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가트라(Taghatra)의 대 5도시 중 하나인 북쪽 지방의 미즈타돈(Miztadon) 근교의 작은 마을들은 마치 동화 속의 세계처럼, 너무나도 흰 눈에 온 사방이 하얗게 뒤덮인 아름답고 소박한 모습을 자아내고 있었다.
겨울이면 눈보라가 치는 산악지방의 날씨가, 올해는 웬일인지 그 기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은 무릎까지 발이 깊게 빠질 정도로 두텁게 쌓여있었다.
그렇기에, 모두들 집에서 가족들과 따뜻한 난로 앞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은 마을들 중 하나에 포함되는 토랄(Toral)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을의 한적한 시골길에서 한 꼬마 여자아이가 자기 키의 반 가까이나 쌓인 눈을 애써 힘들게 헤쳐나가며 길을 걷고 있었다.
깊은 밤중 이었기에 길에는 은은한 달빛만이 아스라히 빛나고 있을 뿐,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길을 걸었다. 새하얀 피부와, 입고 있는 두꺼운 코트의 색과도 같은 검은색 머리. 약 6~7살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체구와는 비교되는 쌀쌀하고 무표정한 얼굴.
꼬마는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다른 집들과 동떨어진 폐허와도 같은 집에 다다라서야 그 걸음을 멈추었다.
지은지 수십 년은 훨씬 되어, 사방에 금이 가 있었다. 얼추 보기에도 위태위태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빛이라고는 전혀 새어 나오지 않는 그 칙칙한 주택 앞에서, 소녀는 그 나이 또래의 겁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대담하게도 문고리를 붙잡고 거칠게 현관을 열었다.
마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그리고 소녀는 옷 속의 깊은 주머니 안에서 성냥곽을 꺼냈다. 추위 속에서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그 고사리손이 힘들게 만들어낸 자그마한 불씨는 소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안내자가 되어주었다.
"네플레어(Nefler)? 왔니?"
어둠 속에서 아주 중저음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노인의 그것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광인(狂人) 아저씨."
광인이라고 불린 자는 뭔가 심기가 불편한 듯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였다.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가, 그가 방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니까."
거친 털이 듬성듬성 나있는 굵은 팔이 갑작스레 나타나 소녀의 손목을 꽉 쥐어 잡았다. 그리고, 그 괴기스러운 얼굴을 소녀의 앞에 드러냈다.
성냥불로 보는 그의 얼굴은 더욱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눈 밑의 다크서클이 그림자처럼 짙게 드리워져 있고, 눈가는 해골처럼 푹 꺼져 있었으며 머리카락 또한 거의 가슴팍까지 내려오는 장발이었다. 낯빛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그의 상당히 큰 키와 튼튼한 신체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원래의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오직 그의 얼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눈빛만이 광채를 내뿜는 듯하며, 소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매일 그 얼굴을 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 웃었다.
"모두들 다 그렇게 부르잖아요. 이상한 녀석이라고."
'광인'은 조용히 소녀의 팔을 놓아주고는 집 안에 불을 켰다. 수 많은 전구 불들이 어둠을 걷어내고 그의 거주지이자 동시에 실험실인 그곳을 비추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 숨어있던 그의 옷차림도 드러났다.
아니, 무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의 어두운 분위기와도 같은 어느 동물의 털가죽인 듯한 검은색의 옷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고리들에는 하나같이 몇 개의 단검들과 작은 장도리 등의 간단한 연장 몇 개, 낡은 세계지도 같은 것들이 걸려있었다. 두꺼워 보이는 그 털옷 안 또한 많은 장비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등에는, 1m가 조금 넘는 긴 장총을 메고 있었다.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을 그가 임의로 개량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름 없는 무기.
"문 열어 놓으면 춥다고. 어서 들어와."
소녀는 신나는 표정을 하며, 문을 쾅 닫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오늘 떠나는 거에요?"
"그래. 그런데, 그거 아니? 그 동안 많은 마을을 머물면서 너처럼 나와 친하게 된 아이들은 몇몇 있었지만 나와 같이 마을을 떠나고 한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는 '광인'의 얼굴에서는 파리해 보이던 모습이 사라지고 강한 의지가 그 빈자리를 대신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주 침착했지만 전과 다르게 우렁차고 씩씩했다. 그는 소녀를 바라보며, '이제 뭘 해야 할지 알겠지?' 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구모스 하이네만(Agoomoth Hineman)씨와 네플레어 리케룬(Nefler Likerun) 양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겨울이면 눈보라가 치는 산악지방의 날씨가, 올해는 웬일인지 그 기세를 떨치지 못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풍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은 무릎까지 발이 깊게 빠질 정도로 두텁게 쌓여있었다.
그렇기에, 모두들 집에서 가족들과 따뜻한 난로 앞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작은 마을들 중 하나에 포함되는 토랄(Toral)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마을의 한적한 시골길에서 한 꼬마 여자아이가 자기 키의 반 가까이나 쌓인 눈을 애써 힘들게 헤쳐나가며 길을 걷고 있었다.
깊은 밤중 이었기에 길에는 은은한 달빛만이 아스라히 빛나고 있을 뿐, 아무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자아이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길을 걸었다. 새하얀 피부와, 입고 있는 두꺼운 코트의 색과도 같은 검은색 머리. 약 6~7살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체구와는 비교되는 쌀쌀하고 무표정한 얼굴.
꼬마는 아무도 살 것 같지 않은, 다른 집들과 동떨어진 폐허와도 같은 집에 다다라서야 그 걸음을 멈추었다.
지은지 수십 년은 훨씬 되어, 사방에 금이 가 있었다. 얼추 보기에도 위태위태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빛이라고는 전혀 새어 나오지 않는 그 칙칙한 주택 앞에서, 소녀는 그 나이 또래의 겁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대담하게도 문고리를 붙잡고 거칠게 현관을 열었다.
마치 문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것처럼.
그리고 소녀는 옷 속의 깊은 주머니 안에서 성냥곽을 꺼냈다. 추위 속에서 사시나무 떨듯이 떠는 그 고사리손이 힘들게 만들어낸 자그마한 불씨는 소녀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안내자가 되어주었다.
"네플레어(Nefler)? 왔니?"
어둠 속에서 아주 중저음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노인의 그것처럼 힘이 없어 보였다.
"안녕하세요, 광인(狂人) 아저씨."
광인이라고 불린 자는 뭔가 심기가 불편한 듯 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며 몸을 움직였다. 삐걱거리는 의자 소리가, 그가 방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부르지 마라니까."
거친 털이 듬성듬성 나있는 굵은 팔이 갑작스레 나타나 소녀의 손목을 꽉 쥐어 잡았다. 그리고, 그 괴기스러운 얼굴을 소녀의 앞에 드러냈다.
성냥불로 보는 그의 얼굴은 더욱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눈 밑의 다크서클이 그림자처럼 짙게 드리워져 있고, 눈가는 해골처럼 푹 꺼져 있었으며 머리카락 또한 거의 가슴팍까지 내려오는 장발이었다. 낯빛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그의 상당히 큰 키와 튼튼한 신체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이었다.
원래의 나이보다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오직 그의 얼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눈빛만이 광채를 내뿜는 듯하며, 소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매일 그 얼굴을 봐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씩 웃었다.
"모두들 다 그렇게 부르잖아요. 이상한 녀석이라고."
'광인'은 조용히 소녀의 팔을 놓아주고는 집 안에 불을 켰다. 수 많은 전구 불들이 어둠을 걷어내고 그의 거주지이자 동시에 실험실인 그곳을 비추었다. 그와 동시에 어둠 속에 숨어있던 그의 옷차림도 드러났다.
아니, 무장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그의 어두운 분위기와도 같은 어느 동물의 털가죽인 듯한 검은색의 옷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고리들에는 하나같이 몇 개의 단검들과 작은 장도리 등의 간단한 연장 몇 개, 낡은 세계지도 같은 것들이 걸려있었다. 두꺼워 보이는 그 털옷 안 또한 많은 장비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등에는, 1m가 조금 넘는 긴 장총을 메고 있었다.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을 그가 임의로 개량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이름 없는 무기.
"문 열어 놓으면 춥다고. 어서 들어와."
소녀는 신나는 표정을 하며, 문을 쾅 닫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럼 오늘 떠나는 거에요?"
"그래. 그런데, 그거 아니? 그 동안 많은 마을을 머물면서 너처럼 나와 친하게 된 아이들은 몇몇 있었지만 나와 같이 마을을 떠나고 한 녀석은 네가 처음이야."
그렇게 말하는 '광인'의 얼굴에서는 파리해 보이던 모습이 사라지고 강한 의지가 그 빈자리를 대신했다.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아주 침착했지만 전과 다르게 우렁차고 씩씩했다. 그는 소녀를 바라보며, '이제 뭘 해야 할지 알겠지?' 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구모스 하이네만(Agoomoth Hineman)씨와 네플레어 리케룬(Nefler Likerun) 양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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