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그 악마 녀석이었어. 엘베였다고
알스터의 .......가 해적이 되었다고요?
누군가가 격정 높여 말하는 것이 들렸다. 전은 풀로 붙인 듯이 떨어지지 않는 눈을 뜨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그러나 눈을 떠지지 않았고, 대신 사람들의 대화 소리만 어렴풋이 들려왔다. 마치 꿈속의 대화를 듣는 것 같았다.
가위에 눌린 것처럼 생동감 있지만 내면적인 세상.
시각적이지 못하고 청각적인 세상.
그건 그렇고, 아버지. 언제...... .......에 도착할까요?
내일 오후쯤이 아닐까. 그건 그렇고 저 .......은 언제쯤 깨어난다고 하더냐?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그 순간 꿈속에서 들리던 대화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쪽은 에리아의 것이었고, 또 다른 목소리는 굵은 저음의 남자의 것이었다. 둘 다 특정 지방의 방언이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이데아 대륙 공용어로 말하고 있었기에 전은 그들의 대화의 대부분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무튼 장례식은 언제 ........되죠?"
"한 시간 후, 북쪽의 제일 밝은 ......이 하늘을 .......때다."
"멋지군요. 은하수로 ....... 보내는 건가요?"
"바다의 사나이로 태어나, 바다의 사나이로 죽은 그들에게 어울리는 ......지."
그 뒤로 말소리가 없는 것을 보니 에리아는 조용히 긍정을 하는 모양이었다. 의자를 미는 소리에 이어 두꺼운 창문이 드르륵 하고 열리는 것이 들렸다. 전의 자연스럽게 감은 눈꺼풀 위로 밝은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간혹 스쳐 지나가는 어둠은 폭풍이 지나간 다음에 남은 외톨이 구름들일 것이다. 그것들은 언제나 폭풍이 지나간 자리 위에 떠있단 말이야. 점점 선명해지는 의식 속에서 전은 생각했다. 마치 시체를 감상하는 까마귀들처럼 말이지.
"어, 일어났네?"
전의 귀에 익숙한 언어와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은 희미한 시야로 에리아의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그럭저럭.......제가 얼마나 누워 있었습니까?"
에리아는 턱으로 달빛을 가리켰다.
"한 나절쯤? 출혈이 생각보다 심해서 의사가 고생 좀 했다고. 다음에 술이라도 한 잔 사드려."
전은 대답대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그때 털이 숭숭 난 두꺼운 팔뚝이 그를 부축했다.
"조심하게나.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았어."
전을 부축한 이는 검은 옷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중년 남성이었다. 그는 다부진 턱과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전형적인 상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그의 깊은 눈동자와 주름살 속에서 드러나는 노련미는 오히려 오래된 선원의 그것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감사의 표시로 짧은 목례를 한 전은 소개를 요구하듯 에리아 쪽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고 에리아는 웃으며 전을 부축한 남자의 옆에 다소곳이 앉았다.
"우리 아버지야. 성함은 다렌 뉴히즈. 이데아 대륙의 상인이시지."
"그......돈자루로 에리아 씨 종아리를 때린다던 그 분?"
전의 짓궂은 농담에 에리아는 그의 이마에 중지를 가져갔다.
딱!
"떼끼! 어디서 그런 재미없는 농담을!"
그렇게 말하는 에리아 뒤로 다렌의 측은한 눈빛이 쏟아졌다.
"너 요즘도 그런 농담하고 지내냐? 누가 들으면 이 아비가 정말로 그러는 줄 알겠구나."
"에이 설마, 이 녀석도 참. 호호호."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전의 허벅지를 살짝, 그러나 아프게 꼬집었다. 나중에 두고 보자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전이 다렌에게 말했다.
"생면부지인 절 구해주신 것에 대해 다렌 씨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여행자 안내책자에서 나오는 듯한 말이로군. 공용어가 어렵나, 지온(그는 '전'을 그렇게 발음했다)?"
"약간......구사하기 힘듭니다."
"발음이나 단어 선정이 좀 부족한 듯 하군. 카한 대륙에서 태어났다고 했나, 지욘?"
그의 이름이 점점 이데아 대륙 식으로 바뀌는 것을 상관하지 않으려 애쓰며 (다른 단어로 착각하지 않기 위해) 전이 대답했다.
"그렇다고 봅니......아니, 그렇습니다. 부모님께선 장사를 하시죠, 마을에서."
"그렇군. 그나마 말이 통하는 것이 다행이야. 에리아는 두 대륙의 언어를 다 할 줄 알지만 통역은 귀찮거든? 시간도 더 들고. 직업이 뭐라고 했지, 지횬?"
"군인이었습니다. 5년 전쟁에 있었고 4년 가까이 싸웠습니다. 에...그러니까, 부장으로써...엄......."
"부장으로써 5년 전쟁에 참전했다, 네요. 대단하죠? 4년이나 살아남았다니."
전이 단어와 문법을 헤매자 에리아가 그의 말을 실례가 되지 않게 끊으며 다렌에게 전했고, 전과 다렌은 그녀의 그런 행동에 소리 없이 고마움을 표했다. 다렌이 다시 물었다.
"그럼 그 상처는 전쟁 중에 다친 거였나? 이상하군, 전쟁은 약 열흘 전에 종전되었는데 말이야. 혹시 낙오병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렌의 눈초리는 다른 대답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전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모든 사건의 진위를 밝혀달라는 것이겠지?
전은 잠시 갈등했다. 분명 이 부녀에게는 갚기 힘든 빛이 있다. 그러나 황제를 암살했다는 사실을 말할 수는 없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그의 머뭇거림을 알아차린 에리아가 재빠르게 끼어들었다.
"아버지, 이 녀석은 환자에요. 너무 말만 시키지 마세요."
다렌은 잠깐 에리아를 보다가, 다시 전을 돌아봤다. 그리고 그에 맞춰 애써 힘든 표정을 연기하는 전을 돌아보며 에리아가 은근한 목소리를 말했다.
"너도 힘들지?"
전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고 식은 땀을 흘리면서 팔다리를 살짝 떠는, 즉 전형적인 뱃멀미 환자 역할을 맡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는 그 결정이 이루어 진지 3초 만에 뼈아프게 후회를 해야만 했다.
전은 기쁜 발걸음으로 선실을 나서는 에리아를 저주 섞인 눈으로 (물론 다렌 몰래) 노려보며 생각했다. 언젠가 복수할 거야. 그런 그에게 에리아가 살짝 윙크를 던지며 시원하게 말했다.
"오늘 저녁은 특식으로 준비해줄게! 환.자.에게 따악 맞는 음식으로. 호호호!"
전은 기존의 정체불명의 해초와 재료를 알 수 없는 죽에 여러 가지 첨가물을 더한 '배 위에서 상관에게 무례를 범해 곤란을 당한 환자'들의 음식을 억지로 먹으면서 몸이 파랗게 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을 해야만 했다. 다행히 독은 들어있지 않은 것에 감사하며 한숨을 토해냈다.
"잘 먹었습니다."
"어허, 얼굴은 그게 아닌데?"
“아닙니다. 정말......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에리아는 소리 없이 웃었고 다렌은 혀를 차며 딸의 허벅지를 살짝 걷어찼다. 에리아의 짧은 투정소리를 귓가로 넘겨버린 그가 말했다
“아무튼 정말 고생이 많았군.”
“네.......”
“근데 앞으로 더 고생할거야.”
“......네?”
전은 행여나 자신이 잘못 이해했나 싶어 에리아를 살짝 쳐다보았고, 그녀는 그의 부응에 반응하듯 손에 들려있던 쪽지를 읽어 내려갔다.
“네가 마차에 무임승차 했을 때 망가진 비단 가격 금 200닢. 무임 승선비 은화 10닢. 치료비 은화 40닢, 또 은화 50닢. 대략 네가 이해하기 쉽게 금화랑 은화 단위로만 했어. 참고로 일반 선원이 풀 타임으로 일했을 때 4년 이상이 걸려야 겨우 모일까 말까한 돈이야. 그래도 넌 싸움을 잘 하니까 2년만 용병노릇하면 그럭저럭 벌리겠지, 아마? 뭐, 죽지 않는 다면 말이야.”
“저, 저기 말입니다.......”
“괜찮아, 이자는 안 받을 테니까. 죽지만 말라고.”
“저, 저기......”
“.......라고 할 줄 알았지?”
“......에?”
에리아는 서류로 전의 이마를 톡톡 치며 느긋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아직 다음 서류가 한 장 남았으니까, 아버지?”
다렌은 딸의 장난에 만족스러워하는 미소를 지으며 서류를 일기 시작했다.
“우선 자네가 벤 해적 수가 약 10여 명, 부상 3명. 뭐, 부상자는 핫스퍼로 도주했지만. 아무튼 두 당 걸린 현상금이 100마르크......대략 금화 190닢 정도 되는군.”
“뭐, 금화 22닢 정도가 딸리지만, 이거야 차차 일하면 금방 갚을 수 있는 액수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하려고 부른 거였어.”
“아, 네.......”
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손과 이마를 숙이며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두 분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정중한 감사를 처음 접한 에리아와 다렌은 어쩔 줄 몰라하며 서로와 바닥에 엎드린 전을 번갈아 보았다. 결국 연장자인 다렌이 전을 급히 일으켜 세웠다.
“이거, 우리를 너무 난처하게 만드는 군. 조건을 말하기가 미안할 정도인데?”
“...조건이요?
“음음.”
에리아는 전을 살짝 내려다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네 실력을 보고 마음이 살짝 바뀌었어.”
에리아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걸쳐졌다. 그리고 전은 왠지 그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은하수가 아름답다
“별이 꽤 아름답지 않아, 동생?”
“휴우.”
갑판에 아무렇게나 주저앉은 전이 한숨을 쉬자 에리아가 그의 등을 장난스럽게 치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동.생.”
“.......네.”
전이 힘없이 건성으로 대답하자 에리아가 볼을 살짝 부풀렸다.
“이봐, 누님에게 그렇게 대답하는 동생이 어디 있어? 조금 더 귀엽게 대답해봐, 동.생.”
“네, 누님.”
에리아는 다시 한 번 그의 등을 두드리며 웃었다.
“하하핫, 나도 이런 동생 하나 갖고 싶었다니까. 어렸을 때 동생 낳아달라고 부모님한테 졸랐다가 엄마한테 혼난 게 어제 같은데 말이야.”
전이 맞은 곳을 긁적이며 물었다.
“형제가 없어요?”
“아, 있기는 있어. 언니 하나, 오빠 하나. 근데 둘 다 외국에 나가있지. 터울이 약간 있어서 그런지, 나도 동생이 하나 갖고 싶더라고. 근데!”
그녀의 손이 다시 빠른 속도로 전의 등으로 향했다.
“이렇게 듬직한 동생이 떡 하니 생기다니, 기분이 꽤 좋은 걸?”
전은 다시 한 번 긴 한숨을 쉬었다. 다 큰 누나 보모 역할이라니.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생김새가 그녀와 닮은 것을 저주하고 있었다. 아마 그 것이 그녀와 그 사이의 유대감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인일 것이다.
‘아카데미라.......’
그의 관념에서는 큰 학교의 형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와 다렌의 설명을 들어보니, 카한 대륙의 것보다 매우 복잡하고 광범위한 장소인 것 같았다. 그곳은 (이름은 어려워서 까먹었다) 정치, 사회, 언어를 비롯하여 상업, 무예 등 각 분야를 교육시키는 곳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특이한 것은, 마법 학파의 인정을 받은 자에게는 공부를 하며 마법에 계속 정진 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고 한다.
다렌은 에리아가 그곳에서 상업과 정치, 문화 등 각 방면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를 원했으나 막내딸을 혼자 보내기에는 너무 불안해하던 중 (전은 이때 큰 기침을 했고, 그래서 에리아에게 허벅지를 꼬집히고 말았다), 전을 만난 것이다. 곧 입학 원서 마감일이 다가오는 때에 그를 만난 것은 신의 보우하심이라고 주장하는 다렌에게, 전은 자신은 그런 곳에 다니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다고 항변을 했으나, 사실 학원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의 대부분이 에리아처럼 10대나 20대 초반에 실전경험을 쌓고 입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니 전도 할 말이 없었다. 학비 역시 일시불로 내지 않아도 되고,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전은 마지못해 그들의 제안을 승낙하고 말았다.
전의 한숨을 듣지 못한 듯, 칸델라의 몽롱한 불빛이 반짝이는 어둠 속에서 에리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빛 아래, 은빛으로 물든 꽃향기 같은 느낌이었다.
“별이 아름답지 않아?”
벌써 다섯 번째 묻는 것이다. 전은 그녀 몰래 한숨을 살짝 쉬며 대답했다.
“네, 아름답습......”
“망자를 보내기엔 더없이 좋은 밤이지.”
전은 순간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침묵.
그러자 주위의 풍경이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선원들이 시체를 나르는 소리, 그러나 무겁다고 불평하는 소리는 없다.
부상자들의 목발 소리, 그러나 도통에 찬 신음 소리는 없다.
간단한 요기 거리를 만들기 위해 의외로 부산한 선실 아래쪽의 조리실에서 들리는 소리.
하지만 끼니 때마다 들리던 최고 요리사의 호통 소리는 없다.
슬픔을 잊기 위한 묘약으로 쓰기위한 술독을 굴리는 소리, 근데 그걸 보고 침 삼키는 소리 또한 없네.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소리.
-원래 어둠 속에서 눈을 뜨는 소리가 먼저 들리기 마련이지
소리, 소리, 소리, 소리 그리고 에리아.
“정말 눈물 나게 구름 한 점 없구나.”
그녀가 말했다.
“망자들이 길을 잃지는 않을 밝은 밤이야.”
배 위는 어두웠다. 다만 몇 개의 칸델라만이 흐린 빛을 발하고 있었지만 밝은 달빛을 고려하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나았을 지도 모른다고 전은 생각했다.
선선히 부는 미풍으로 반개를 한 돛들의 떨림이 들려왔다. 키의 삐걱거리는 소리와 멀리서 우는 바닷새들의 자장가 역시 들렸다. 키의 삐걱거리는 소리는 배에 부딪치는 파도와 함께 들렸고 파도는 바닷새들의 울음소리와 같이 들렸다.
-전은 파도가 바닷새 소리를 내는 것인지 바닷새가 파도소리를 내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혀를 찼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리는 계속 자신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소리들의 행렬이 끝나자 이번엔 알렉산드레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빳빳하게 풀을 먹인 선장복을 입고 있었으며, 가슴에 달린 주머니엔 금시계 끈까지 보이는 정장차림이었다. 다렌 역시 바다 위의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가장 좋은, 그러나 경건해 보이는 옷을 입었고 다른 선원들 역시 오랫동안 트렁크에 처박아 두었던 깨끗한 옷을 걸치고 있었다.
다만 에리아만 펑퍼짐한 망토 비슷한 검은 옷을 걸치고 있었으나, 그 누구도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녀가 손가락을 뻗었다.
“저길 봐.”
그녀의 손가락의 끝에는 작게 자른 돛으로 싼 수 십 구의 누에고치처럼 보이는 시체들이 갑판에 누워있었다. 개중에는 필히 해적들의 시체도 섞여있을 것이지만, 알렉산드레이는 ‘단지 거칠 뿐인’ 바다의 남자인 그들 역시 적절한 장래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전을 퍽 감동케 하였다 (물론 그것이 적절한 장래를 치러주지 않으면 귀신이 평생 동안 따라다닌다는 늙은 뱃사람들의 미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전이 알 리가 없었다). 알렉산드레이가 커다란 술잔에 독한 술을 따르며 중얼거렸다.
“슬슬 시작해 보지.”
그러자 선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이가 손에 책을 들고 시체들 앞으로 나섰다. 하얀 백발이 소금기 가득한 찬 바람에 휘날렸다. 하지만 그는 그리 개의치 않는 다는 듯이 책의 중간 부분을 펼쳐들고 그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흠흠. 아버지의 바다여, 바람의 축복을 받는 바다여. 오늘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당신의 자녀들의 육체를 당신에게 인도하나이다.”
풍덩, 풍덩.
첫 마디가 끝나자 시신 중 열 구 가량을 바다에 수장시켰다. 그러자 선원 중 누군가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노인의 추도는 계속되었다.
“비록 운명의 장난으로 인해 당신의 몸에 피를 뿌렸으나 그들의 용기와 기강은 당신이 그것이었으며......”
갑자기 바람이 전의 얼굴을 세차게 쳤다. 덕분에 단어 몇 개를 놓치고 말았다.
“......의 이름 안에서 하나 된 .......는 영원할 것입니다.”
다시 열 구의 시선을 던지던 선원들 몇 명이 오열을 터뜨렸다. 그때였다.
딸랑.
순간 노인의 추도문이 멈췄다. 그리고 다른 선원들 역시 애도를 멈추었다.
딸랑딸랑.
-바람의 찬트라고나 할까나.
에리아의 검은 망토 위에 걸린 은색 물건이 다시 한 번 노래했다.
딸랑딸랑. 칭그르르르. 딸랑 칭칭.
선원들은 이제 눈물을 쏟을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며 에리아를 보았다. 그러나 에리아는 하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달빛과 수없이 많은 별빛에 부딪쳐 노래하는 것은 작은 하프 모양의 차임벨이었다. 정확히는 하프 모양의 테두리에 다른 길이의 은빛 막대들이 현을 이루어 소리를 내는 목걸이였다. 정교한 세공과 그 보다 더욱 아름답게 연마된 소리.
-전은 그 소리 속에서 고향을 보았고, 선원들은 바다와 눈물을 보았다
딸랑딸랑, 칭칭, 칭그르르르
-딸랑딸랑, 칭칭, 칭그르르르.......
에리아는 소리가 더욱 잘 들리도록 목걸이 줄을 망토로부터 거리를 두어 들었다. 쏟아지는 달빛 아래 춤추는 현은 짠내 나는 바람 속에서 더욱 힘찬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 하나하나가 보이는 것 같은 착각 속.
마법에 걸린 것 같은 5분 동안 모든 시신들이 수장되었다.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던 에리아의 입가에 쓴 미소가 흘렀다.
“모두 잘 가세요.”
전은 에리아가 보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선율을 배경으로 에리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에 또 만나요.”
별 사이로 은하수가 흐르는, 별들이 된 눈물방울이 은빛 진혼곡과 춤추는 밤이었다.
+++++++++
문제: "-" 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힌트: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답니다.(당연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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