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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감이란 어떤 의미일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어렸을 적에, 하늘섬에 살지만 기쁘지 않았었다. 다른사람들과 비교해서 부족한 것 없이, 의식주를 가지고 있었지만, 소중한 것이 없었다.

내가 믿고 의지하고 기대고 사랑할 것이 없었다. 나에겐 아무도 없었다. 가족도. 친구도. 심지어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도.

나 혼자, 외톨이로 산다고 생각했었다. 나 혼자만이 따로라고 생각되어졌었다.

누군가를 그리워했다. 사랑받고 싶어했고, 사랑하고 싶어했다.

어느 날인가에는 집을 나왔었다. 하늘섬의 율법을 몇 개인가 어겨가면서, 하늘섬의 거대폭포중 하나에 이르렀다. 어렸던 나는 거기서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탈진한 채 쓰러져서 숨만을 씩씩 몰아쉬고 있었다. 대자로 드러누워 숨을 몰아쉬면서 올려다 보게 되었던 밤하늘.

하늘의 하늘은 정말 끝내줬다. 수없이 반짝거리는, 무수히 많은 별들. 하나하나 세 보았지만, 몇 번이나 세 보다가 몇 번이나 헷갈려서 그만 포기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하늘에 무언가 굉장한게 한순간 반짝 했다. 스러져 가는 찰나에, 그것이 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생각이 그것을 부정했다.

왜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분명 별이지만 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미묘한 감각. 그 감각은 분명 놀라웠다.

그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을 그날 밤에 보았었다.

그리고, 허무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나는, 다음날부터의 나날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했다. 모든것이 사랑스럽고 소중하게 보이게 된 것이 아니라, 전부 추악하게 보였다.

하늘섬이라는, 신성하고 고귀한 곳에 살면서도 헛된 이상을 꿈꾸는 마법사들. 각각 나뉘어 하늘섬의 분쟁을 조장하는 엘프, 페어리, 앤트들. 대리자를 지킨답시고 칼을 들고 설치며 높은 곳에 우뚝 서 있는 가디언들. 그리고 하늘섬. 모두 추악하게 보였다.

나는 참을 수 없었다. 그 날 보았던 별이, 별이 아니었던 것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들고 있었다. 왜인지 모르게 느껴지는 감각. 모든것이 추악했다.

그래서 칼을 하나 구했다. 도에 가까운 모양의 검을 어찌어찌하여 하나 주울 수 있었다. 아는사람이라곤 하나 없는 하늘섬에서, 대화 한 마디 나눠본 적이 없는 타인에게서 그런 것을 얻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열심히 머리를 굴려 보았다. 이 추악함을 없애기 위해선 어찌해야 하는가.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하늘섬을 없애버리면 되었다. 하늘의 하늘만을 남겨두고, 하늘을 없애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또 생각했다. 하늘을, 하늘섬을 없애기 위해선 어찌 해야 하는가.

이번에도 답이 간단히 나왔다. 모든것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구심점, 대리자를 없애면 되었다.

그리하여 그 날 밤의 무몬한 계획은 결정되었던 것이다.

다음날 밤에, 망설일 것 없이 대리자의 궁에 숨어들었다. 예상과는 달리 가디언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 정도로 나를 물러서게 할 수는 없었다.

어찌어찌 하여서 가장 거대한, 중심에 보이는 곳으로 들키지 않은 채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긴 회랑을 통과해 걸어가자, 문이 하나 보였다.

이 떄 만은 나도 잠시 긴장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망설임을 털어버리려 애써 힘차게 문을 열어 젖히고는 돌입했다.

그 후에 보았던 것은, 지금에도 잊을 수 없는 광경.

수수한 소녀취향 일색인 방. 단순한 소녀의 방에 한쪽에 크게 나 있는 창에 기대어 서서 몸을 밖으로 내밀고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한 소녀. 그리고 이 쪽을 향해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그 때 마주쳤던 그 눈동자. 그것은 언제가 내가 바라보고 꿈꿔왔던 어떤 이상에 가까웠다. 내가 바라고, 품고자 하는 모든 것들이 그 안에 담겨있었다.

소녀는 말했다.

"좋은 날이죠? 담장을 넘어서 침입하기엔 참 어울리는 날이네요."

나도 모르게 입이 술술 움직였다. 처음으로 내게 건네어진 말. 내가 해야 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아니, 하지 않았다. 머리로는 똑똑히 각인되어 있는 그 한 마디를, 몸은 말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눈 앞의 소녀는 모든 것을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나를 대리자 라는 존재 정도로만 알고 있겠지만, 난 당신을 오래 알아왔어요. 당신의 목적은 이미 알고 있답니다. 가디언들도 전부 물려놓았으니 당신의 뜻일 이루는 데는 지장이 없을 거예요. 자, 어떤가요? 내 목숨을 취하고 싶은가요?"

칼을 쥔 손에 부들부들 떨렸다. 손을 천천히 들어올려 대리자를 겨누었다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그리고, 칼을 버렸다.

쨍그랑-

그 희미한 울림은, 내게서 어떤 사명감을 빼앗아 감과 동시에, 기묘한 울림을 자아냈다. 그것은 너무나도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서, 나는 조금도 저항하지 못했다.

"당신, 이제는 지켜야 할 것이 생긴 모양이군요. 어떤가요? 가디언이 되지 않겠어요? 가디언이 된다면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어요. 뭐, 그 댓가로 나에게의 절대복종과 나의 절대안전, 그밖에 자잘한 잡일들도 떠맡게 되겠지만.

힘을 가지게 되어요 란 말 밖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좋아요. 이제 당신은 가디언입니다. 가디언이란 대리자와 하늘을 지키고 수호하는 자로서 자신을 돌보아선 안되어요. 대리자가 절대우선입니다. 자, 당신은 나를 절대우선시 할 수 있겠나요?"

"당연한 말씀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아닌 타인에게 건네어진 말. 내가 아닌 다름사람에게로 공명을 안고서 전해진 그 말. 한 마디. 어떤 의미인지, 조금 씁쓸했다.

대리자로 추정되는 소녀는 다시 창 밖을 향하더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나 조차도 느껴질 정도의 기가, 신의 권능이 그녀의 주위로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인가, 그녀가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하늘에, 별이지만 별이 아닌것이 굉장하게 반짝였다. 그리고 곧 다음 순간에 사라졌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꿈꿔왔던 이상향. 다시는 보지 못 할 줄 알았던 순수함. 그것이었다.

나는 머리를 강타해오는 아찔한 충격에 서 있을 수 없었다. 비틀거리다가 그 자리에 쓰러졌다.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하던 소녀는 나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당신 이름이 없지요? 이름엔 애정이 담기는 법이랍니다. 음¨ 어디보자¨¨¨."

그리고, 난 그 순간에 정신을 잃었다.



이름엔 애정이 담겨 있다라¨¨¨.

갑자기, 왜인지 모르게 대리자가 생각났다.
그리고 다음순간에 임무가 떠올랐다.

어느순간부터인가 별이지만 별이 아닌 것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되었을 때부터, 나의 거창한 이상은 접혀 있었다. 하지만, 그 다음순간부터는 새로운 별을 항상 곁에 두고 지킬 수 있게 되었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눈에 가득히 담겨져 오는 밤하늘.

그때와 같은, 하지만 다른 밤하늘.

이 하늘 아래엔, 나와 대리자가 있다.

그것만은 변치 않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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