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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아인 15-(2)

by 성원 posted Jul 22,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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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을 놓치지 않고 혼신의 힘이 실린 셀로의 검격이 유리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쨍강!


날카로운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동시에 유리의 왼 손에 들려있던 칼의 윗부분이 달빛을 반사시키며 저만치 날아갔다.


'아차, 너무 방심했어!'


그녀는 부러진 칼을 재빨리 옆으로 던지고는 남아있는 칼 한 자루를 두 손으로 잡고 셀로의 공격을 막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 자루의 빠른 연속 공격에 이미 익숙해진 셀로는 더욱 치열하게 검을 휘두르며 압박을 가해왔고, 그에 반해 검이 한 자루 줄어든 유리의 공격은 점차 단순해져 갔다. 열심히 손을 놀리는 와중에 유리의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 한 자루에 500 베라나 준 건데."

"죽으면 돈 걱정할 필요도 없겠지."

"순수 데얀 산 도검이란 말야!"

"네 무덤 앞에 꽂아주지. 값 비싼 비석이 되겠군."


단조롭게 대답한 셀로는 더욱 공격 속도를 높였다. 다른 사람이 본다면 두 사람이 엄청난 속도로 몸을 이리저리 돌리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칼들이 쉴 새 없이 부딪치는 소리는 빠른 곡을 연주하는 악기들의 소리처럼 들릴 정도였다.


사실 평상시의 유리라면 한 자루의 검으로도 충분히 대등하게 싸울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두 뼘 가까이 나는 무기의 길이 차이와 검이 부러진 것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은 아주 근소하게나마 그녀를 불리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때 턱에 강력한 충격이 느껴지며 고개가 뒤로 획 젖혀졌다. 검들이 춤추는 사이로 셀로의 앞차기가 섞여 들어온 것이다.


"!"


재빠른 앞차기로 만들어진 빈틈은 생각보다 깊었다. 그녀가 잠시 주춤하는 사이 그의 검이 유리의 오른 쪽 어깨를 베어 깊은 자상을 남겼다. 생살이 찢어지는 고통에 이어 무시하기 힘든 양의 피가 튀었으나 지금 그곳에 정신을 팔 여력은 없었다. 그녀는 오른 쪽의 방어를 포기하고 칼을 왼손으로 바꿔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성난 눈사태처럼 밀고 들어오는 셀로의 공격을 방어해야만 했다. 바쁜 와중에도 그녀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감히 숙녀의 얼굴을 발로 걷어 차다니! 넌 인간도 아니야!"


셀로는 목숨을 건 싸움에 그런 것이 중요한지 잠깐 생각해보다가 정신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대답할 가치가 없다. 그는 꾸준하게 묵묵히 검을 휘두르며 그녀를 공터의 구석으로 몰아갔다. 한편 유리는 사정이 좋지 못했다.


'시야가 너무 흔들려.'


어깨의 검상은 이미 치료가 다 된 상태였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차기를 맞은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그리고 그 것이 곧 발목을 잡았다.


"끝이야!"


달빛에 의한 반사광 때문에 눈이 어지러워진 사이, 셀로가 기합소리와 함께 유리의 칼을 쳐냈다. 당황한 유리가 마법을 쓰려 양손을 내밀자, 재빠르게 왼쪽 무릎으로 마법진을 깨버리고 곧 이어 오른발로 그녀의 배를 밀어 차며 거침없이 땅바닥에 쓰러뜨렸다.


"크윽."


그녀는 재빨리 자신에 옆에 떨어진 칼을 잡으려고 했으나, 셀로의 반응이 더 빨랐다. 셀로는 발로 유리의 검을 멀리 차버린 후, 그녀가 마법을 써 검을 불러오지 못하게 검을 그녀의 하얀 목에 가져갔다. 마치 면도를 하는 것처럼 동맥 위를 천천히 누르는, 흡사 죽음의 느낌을 느껴보라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조금은 승리의 기쁨을 표현할 만도 했지만 셀로는 약간의 감정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낮은 목소리로 질문했다.


"죽이기 전에 마지막으로 묻지. 네가 조금 전에 말한 것은 모두 사실인가?"


검이 자신의 목을 누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리의 얼굴은 평온했다.


"맞아, 사실이야. 난 레미레스에서 도망 나왔고 에덴의 피를 가장 진하게 이어 받았지. 덕분에 에덴의 쌍둥이 동생인 이데아의 마법진을 이어받은 너의 위치를 느낄 수 있고. 또 확인 받고 싶은 사실이 있니?"


잠시 생각하던 셀로가 고개를 저었다.


"고통 없이 죽여주지."


하늘로 행한 검 끝이 차가운 달빛을 머금었다. 그리고, 공기를 가르는 단발마와 함께 하나의 유성처럼 유리에게 떨어졌다.


===

우우 여자가 죽었다 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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