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말이지.... 가디언이란 지키는 자다. 첫째로는 대리자를 지키고 둘째로는 하늘을 지킨다. 자신은 지키지 않는다.
가디언에게 자신은 중요하지 않다. 가디언이란 대리자에게 선택된 자들, 혹은 다른 것들. 대리자가 있기에 가디언이 있지만, 가디언이 있기에 대리자가 있지는 않다. 대리자란 가디언 수억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가디언에겐 대리자가 전부다. 나머지는 하늘이다. 가디언들에게 자신은 없다.
보통의 가디언들에겐 위의 내용이 적용될 터이다. 그러나, 나에겐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 나는 가디언이지만, 나도 소중하다. 물론 제일은 대리자이지만, 제 이는 나다. 내게 하늘따윈 안중에 없다. 대리자가 전부고, 나머지는 하늘이다 하늘은 없다.
"일어나시랍니다‥‥‥"
흐릿하게 뭔가 들리는 듯 하지만, 자고 있는 나는 듣고 싶지 않다. 나는 자고 있으니까.
"안 일어나시는데요?"
"그럼 깨워야지!"
으윽‥ 시끄러워‥‥
눈을 안 뜰래야 안 뜰수가 없도록 만드는 쨍쨍한 목소리다. 힘겹게 눈을 샆짝 떴다. 그래도 눈이 무겁다. 절로 감길듯 하다. 흐릿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어떻게 깨우냐구요, 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자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구의 남자. 족히 7척은 될 듯한 장신에 우락부락한 근육이 인상적이다. 얼굴 이곳저곳에 죽죽 그어진 흉터 하며, 첫인상은 무섭다, 외엔 없을 듯 한 인상이었다.
"뭐해? 밟아!"
앗! 멈춰! 나 일어났‥
주위에 있던 자들이 날 밟기 시작했다. 정말 인정사정없이 날 밟는 놈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두었다. 이것들이, 평생에 가디언 밟을 기회는 없을 줄은 잘 알고 있구나.
밟는게 다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몸을 주체할 수는 없었다. 간신히 지탱해 가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을 뻗어 거구의 남자를 가리키며 씹어뱉듯 말했다.
"야‥ 데인! 내가 뭘 어쨌길래 밟으라는거냐! 나는 그냥 조용히 자고싶었던 것 뿐이라고‥‥!"
"대리자께서 부르신다. 내가 네놈을 얼마나 깨웠는데 안 일어나놓고는 또 딴소리냐? 발로 한 번 차서 일어나는 듯 했더니 왜 날 뻔히 바라보다가 도로 잠드는건데? 앙? 좋게 일어났으면 좋았잖아?"
"난 일어났던 기억이 없어! 그보다 왜 꺠우는데 밟을 필요까지 있었던 건데? 그리고 지금 이 배에 느껴지는 통증은 네 놈 짓이냐?"
데인은 양손을 어깨위로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답답하다는 제스쳐.
"대리자께서 널 급히 부르신다. 얼른 가보기나 해."
대리자께서 부르신다니까 참는다. 가디언에게 있어서 대리자는 제일로 소중한 존재이니까. 가디언의 존재 이유는 대리자에게 있다.
방금 무수히 밟힌 몸으로 비틀거리며 대리자에게로 가려 하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데인.
"뭐냐? 하고싶은 말이라도 있어?"
"아니, 그냥. 맷집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싶어서. 내 발차기를 맞고도 통증만 느낄 정도라니‥‥ 흠‥"
"이정도 맷집은 기본이지. 여차하면 몸으로라도 대리자를 지켜야 할테니까."
"그래. 다녀와라."
데인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커다란 등에도 사선으로 길다란 흉터가 있었다. 저놈도 나쁜 놈은 아닌데 말이지‥
생각을 접고 대리자에게로 가기 시작했다.
대리자에게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쳐야만 하는 곳이 있다. 가디언의 길이라 불리는 기다란 회랑인데 가디어만이 대리자를 알현할 수 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가디언의 길을 따라서 옆으로 죽 이어진 긴 화단에는 대리자의 취미인 정원 가꾸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좋은 향을 내는 것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알 것 같다.
가디언의 길을 지나자 대리자의 방 문이 보였다. 문 앞에 이르러 두어 번 노크하자 방안에서 맑고 청아한 미성이 흘러 나왔다.
"잠겨있지 않아요. 들어오세요."
주저 않고 문을 열고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작고 아담한 방에 벽은 분홍색이고 가구 장식이나 배치 등은 소녀 취향 일색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걸어오는 대리자의 모습 역시나 사랑스런 소녀였다.
얼마 전에 대리자로부터 내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좋은 가디언인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나를 믿어주는 그 따뜻한 마음에, 다시 한번 이 한 몸 바쳐 대리자를 지켜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게 눈물도 보였었다. 엉엉 울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대리자를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대리자께서는 비밀 한 가지를 일러주셨다.
그것은 대리자는 아직 다른 가디언들을 전혀 만난 일이 없다는 것. 처음으로 가디언이 되었을 때부터 소녀의 모습인 대리자를 보아 온 나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다른 가디언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대리자님의 모습? 글쎄‥ 그 목소리로 봐선‥ 으음... 끔찍한데‥"
대리자님의 목소리가 어디가 어떠냐고 따졌더니, 그르렁 거리는 목소리가 어디가 듣기 좋냐고 오히려 반문당했다.
대리자는 반드시 한번엔 하나의 가디언과 만나고, 그 때마다 가디언들에게 필요한 대리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한다. 목소리와 말투를 바꿔가면서 모든 가디언들이 전부 다른 모습의 대리자를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가디언들에게 있어서 대리자에 관한 일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대리자의 안전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으니.
그래서 왜 다른 가디언들에겐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참 가관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끊어 발음하면서,
"신.비.주.의! 비밀이 많은 여자는 매력적이라고들 하니까요."
대리자의 소녀모습이 진짜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비밀이 많다기 보단 비밀덩어리에 가까울 것이 틀림없다.
"내가 당신에게만 내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알아요? 그것도 이런 모습으로?"
대리자는 거기서 말을 끊고 살짝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창 밖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내 말을 기다렸다.
"‥‥‥부르신 용건은 무엇입니까?"
이 말 외엔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 순간에, 대기가 바뀌었다. 하늘의 맑고 푸르른 기분이 아니라, 우중충하고 우울한, 답답한 대기로.
대리자는 고개를 반대편으로 홱 돌리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조용히 말했다.
"엘프들이 가디언을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가장 젊고 유능한 가디언으로. 내 생각엔 나와 협상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하늘 내에서의 엘프들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바라는 거겠죠. 그들 스스로 인간 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어절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옛날의 엘프와 지금의 엘프가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엘프들이 변직해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말 속에 숨은 의미는 엘프들보다 순수하지 못하고 세상에 휩쓸리기 쉬운, 날 포함한 인간이란 종족들은 얼마나 약하냐, 라는 것임에 틀림없다.
한 번 실수로 이런 결과다. 대리자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란 거다.
"나가 보세요. 저절로 열리지 않도록 문을 꼭 닫고 나가주길 바래요."
그 말을 끝으로 대리자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존재하지도 않던 것처럼 사라졌다. 없어져버렸다.
문이 열리지 않게 닫으라는 말은, 적어도 지금은, 내게 문을 열어주고 싶지 않다는, 날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미리라. 뭐, 어쩔 수 없나. 대리자에게 큰 결례를 범했군,
착잡한 마음으로 문을 꼭 닫고 날 부르는 데인을 무시한채로 지나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늘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과, 하늘이 있었다. 그걸로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
일단은 분부하신 바 대로 움직여 볼까. 그게 좋겠지. 그리고 지금은 그럴 수 밖엔 없을 듯 하고‥
그런데‥‥
"엘프여왕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더라‥‥‥?"
제길, 화상 입은 곳에 동상 걸린 것 같은 복잡한 심정이다.
================================================
실제로 제가 잘 때 누가 깨우면 저런다고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예전에 학교에서 자습시간에 펑펑 자고 일어났더니 친구 한 놈이 하는 말이,
'야! 너 아까 쉬는시간에 벌떡 일어났었거든? 그러더니 나보고 "애들이 왜 다 서 있어?" 라고 하더라. 내가 "응, 쉬는 시간이야." 라고 했더니 그래‥? 그러면서 너 도로 잤다? ㅋㅋ 짱 웃겼어!'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네. 본인은 가끔 저런답니다. 애들이 깨우면 멍하니 친구들을 바라보다가 도로 잠들어 버리고, 일어났었던 기억은 없어지는 거죠.
저도 가끔 자신이 무섭습니다.
* 현이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8-19 20:19)
가디언에게 자신은 중요하지 않다. 가디언이란 대리자에게 선택된 자들, 혹은 다른 것들. 대리자가 있기에 가디언이 있지만, 가디언이 있기에 대리자가 있지는 않다. 대리자란 가디언 수억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가디언에겐 대리자가 전부다. 나머지는 하늘이다. 가디언들에게 자신은 없다.
보통의 가디언들에겐 위의 내용이 적용될 터이다. 그러나, 나에겐 해당사항이 전혀 없다. 나는 가디언이지만, 나도 소중하다. 물론 제일은 대리자이지만, 제 이는 나다. 내게 하늘따윈 안중에 없다. 대리자가 전부고, 나머지는 하늘이다 하늘은 없다.
"일어나시랍니다‥‥‥"
흐릿하게 뭔가 들리는 듯 하지만, 자고 있는 나는 듣고 싶지 않다. 나는 자고 있으니까.
"안 일어나시는데요?"
"그럼 깨워야지!"
으윽‥ 시끄러워‥‥
눈을 안 뜰래야 안 뜰수가 없도록 만드는 쨍쨍한 목소리다. 힘겹게 눈을 샆짝 떴다. 그래도 눈이 무겁다. 절로 감길듯 하다. 흐릿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어떻게 깨우냐구요, 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자들을 한심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거구의 남자. 족히 7척은 될 듯한 장신에 우락부락한 근육이 인상적이다. 얼굴 이곳저곳에 죽죽 그어진 흉터 하며, 첫인상은 무섭다, 외엔 없을 듯 한 인상이었다.
"뭐해? 밟아!"
앗! 멈춰! 나 일어났‥
주위에 있던 자들이 날 밟기 시작했다. 정말 인정사정없이 날 밟는 놈들을 하나하나 기억해 두었다. 이것들이, 평생에 가디언 밟을 기회는 없을 줄은 잘 알고 있구나.
밟는게 다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비틀거리는 몸을 주체할 수는 없었다. 간신히 지탱해 가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손을 뻗어 거구의 남자를 가리키며 씹어뱉듯 말했다.
"야‥ 데인! 내가 뭘 어쨌길래 밟으라는거냐! 나는 그냥 조용히 자고싶었던 것 뿐이라고‥‥!"
"대리자께서 부르신다. 내가 네놈을 얼마나 깨웠는데 안 일어나놓고는 또 딴소리냐? 발로 한 번 차서 일어나는 듯 했더니 왜 날 뻔히 바라보다가 도로 잠드는건데? 앙? 좋게 일어났으면 좋았잖아?"
"난 일어났던 기억이 없어! 그보다 왜 꺠우는데 밟을 필요까지 있었던 건데? 그리고 지금 이 배에 느껴지는 통증은 네 놈 짓이냐?"
데인은 양손을 어깨위로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답답하다는 제스쳐.
"대리자께서 널 급히 부르신다. 얼른 가보기나 해."
대리자께서 부르신다니까 참는다. 가디언에게 있어서 대리자는 제일로 소중한 존재이니까. 가디언의 존재 이유는 대리자에게 있다.
방금 무수히 밟힌 몸으로 비틀거리며 대리자에게로 가려 하는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데인.
"뭐냐? 하고싶은 말이라도 있어?"
"아니, 그냥. 맷집 하나는 끝내주는구나 싶어서. 내 발차기를 맞고도 통증만 느낄 정도라니‥‥ 흠‥"
"이정도 맷집은 기본이지. 여차하면 몸으로라도 대리자를 지켜야 할테니까."
"그래. 다녀와라."
데인은 몸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커다란 등에도 사선으로 길다란 흉터가 있었다. 저놈도 나쁜 놈은 아닌데 말이지‥
생각을 접고 대리자에게로 가기 시작했다.
대리자에게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쳐야만 하는 곳이 있다. 가디언의 길이라 불리는 기다란 회랑인데 가디어만이 대리자를 알현할 수 있기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가디언의 길을 따라서 옆으로 죽 이어진 긴 화단에는 대리자의 취미인 정원 가꾸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좋은 향을 내는 것이, 얼마나 정성을 쏟는지 알 것 같다.
가디언의 길을 지나자 대리자의 방 문이 보였다. 문 앞에 이르러 두어 번 노크하자 방안에서 맑고 청아한 미성이 흘러 나왔다.
"잠겨있지 않아요. 들어오세요."
주저 않고 문을 열고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작고 아담한 방에 벽은 분홍색이고 가구 장식이나 배치 등은 소녀 취향 일색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걸어오는 대리자의 모습 역시나 사랑스런 소녀였다.
얼마 전에 대리자로부터 내가 가장 믿을 수 있고 좋은 가디언인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나를 믿어주는 그 따뜻한 마음에, 다시 한번 이 한 몸 바쳐 대리자를 지켜내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나이에 맞지 않게 눈물도 보였었다. 엉엉 울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대리자를 지켜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대리자께서는 비밀 한 가지를 일러주셨다.
그것은 대리자는 아직 다른 가디언들을 전혀 만난 일이 없다는 것. 처음으로 가디언이 되었을 때부터 소녀의 모습인 대리자를 보아 온 나는 깜짝 놀랄 일이었다. 다른 가디언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대리자님의 모습? 글쎄‥ 그 목소리로 봐선‥ 으음... 끔찍한데‥"
대리자님의 목소리가 어디가 어떠냐고 따졌더니, 그르렁 거리는 목소리가 어디가 듣기 좋냐고 오히려 반문당했다.
대리자는 반드시 한번엔 하나의 가디언과 만나고, 그 때마다 가디언들에게 필요한 대리자로서의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한다. 목소리와 말투를 바꿔가면서 모든 가디언들이 전부 다른 모습의 대리자를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고 한다. 가디언들에게 있어서 대리자에 관한 일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대리자의 안전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으니.
그래서 왜 다른 가디언들에겐 모습을 보이시지 않으시냐고 물었더니 대답이 참 가관이었다. 한 글자 한 글자 끊어 발음하면서,
"신.비.주.의! 비밀이 많은 여자는 매력적이라고들 하니까요."
대리자의 소녀모습이 진짜 모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비밀이 많다기 보단 비밀덩어리에 가까울 것이 틀림없다.
"내가 당신에게만 내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알아요? 그것도 이런 모습으로?"
대리자는 거기서 말을 끊고 살짝 웃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창 밖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내 말을 기다렸다.
"‥‥‥부르신 용건은 무엇입니까?"
이 말 외엔 나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다음 순간에, 대기가 바뀌었다. 하늘의 맑고 푸르른 기분이 아니라, 우중충하고 우울한, 답답한 대기로.
대리자는 고개를 반대편으로 홱 돌리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조용히 말했다.
"엘프들이 가디언을 보내달라고 하더군요. 가장 젊고 유능한 가디언으로. 내 생각엔 나와 협상하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아요. 하늘 내에서의 엘프들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바라는 거겠죠. 그들 스스로 인간 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이 있는 것 같아요. 어절 수 없는 일이겠지만, 옛날의 엘프와 지금의 엘프가 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엘프들이 변직해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말 속에 숨은 의미는 엘프들보다 순수하지 못하고 세상에 휩쓸리기 쉬운, 날 포함한 인간이란 종족들은 얼마나 약하냐, 라는 것임에 틀림없다.
한 번 실수로 이런 결과다. 대리자는 만만한 존재가 아니란 거다.
"나가 보세요. 저절로 열리지 않도록 문을 꼭 닫고 나가주길 바래요."
그 말을 끝으로 대리자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존재하지도 않던 것처럼 사라졌다. 없어져버렸다.
문이 열리지 않게 닫으라는 말은, 적어도 지금은, 내게 문을 열어주고 싶지 않다는, 날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의미리라. 뭐, 어쩔 수 없나. 대리자에게 큰 결례를 범했군,
착잡한 마음으로 문을 꼭 닫고 날 부르는 데인을 무시한채로 지나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늘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태양과, 하늘이 있었다. 그걸로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
일단은 분부하신 바 대로 움직여 볼까. 그게 좋겠지. 그리고 지금은 그럴 수 밖엔 없을 듯 하고‥
그런데‥‥
"엘프여왕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더라‥‥‥?"
제길, 화상 입은 곳에 동상 걸린 것 같은 복잡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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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제가 잘 때 누가 깨우면 저런다고 친구들이 그러더군요.
예전에 학교에서 자습시간에 펑펑 자고 일어났더니 친구 한 놈이 하는 말이,
'야! 너 아까 쉬는시간에 벌떡 일어났었거든? 그러더니 나보고 "애들이 왜 다 서 있어?" 라고 하더라. 내가 "응, 쉬는 시간이야." 라고 했더니 그래‥? 그러면서 너 도로 잤다? ㅋㅋ 짱 웃겼어!'
'난 그런 기억이 없는데‥‥‥?'
네. 본인은 가끔 저런답니다. 애들이 깨우면 멍하니 친구들을 바라보다가 도로 잠들어 버리고, 일어났었던 기억은 없어지는 거죠.
저도 가끔 자신이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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