밤만에 무너졌다. 애초에 참전하지 않고 어딘가로 빼돌려졌다는 추측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추측이었다. 영구기관이 방출되면서 섬 자체가 하나의 지옥으로 변해 시체고 잔해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히치로는 알고있었다.




그래도 좋은 여자였다, 고 잔뜩 혼자서 약이 오른 히치로가 중얼거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끊겼다.




로이드는 눈을 비비고 일어나 좌우를 돌아보았다. 채광이 지독히도 나쁜 방이라 방안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로이드가 알고있는 최고의 학자가 충고한 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하는 일은 최근의 일을 되짚어보는 것이다. 딱히 마에 관련되어서 이득이 있다거나,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 따위는 아니었다. 그 학자는 로이드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다고 생각해 이런 충고를 해주었다. 전과 비슷한 상황이 놓였을 때 하루의 시작에서 모든 기억들을 상기시키고 후회해서 그 하루동안 후회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덕분이라면 덕분이랄까, 로이드는 실수가 잦은 편이지만 그에 비례해서 다시 실수를 하지는 않는 편이 되어있었다.




좋은 습관이다, 라고 로이드가 중얼거리고 일단 일어났다.




방 안은 비교적 시원했다. 채광이 좋은 미키의 방이나 히치로의 방은 덥겠지만, 기본적으로 로이드는 추운 곳을 좋아했다. 물론 이 집에 사는 사람중에서 따뜻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지만, 로이드는 방의 구석진 곳에 곰팡이가 피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방을 바꾸지 않았다.




요즘 의뢰가 끊겨있었다.




오히려 받는 쪽이 이상했다. 여름은 일을 하기에 최악이었다. 심지어는 하루나 이틀정도는 부동자세로 끝없이 적을 노려보는 스네이크가 '스코프에 김이 서려서 안 해'라며 포기한 적도 있었다. 로스는 '아스팔트의 열기 때문에 아지랑이가 생겨서 심안의 정확도가 떨어져'라며 포기했었고, 히치로는 '더운건 싫어'라며 의뢰내용이 담긴 쪽지를 찢어서 라이터로 태워버렸다. 미키는 대략 10분 정도 불평만 하다가 쪽지로 비행기를 접어서 뒤에 불을 붙인 뒤 고속철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철망 너머로 날려보냈다. 고속철이 불을 껐다지만 풍압 때문에 날아가버렸다.
로이드는 한숨을 쉬면서 '내가 할게'라고 갔다가, 포기했다. 고작 20만엔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비참해질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한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권총에 습기가 차서 작동불량이 된 것이 두 번째 이유이고, 해가 긴 여름이었기 때문에 돌입시간에는 아직 석양이 지고있어서 잠입을 못했다는 것이 세 번째 이유였다.




결국 이 집에서 더위와 상성이 좋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여름을 보내는 것일까.




여기에서 두드러지는 것이 로스의 역할이었다. 사신으로서 받은 의뢰들은 해커들과 연합의 아주 작은 용량때문에 결국 보수를 받을 수 없었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래서 로스가 몸소 찾아가는 것이다. 이전과 같이 퇴각에 관련된 의뢰는 끝까지 남아야 하고, 가장 먼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꽤나 번거로운 의뢰였다. 물론 조직은 지불할 의사가 없었다. 하지만 찾아가서 지불욕구가 생기가 만드는 것이 로스의 역할이었다. 대략 5배 정도의 가격으로 뜯어내서 여름을 무사히 보낸다는 것이다.




물론 전부 다 받을수는 없었다. 목적은 근근히 살아가는 것이고, 노후준비는 은퇴하면 연합에서 연금이 나오니까 문제는 없을 것이고, 전부 다 받아버리면 일이 끊기기에 다음해의 여름이 문제였다. 그래서 돈이 떨어지기 직전에, 간당간당할 정도의 타이밍에 로스가 가서 약 100만엔에서 200만엔 정도를 수금해오는 것이다. 2년이나 지났으니까 다들 적응을 했는지 로스가 찾아가면 20초도 되지 않아서 돈가방을 들고오는 경우가 잦게 되었다.




로이드의 역할은 그 행위의 보조였지만, 아마 올해는 없을 것 같았다. 로스가 겉돌고 있었다. 슬슬 통장잔고가 위험할 정도인데, 로스는 수금할 의사가 없어보였다.




로이드는 아침 9시면 집에서 사라지는 로스를 밤에라도 만나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늘이 안되면 내일이라도.




창술가가 방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저격수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스네이크는 일어나자마자 책상에 앉아서 저격총과 권총의 분해를 시작했다. 어제 사온 부품들이 깨나 좋아서 어젯밤에 다 조립하지 못한 것이 원통할 정도였다. 돈은 이미 지불했었기에 가서 찾기만 하면 되는 문제였는데, 파는 곳에서 '좋은 물건이 들어왔으니까 선착순으로 가져가'라며 인터넷에 뿌려버렸다. 스네이크는 운이 좋게도 올려진지 2초만에 보고 페라리로 달려갔다. 아마 저격총과 권총의 부품은 거의 독점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좋은 부품들이 책상위에 놓여있었다. 200개가 넘는 고급부품을 단지 5만엔에 얻었다는 것이 스네이크에게는 꽤나 운수 좋은 일이었다.




부품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원래 이 총의 원형은 WA2000이었다. 물론 정확히 따지면 그것의 레플리카. 스네이크의 사부는 전 세계에서 154정밖에 생산되지 않았다고 하는 명품을 원형대로 쓰지는 못했고, 그것의 재원대로 제작된 레플리카를 사용했다. 루이즈는 진짜 원형을 갖고있다고 하지만, 그 사부는 자신이 갖고있는 저격총이 더 좋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트리거와 슬라이더만 약간 교체하면 볼트를 올리거나 노리쇠를 반회전 할 필요 없이 탄창만 갈아끼우면 되는 반자동의 저격소총으로 변한다. 그리고 AA형 배터리와 약간의 플루토늄이 있으면 90식 전차를 으깰 수 있는 대 전차 저격총으로 변한다. 고장률은 레플리카인데다가 거기에 개조까지 해서 꽤 높은 수치였지만, 볼트액션을 선호하는 스네이크에게 심각한 고장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볼트를 올리는 것으로 대부분의 잔고장은 해결되는 것이다.




WA2000의 장점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총열이 떠있어서 반동을 약간이나마 줄여준다는 것과, 엄지가 들어가는 'Thumb Hole'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희박했다.




원래 WA2000은 지금 스네이크가 개조한 것과는 반대로 '파괴력'보다는 '명중률'에 좀 더 집중하고 있었다.




총열이 붕 떠서 사수에게 전혀지는 반동이 간접적으로 전해지므로 약간 반동이 줄어들게 되어있었고, 슬라이더가 뒤로 튕긴 뒤 원위치되는 확률과 잔고장의 발생확률이 급격히 좋아진다. 장탄수는 박스탄창이어서 6발에 그쳤지만 불펍식(탄창이 방아쇠보다 뒤에 있다.)을 사용해 휴대성이 뛰어났다. 윈체스타 탄환을 사용하나, 90cm의 짧은 길이와 7kg안팎의 작고 가벼운 저격총은 대략 1.5km의 과녁에서 스네이크가 사용했을 때 우수한 탄착군을 형성했다.




하지만 저격수라는 것이 집단내에서 극 소수만이 존재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집단의 주력은 먼저 진입해서 돌입하는 포인트맨에 있었다. 오히려 저격수는 뒤에서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즉, 소비하는 사람이 적으므로 단가도 줄어들지 않게 되는 것이다. 결국 막대한 개발비에 못 이겨 154정에서 끝난 저격소총이지만, psg-1이나 msg90같이 차세대 저격소총이 많이 존재하던 2000년대에도 1억 5천만원이라는 살인적인 가격을 불렀다. 당시의 비싼 저격소총이라는 psg-1이 2000만원 정도하는 가격이었으므로, 얼마나 비싼 가격인지 알 수 있었다.




스네이크의 저격총은 순수 파괴력만을 위주로 한 괴물 저격총이었다. 일단 외관을 보면, WA2000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100cm가 안되는 작은 저격총이, 160cm의 거대한 크기로 변모했고, .300 윈체스터 탄환을 쓰던 총이 .50BGM의 탄환도 무리없이 들어가게 되었다. 방아쇠보다 뒤쪽에 있던 탄창삽입구가 앞쪽으로 나왔고, 박스형 탄창이 아닌 보통의 탄창을 넣게 되었다. 레버를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약 2V의 전압과 간신히 사람 한 명을 죽일 정도의 전류량, 그리고 플루토늄의 열반응을 이용해 내부공기가 가열되면서 드릴형의 탄환을 1분에 5발씩 쏟아내어 한 발마다 전차 하나를 사냥할 수 있는 괴물 저격총으로 변한다. 하지만 이 경우, 반동이 너무 커서 2격부터는 1km이상의 적에게는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런 괴물소총을 다루는 스네이크라도 일시적으로 팔에 무리가 가서 떨림이 생긴다는 것이다. 단, 1km내라면 보통 군에서 쓰는 장갑차나 전차는 일격으로 마무리지을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어떤 저격총이라도 상관 없었다. 아마 로스가 주워쓰는 psg의 레플리카나, SVD의 레플리카도 이렇게 바꿀 수 있었을 것이고, 로이드가 사용하는 msg90을 볼트액션 방식으로 개조한 소총도 이렇게 바꿀 수 있었을 것이다.




스네이크가 조립을 끝내고 볼트를 당겨 약실에 탄환을 집어넣었다.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스네이크는 그다지 손재주가 없다는 것. 이번에 새로 들어온 부품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일까.




총은 볼트부터 시작해서 약 50개의 조각으로 완전히 해체되어 있었다.




미키는 집에 없었다.




잠시 어디를 나간 것인지, 청바지와 반팔, 전투때 사용하는 두꺼운 천의 옷들이 사라져 있었다. 아마 의뢰일 것이다.




미키의 퍼스널 컴퓨터(PC)는 딱히 좋은 성능은 아니었다.




옆에는 보조 전원 공급장치가 있었고, 메인 컴퓨터와 메모리는 평이한 수순이었다. 그저, 다음 세대의 게임을 간신히 실행시킬 수 있을 정도.




보통 사람에게 물으면 웃을 것이다.




'당신 집에 있는 컴퓨터로 정부의 중추까지 해킹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해커의 역할이다.




해커의 능력이라고 하면 자판을 두드리는 능력도 아니고, 적의 IP를 알아내 원격조종을 하는 것도 아니다.




해커의 능력은 '평소에 얼마만큼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가'에 있다. 그것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능력에 포함되지만, 몇 번의 시뮬레이션이면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적이 아주 변화성있게 오지 않는다면, 그 동안에 쌓아둔 무기의 양이 해커의 평가요소였다. 얼마만큼 쉽게 적의 내부에 침입해서, 탈출을 위한 백도어를 설치하고, 자료를 얻을 수 있는가. 그것이 전부다. 딱히 자판을 두드리거나 얼굴이 빨개져서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자판도 그다지 필요없다. 적이 공격했다면 거짓자료로 연막을 뿌리고 백도어만 없애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그만이고, 공격한다면 견고한 백도어 프로그램을 갖고있으면 그만이다. 거짓자료의 식별도 프로그램으로 대처할 수 있다.




해커에게는 어떤 선천적 자질도 필요없었다. 얼만큼 자신을 통제하고 일상에 '프로그래밍'을 끼워넣을 수 있느냐가 관건.




물론, 3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해커는 쓰레기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컴퓨터 정도를 해킹하려면 대략 30:1정도는 예상해야 하고, 그 많은 컴퓨터들과 싸워서 하나의 컴퓨터가 이길 수 있을리가 없었다. 간단한 예를 들어서 영국 첩보기관에는 숫자의 크기가 요원의 순위를 나타낸다고 해도, 007이 001과 002의 총을 한 번에 막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3차 세계대전 이전에는 그나마 30명의 방어자를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서버가 없었다고 해도, 지금은 그 세계대전에서 꽤 떨어진 역사를 살고있었다. 30명? 300명이라도 무난하다. 거기에 정부기관이라면 일류의 방어자일 것이다. 아무리 타자를 빨리 쓸 수 있다고 해도 300배나 빠를 수는 없었다. 이미 그 정도면 키보드가 배겨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프로그램이 대처하는 것이다.




이미 사용된 양식대로 프로그램이 인공지능을 갖고 백도어를 설치하고, 거짓자료를 식별한 뒤 필요한 자료를 가져온다. 미키의 경우, 접촉에서 빠져나가기까지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의 타자속도로 어찌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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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그냥 넘기셔도 상관 없어요.



간만입니다. 시험 끝나고 간신히 올리네요.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19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