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폐하 보소서.
소인에게 이리 과분한 영(令)을 내려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보령(寶齡)이 연소(年少)하신 폐하께서 이 늙은이의 지혜를 보길 원하시니 떨리면서도 제국의 안녕을 느낄 수 있어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자고로 하늘 아래 가장 고귀한 분이 늙고 거추장스런 신하에게 스스로 지혜를 구한 적은 없었습니다. 제국의 안녕을 위해 가장 낮은 자조차 버리지 않으시는 황제 폐하의 식견과 선한 마음이 참으로 귀하고 귀합니다.
노신(老身)은 세 분의 황제를 모셔왔습니다. 옛 사비국의 북방국경선에서 동쪽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로 태어나 이미 76년을 살아왔습니다. 선대(先代) 황제들께서 어여쁘게 여겨주셔서 미천한 아이가 감히 제국의 총리로 30년, 관료로 50년 동안 녹을 먹고 있습니다. 감히 자신하건대, 관의 녹을 먹는 지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부정하고 불합리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신 스스로 터득한 신념이 아니라, 역사에 남지 못한 한 위대한-폐하만큼 존귀하지는 않습니다.- 인물에게 배운 것입니다.
폐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제국에는 훌륭한 마법사나 정치가와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1392년 마법사 '이티스'는 자신을 포함해 제국의 모든 마법을 소멸시켜 다시는 마법사가 제국을 전횡(專橫)하지 못하도록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했으며, 그 이전 1378년 마법사 '포돌루카'는 그의 동료와 함께 단 3명으로 '백의 난'이라 일컬어지는 백마법사들의 반란을 제압해 황도(皇都)를 구했고, 1365년 총리이기도 했던 마법사 '킨토'는 선대황(先代皇) 태법제(太法帝)를 도와 사비국에서 통일제국 '라흐만'으로 제호(帝號)를 칭하고 제국의 법제(法制)를 정비하며 황도를 재건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1355년 마법사 '블라드미르'는-함께 청청파(靑靑派)로 불리는- 마법사 '미로스'와 마법사 '페킥' 과 함께 북방 이비국의 잔존반란세력을 진압하여 대륙통일을 실질적으로 완수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대륙을 통일하고 안정시켰으면서도 줄곧 야전(野戰)에서 겸비(謙卑)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준 총사령관 '이호' 장군, 제 1차 통일전쟁에서 나라를 구하고 삼비국을 정복하고 백성의 안정을 도모한 훌륭한 군인이자 행정가였던 장관 '해근' 공(公), 태법제의 아우이자 군병장관으로서 황실을 위협하는 여러 종친을 제압하고 황실의 위엄을 굳게 다진 '계수' 공(公) 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인은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들의 모든 공을 더하여도 역사에서 지워진 한 위대한 인물의 공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이들의 공적은, 역사를 세웠지만 그 역사에게 버림받은 한 위대한 인물이 닦은 대륙통일의 기틀 위에 쌓여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출생일(日)은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고아였고, 노예상인에게 팔려 북방으로 가는 도중 도망쳐 소인이 태어날 옛 사비국의 북방국경선 동단에 위치한 작은 마을 '가현(佳賢)'-지금은 제령(除靈)이라 불립니다.-을 고향 삼아 뿌리 내린 것만 알려졌습니다. 하늘에 맹세코 이 자가 가현에 오게 한 그의 운명은 소인에게는 천운입니다. 그가 소인의 고향에 오지 않았다면 소인 또한 지금 이렇게 황은(皇恩)을 입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삶에 있어 피해야 할 것과 갖춰야 할 것을 소인에게 가르쳐 주었고, 권력과 역사의 속성을 가슴에 새겨주었습니다.
소인은 그를 10살에 만났습니다. 폐하의 보령보다 훨씬 어렸지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회고할 그의 가르침을 이 미천한 노신보다도 폐하께서 더 잘 이해하고 더 온전히 실천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당시 소인의 나이에 비해 그가 가르쳐 준 것들은 너무나 거대해서 소인은 그 참뜻을 세월이 훨씬 지난 후에야 깨우쳐 실천했습니다. 부디 폐하께서는 아둔한 소인의 입술로 회고하는 그의 위대한 가르침 내면에 있는 참뜻을 올곧게 역사에 펼치어 칭송에 칭송을 더하십시오.
대륙의 역사가 탄생시키고도 그 무게를 감당 못해 내버린 가장 위대한 마법사 '퀴트리아'를 회고하면서, 총리 권영 바침. 대륙력(大陸曆) 1412년 초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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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퀴트리아' 라고 불리는 '형골'이 주인공인 얘기입니다.
액자 형식이고요,, 권영의 회고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이미 써진 분량도 있어서 아마 일주일에 한 편 혹은 반 편 씩은 올릴 수 있을 듯..
혼자 쓰고 혼자 읽다 보니, 부족한 부분을 잘 몰라서요, 많은 지적 바랍니다.
-하늘날개-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19 22:55)
소인에게 이리 과분한 영(令)을 내려주시니 황송할 따름입니다. 보령(寶齡)이 연소(年少)하신 폐하께서 이 늙은이의 지혜를 보길 원하시니 떨리면서도 제국의 안녕을 느낄 수 있어 뜨거운 눈물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자고로 하늘 아래 가장 고귀한 분이 늙고 거추장스런 신하에게 스스로 지혜를 구한 적은 없었습니다. 제국의 안녕을 위해 가장 낮은 자조차 버리지 않으시는 황제 폐하의 식견과 선한 마음이 참으로 귀하고 귀합니다.
노신(老身)은 세 분의 황제를 모셔왔습니다. 옛 사비국의 북방국경선에서 동쪽에 위치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로 태어나 이미 76년을 살아왔습니다. 선대(先代) 황제들께서 어여쁘게 여겨주셔서 미천한 아이가 감히 제국의 총리로 30년, 관료로 50년 동안 녹을 먹고 있습니다. 감히 자신하건대, 관의 녹을 먹는 지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부정하고 불합리한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신 스스로 터득한 신념이 아니라, 역사에 남지 못한 한 위대한-폐하만큼 존귀하지는 않습니다.- 인물에게 배운 것입니다.
폐하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제국에는 훌륭한 마법사나 정치가와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1392년 마법사 '이티스'는 자신을 포함해 제국의 모든 마법을 소멸시켜 다시는 마법사가 제국을 전횡(專橫)하지 못하도록 살신성인(殺身成仁)을 했으며, 그 이전 1378년 마법사 '포돌루카'는 그의 동료와 함께 단 3명으로 '백의 난'이라 일컬어지는 백마법사들의 반란을 제압해 황도(皇都)를 구했고, 1365년 총리이기도 했던 마법사 '킨토'는 선대황(先代皇) 태법제(太法帝)를 도와 사비국에서 통일제국 '라흐만'으로 제호(帝號)를 칭하고 제국의 법제(法制)를 정비하며 황도를 재건하는 데에 혁혁한 공을 세웠고, 1355년 마법사 '블라드미르'는-함께 청청파(靑靑派)로 불리는- 마법사 '미로스'와 마법사 '페킥' 과 함께 북방 이비국의 잔존반란세력을 진압하여 대륙통일을 실질적으로 완수하였습니다. 그 밖에도 대륙을 통일하고 안정시켰으면서도 줄곧 야전(野戰)에서 겸비(謙卑)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준 총사령관 '이호' 장군, 제 1차 통일전쟁에서 나라를 구하고 삼비국을 정복하고 백성의 안정을 도모한 훌륭한 군인이자 행정가였던 장관 '해근' 공(公), 태법제의 아우이자 군병장관으로서 황실을 위협하는 여러 종친을 제압하고 황실의 위엄을 굳게 다진 '계수' 공(公) 등도 있습니다.
그러나 소인은 감히 말씀드립니다. 이들의 모든 공을 더하여도 역사에서 지워진 한 위대한 인물의 공에 비할 바가 못됩니다. 이들의 공적은, 역사를 세웠지만 그 역사에게 버림받은 한 위대한 인물이 닦은 대륙통일의 기틀 위에 쌓여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출생일(日)은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고아였고, 노예상인에게 팔려 북방으로 가는 도중 도망쳐 소인이 태어날 옛 사비국의 북방국경선 동단에 위치한 작은 마을 '가현(佳賢)'-지금은 제령(除靈)이라 불립니다.-을 고향 삼아 뿌리 내린 것만 알려졌습니다. 하늘에 맹세코 이 자가 가현에 오게 한 그의 운명은 소인에게는 천운입니다. 그가 소인의 고향에 오지 않았다면 소인 또한 지금 이렇게 황은(皇恩)을 입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는 삶에 있어 피해야 할 것과 갖춰야 할 것을 소인에게 가르쳐 주었고, 권력과 역사의 속성을 가슴에 새겨주었습니다.
소인은 그를 10살에 만났습니다. 폐하의 보령보다 훨씬 어렸지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회고할 그의 가르침을 이 미천한 노신보다도 폐하께서 더 잘 이해하고 더 온전히 실천하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당시 소인의 나이에 비해 그가 가르쳐 준 것들은 너무나 거대해서 소인은 그 참뜻을 세월이 훨씬 지난 후에야 깨우쳐 실천했습니다. 부디 폐하께서는 아둔한 소인의 입술로 회고하는 그의 위대한 가르침 내면에 있는 참뜻을 올곧게 역사에 펼치어 칭송에 칭송을 더하십시오.
대륙의 역사가 탄생시키고도 그 무게를 감당 못해 내버린 가장 위대한 마법사 '퀴트리아'를 회고하면서, 총리 권영 바침. 대륙력(大陸曆) 1412년 초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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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 '퀴트리아' 라고 불리는 '형골'이 주인공인 얘기입니다.
액자 형식이고요,, 권영의 회고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이미 써진 분량도 있어서 아마 일주일에 한 편 혹은 반 편 씩은 올릴 수 있을 듯..
혼자 쓰고 혼자 읽다 보니, 부족한 부분을 잘 몰라서요, 많은 지적 바랍니다.
-하늘날개-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05-19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