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암~”
하품을 하며 카므샤는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셔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이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1층으로 내려가면 오늘이란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라고 중얼거리며 카므샤는 애늙은이처럼 헛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15년 밖에 살지 못한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가끔은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어설프게 결론을 짓고는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탕탕탕-
“카므~! 얼른 일어나! 아직까지 누워서 잘 생각은 아니겠지?”
1층에서 국자로 냄비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아투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어 울렸다. 카므샤는 ‘깨어났어요!’라고 크게 외치고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바지와 셔츠는 구제품 시장에서 산 것이라 촌스러운 옷이지만,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하면서도 꽤나 단단한 몸. 그리고 나름대로 잘생긴 얼굴 덕분에 옷맵시가 살아났다.
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오자 나무로 만든 식탁이 한눈에 보였다. 구수한 빵과 막 짠 우유. 그리고 웬 일인지 치즈에 베이컨까지 한상 가득 차려져 있다. 카므샤와는 달리 새 나라의 어린이를 표방하며 새벽 일찍 일어난, 아투샤 아주머니의 자식인 루랑, 루메리아 쌍둥이 남매는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늦게 내려오는 카므샤를 향해 원망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일찍 일어난 만큼 배도 일찍 고파왔을 것이라.
카므샤는 그런 아이들의 눈빛에 부담이 되는지 어설프게 웃으며 식탁에 앉았다.
“카므카므는 항상 늦어!”
“카므카므는 새 나라의 어린이 절대 못 돼!”
성별만 다르지 외모가 비슷한 8살짜리 코흘리개들에게 한소리를 듣자 카므샤는 흥! 하고 콧방귀를 꼈다.
이미 나이가 15살인 녀석에게 새 나라의 어린이는 무슨. 이라고 생각하며 이 두 꼬맹이의 입을 다물게 만들려고 뭔가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연 순간, 아투샤 아주머니께서 끓고 있는 스프를 가지고 오시며 카므샤에게 핀잔을 주셨다.
“넌 변명할 처지가 못 돼. 네가 얘들 나이 때 생각 안 나냐?”
“아, 아하하... 뭐.”
확실히 8살 때에의 자신과 새 나라의 어린이라는 말은 거리가 하늘과 땅만큼 멀었다.
[헤티카튜 마을 최고의 악동중의 악동 카므샤.]
그 당시 카므샤에게 붙었던 수식어 중 하나로 이웃마을에까지 소문이 났을 정도로 굉장한 골칫덩어리로 불려졌다. 작게는 강아지 괴롭히기부터 크게는 마을과 거래를 하기 위해 온 상단의 호위병에게 시비를 걸기까지. 카므샤 하나 덕분에 어찌나 마을이 떠들썩거렸던지 아직까지 그 일들을 기억하는 마을 어르신들은 카므샤를 심히 좋은 눈으로 보지 않고 있다.
아튜샤 아주머니의 핀잔에 할 말이 쏙 들어가 버린 카므샤와는 대조적으로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두 남매는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로 식탁을 치며 웃어댔다.
“헤헤헤~! 카므. 꼭 꼬리 만 생쥐 같아!”
“헤헤헤~! 맞아 맞아!”
“두 사람 모두 거기까지! 카므 형도 왔으니 이제 밥 먹도록 하자.”
아튜샤 아주머니의 말에 합주기가 된 두 남매는 여전히 싱글벙글하며 카므샤를 바라보았다. 카므샤는 뭐 씹은 표정을 지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가볍게 ‘잘 먹겠습니다.’를 합창하듯 말하고 저마다 빵을 하나씩 잡았다. 평소보다 잘 구워졌는지 향이 매우 좋았다.
“향도 좋고. 부드럽게 잘리는 게 오늘따라 잘 구워졌네요?”
“‘오늘따라’라니. ‘평소와 다름없이’ 라는 말을 해야지.”
아튜샤 아주머니는 기분이 상한 듯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준비해둔 잼을 빵에 발랐다. 남매도 잼을 발라 먹었는데 그 중 루랑은 빵을 한입 배어먹고 나서 카므샤를 바라보다 그의 옷에 잡초가 묻어있는 있는 걸 보고 입을 열었다.
“카므 카므 옷에 잡초 묻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옷을 깔끔하게 입어!”
“그래! 더러워 보여!”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 두 꼬맹이 덕분에 다시 식탁이 시끄러워 지는가 싶었더니 아튜샤 아주머니께서 포크 끝으로 식탁을 치자 남매는 언제 떠들었냐는 듯 조용해졌다.
아튜샤 아주머니는 루랑이 지적했던, 카므샤의 옷에 묻은 잡초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너 어제 밤에 또 산에 놀러갔다 왔냐?”
“...아하하. 네.”
“공무원 시험 치는 날도 얼마 안 남은 녀석이 한가롭게 별이나 보다니. 어휴.”
“.....”
아튜샤 아주머니의 말이 전적으로 옳았기에 카므샤는 이번에도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한심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카므샤를 쳐다보던 아튜샤 아주머니는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너 언제 공무원 시험 치는 날짜가 언제였지?”
“아... 그게 푸룬 작렬의 주기... 34일 시험이에요.”
“겨우 일주일 남았잖아? 시험 치려면 에텔루시아까지 나가야하니 빠르면 3일 뒤 정도에 출발해야 하는데 공부 마무리는 잘 되었니? 기차표는 구해놨고?”
“기차표는 한달 전에 구해놨어요! 마무리 확실하게 해놨습니다! 뭣 하면 여기서 법조 1조항부터 끝까지 다 읊어볼까요?”
공부를 다 마쳐 더 이상 할 것 없다는 듯 자신만만해 하는 카므샤의 모습에 아튜샤 아주머니는 적잖아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교고서 다시 보면서 복습해도 떨어지는 게 시험인데 다 했다고 저리 기고만장하다니.... 아튜샤 아주머니는 저러다 큰 코다 칠거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이마에 손을 대며 크게 한숨 쉬었다.
그런 아튜샤 아주머니의 걱정을 눈치 챈 건지 카므샤는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폈다.
“걱정 마세요! 이 카므샤! 절대 합격해서 금의환향하겠사옵니다!”
“...너 행실을 보아하니 다 틀려먹어 보이는데 걱정하지 말기는!”
안심시킨답시고 기운차게 말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 건지 아튜샤 아주머니는 더욱 불신의 눈빛을 내비치셨다.
“아. 카므카므~ 그런데 이거 뭔지 알아?”
“알아?”
“음?”
갑작스러운 루랑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루랑은 낡은 책 한권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여러겹의 천으로 겹겹이 쌓아 만든 표지에는 어린아이의 글씨체로 용사 카므샤 전기. 라는 거창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뭐냐 이건.”
이상한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책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한줄 정도 읽었을까? 카므샤는 인상을 쓰며 책을 덮었다. 루랑은 표정이 바뀐 카므샤를 이상하게 쳐다보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카므카므! 그 책에 적혀있었는데 리시아랑 다섯 살 때 이미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적혀있었는데 그게 정말이야? 리시아 누나는 카므카므 되게 싫어하잖아.”
“응! 전에 촌장 할아버지네 집에 카므카므 갔다가 리시아랑 만나서 엄청나게 혼났잖아!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던가...?”
“......”
카므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카므샤는 촌장님 댁 손녀딸인 리시아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짝사랑일 뿐이다. 리시아는 오히려 자신을 미워한다. 촌장님의 아내이자 리시아의 할머니이셨던 분께서 카므샤가 벌린 행동 하나와 연관되는 바람에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자신은 촌장님 댁에 볼일 있어 갔기만 하면 리시아가 자신을 보고 거의 발광을 하며 집안 살림을 다 집어던진다. 루메리아가 말한 대로 최근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죽을 뻔 했다. 그놈의 부엌칼들이 어찌나 자신의 머리에 집요하게 날아오던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그런데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아무리 현실과 소설은 다르다고 하지만 기본 배경까지 무시할 정도란 말인가. 카므샤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이 소설을 쓴 발칙한 녀석에게 천벌을 내려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묵묵히 지켜보던 아튜샤 아주머니가 이내 화가 잔뜩 나셨는지 국자로 카므샤의 머리를 살짝 치면서 언성을 높이시는 바람에 이네 풀이 죽고 말았다.
“밥상 앞에서 이 가는 소리 내지 말고 밥이나 얼른 먹어!”
“아, 예...”
카므샤는 꼬리만 생쥐처럼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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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상 질질끄는 부분을 합쳐버렸습니다. 뭐랄까 제가 쓰면서도 짜증나더군요.
하품을 하며 카므샤는 침대에서 상반신을 일으켰다. 창가를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눈부셔 잠시 눈을 감았다 다시 떴다. 이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1층으로 내려가면 오늘이란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라고 중얼거리며 카므샤는 애늙은이처럼 헛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15년 밖에 살지 못한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가끔은 철학적인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어설프게 결론을 짓고는 이불을 걷고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탕탕탕-
“카므~! 얼른 일어나! 아직까지 누워서 잘 생각은 아니겠지?”
1층에서 국자로 냄비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아투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그 뒤를 이어 울렸다. 카므샤는 ‘깨어났어요!’라고 크게 외치고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다. 바지와 셔츠는 구제품 시장에서 산 것이라 촌스러운 옷이지만,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전체적으로 호리호리하면서도 꽤나 단단한 몸. 그리고 나름대로 잘생긴 얼굴 덕분에 옷맵시가 살아났다.
문을 열고 1층으로 내려오자 나무로 만든 식탁이 한눈에 보였다. 구수한 빵과 막 짠 우유. 그리고 웬 일인지 치즈에 베이컨까지 한상 가득 차려져 있다. 카므샤와는 달리 새 나라의 어린이를 표방하며 새벽 일찍 일어난, 아투샤 아주머니의 자식인 루랑, 루메리아 쌍둥이 남매는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포크와 나이프를 들고 늦게 내려오는 카므샤를 향해 원망 어린 눈빛을 보내왔다. 일찍 일어난 만큼 배도 일찍 고파왔을 것이라.
카므샤는 그런 아이들의 눈빛에 부담이 되는지 어설프게 웃으며 식탁에 앉았다.
“카므카므는 항상 늦어!”
“카므카므는 새 나라의 어린이 절대 못 돼!”
성별만 다르지 외모가 비슷한 8살짜리 코흘리개들에게 한소리를 듣자 카므샤는 흥! 하고 콧방귀를 꼈다.
이미 나이가 15살인 녀석에게 새 나라의 어린이는 무슨. 이라고 생각하며 이 두 꼬맹이의 입을 다물게 만들려고 뭔가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연 순간, 아투샤 아주머니께서 끓고 있는 스프를 가지고 오시며 카므샤에게 핀잔을 주셨다.
“넌 변명할 처지가 못 돼. 네가 얘들 나이 때 생각 안 나냐?”
“아, 아하하... 뭐.”
확실히 8살 때에의 자신과 새 나라의 어린이라는 말은 거리가 하늘과 땅만큼 멀었다.
[헤티카튜 마을 최고의 악동중의 악동 카므샤.]
그 당시 카므샤에게 붙었던 수식어 중 하나로 이웃마을에까지 소문이 났을 정도로 굉장한 골칫덩어리로 불려졌다. 작게는 강아지 괴롭히기부터 크게는 마을과 거래를 하기 위해 온 상단의 호위병에게 시비를 걸기까지. 카므샤 하나 덕분에 어찌나 마을이 떠들썩거렸던지 아직까지 그 일들을 기억하는 마을 어르신들은 카므샤를 심히 좋은 눈으로 보지 않고 있다.
아튜샤 아주머니의 핀잔에 할 말이 쏙 들어가 버린 카므샤와는 대조적으로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두 남매는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로 식탁을 치며 웃어댔다.
“헤헤헤~! 카므. 꼭 꼬리 만 생쥐 같아!”
“헤헤헤~! 맞아 맞아!”
“두 사람 모두 거기까지! 카므 형도 왔으니 이제 밥 먹도록 하자.”
아튜샤 아주머니의 말에 합주기가 된 두 남매는 여전히 싱글벙글하며 카므샤를 바라보았다. 카므샤는 뭐 씹은 표정을 지으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가볍게 ‘잘 먹겠습니다.’를 합창하듯 말하고 저마다 빵을 하나씩 잡았다. 평소보다 잘 구워졌는지 향이 매우 좋았다.
“향도 좋고. 부드럽게 잘리는 게 오늘따라 잘 구워졌네요?”
“‘오늘따라’라니. ‘평소와 다름없이’ 라는 말을 해야지.”
아튜샤 아주머니는 기분이 상한 듯 퉁명스럽게 대꾸하고는 준비해둔 잼을 빵에 발랐다. 남매도 잼을 발라 먹었는데 그 중 루랑은 빵을 한입 배어먹고 나서 카므샤를 바라보다 그의 옷에 잡초가 묻어있는 있는 걸 보고 입을 열었다.
“카므 카므 옷에 잡초 묻었다. 새 나라의 어린이는 옷을 깔끔하게 입어!”
“그래! 더러워 보여!”
잠시 조용하다 싶더니 다시 입을 열기 시작한 두 꼬맹이 덕분에 다시 식탁이 시끄러워 지는가 싶었더니 아튜샤 아주머니께서 포크 끝으로 식탁을 치자 남매는 언제 떠들었냐는 듯 조용해졌다.
아튜샤 아주머니는 루랑이 지적했던, 카므샤의 옷에 묻은 잡초를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너 어제 밤에 또 산에 놀러갔다 왔냐?”
“...아하하. 네.”
“공무원 시험 치는 날도 얼마 안 남은 녀석이 한가롭게 별이나 보다니. 어휴.”
“.....”
아튜샤 아주머니의 말이 전적으로 옳았기에 카므샤는 이번에도 가만히 고개를 숙였다.
한심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카므샤를 쳐다보던 아튜샤 아주머니는 조금은 누그러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너 언제 공무원 시험 치는 날짜가 언제였지?”
“아... 그게 푸룬 작렬의 주기... 34일 시험이에요.”
“겨우 일주일 남았잖아? 시험 치려면 에텔루시아까지 나가야하니 빠르면 3일 뒤 정도에 출발해야 하는데 공부 마무리는 잘 되었니? 기차표는 구해놨고?”
“기차표는 한달 전에 구해놨어요! 마무리 확실하게 해놨습니다! 뭣 하면 여기서 법조 1조항부터 끝까지 다 읊어볼까요?”
공부를 다 마쳐 더 이상 할 것 없다는 듯 자신만만해 하는 카므샤의 모습에 아튜샤 아주머니는 적잖아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교고서 다시 보면서 복습해도 떨어지는 게 시험인데 다 했다고 저리 기고만장하다니.... 아튜샤 아주머니는 저러다 큰 코다 칠거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이마에 손을 대며 크게 한숨 쉬었다.
그런 아튜샤 아주머니의 걱정을 눈치 챈 건지 카므샤는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가슴을 폈다.
“걱정 마세요! 이 카므샤! 절대 합격해서 금의환향하겠사옵니다!”
“...너 행실을 보아하니 다 틀려먹어 보이는데 걱정하지 말기는!”
안심시킨답시고 기운차게 말한 게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킨 건지 아튜샤 아주머니는 더욱 불신의 눈빛을 내비치셨다.
“아. 카므카므~ 그런데 이거 뭔지 알아?”
“알아?”
“음?”
갑작스러운 루랑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루랑은 낡은 책 한권을 탁자위에 올려놓았다. 여러겹의 천으로 겹겹이 쌓아 만든 표지에는 어린아이의 글씨체로 용사 카므샤 전기. 라는 거창한 제목이 적혀 있었다.
“뭐냐 이건.”
이상한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책을 펼쳐보았다. 그리고 한줄 정도 읽었을까? 카므샤는 인상을 쓰며 책을 덮었다. 루랑은 표정이 바뀐 카므샤를 이상하게 쳐다보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카므카므! 그 책에 적혀있었는데 리시아랑 다섯 살 때 이미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적혀있었는데 그게 정말이야? 리시아 누나는 카므카므 되게 싫어하잖아.”
“응! 전에 촌장 할아버지네 집에 카므카므 갔다가 리시아랑 만나서 엄청나게 혼났잖아!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하던가...?”
“......”
카므샤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사실 카므샤는 촌장님 댁 손녀딸인 리시아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짝사랑일 뿐이다. 리시아는 오히려 자신을 미워한다. 촌장님의 아내이자 리시아의 할머니이셨던 분께서 카므샤가 벌린 행동 하나와 연관되는 바람에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자신은 촌장님 댁에 볼일 있어 갔기만 하면 리시아가 자신을 보고 거의 발광을 하며 집안 살림을 다 집어던진다. 루메리아가 말한 대로 최근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땐 정말 죽을 뻔 했다. 그놈의 부엌칼들이 어찌나 자신의 머리에 집요하게 날아오던지...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
그런데 부부의 연을 맺었다? 아무리 현실과 소설은 다르다고 하지만 기본 배경까지 무시할 정도란 말인가. 카므샤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이 소설을 쓴 발칙한 녀석에게 천벌을 내려주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묵묵히 지켜보던 아튜샤 아주머니가 이내 화가 잔뜩 나셨는지 국자로 카므샤의 머리를 살짝 치면서 언성을 높이시는 바람에 이네 풀이 죽고 말았다.
“밥상 앞에서 이 가는 소리 내지 말고 밥이나 얼른 먹어!”
“아, 예...”
카므샤는 꼬리만 생쥐처럼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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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상 질질끄는 부분을 합쳐버렸습니다. 뭐랄까 제가 쓰면서도 짜증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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