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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10.07 18:08

아인 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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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개로 이루어진, 이름도 잊혀진 군도에 있는 한 섬. 바다에서 잔뼈가 굵은 항해사도 예측할 수 없는 해류와 거대 소용돌이, 그리고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아직도 태고의 순결을 갖고 있는 그 섬들은 공식적으로는 개발이 되지 않은 무인도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옳지 않은 말이었다. 군도의 중심 부에 위치한 11개의 섬에는 예전에 거주하던 어떤 민족에 의해 세워진 마을이 있었다. 대부분이 거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한 석조건물들이었고, 대부분이 단층으로 만들어 졌지만 개중에는 높이가 수 미터나 되는 커다란 홀처럼 생긴 유적들도 있었다.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짐작도 하기 힘든 건물들은 이젠 풍파와 시간에 의해 대부분 폐허로 변해 버렸다. 그곳을 노닐고 시간을 보내던 사람들은 어느 샌가 사라졌고, 이제 이 섬에 남은 생명체라고는 다양한 동식물들뿐이라는 것이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러나 환경적인 요인 탓에 이동이 제한된 틈을 타 그곳에 거주하는 존재들이 있었다.

잊혀진 군도의 정 한 가운데에 있는 섬. 레미레스들은 그 섬을 어머니 섬이라고 부른다. 지름은 약 4킬로미터 정도로 인위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섬이었다. 이 어머니 섬은 레미레스들에겐 집과 같은 곳이다. 특히 초대들에 의해 만들어진 레미레스들은 이곳에서 태어나 모든 것을 교육받고 종족을 위해 죽을 때까지 일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실질적인 리더를 맡고 있는 커스에게 있어 외부로부터의 방해를 받지 않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일이기도 했다. 그는 그곳의 해안가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그에게 사색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줌과 동시에 많은 업무에서 해방될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마치 연안의 바다 색과 같은 그의 푸른 머리카락이 바닷바람에 흩날렸다. 하얀 색의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상체는 내놓은 체였기 때문에 그의 건장한 몸이 일몰 아래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등에 비스듬하게 차고 있는 것은 폭이 30센티미터에 길이는 1미터 반은 될만한 거대한 양손 검이다. 그 무게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의 발걸음은 그의 신체에 비해 휠씬 무거운 감이 있었다. 이윽고 그의 무거운 발걸음이 일몰이 가장 잘 보이는 벼랑 끝에 닿았다. 일몰은 그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낮이 밤에 의해 잡아 먹히는 시간. 그리고 두 경계선이 만나는 곳에는 수만 가지의 빛이 피어 오른다. 그는 그 몽환적인 장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누군가를 미행하는 취미는 그리 환영 받지 못합니다, 머로리."

마치 허공에다가 하는 말 같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이 그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특별히 미행을 하려고 한 건 아닐세. 단지 자네의 취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커스."

울창한 나무 사이로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굵은 나무 지팡이에 몸을 맡기고 휜 수염이 길게 늘어진 노인은 천천히 커스에게 걸어왔다. 그는 커스의 것과 비슷한 외형의 옷을 걸치고 있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마른 몸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등이 고부라지지 않은 곳이 용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힘겹게 걸어 나온 그를 보며 커스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어떤 일로 예까지 나오셨습니까, 머로리?"

머로리의 주름진 얼굴에 약한 미소가 떠올랐다.

"끝까지 아버지라 불러주지는 않는 구나."

그 말에 커스는 고개를 들고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제 아버지는 에덴 님뿐입니다. 당신에 의해 그의 아들이 된 것은 감사합니다만, 당신을 아버지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끌끌. 그래, 이해한다. 하지만 가끔은 식사라도 같이 하자꾸나. 다른 아이들은 매일 4 대륙을 돌아다니는 바람에 얼굴 보기도 쉽지 않으니."

"유념토록 하겠습니다."

정나미 없게 대답한 커스가 다시 일몰을 향해 몸을 돌렸다. 태양의 고도는 조금 전보다 조금 더 내려가 있었다. 그러면서 아직 쓰지 못한 하루의 힘을 모두 쏟아내듯 진홍 색의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그렇기에 커스의 푸른 색 머리카락은 설명하기 힘든 색을 만들어 냈다.

"아직 제 질문엔 답을 하지 않으셨군요."

머로리는 그 말에 즉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일몰을 감상하기 시작했다. 건장한 커스 옆에 서이 머로리의 마른 몸이 더욱 위축되어 보이는 것 같다. 그가 입을 연 것은 커스가 슬슬 지루해진다고 생각할 때였다. 마른 나무껍질 같은 머로리의 입술이 떨어졌다.

"아직 못 찾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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