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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2013.10.03 19:47

아인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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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드디어 자기도 날 여자로 보기 시작한 거야? 막상 그런 말을 들으니 부끄러워 지려는데?”

“……보통 에티켓이라고도 하지.”


셀로는 슬슬 아파오려는 머리를 식히려는 듯,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는 유리가 자신의 잔에 샴페인을 따라 주는 것을 보며 질문했다.


, 이건 대답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긴 하는데, 넌 어떻게 해서 레미레스가 된 거야?”


유리는 셀로의 잔에 적당히 샴페인을 따른 후, 병 입구를 손가락으로 살짝 훑었다. 그녀는 샴페인이 묻은 손가락을 입 안에 굴리며 대답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4년 전에 엘칸의 한 귀족 가문이 있었지. 그렇게 작위가 높지도 않았고 재산도 많진 않았지만 모자라지도 않게 사는 가문이라고나 할까? 그 가문에는 세 명의 아들이 있었다고 해. 뭐 나도 자세한 건 모르니까 그들의 이름은 넘어가자. 아무튼 그들 중 성실하기로 소문난 둘째 아들이 결혼을 했어. 상댄 그와 비슷한 작위를 가진 가문의 딸이었지. 결혼 생활은 행복하고 순조로웠을 거야. 별다른 말들이 없었던 것을 봐서는. 아무튼 결혼하고 나서 약 2년 후, 둘 사이에 아이가 생겼어. 귀엽고 아름다운 딸아이였지. ,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나도 그 가문의 주변인들에게 들은 이야기라고. , 이야기를 계속할게. 그 아이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어. 최고로 좋은 옷을 입히고 항상 주변에 하인들이 대기하고 있었지. 그런데 그 아이가 3살이 되던 무렵, 갑자기 돌 연사를 당한 거야.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이야기 아니야? 아기가 갑자기 죽다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크게 낙담하고 그 아이의 장례를 거창하게 치렀어. 마을의 공동묘지에서 가장 볕이 잘 들고 잘 보이는 자리로 말이야. 관은 비싼 향나무로, 무덤은 화려한 대리석으로. 근데 그 사람들은 알까? 사실 그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 말이야.”


거기까지 듣던 셀로가 움찔했다. 그는 놀란 것을 굳이 숨기지 않고 질문했다.


무슨 말이야? , 기절이라도 했었다는 말이야?”

음음. 가사(假死)상태라고 생각하는데…... , 이건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 그냥 내 추측이야. 주변인들이 이것을 알 리가 없지. 내 생각엔 병에 걸려서 심박수가 약해진 것을 마을의 나이 많은 돌팔이 의사 죽었다고 지레짐작을 한 것 같아. 아무튼 각설하고,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한 사람이 있었지. 바로 초대 레미레스 중 한 사람인 머로리였어.”

머로리?”

. 내가 오늘 아침에 말한 초대 레미레스 중 한 사람. 아무튼 그 사람이 무덤 속에서 들리는 아기 울음 소리를 듣고 꺼내 데리고 간 거지.”

어찌 보면 네 생명의 은인이군.”


그 말에 유리가 기가 차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생명의 은인? , 웃기지 말라고 해. 그 자식은 3살 밖에 안 된 어린애를 실험대상으로 삼은 미친 녀석이야!”

*……”


그 말에 할 말을 잃은 셀로는 묵묵히 술잔을 기울일 뿐이었다. 유리는 나쁜 기억을 지우려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을 이었다.


에덴의 피를 받은 후부터, 아니 정확히는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자각한 순간부터 난 감시 아닌 감시를 받으며 살았어. 매일 같이 반복되는 각종 수업과 훈련, 그리고 자기 전에 하는 신체 검사는 초경이 시작되기 바로 전까지 매일 같이 받았어. , 그나마 위안인 것이 연구원이 여자였다는 것일까? 아무튼 요 몇 달 전까지 내 삶에 나는 없었던 것 같아. 단지 다른 사람들의 미래를 위해 살았지. , 그나마 근 몇 년 동안은 나에게서 미래를 찾기를 포기한 것 같아서 그나마 좀 편했지만.”

유적을 찾기 시작했으니까. 맞지?”


유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셀로가 알고 있는 것을 예상했었던 것 같았다.


그래. 너희 마법의 원래 주인들. 태초의 감정, 혹은 공포라고 하는 여섯 명을 봉인할 때 부숴지고 감춰진 에덴의 영혼 조각들을 깨우면 에덴이 부활한다는 것을 고문서를 통해 알게 된 거야. 너도 이제 알다시피 레미레스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아. 그리고 이 넓은 세계에는 수 백의 유적지들이 존재하지. 그것들을 모두 알아보자니 일손이 부족해지고, 당연히 나에 대한 관심도 소홀해졌어. 그리고 감시가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되었을 때, 빠져 나왔지.”


그녀는 잔에 입을 가져가 안에 들어있는 액체를 모두 마신 다음, 잔을 바다 위에 털었다. 마치 추억 사이에 찌꺼기처럼 낀 아픔을 털어내려는 듯한 몸짓이었다.


레미레스에서 탈출한 내가 가장 한 것이 뭔지 알아? 예전에 가족들이 살던 마을을 찾아간 거야.”


그 말에 셀로가 움찔하며 질문했다.


가족들을 찾아가 복수했나?”


유리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기억도 없는 사람들을 죽이긴 왜 죽여!”

보통 책이나 영화를 보면 그렇게들 하던데?”

이건 책이나 영화 스토리가 아니거든? 분위기 좀 깨지 말아줄래?”


내가 아는 사람 중 분위기를 가장 화끈하게 깨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닌데.’


셀로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이야기의 다음이 궁금했기에 차마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뭘 했는데?”

. 그 마을에 유명한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거든? 가서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먹었지.”


셀로는 그렇게 대답하며 짓는 유리의 미소가 슬퍼 보인다고 생각했다. 셀로는 그녀가 어째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은 사실에 그런 부서질 것만 같은 미소를 짓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가 알아서 말할 것을 직감적으로 짐작한 것이다. 그런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그녀의 입술이 떨어졌다.


나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아마 레미레스들이 날 잡기 위해 매복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도 있긴 하지만……꼭 그것만을 아니야. 겨우 3살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난 기억하고 있었거든? 우리 가족이 산책을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사먹었던 아이스크림 맛을. 새콤달콤한, 어디에서나 맛볼 수 있는 딸기 아이스크림이었지만 말이야, 난 다시 한 번 먹고 싶었어. . 어째서 가족들의 얼굴을 보지 않았는지는 말 하지 않을래. 나도 모르니까. 하지만 미련은 없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활기찬 몸동작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판의 끝을 향해 마치 발레를 하는 동작처럼 우아하게 사뿐사뿐 걸어간 그녀는 점점 하늘의 중심을 향해 떠오르는 세 개의 달에 건배하듯 오른 손을 높이 들어올리며 말을 마쳤다.


미련을 남기면 남길수록, 더 약해질 것만 같아서.”


---

part2는 아직 50장이 남았는데 언제 다 올릴지...


즐거운 하루 되세요!


vinc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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