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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7.04.1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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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에 떠다니는 작은 새들처럼, 들판을 뛰노는 저 늑대들처럼. 나는 어디든 뛰어다닐 수 있는 자유로운 영혼이고 싶었다. 작은 검 한 자루를 허벅지에 매달고, 등에는 갖가지 물건들과 소량의 음식을 담은 가방을, 손에는 손가락을 잘라낸 장갑을 끼고 지도를 들며 눈으로 여러 경치를 확인하며 여행하는 자유로운 사람.


그러나, 신은 자유라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여러가지 위험한 것들을 배치해놓았다. 난폭한 짐승이라던가, 낭떠러지나 물살이 쎈 강같은 위험한 지형지물들. 그러나, 짐승은 나의 허벅지에 찬 작은 단도로, 또 지형들은 주변의 나무나 바위를 이용해 넘어갈 수 있다. 신은 이 위험한 것들을 인간의 지능을 발달시키기 위한 교재로 사용한 듯 하다.

푸른 하늘로 감싸인 거대한 언덕을 지나, 햇빛도 잘 들어오지않는 숲과 그 숲 사이를 가로지르는 강을 넘어, 꼭 한 번 세상의 끝에 도달해보고싶다. 그 누구도 다다르지 못한 세상의 끝에는 과연 무엇이 있는걸까. 신의 선물? 아니면 그 장소에 신이 있는 것일까.


구름은 두둥실 떠다니며 새들은 멀리서 지저귀는데, 나는 아직까지 이런 좁디좁은 방 안에 갇혀 약이나 먹고있다. 그 것도 몸에 받지않아 역류하며 올라오는데도,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 것을 강제로 먹이려한다. 언제쯤 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끝나고 자유롭게 되는 걸까. 책에서 봤었던 여행자들처럼, 하늘에서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저 나비처럼 될 수 있는 날이 올까.


이 돼지우리같은 곳에서 시간이 되면 밥이나 먹고, 약이나 먹으면서 살기에는 인생이 너무나 아깝다. 내가 이 때까지 산 14년이라는 인생에서, 나는 무엇을 하기위해 태어난 것인지 아직까지 알 지 못했다. 밖에서 지낸 시간은 10년이 채 되지않았고, 이 감옥에서 보낸것만 5년이 지나가는데 알 수 없는 것도 당연했다. 항상 새하얀 잠옷을 시녀들이 가져와 입히는데도, 내 마음은 밝아지기는 커녕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다. 한 번이라도 다시 밖으로 나간다면, 밖으로 나갈 수만 있다면 좋으련만. 나를 막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에 화가 나고 슬프다.


아버지는 약이란 약은 전부 먹이는 것 같다. 어제까지만 해도 5알이었던 약이 오늘은 8알로 늘어났다. 먹을 때마다 위를 찢는 것 같은 고통스러운 느낌이 내 뇌를 자극했다. 병이 낫는다는 것보다는 오히려 느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렇게 보면 아버지는 나를 살리려는 것이 아닌 죽이려는 것 같았다.


창 밖에 비가 내리지만, 새들은 아랑곳하지않고 날아다녔다. 차라리 새로 태어나 날아다녔으면 좋았을 것을. 신은 어째서 인간의 몸에 새의 마음을 넣어놓은걸까. 거기에 병까지 추가해서말이다. 신은 무슨생각으로 나를 이 약하디 약한 인간의 몸에 넣은 건지 모르겠다.


나는 몰랐지만, 어제 새벽에 내가 발작을 일으킨 것 같았다. 기억이 도통 나지를 않는다. 점점 연약해지는 내 팔과 다리를 보며 공포를 느꼈다. 이제는 더이상 걸을 힘조차 없는 것 같았다. 내 마음에 자리잡고있던 새조차 점점 어두워지는 내 마음을 견디지못하고 죽어가는 것 같았다.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로 신기하다. 어제 있었던 일을 금방이라도 잊어버리는 듯했다. 어제는 정말로 기분이 좋지않았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아니, 안좋은건가? 기분이 자꾸만 오락가락한다. 내 암울한 인생을 생각하면 슬퍼졌지만, 또 하늘을 날아다니는 저 새를 보면 기분이 금새 좋아져 세상을 돌아다니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현실에 돌아오면 다시 슬퍼지고. 그 것이 계속 반복된다.


어머니가 찾아와 약 몇 알을 더 주셨다. 이제는 별 감흥조차 생기지않았다. 알약을 전부 입 안에 털어놓고 역류하기를 반복. 시녀들은 내 위에서 나오는 액체들을 계속해서 닦아냈다. 어머니는 슬픈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어째서 그 표정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어머니가 이렇게나 슬퍼하는데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창문에 있던 새들이 어느순간부터 보이지않았다. 신은 이제 나에게 상상까지 빼앗아가는 것인가. 이제는 더이상 살고싶지않았다. 이런 고통을 받으며 살 이유가 있을까. 새들도 없어진 것처럼 나도 없어지고싶다.


내 영혼의 불씨가 점점 꺼지는 것을 느낀다. 이번에 자면 확실히 나는 못일어날 것 같았다. 말도 잘 안나오고, 이제는 약조차 거부했다. 시녀들이 나에게 억지로 먹이려하는 것을 몸을 휘저으며 그들을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입에 들어간 것들을 전부 뱉어냈다. 이제 나는 죽음을 기다릴 것이다.


며칠간 비만 오던 창문 밖에 해가 차올랐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이 부셨다. 하지만, 내 마음속 해는 이미 지고 달만이 드높게 차올라있었다. 이제 더이상은 어두워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고통이 느껴지지않는다. 적어도 내 정신은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신체는 그렇지않은듯 발작을 지속적으로 일으켰다. 몇 번이나. 발작이 끝날 때마다 나는 새를 보고싶었지만, 태양이 떠올라도 새는 보이지않았다. 제발 새를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게 해주었으면.....



주인님께서 주변에 있는 새들을 전부 잡으라고 하셨다. 죽어가는 자신의 아들이 새를 따라 저 높은 하늘로 갈 것 같아서 그렇다고하는데, 시녀인 나는 잘 모르겠다. 오늘도 나를 포함한 몇 몇의 시녀들이 바닥에 쌀을 놓고 새를 잡고있다. 오늘까지 잡게되면 벌써 50마리는 족히 잡는 것 같다.


내가 놓은 곳에 새가 조심스럽게 날아와 쌀을 쪼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함정에 설치해놓은 밧줄을 당겼다. 그 순간, 새가 날아가며 도련님이 계신 창문을 지나갔다. 그 순간, 작지만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아직 봄이라 날이 쌀쌀할텐데.


그날 밤, 도련님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도련님의 방으로 들어가 돌아가신 도련님의 시체를 운반하는 것을 도왔다. 이불을 걷은 도련님의 신체는 이미 뼈밖에 남아있지않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요즘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도련님의 미소가 입에 걸려있었다.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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