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신 상의 미소
제국력 193년 9월 11일.
끼룩 끼룩
갈매기의 울음 소리가 방파제에 부딪쳐 부서졌다. 바람은 파도 소
리를 머금고 차가운 옷깃을 입은 체 바다 소식을 마을 곳곳에 전한
다.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부두엔 주말답게 여행객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뭐라도 팔기 위해 물건에 대한 자잘한 설명
을 곁들이는 상인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부두에 두 남자가 나란히 서서 멀리 떠있는 듯한 수평선
을 보고 있었다. 메이는 상체의 대부분을 단단한 강철로 가린, 하지
만 활동성을 위해 나머지 부분은 가죽으로 처리된 갑옷을 입고 허리
엔 70센티미터 정도의 검을 차고 있었다. 아마 보이지 않는 곳과 어
깨에 맨 기다란 가방 속엔 총기류 및 각종 도구가 들어있을 것이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라.”
“알았어. 너도 누님 아래서 고생 좀 하겠지만, 그래도 기 죽지 말고
열심히 해. 아, 봉급 꼬박꼬박 받는 거 잊지 말고.”
전에 입던 갑옷 대신 연구원들이 입는 하얀 색 코트를 입은 로힌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뭐, 당연한 거지.”
환하게 웃는 그의 코트에는 하나텔 대학의 상징인 삼두(三頭) 수리
모양의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하지만 왠지 친구 팔아 대학 들어간 기분이 들어서 좀 찝찝한데?”
그의 말에 메이는 장난스럽게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뭐, 너도 만만치 않은 임무잖아?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아버지
덕도 보고 말이지.”
“그러게 말이다.”
로힌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해야겠지.”
-윰으로 향하는 증기선이 10분 뒤에 출발합니다. 탑승하실 손님들께서는 제 21 항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향하는 증기선이 10분 뒤에 출발합니다. 탑승하실 손님들께서는…….
확성기에서 울리는 탁한 목소리가 부두에 울려 퍼졌다. 잠시 동안의
이별을 알리는 메시지. 메이가 말했다.
“그럼, 다녀 오겠어.”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전보 쳐라.”
메이는 손을 살짝 흔드는 것으로 안녕을 고하고, 부두 쪽으로 발걸
음을 돌렸다. 제 21 항구엔 꽤 새것으로 보이는 하얀 색 증기선이
한 마리의 백조처럼 우아하게 떠있었다. 출발할 때가 가까워와서 막
불을 떼기 시작한 듯, 연기는 약했지만 선장은 기적 소리를 요란하
게 울리면서 손님들을 모으고 있었다. 출발 직전에도 선원들은 갑판
을 닦고 이런저런 점검을 하고 있었다. 고위 장관들이나 부자들이 타
는 부유선(浮遊船)보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이리저리 애정을 받고 자
란 배 같았다.
증기선으로 들어가는 계단 입구에선 선원 중 한 명이 삼각 모자를
쓰고 표 검사를 하고 있었다. 메이의 표를 검사한 그는 표의 절반을
잘라 자신 옆에 둔 상자에 넣고, 나머지 부분을 그에게 돌려준 다음
말했다.
“좋은 여행 되십시오.”
여자인가? 평범한 신장의 남성치고는 유난히 가는 선원의 목소리에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하며
배에 승선했다. 갑판에 오르자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로힌의 모습이
보였다.
“기념품 사와!”
메이는 그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장가나 가셔!”
뿌우-!
그의 말에 동의하듯 긴 기적 소리를 남기며 배는 출발했다. 로힌의
손을 흔드는 모습이 안 보일 때쯤이 돼서야 메이는 배 안으로 들어갔
다. 선실은 2 층으로 되어있었다. 각 층에는 방이 약 20개씩 있었고,
두 층은 양 쪽 끝에 설치된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는 표를 보면
서 그의 방을 찾았다. 표에는 113호라고 적혀있었다. 개인적으로 전망
이 좋은 2층을 원했지만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런 여유를
부릴 여행은 아니었으니까.
계단을 내려와 찾은 그의 방문엔 113호라고 쓰인 놋쇠로 된 명찰이 달려
있었다.
문을 여니 침대 하나와 옷장, 그리고 화장실과 욕실이 딸려 있는 작은 방
이 보였다. 약간 좁기는 했으나 어차피 다음 날 아침이면 도착할 여행이
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그는 우선 가방을 내려 놓고 침대에 누웠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뻗은 그는 품 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그곳엔 윰의 지도와 표적의
위치가 적혀 있었다.
마치 자루가 빠진 도끼 날과 같은 모양의 거대한 섬.
메이는 우선 조사하려는 위치가 수도인 에이졸라와 반대편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수도와 가까울수록 비공식 적인 활동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으니까. 그는 종이를 태우기 위해 성냥을 꺼냈다.
“이런 일도 오랜만에 해보는군.”
그는 여신상의 모습과 크기 등이 적힌 종이를 성냥으로 태우며 중얼거
렸다. 재와 연기를 창문 밖으로 날려보내며 그는 잠시 자신의 지식을
점검해 보았다.
여신은 하늘섬이 남긴 유적들 중의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소재다. 어찌 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 석상(石像)의 도면
을 보고 나서는, 어째서 시봇 교수가 이것의 행방을 원하는 지 알 것
만 같았다.
-그 여신상은 할버트 재단의 보물 중 하나야. 박물관에서 전시할 때도 보안이 다른 전시물들의 10배는 되었었지. 근데 그 행방이 묘연해졌어. 관계자 말로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데, 내 생각엔 윰의 동쪽, 그러니까 여신 상이 발굴된 곳 어딘가에 숨겨놓은 것 같아.
-숨길 이유는?
-이것을 보면 알겠지.
그리고 그녀는 메이에게 한 장의 그림을 주었다.
-박물관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서 말이지. 그것도 겨우 하나 만든 거야.
메이는 그림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아름다움의 극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 너무나도 진부해서 이제는
잘 쓰지도 않는 미사여구였지만 메이는 다른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
것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림이었지
만,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정밀함과 미적 조합이 완벽
하게 되어 있어 이것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또한 이것을 그린 사람 역시 아마추어는 절
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뭐, 그것을 가져오거나 그러라는 게 아니니, 긴장하지는 마. 그냥 행방을 알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일단 이것이 없어졌다는 것이 고고학에 얼마나 큰 손실을…….
-똑, 똑.
“룸 서비스 입니다!”
두 번의 노크에 이어 문 건너편에서 미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메이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짜증이 일었다.
“시킨 적 없습니다아!”
“아니에요. 맞을 걸요?”
확신하는 말투로 대답하는 선원이 은근히 얄미웠다. 문을 열고 한 대
칠까, 라는 생각까지 했던 메이는 고개를 저었다.
‘괜히 소란 일으킬 일까지는 아니지. 뭐, 쉽게, 쉽게 넘어가자.’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뭐라 대답하려던 그의 입이, 순간 멈칫했다.
시봇 교수의 마지막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꽤 위험한 사냥감이긴 하지만, 그만큼 맛있거든. 아마 날 파리가 꽤 꼬일지도 몰라. 그러니 몸조심해.
그리고 또한, 프로 킬러들이 직원으로 가장해서 폭탄을 전달하거나
문을 열 때 암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던 메이는 허리 춤에 있
는 6연발 리볼버의 손잡이를 감싸 쥐었다. 그의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
감이 베어났다.
“저, 누구 앞으로 왔는지?”
“이름은 없고……그냥 113번 방 앞으로 왔는데요?”
“확실하게 시킨 적 없습니다만?”
아주 잠깐의 침묵. 그는 총의 안전장치를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풀었다. 그 몇 초가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때 문 밖에서 대답이
들렸다.
“아, 그런 가요? 이상하다. 분명 이 방인데……아무튼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소리와 멀어져 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메이
는 안심하며 권총을 쥐었던 손을 풀었다.
‘요즘 너무 긴장해 있었나?’
깊이 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에 누우려 할 때, 분명 아무 것도 없었던
문 아래에 하얀 색 종이가 살짝 끼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거의 반사적
으로 튕겨나듯 일어나 문을 열며 소리쳤다.
“헤이, 이봐!”
하지만 예상대로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차라리 열어볼 걸
이라는 후회를 하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펴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마치 기괴한 물체를 본 것 마냥 일그러졌다.
“……뭐지, 이건…….”
그럴 만도 했다. 하얀 종이에는 단 한 글자도 써있지 안았다. 다만
한 가운데에 아기자기한 모양의 곰 인형이 그려져 있었다. 통통한 몸
체에 손발 역시 두리뭉실하여 보기에도 아이들이 안고 자기 좋을 것만
같았다. 또한 얼굴 역시 약간은 바보스럽게 생겼으면서도 귀여운 미소
를 짓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마치 실물처럼 봉제 자국까지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편지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작품이라 불러
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메이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이건 도대체 뭐 하자는 플레이지? 나보고 곰 인형이나 갖고 놀라는
건가?”
하지만 그는 종이를 잘 접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래도 장난을
하는 것 치고는 전달자의 실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방심하면 안 되겠어.’
메이는 그렇게 자신에게 다짐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
가끔, 글을 쓰다가 자신에게 묻습니다
여자주인공의 기준은?
...예...제 이상형입니다. 그렇다죠 (머엉)
이제까지 제 글을 보면 제 이상형의 변화가 보인다는...
흐음...그냥 갑자기 생각나서요<--
제국력 193년 9월 11일.
끼룩 끼룩
갈매기의 울음 소리가 방파제에 부딪쳐 부서졌다. 바람은 파도 소
리를 머금고 차가운 옷깃을 입은 체 바다 소식을 마을 곳곳에 전한
다.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부두엔 주말답게 여행객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뭐라도 팔기 위해 물건에 대한 자잘한 설명
을 곁들이는 상인들도 많았다.
그리고, 그 부두에 두 남자가 나란히 서서 멀리 떠있는 듯한 수평선
을 보고 있었다. 메이는 상체의 대부분을 단단한 강철로 가린, 하지
만 활동성을 위해 나머지 부분은 가죽으로 처리된 갑옷을 입고 허리
엔 70센티미터 정도의 검을 차고 있었다. 아마 보이지 않는 곳과 어
깨에 맨 기다란 가방 속엔 총기류 및 각종 도구가 들어있을 것이다.
“그럼 조심해서 다녀와라.”
“알았어. 너도 누님 아래서 고생 좀 하겠지만, 그래도 기 죽지 말고
열심히 해. 아, 봉급 꼬박꼬박 받는 거 잊지 말고.”
전에 입던 갑옷 대신 연구원들이 입는 하얀 색 코트를 입은 로힌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뭐, 당연한 거지.”
환하게 웃는 그의 코트에는 하나텔 대학의 상징인 삼두(三頭) 수리
모양의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하지만 왠지 친구 팔아 대학 들어간 기분이 들어서 좀 찝찝한데?”
그의 말에 메이는 장난스럽게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뭐, 너도 만만치 않은 임무잖아? 네가 그렇게 싫어하는 아버지
덕도 보고 말이지.”
“그러게 말이다.”
로힌이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뭐, 이용할 수 있으면 이용해야겠지.”
-윰으로 향하는 증기선이 10분 뒤에 출발합니다. 탑승하실 손님들께서는 제 21 항구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향하는 증기선이 10분 뒤에 출발합니다. 탑승하실 손님들께서는…….
확성기에서 울리는 탁한 목소리가 부두에 울려 퍼졌다. 잠시 동안의
이별을 알리는 메시지. 메이가 말했다.
“그럼, 다녀 오겠어.”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전보 쳐라.”
메이는 손을 살짝 흔드는 것으로 안녕을 고하고, 부두 쪽으로 발걸
음을 돌렸다. 제 21 항구엔 꽤 새것으로 보이는 하얀 색 증기선이
한 마리의 백조처럼 우아하게 떠있었다. 출발할 때가 가까워와서 막
불을 떼기 시작한 듯, 연기는 약했지만 선장은 기적 소리를 요란하
게 울리면서 손님들을 모으고 있었다. 출발 직전에도 선원들은 갑판
을 닦고 이런저런 점검을 하고 있었다. 고위 장관들이나 부자들이 타
는 부유선(浮遊船)보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이리저리 애정을 받고 자
란 배 같았다.
증기선으로 들어가는 계단 입구에선 선원 중 한 명이 삼각 모자를
쓰고 표 검사를 하고 있었다. 메이의 표를 검사한 그는 표의 절반을
잘라 자신 옆에 둔 상자에 넣고, 나머지 부분을 그에게 돌려준 다음
말했다.
“좋은 여행 되십시오.”
여자인가? 평범한 신장의 남성치고는 유난히 가는 선원의 목소리에
뭔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하며
배에 승선했다. 갑판에 오르자 아래에서 손을 흔드는 로힌의 모습이
보였다.
“기념품 사와!”
메이는 그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장가나 가셔!”
뿌우-!
그의 말에 동의하듯 긴 기적 소리를 남기며 배는 출발했다. 로힌의
손을 흔드는 모습이 안 보일 때쯤이 돼서야 메이는 배 안으로 들어갔
다. 선실은 2 층으로 되어있었다. 각 층에는 방이 약 20개씩 있었고,
두 층은 양 쪽 끝에 설치된 계단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는 표를 보면
서 그의 방을 찾았다. 표에는 113호라고 적혀있었다. 개인적으로 전망
이 좋은 2층을 원했지만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그런 여유를
부릴 여행은 아니었으니까.
계단을 내려와 찾은 그의 방문엔 113호라고 쓰인 놋쇠로 된 명찰이 달려
있었다.
문을 여니 침대 하나와 옷장, 그리고 화장실과 욕실이 딸려 있는 작은 방
이 보였다. 약간 좁기는 했으나 어차피 다음 날 아침이면 도착할 여행이
기에 큰 상관은 없었다.
그는 우선 가방을 내려 놓고 침대에 누웠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뻗은 그는 품 속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냈다. 그곳엔 윰의 지도와 표적의
위치가 적혀 있었다.
마치 자루가 빠진 도끼 날과 같은 모양의 거대한 섬.
메이는 우선 조사하려는 위치가 수도인 에이졸라와 반대편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수도와 가까울수록 비공식 적인 활동이 어려운
것은 당연했으니까. 그는 종이를 태우기 위해 성냥을 꺼냈다.
“이런 일도 오랜만에 해보는군.”
그는 여신상의 모습과 크기 등이 적힌 종이를 성냥으로 태우며 중얼거
렸다. 재와 연기를 창문 밖으로 날려보내며 그는 잠시 자신의 지식을
점검해 보았다.
여신은 하늘섬이 남긴 유적들 중의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소재다. 어찌 보면 식상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이 석상(石像)의 도면
을 보고 나서는, 어째서 시봇 교수가 이것의 행방을 원하는 지 알 것
만 같았다.
-그 여신상은 할버트 재단의 보물 중 하나야. 박물관에서 전시할 때도 보안이 다른 전시물들의 10배는 되었었지. 근데 그 행방이 묘연해졌어. 관계자 말로는 어느 날을 기점으로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데, 내 생각엔 윰의 동쪽, 그러니까 여신 상이 발굴된 곳 어딘가에 숨겨놓은 것 같아.
-숨길 이유는?
-이것을 보면 알겠지.
그리고 그녀는 메이에게 한 장의 그림을 주었다.
-박물관 내에서는 사진 촬영이 제한되어서 말이지. 그것도 겨우 하나 만든 거야.
메이는 그림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아름다움의 극치.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 너무나도 진부해서 이제는
잘 쓰지도 않는 미사여구였지만 메이는 다른 단어들의 조합으로 이
것을 설명하기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림이었지
만,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정밀함과 미적 조합이 완벽
하게 되어 있어 이것에 대해 아는 척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죄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또한 이것을 그린 사람 역시 아마추어는 절
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뭐, 그것을 가져오거나 그러라는 게 아니니, 긴장하지는 마. 그냥 행방을 알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일단 이것이 없어졌다는 것이 고고학에 얼마나 큰 손실을…….
-똑, 똑.
“룸 서비스 입니다!”
두 번의 노크에 이어 문 건너편에서 미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메이는 상념에서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짜증이 일었다.
“시킨 적 없습니다아!”
“아니에요. 맞을 걸요?”
확신하는 말투로 대답하는 선원이 은근히 얄미웠다. 문을 열고 한 대
칠까, 라는 생각까지 했던 메이는 고개를 저었다.
‘괜히 소란 일으킬 일까지는 아니지. 뭐, 쉽게, 쉽게 넘어가자.’
그렇게 자신을 달래며 뭐라 대답하려던 그의 입이, 순간 멈칫했다.
시봇 교수의 마지막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꽤 위험한 사냥감이긴 하지만, 그만큼 맛있거든. 아마 날 파리가 꽤 꼬일지도 몰라. 그러니 몸조심해.
그리고 또한, 프로 킬러들이 직원으로 가장해서 폭탄을 전달하거나
문을 열 때 암살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던 메이는 허리 춤에 있
는 6연발 리볼버의 손잡이를 감싸 쥐었다. 그의 목소리에 약간의 긴장
감이 베어났다.
“저, 누구 앞으로 왔는지?”
“이름은 없고……그냥 113번 방 앞으로 왔는데요?”
“확실하게 시킨 적 없습니다만?”
아주 잠깐의 침묵. 그는 총의 안전장치를 소리가 나지 않게 천천히
풀었다. 그 몇 초가 몇 시간처럼 느껴졌다. 그때 문 밖에서 대답이
들렸다.
“아, 그런 가요? 이상하다. 분명 이 방인데……아무튼 죄송합니다.”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소리와 멀어져 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메이
는 안심하며 권총을 쥐었던 손을 풀었다.
‘요즘 너무 긴장해 있었나?’
깊이 숨을 내쉬며 다시 침대에 누우려 할 때, 분명 아무 것도 없었던
문 아래에 하얀 색 종이가 살짝 끼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거의 반사적
으로 튕겨나듯 일어나 문을 열며 소리쳤다.
“헤이, 이봐!”
하지만 예상대로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차라리 열어볼 걸
이라는 후회를 하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종이를 펴보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마치 기괴한 물체를 본 것 마냥 일그러졌다.
“……뭐지, 이건…….”
그럴 만도 했다. 하얀 종이에는 단 한 글자도 써있지 안았다. 다만
한 가운데에 아기자기한 모양의 곰 인형이 그려져 있었다. 통통한 몸
체에 손발 역시 두리뭉실하여 보기에도 아이들이 안고 자기 좋을 것만
같았다. 또한 얼굴 역시 약간은 바보스럽게 생겼으면서도 귀여운 미소
를 짓고 있었다. 재미있는 점은 마치 실물처럼 봉제 자국까지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편지라고 불러야 할지 아니면 작품이라 불러
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메이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었다.
“이건 도대체 뭐 하자는 플레이지? 나보고 곰 인형이나 갖고 놀라는
건가?”
하지만 그는 종이를 잘 접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아무래도 장난을
하는 것 치고는 전달자의 실력이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방심하면 안 되겠어.’
메이는 그렇게 자신에게 다짐하며,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
가끔, 글을 쓰다가 자신에게 묻습니다
여자주인공의 기준은?
...예...제 이상형입니다. 그렇다죠 (머엉)
이제까지 제 글을 보면 제 이상형의 변화가 보인다는...
흐음...그냥 갑자기 생각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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