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
화이트샌드라는 글자가 고딕체로 쓰여진 간판에 하얀 파도가
작열했다. 자연적인 파도는 아니었다. 바닷물이 부서진 파도
를 따라 튀며 갑판을 적셨다. 그리고 이어 터지는 거대한 천
둥소리.
-콰앙!
화이트샌드의 선장, 알렉산드레이는 이 모든 상황을 단 한마
디로 일축시켰다.
“젠장.”
휘파람 같은 긴 바람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쇳덩어리가 알렉
산드레이가 서있던 이물의 끝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바다에
떨어졌다.
그나마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정확하
진 않지만, 숙련된 선원들에 의해 쏘아졌을 것이 분명한 포환은
여러 방향에서 날카로운 각을 그리며 화이트샌드를 노리고 달려들
었다. 화이트샌드도 포격을 하며 저항했으나 워낙 순식간에 당한
기습이라 날아가는 포환 수는 적에 비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그러나 강한 바람과 더불어 적과의 거리를 그나마 넓힐
수 있었다. 숫자가 아무리 적다 해도 맞으면 침몰을 면할 수 없
기에 상대편도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알렉산드레이는 무사 탈출 계획을 그릴 수 있
었다. 그들은 이미 순풍을 타고 있었고 기습을 위해 서행을 하
며 천천히 다가온 적함은 역풍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엇
보다 적함은 옆에 노가 달린 갈리어스가 아니었기에 갑작스런 방
향 전환은 어렵다는 것 역시 계산에 들어있었다.
그때 적함의 거대한 돛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으나 알렉산드레이의 표정을 험하게 구기는 데에
는 부족하지 않았다.
“미치겠군. 그 사이에 역풍을 순풍으로 바꾸다니.”
그의 중얼거림에 화답하듯 붉은 슬루프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세 번 째 화살을 날릴 시간이 채 지나
기도 전에 화이트샌드의 갑판에서도 그 배의 선미에 새겨진 글씨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좁혀졌다.
핫스퍼(Hot Spur).
붉은 색으로 멋지게 도장된 배의 모습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이
름이었으나 지금 화이트샌드 호에 탄 선원들에겐 지옥에서 막 항해
를 시작한 악마들의 배처럼 보였다. 같은 슬루프 형의 배였지만 상
선으로만 사용된 화이트샌드의 선원들이 해적 질에 이골이 난 해적
들이 타고 있을 핫스퍼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전은 부서지는 저녁 노을 사이로 검은 구름을 몰고 오는 듯한 붉은
슬루프와 우왕좌왕하는 화이트샌드의 선원들을 번갈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미치겠군.”
그때 알렉산드레이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돛을 펴고 남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전진한다! 무사들은 화살을
쏘면서 상대방이 갈고리를 거는 것을 저지해라! 놈들의 갈고리에
걸리면 끝장이다!”
그의 판단을 정확했다. 하지만 너무 늦은 판단이었다.
핫스퍼의 선상에서 해적들은 이미 고함을 지르며 동아줄에 연결된
갈고리를 돌리며 간격이 좁혀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화살들이 매섭
게 오고 갔지만 양쪽 모두 큰 피해는 내지 못했다. 그때 배가 심하
게 기우뚱 하다가 바다에 철퍼덕 하는 소리를 내며 좌측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용골이 심하게 에는 소리는 내었고 돛대는 갑작스런
움직임에 놀라며 바람을 날려보냈다.
화이트샌드 호의 선원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알
렉산드레이는 타륜을 급히 오른 쪽으로 전환하며 외쳤다.
“이봐 채드릭! 도대체 무슨 일인가! 돛 줄을 똑바로 잡으란 말이야!”
그때 배의 후미 쪽에서 뭔가 철퍼덕 하며 바다 속으로 떨어지는 소
리가 들렸다. 엘렉산드레이는 이를 악물며 신경질 적으로 타륜을 꺾었다.
“아무나 좋으니까 돛 줄을 잡아! 바람에 방향을 맞추란 말이야!”
누군가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가
다시 힘든 소리를 내며 방향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핫스퍼에서 날아온 화살이 선원 몇몇의 몸을 뚫고 그들을
바다 속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화이트샌드의 속도가 떨어진 틈
을 타 갈고리 몇 개가 갑판 위를 긁는 것이 보였다. 알렉산드레이
는 발악적으로 외쳤다.
“로프를 잘라버려! 한 놈도 올라오게 해선 안 된다!”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무사들과 선원들이
각자 손에 창이나 도끼, 검과 같은 무기를 손에 들고 갈고리가 달린
로프를 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날아오는 로프의 숫자는 너무 많았
다. 어떤 해적들은 석궁에 갈고리가 묶인 화살을 쏘기도 했다. 그런
화살들은 대부분 선원들의 몸을 관통하며 갑판에 긁히기가 일수였다.
철판도 뚫는 석궁으로 쏜 갈고리 화살에 맞은 선원들은 마치 해머나
전투 도끼에 맞은 것처럼 뒤로 나가 떨어졌다.
-쨍그랑.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손에 들려있었을 검이 갑판 위를
구른다. 그 검의 주인은 몸에 박힌 갈고리를 빼려고 하지만 이
미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는 그것마저 힘들게 만든다. 결국 이름
모를 선원은 피 맺힌 절규를 토하며 바다 위로 몸을 던진다.
“으아아아아!”
갈고리가 갑판에 걸린 줄 알고 밧줄에 몸을 맡긴 해적도 비명을
지르며 푸른 바다 위로 떨어진다. 점점 퍼지는 붉은 빛깔 위로 상
어 떼의 날카로운 등지느러미가 보인다.
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옆에 떨어져 있던 검을 들고
로프를 하나 둘 자르기 시작했다.
“이봐, 전! 아래 조용히 박혀 있으랬더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에리아가 화살을 한 대 쏘아 올리며 신경질 적으로 외쳤다. 또
하나의 화살을 향해 손을 뻗는 그녀의 등엔 2미터를 웃도는 긴
창이 매어져 있었다. 날카로운 그녀의 시선을 살짝 피하며 전이
능청스럽게 대꾸했다.
“여기서 죽으나 아래서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
래도 칼은 한 번 휘둘러보고 죽어야죠.”
에리아가 씨익 웃었다.
“역시 귀여운 녀석이군. 좋아, 큰소리 치는 만큼 실력도 대단한
지 볼까?”
그녀가 말을 마치자 마자 화살이 매서운 비명을 지르며 한 해적
의 미간에 정확히 박혔다. 그러나 화살로 일일이 죽이기엔 해적
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이미 상당수가 화
이트샌드 위에서 백병전을 벌이고 있었다. 이 쪽 수도 만만치 않
았기에 언뜻 보기에는 대등한 것 같았으나 아무래도 배 위에서의
싸움은 해적들이 한 수 위였다. 날이 굽은 커틀라스를 들고 변칙
적인 공격을 하는 해적들의 손에 죽는 선원들의 숫자는 점점 늘어
나고 있었다. 그때 화이트샌드 호의 무사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피 묻은 장검을 휘두르며 소리 높여 외쳤다.
“후열 전진! 포위망을 짜는 거다!”
매복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해적들은 아차 하며 급히 뒤로 물러
나기 시작했다. 좁은 배 위에서 포위망에 걸리면 끝장이다. 하지
만 포위하는 인원은 없었다. 오히려 뒤에서 밀려오는 자기 편과
부딪치며 일시적으로 혼란이 오고 갔다.
조금 전 명령을 내린 남자가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선원들과
무사들도 비슷한 미소를 지르며 어찌 할 줄 모르는 해적들에게
복수의 칼날을 돌렸다. 상당수의 해적들이 핏빛 절규를 내지르며
바다 속으로 떨어졌다. 아래에서 마음껏 포식을 하고 있던 상어
떼의 움직임이 더욱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때 조타실에서 알렉
산드레이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기 시작했다.
“폭풍이다! 폭풍이 온다! 시간이 없어!”
전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의 말대로 꺼져가는 노을 뒤로
검은 먹구름이 꾸물꾸물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조심해!”
채앵!
에리아의 창과 해적의 커틀라스 사이에서 불꽃이 튀었다. 이윽
고 정신을 차린 전이 날카롭게 검을 찔러 들어오자 해적은 당황
하며 뒤로 살짝 물러나려 했지만 에리아의 긴 창은 그것을 허용
하지 않았다.
푸욱!
해적은 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천천히 몸을 바다 위로 떨구었다.
창을 뒤로 살짝 거두며 에리아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조금 전 그 자신감은 어디에 버렸니?”
전은 일부러 대답대신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혼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고, 에리아 역시 크게 웃으며 그 뒤를 따랐다.
-붉게 물든 갑판을 보자 전쟁터가 오버랩 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전쟁, 기습, 죽어가는 병사들, 전쟁, 승리, 승리, 승리, 전쟁, 패배, 패배, 전쟁, 후퇴, 후퇴, 후퇴, 시체, 피, 시체, 피, 시체, 피, 시체, 피, 시체, 피, 시체, 피,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삶, 죽음, 그리고 또 다시 피, 시체, 시체…….
검을 휘두르는 전의 몸 돌림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족제비 바람처럼 빠르게 파고들고, 찌르고, 다시 뒤로 후퇴하는
공격에 해적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까앙!
어느 해적이 휘두른 커틀라스가 전의 검과 뒤섞였다. 전은 재빨리
검을 빼내려고 했지만 검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손목을 기이하게
꺾으며 검 날과 검 날을 바느질 하듯 엮은 것이다. 해적이 잔인한
미소를 지으며 허리에 차고 있던 단도를 꺼냈다.
“죽어!”
전은 허리를 뒤로 굽혀 횡으로 그어오는 단검을 피한 다음, 그 반
동을 이용한 발차기로 그 해적의 무릎을 찍었다.
“큭!”
해적은 무릎을 굽히며 무너졌고 그 사이 중심을 회복한 전의
강렬한 발차기가 그의 턱에 작렬했다.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해적은 뒤로 공중제비를 돌 듯 넘어졌다.
전은 발차기를 한 자세 그대로 뒤로 텀블링을 하며 뒤로 물러났다.
조금 전까지 그가 있던 자리 위로 대여섯 개의 쇠붙이가 박혔다.
그는 무거운 장검 대신 비교적 가벼운 커틀라스를 조심스럽게 집어
들며 생각했다. 좋지 않은데?
전은 전직 군인이었다. 그는 작전을 따르는 일에는 익숙해져 있
지만 체계적인 작전을 세우고 이행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못했다.
전쟁터에서도 한꺼번에 대여섯 명을 상대한 적은 수도 없이 있었
다. 물론 전쟁터는 엄청난 의외 성이 존재하는 장소이지만, 그 이
외의 상황에서도 자신은 작전을 세울 필요가 없다.
단지 베고, 막고, 또 베고 도망칠 뿐이다. 하지만 배 위에서라면
상황이 다르다.
무기가 손에 익숙한 것이 아니다.
방패도 없다.
물자가 한정 되어 있다.
도망칠 곳도 없다.
하지만 이곳도 의외는 있다.
“죽어!”
전의 바로 앞에 있던 해적의 가슴에서 창 촉이 빼족 나왔
다. 피를 토하며 쓰러진 그의 뒤로 또 한 해적의 머리가
떨어져 나갔다. 에리아의 남색 머리와 창이 파도 치듯 출
렁거리다가, 어느 순간 떨어졌다.
“컥”
마치 한 마리의 학처럼 팔을 뻗은 우아한 자세로 또 한 명의
목을 찌른 다음 뾰족한 창대의 반대편으로 뒤에서 기습을 하려
는 자의 관자놀이를 튕기듯 돌려 찍는다. 그리고 그 반동으로
우측에서 달려드는 적을 후려친다.
뻐억!
대충 들어도 갈비뼈 서너 개가 부러져 나간 듯 했다. 불쌍한
해적은 입에 거품을 물고 간판 너머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를
의리 있는 다수의 해적들이 뒤따라갔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지
만.
바람에 흩날리는 불꽃같이 아무런 형식이나 모양이 없는 모양새
였다. 하지만 에리아는 그만큼 강력했고, 또 정확했다.
압도적인 숫자로 몰고 오는 해적들은, 그들이 싸우고 헤쳐나가는
파도처럼 아찔한 것이었다. 하지만 소량의 물은 불을 더욱 번지게
만드는 자극제 역할을 한다.
퍽!
또 한 명의 해적의 머리가 터져나가자 적들이 뒤로 주춤주춤 물러
나는 것이 보였다. 개 중에는 죽은 동료들의 시체에 걸려 넘어져
추태를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에리아의 작품이었다.
물론 전도 상당수를 처리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이런 전투에 익숙한
에리아를 따라갈 수는 없었다. 전과 에리아는 서로 등을 맞대고 그
들을 둘러싼 적에게 무기를 겨냥하고 있었다.
뚜벅.
에리아가 왼쪽으로 한걸음 움직이고, 전이 한 걸음 움직인다.
그러자 해적들도 움찔하며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뚜벅.
오른쪽으로 한걸음.
뚜벅뚜벅.
다시 왼쪽으로 두 걸음
그리고 정적.
쿠르르릉……
먹구름이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그들 머리 위에 머물렀다.
검게 벌린 입술 사이로 하얀 번개 줄기가 터져 나왔다.
번쩍.
-전은 그가 본 것이 착각인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본 그는 귀신 그 자체였다.
어깨 선을 휠씬 넘는 은발에 시린 빛을 깊이 품고 있는 푸른
눈동자. 어깨가 다 보일 정도로 크게 입은 검은 색의 카한 전
통 의상. 그는 멀리서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가 자신을
뒤쫓아온 카한 황실의 망령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전은 애써
그의 눈빛을 외면했다. 그 자는 막 핫스퍼에서 화이트샌트로 건
너오던 참이었다.
그렇게 먼 거리였건만 전은 그가 바로 앞에서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버리지 못했다.
그때 조금 전, 무사들을 지휘하던 전사가 그의 뒤에 나타났다.
그는 온 몸에 피를 칠하고 있었고, 왼 손엔 막 따낸 듯이 따뜻한
피를 흘리는 한 해적의 절규하는 수급이 들려있었다. 그는 그 흉
상을 바다 위로 던져버리며 포효했다.
“으아아아!”
살기를 내포한 거대한 장검이 피를 흩뿌리며 은발의 사내에게 날
아갔다. 사내는 그런 그를 매정한 눈동자로 힐끗 보더니, 그대로
검을 그어 내렸다.
털썩.
마치 가지를 쳐내는 듯한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그를 공격했던 무
사는 몸이 거의 두 동강이 나며 갑판 위로 운명을 달리했다.
사내는 그의 전리품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전의
시야에서 그의 푸른 눈동자 속의 홍채가 보일 때쯤, 그가 갑자기 걸
음을 멈췄다. 그리고 하늘의 어딘가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
갑자기 해적들이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화이트샌드의
선원들의 눈치를 보며 천천히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선원들
이 뒤쫓으려는 것을 알렉산드레이가 막았다.
“멈춰! 기다려라!”
그의 호통 소리에 선원들 역시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멈추었다.
선원들도, 해적들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자기 상관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피 튀기는 유혈전이 멈춘 것만으로도 기쁜 기색이었다.
그 중 서열이 높아 보이는 몇 명이 항의를 하는 듯 했으나 사내는
단 몇 마디 중얼거림만으로 그들의 주장을 묵살해 버렸다.
전과 에리아는 약간 허무하다는 얼굴로 자신들을 경계하며 조용
히, 그러나 빠르게 자신들의 배로 후퇴하는 해적들을 보았다. 에
리아가 중얼거렸다.
“미친 건가?”
그 말을 전이 받았다.
“그나마 선장이 신의 번개를 보고 자신의 죄를 회개한 것 같네요.
이런 걸 이데아 대륙에선 접신(接神)이라고 한다지요?”
그때 핫스퍼에서 커다란 포성이 울렸다.
퍼엉!
화이트샌드의 선원들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허둥대며
혹여 자신들에게 포탄이 날아올까 서둘러 갑판 안 쪽으로 몸을 날렸
다. 알렉산드레이 역시 고개를 급히 숙이며 저주의 말을 외쳤다.
“비겁한 해적 놈들! 휴전인 척 유도하면서 근접한 거리에서 포환을
쏘다니!”
하지만 예상했던 충돌 음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포탄이 날아갈 때
만들어진 바람을 찢는 소리와 괴성만 들릴 뿐이었다.
-끼아아아아!
천둥 소리까지 먹어버린 것만 같은 거칠고 커다란 울음소리가 두
선박 위에 울려 퍼졌다. 바닷속의 강한 압력까지 버틸 수 있는 단단한
푸른 비늘과 용과 흡사한 머리, 그리고 뱀과 같이 날씬하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긴 몸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슬루프 두 척 위에 그림
자를 채워 넣고도 남을 정도의 길이를 자랑하며 용트림하는 형체를 보
며 에리아가 신경질 적으로 외쳤다.
“어떤 개 자식이 이 해협이 서펜트 출몰 지역이 아니라고 했어!”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핫스퍼에서 발사하는
대포의 포성과 알렉산드레이의 탈출을 위한 명령들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때 대포에 명중한 듯 서펜트의 처절한 노성이 들렸다.
-끼아아아악!
서펜트의 기다란 꼬리가 들려졌다가, 파공음을 토해내며 바다 위에 떨
어졌다.
콰광!
대포 수십 발에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이 두 배에 전해졌다. 그러나 그
덕분에 화이트샌드는 핫스퍼의 갈고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전속력으로 전진하라!”
알렉산드레이의 환희에 찬 고함소리가 들렸다. 전은 점점 멀어져 가
는 핫스퍼와 서펜트를 보았다.
그러다가, 점점 흐려졌다. 에리아의 비명이 환호성 사이에서 들린다.
“이 녀석, 상처가 터졌잖아! 의사 선생님! 빨리 좀 와보세요!
이봐 전, 정신차려!”
전은 점점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도 핫스퍼를 보았다.
그는, 은발의 사내가 검으로 서펜트의 비늘을 자르는 것이
꿈이었는지, 아닌지, 확신하지 못했다.
++++++++
이번화는 좀 길군요. 수정을 해야하지만 예님에게 확인받기 위해
그냥 올립니다. 수정은 차후에...
그럼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ps- 글자크기 어떻게 늘이지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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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 게시판은 | 현이 | 2005/12/19 | 233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