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치익-
칼과 부싯돌이 마찰되는 순간 기름을 먹인 풀에
날카로운 불꽃이 피어났다. 어둠 속에서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불꽃은 횃불의 끝에 닿는 순간
게걸스럽게 어둠을 훑어 삼켰다. 그에 따라, 그
때까지 어둠 속에 숨어있던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
다.
검은 머리카락과 눈썹은 마치 어둠 속에 너무 잠겨
있어 그에 물들어 버린 것 같은 색이었다. 더러운
손이 올라와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마치 한 밤 중에
구름이 움직이는 것 같다. 그는 동굴에 들어온 지
몇 시간 만에 입을 열었다.
“흐음.”
먼지와 고독에 갈라진 목소리 조차도 반가울 정도였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피곤
하다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두 개 남았나.”
그는 두 개의 횃불을 허리춤에 단단히 묶으며 생각했다.
나가기만 하면 정보국 인간들 중 한 명의 뺨을 갈기리라.
하지만 화는 풀리지 않았다.
“돈이나 더 받아야지, 뭐.”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실히 보수는 더
받아야 한다. 정보국에서는 동굴의 깊이가 400미터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했지만, 그 깊이는 약 만 하루 전에 돌파
했다. 어차피 올라갈 길은 밧줄을 잡으며 올라가면 되지만
내려갈 때는 말이 다르다. 그는 아무리 무리를 해도 6시간
이상은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을 하며 걸음을 조
금 더 빨리 했다.
다행히 동굴은 그리 좁지 않았다. 곰 몇 마리가 살아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 넓이 덕분에 패소공포증에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얼마를 더 내려갔을까? 마지막으로 남은 횃불에 불을 붙
이고 얼마 남지 않은 밧줄을 고리에 묶으며 남자는 생각
했다. 총을 쏴볼까?
확실히 깊이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는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기각해버렸다.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는 있지만, 너무나 바보 같고 위험한 방법이다. 그는 자신
이 총을 쐈을 경우를 상상해 보았다.
목표와의 거리가 짧을 경우와 재수 없는 경우가 있지.
우선 거리가 짧을 경우엔 유적을 훼손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수없는 경우엔 천연가스가 폭발해 유적지는 물론이
고 자신도 훼손시킬 수 있다. 물론 그 훼손 정도는 탄환이
유물에 맞는 정도보다 조금 더 심할 것이다. 그는 권총을 꺼
내고 싶은 유혹을 최대한 억제하며 생각했다.
‘참자. 세계의 고대 유적의 절반도 보지 못한 채 죽을
수는 없으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고향을 생각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가족과 고향은 그가 어렸을
때, 과거의 유적이 되었다.
-난생 처음 보는 마법을 뿌리며 정신 없이 마을을 파괴하는
생물. 거대 전함 정도로 컸지만 포환을 날렵하게 피하며 군대
를 유린하던 모습. 피로 물들어가는 황혼을 배경으로 포효하다
가, 거대한 날개를 펼쳐 서쪽으로 날아가던 그것.
분노는 호기심을 낳았고, 호기심은 행동을 낳았다. 복수를
위해 생물의 정체를 쫓던 그는 어느 순간 세상의 가장 구석
진 호기심을 탐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찾으면서 기
쁨을 느끼는 자신을 보며 당황했다. 물론 짭짤한 보수도 그
기쁨에 한 몫 했다. 하지만 가장 밑에 깔려있는 분노는 사라
지지 않는다. 그것을 찾기 전엔 죽을 수 없어……그것은…….
그때,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끼릭……
그는 반사적으로 검을 뽑았다. 60 센티미터 정도 되는
짧은 검이었다. 짧지만 이런 동굴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 중 하나였다. 그는 어둠을 견제하며 왼손에 들고 있
던 횃불을 근처의 바위 구석에 잘 모셔놓았다. 그리고 배
낭에서 손도끼를 꺼내며 언제든지 던질 수 있게 준비를 했
다. 긴장의 순간, 그때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렸다.
……끼릭……끼릭……끼릭…….
기름칠이 부족한 부품이 내는 듯한 규칙적인 소리였다.
생물이 내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그는 긴장의 끈을 조금
놓으며 도끼를 배낭에 집어 넣었다. 하지만 횃불을 다시
집어 드는 순간까지 검을 거두지는 않았다. 그는 횃불이
얼마 남지 않을 것을 보고는 주저 없이 앞으로 던졌다.
횃불이 유성처럼 긴 꼬리를 만들며 약 10미터 앞까지 날
아갔다. 불똥을 거칠게 튀기면서 땅에 떨어진 횃불이 건
너편의 어둠을 비췄다. 그와 동시에 남자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멍해진 머리 속에 단 한 단어만이 생각했다.
데드 앤드 (Dead End).
막힌 길입니다, 돌아가십시오. 공사판 같은 곳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글귀지만 이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그
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부, 분명히 소리가 들렸는데?”
분명히 소리는 아직 들리고 있었다.
……끼릭……끼릭……끼릭…….
그때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
그는 재빨리 막힌 길을 향해 뛰었다. 횃불이 꺼지기 전에……!
거의 바위에 부딪치다시피 하며 그는 차가운 바위에 귀를 대보았다.
……끼릭……끼릭……끼릭…….
그가 예상했던 대로 소리가 더 컸다. 유적은 이 벽 너머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남자는 손도끼를 꺼내 벽을 두
드려 보았다. 벽은 사암(沙巖)으로 이뤄져 있어 생각보다 잘
부스러졌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파내자, 벽의 일부가 부
서지며 뭔가가 나타났다. 별 장식이 없는 왕관처럼 생긴 고리
였는데, 그것은 벽의 더욱 깊은 곳과 이어져 있어 마치 어떤
기계의 일부분 같았다. 그는 기뻐하며 소리쳤다.
“찾았어! 인류의 미스터리를 내가 밝혀냈다! 바로 나…….”
그때 왕관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α......ΠΝζ㏆……
세계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 언어였지만 남자는 알아듣는 듯,
흥분하며 말했다.
“뭐,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 ΔΓ┠Φη......ωζσ……!
“그랬군, 역시 그것은……!”
남자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산을
뒤흔들었다.
****************
주인공이 죽었으므로 제 글은 여기서 끝-입니다
....아니에요
아무튼 P Team 많이 사랑해 주세요!
치익-
칼과 부싯돌이 마찰되는 순간 기름을 먹인 풀에
날카로운 불꽃이 피어났다. 어둠 속에서 눈치를
슬금슬금 보던 불꽃은 횃불의 끝에 닿는 순간
게걸스럽게 어둠을 훑어 삼켰다. 그에 따라, 그
때까지 어둠 속에 숨어있던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
다.
검은 머리카락과 눈썹은 마치 어둠 속에 너무 잠겨
있어 그에 물들어 버린 것 같은 색이었다. 더러운
손이 올라와 머리카락을 긁적였다. 마치 한 밤 중에
구름이 움직이는 것 같다. 그는 동굴에 들어온 지
몇 시간 만에 입을 열었다.
“흐음.”
먼지와 고독에 갈라진 목소리 조차도 반가울 정도였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는 피곤
하다는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두 개 남았나.”
그는 두 개의 횃불을 허리춤에 단단히 묶으며 생각했다.
나가기만 하면 정보국 인간들 중 한 명의 뺨을 갈기리라.
하지만 화는 풀리지 않았다.
“돈이나 더 받아야지, 뭐.”
기분이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확실히 보수는 더
받아야 한다. 정보국에서는 동굴의 깊이가 400미터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했지만, 그 깊이는 약 만 하루 전에 돌파
했다. 어차피 올라갈 길은 밧줄을 잡으며 올라가면 되지만
내려갈 때는 말이 다르다. 그는 아무리 무리를 해도 6시간
이상은 내려가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을 하며 걸음을 조
금 더 빨리 했다.
다행히 동굴은 그리 좁지 않았다. 곰 몇 마리가 살아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은 넓이 덕분에 패소공포증에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얼마를 더 내려갔을까? 마지막으로 남은 횃불에 불을 붙
이고 얼마 남지 않은 밧줄을 고리에 묶으며 남자는 생각
했다. 총을 쏴볼까?
확실히 깊이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는 그
생각이 떠오른 순간, 기각해버렸다.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는 있지만, 너무나 바보 같고 위험한 방법이다. 그는 자신
이 총을 쐈을 경우를 상상해 보았다.
목표와의 거리가 짧을 경우와 재수 없는 경우가 있지.
우선 거리가 짧을 경우엔 유적을 훼손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수없는 경우엔 천연가스가 폭발해 유적지는 물론이
고 자신도 훼손시킬 수 있다. 물론 그 훼손 정도는 탄환이
유물에 맞는 정도보다 조금 더 심할 것이다. 그는 권총을 꺼
내고 싶은 유혹을 최대한 억제하며 생각했다.
‘참자. 세계의 고대 유적의 절반도 보지 못한 채 죽을
수는 없으니까.’
보통 사람이라면 가족이나 고향을 생각했겠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가족과 고향은 그가 어렸을
때, 과거의 유적이 되었다.
-난생 처음 보는 마법을 뿌리며 정신 없이 마을을 파괴하는
생물. 거대 전함 정도로 컸지만 포환을 날렵하게 피하며 군대
를 유린하던 모습. 피로 물들어가는 황혼을 배경으로 포효하다
가, 거대한 날개를 펼쳐 서쪽으로 날아가던 그것.
분노는 호기심을 낳았고, 호기심은 행동을 낳았다. 복수를
위해 생물의 정체를 쫓던 그는 어느 순간 세상의 가장 구석
진 호기심을 탐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찾으면서 기
쁨을 느끼는 자신을 보며 당황했다. 물론 짭짤한 보수도 그
기쁨에 한 몫 했다. 하지만 가장 밑에 깔려있는 분노는 사라
지지 않는다. 그것을 찾기 전엔 죽을 수 없어……그것은…….
그때, 앞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끼릭……
그는 반사적으로 검을 뽑았다. 60 센티미터 정도 되는
짧은 검이었다. 짧지만 이런 동굴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 중 하나였다. 그는 어둠을 견제하며 왼손에 들고 있
던 횃불을 근처의 바위 구석에 잘 모셔놓았다. 그리고 배
낭에서 손도끼를 꺼내며 언제든지 던질 수 있게 준비를 했
다. 긴장의 순간, 그때 다시 한 번 소리가 들렸다.
……끼릭……끼릭……끼릭…….
기름칠이 부족한 부품이 내는 듯한 규칙적인 소리였다.
생물이 내는 것 같지는 않았기에 그는 긴장의 끈을 조금
놓으며 도끼를 배낭에 집어 넣었다. 하지만 횃불을 다시
집어 드는 순간까지 검을 거두지는 않았다. 그는 횃불이
얼마 남지 않을 것을 보고는 주저 없이 앞으로 던졌다.
횃불이 유성처럼 긴 꼬리를 만들며 약 10미터 앞까지 날
아갔다. 불똥을 거칠게 튀기면서 땅에 떨어진 횃불이 건
너편의 어둠을 비췄다. 그와 동시에 남자는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멍해진 머리 속에 단 한 단어만이 생각했다.
데드 앤드 (Dead End).
막힌 길입니다, 돌아가십시오. 공사판 같은 곳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글귀지만 이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그
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부, 분명히 소리가 들렸는데?”
분명히 소리는 아직 들리고 있었다.
……끼릭……끼릭……끼릭…….
그때 어떤 생각이 번개처럼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혹시?
그는 재빨리 막힌 길을 향해 뛰었다. 횃불이 꺼지기 전에……!
거의 바위에 부딪치다시피 하며 그는 차가운 바위에 귀를 대보았다.
……끼릭……끼릭……끼릭…….
그가 예상했던 대로 소리가 더 컸다. 유적은 이 벽 너머에
있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남자는 손도끼를 꺼내 벽을 두
드려 보았다. 벽은 사암(沙巖)으로 이뤄져 있어 생각보다 잘
부스러졌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를 파내자, 벽의 일부가 부
서지며 뭔가가 나타났다. 별 장식이 없는 왕관처럼 생긴 고리
였는데, 그것은 벽의 더욱 깊은 곳과 이어져 있어 마치 어떤
기계의 일부분 같았다. 그는 기뻐하며 소리쳤다.
“찾았어! 인류의 미스터리를 내가 밝혀냈다! 바로 나…….”
그때 왕관에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α......ΠΝζ㏆……
세계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 언어였지만 남자는 알아듣는 듯,
흥분하며 말했다.
“뭐, 뭐라고? 다시 한 번 말해봐!”
- ΔΓ┠Φη......ωζσ……!
“그랬군, 역시 그것은……!”
남자는 환희에 찬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 섬광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산을
뒤흔들었다.
****************
주인공이 죽었으므로 제 글은 여기서 끝-입니다
....아니에요
아무튼 P Team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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