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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아인 23-(1)

by 성원 posted Oct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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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야참 시간이 지나고, 두 남자는 칵테일을 홀짝거리는 베리아를 두고 객차 밖으로 나갔다. 객차는 흡연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은 대신, 언제든 안전하게 바람을 쐴 수 있게 우측 부분에 발코니 비슷한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기차 바퀴가 철로에 부딪치는 소음만 견딜 수 있다면 경치를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기도 했다. 현재 기차를 넓디 넓은 평야를 지나고 있었다. 저 멀리 지평선위에 밤하늘보다 어둡게 보이는 거대한 파도 같은 것은 필시 시라이 산맥일 것이다. 이제 해가 완전이 져서 그 멋진 경관을 감상할 수는 없긴 했지만 그래도 두 남자는 습관처럼 그 곳을 응시했다.

메드렛이 객실과 연결된 벽에 등을 기대고 담배에 불을 피우자 매캐한 연기가 바람을 타고 뒤편으로 날아갔다. 무차파도 메드렛에게 담배를 받아 불을 붙였다.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무차파가 숨을 내쉬자 하얀 연기가 흩어진다.

날씨가 쌀쌀해 지는 것이 벌써 가을이네요.”

그러게 말이네.”

대답하는 메드렛의 머리 속에 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얼핏 지나갔다. 전화로 대충 상황 설명을 하는 것으로 그들의 걱정을 무마하긴 했다. 하지만 최대한의 기밀을 지키기 위해 연락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에 답답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긴 했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혼자 여행 간다 생각하지 뭐. 까짓, 내 돈 나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러면서 그는 화제를 돌릴 겸 무차파를 돌아보며 물었다.

자네들은 어째서 데얀으로 가려 하는 거지? 거긴 관광하기엔 그리 좋은 도시가 아닌데, 말이야. 칼이 유명하고, 그나마 유명한 게 대장장이들이 일하는 신전 정도?”

, 이런 저런 볼 일이 있다고 밖에는 말을 못 하겠네요.”

그렇게 얼버무린 무차파는 씩 웃으며 한 마디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서 찔리는 건 없어요, 형사님. 법은 준수한다고요. ”

그 말에 메드렛이 화들짝 놀라는 것이 보였다. 아마 달리는 기차가 아니었다면 뒤로 몇 발자국이나 물러났을 지도 모를 정도로.

, 자네 그건 어떻게 알았나? 내가 실수로라도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은데?”

, 방금 아저씨 반응 덕분에 50 베라를 딸 것 같네요. 큭큭. 사실 별로 확신은 없었어요. 그냥 몸 구석구석에 무기를 숨기고 주변을 습관적으로 관찰하길래 한 번 찔러 본거죠.”

그 말에 메드렛은 등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내 생각 외로 그리 단순하기만 한 젊은이는 아니었군.’

그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차파는 손을 내저으며 웃음을 지었다.

, 그냥 심심풀이로 내기한 거니까 누구한테 말할 생각은 없어요. 걱정하지 말고 바람 쐬다가 들어오세요. 전 이만 들어가 봅니다. 좀 있다가 봐요.”

메드렛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마주 손을 흔들어주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때였다. 손을 흔들며 객차 안으로 들어가는 무차파의 뒤에서 메드렛의 깜짝 놀란 고함소리가 들렸다.

뭐야, 뭐야! 저거 뭐야! 철로 위에 왠 바위가 하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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