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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무협

제독일지 시즌0 (1)

by 푸른바람 posted Jul 1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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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쓴거니 유치하다 뭔가 어설프다

이런 비판은 닥터를 잡아서 타디스를 얻어타고 10년 전의 저한테 가셔서 하시고

제국의 보석 세계관을 공유하고 그 이후~ 대략 수십여년~이 지난 후의 일입니다

여유많은 직업을 선택하였다면 이것도 완결했겠지요~

플롯도 캐릭터도 선역 악역 주연 조연 다 있는데 글쓸 시간이 없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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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남해의 푸른 고래 (1)

제국력 118년 10월 7일
풍향: 남동
해류: 남서
날씨: 맑음
위치: N 28 E10 리투니아 근해

남항(주: 리투니아항)에서 물자 보급완료 후 출항. 목적지 북항(주: 포세트립톤항).
출항 함선 푸른고래호, 서팬드호, 흑사자호, 세리호, 아인트호.
비축 물자 물 47일, 식량 52일.

"크아~! 남항, 언제나 봐도 아름답다구나! 이 아름다운 곳을 떠나야 하다니! 바닷사나이의 뜨거운 가슴이 아파오는구나."


수평선 너머로 고개를 내민 태양은 예술과 자유의 도시 리투니아에서 겨울 밤의 매서운 추위를 몰아내고 있었다.  밝게 빛나는 도시, 그 햇빛의 따스함은 아직 해가 뜬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국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에 활기를 가득 안겨주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상인들의 도시란 리투니아의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부둣가 근처에는 배에서 물건을 하역하는 사람들과 상인들이 가득 붐비고 있었다.  

그 활기찬 리투니아시가 품고 있는, 하지만 리투니아의 활기찬 모습과는 달리,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꼭 호수라고 생각해도 좋을 정도로 파도하나 없이 잔잔한 남항을 다섯척의 함선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바로 제국 남부 해군 제 1함대 소속 스무척의 함선중 제독 직속 다섯척의 함선, 남해의 해적들 중 이 함대를 모르는 자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니, 이제는 그 사실을 기억할 해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전적 54전 54승, 12년간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불패의 신화를 자랑하는 함대였다.  

"남항이 아니라 라밀리스 때문이 아닌가?"
"도대체 누구얏! 앗 제독님!"

푸른고래호 갑판장 힌델은 뒤에서 들러오는 소리에 화를 내며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보이는 사람, 힌델 보다 손 한뼘 정도 더 큰 키와 균형잡힌 몸매,  그리고 짙은 검은색 머리와 아침햇살에 빛나는 바다보다 더 맑은, 그러나 강한 의지가 깃든 푸른색의 눈을 가진 존재, 12년간 푸른고래호의 선장으로 지냈고, 8년간 제 1함대의 제독을 지낸 카를 슈타이튼이었다.

"제독님, 제독님께서 어떻게 그녀의 이름을...?"

짓궂은 선원 녀석들의 장난이라고 생각을하고 뒤를 돌아본 힌델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당황해 있는 힌델을보며 제독은 평소의 그 변화 없는 표정을 그대로 유지한체 그의 입에서 다시 말이 흘러나왔다.

"이 배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저 밑의 노예들 말고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 갑판장. 아니, 지금쯤이면 노예장이 떠들고있는 것을 노예들도 들었는지 모르겠군."

제독의 말에 힌델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제독의 귀에까지 이 사실이 들어가게 되었을까? 제독이란 존재가 아무리 선원들과 친하다고 하더라도, 일단 이런 사적인 이야기는 제독의 귀에 까지 전해지기가 힘든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무리 다른 제독들에 비해 선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어떻게 보면 편한 제독이라고 하더라도 제독은 제독었던 까닭이었다. 아니, 제독과 오래 지낸 사람들 일수록 카를 제독을 더 따르게 되지만, 또 더욱더 제독을 대할 때 어려워 하게 되게 만드는 존제 역시 제독이었다. 그런 이유로 누군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골탕먹이기 위해 전하지 않는 이상 제독이 이 사실을 저절로 알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도대체 누가? 선원 한사람 한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민을 하던 힌델은 저 멀리서 자신을 보며 피식거리고 있는 존재를 곧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이 배에서 제독 무서운줄 모르는 유일한 존재, 배에 승선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파수병 베르니크였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네. 갑판장, 그러고 보니 갑판장도 결혼을 할 나이가 되었군. 이거 갑판장 때문이라도 종종 남항에 들려야 되겠는걸."

제독이 고개를 끄덕이며 하는 말에 힌델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힌델보다 한살 많은 제독 역시 지금까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있었던 까닭에 제독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힌델에겐 여간 마음이 쓰이는 것이 아니었다.  제독의 시선을 피해 힌델은 이 사실을 제독에게 알린 유력한 용의자 베르니크를 보며 이를 갈았다. 베르니크 저 녀석 때문에 곤란을 겪은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힌델으로써는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마음을 다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제길, 저 녀석은 사사건건 다 일러바치는군. 두고보자 베르니크.'

"아무튼 대단하네, 힌델, 그 여걸 적상어 라밀리스의 마음을 사로잡다니."

제독은 얼굴에 미소를 띄운체 힌델의 등을 몇 번 두드려준 다음 함장실을 향해 돌아갔다. 힌델읜 제독의 말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한체 제독이 함장실로 돌아가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제독이 함장실 안으로 들어선 뒤 문을 닫는 순간, 힌델은 재빠르게 갑판 위를 달려 베르니크를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힌델이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 가만히 있을 베르니크가 아니었다. 베르니크는 그런 힌델을 피해 원숭이에 뒤지지 않는 실력으로  빠르게 돛대 위 파수대쪽으로 줄사다리를 타고 급히 올라갔다.

"베르니크, 이 녀석! 어서 내려오지 못해!"
"갑판장님 같으면 지금 이 상황에서 내려 가겠어요?"

어느세 파수대 가까이까지 올라가 있는 베르니크를 보며, 고소공포증이 있는 까닭에 베르니크의 뒤를 따라 올라가지 못하는 힌델로써는 밑에서 베르니크를 향해 소리만 지를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강인한 빨간머리 아줌마~
그녀는 살벌한 한마리 적상어~"

밑에서 방방 뛰고 있는 힌델을 보며, 이제 약간의 여유가 생긴 베르니크는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세인트 1세의 러브스토리'란 제목의 노래를 힌델의 애인인 적상어 라밀리스에게 맞춰 변형시켜 부르고 있었다. 그런 베르니크를 보며 화를 참지 못한 힌델은 애꿎은 돛대만 주먹으로 쥐어박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힌델을 보며 조타수 로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백발의 1등 항해사 한두르가 이야기를 멈추고 힌델을 향해 걸어왔다.

"어이, 힌델. 그 정도에서 그만하는게 화를 멈추는게 어떤가? 라밀리스도 이런 자네 모습을 보면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만."
"한두르, 한두르님까지 그러실 수가 있으십니까?"

얼굴이 온통 잘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되도록 흥분한 힌델의 뒤로 다가온, 1등 항해사 한두르는 힌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힌델은 이제 베르니크에게 풀지못한 스트레스의 화살을 한두르에게 돌렸다. 그런 힌델을 보며 한두르는 화보다는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언제나 이런식으로 힌델 자신에 비해 열살이나 어린 베르니크에게 놀아나는 단순한 힌델이었기에.

"아아, 농담일세. 힌델, 그렇게 화내지 말게나. 이거 출항하자 갑판장이 흥분을 해서야, 뱃길이 편안할 수 있겠나? 그만 화풀게."

한두르의 말을 들은 힌델은 잠시 생각을 한 후에 화를 내던 것을 멈추었다. 원래 뱃사람들은 속설에 대해 다른이들에 비해 민감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힌델 역시 예외일 수 없었으므로, 자신의 행동이 계속되어봤자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자 분노를 억누르며 진정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흘끔 위의 베르니크를 본 힌델이 다시 화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자 한두르는 베르니크에게 어서 파수대 위로 올라가서 힌델의 시선 밖으로 사라지라고 손짓을 했다. 계속 힌델의 화를 돋구고 있던 베르니크는 한두르의 손짓에 어깨를 으쓱 한 다음순순히 파수대 위로 올라가 버렸다. 힌델의 흥분이 조금 가라앉은 후에 한두르는 힌델의 귀에다 대고 작게 말을 했다.

"내가 리투니아에서 좋은 술을 구했는데, 밤에 같이 한잔 하세."
"정, 정말입니까? 한두르님!"

그 말을 들은 힌델은 언제 화를 내었냐는 듯 싱글거리며 한두르를 쳐다보고 있었다. 술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것이 힌델이었다. 나이가 30줄이 되었지만 여전히 말썽꾸러기 아들 같은 힌델의 모습을 보며 한두르는 빙긋이 웃었다.

"제독님, 올해는 폐하의 생일 기념 연회에 참가 하시려고 하십니까?"

선장실 테이블에 앉아 무엇인가를 쓰고 있었던 제독은 말소리에 쓰던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펜을 테이블 위에 내려 놓은 뒤 제독은 고개를 들어 그 말소리의 당사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다지 크지 않은 선장실 벽의 책장에는 거의 백여권에 가까운 숫자의 책들이 가득 매우고 있었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놓여진 수많은 종이쪽지들은 가끔씩 배가 흔들리지만 않는다면, 군함의 함장실이라기보다는 학자의 방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아버님께서 올해는 꼭 참석해라고 하시더군. 루넬경, 자네도 같이 참석하지 않겠나?"

무엇인가 귀찮은 것을 떠맡은 듯한 사람이 지을 법한 표정을 한체 제독은 루넬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아, 아닙니다. 제독님, 전 그런 곳에 익숙치가 않아서."

제독의 앞에 서있던 기사, 루넬 비아니스는 제독의 말에 정색을 하며 온몸에서 거부 의사를 표현하였다.  붉은색의 깔끔한 디자인의 옷을 입은 루넬은 기사임에도 별다른 방어 장비 없이 허리에 레이피어하나만 차고 있을 뿐이었다.

"루넬경, 자네 여자 공포증이 있다고 했었나? 기사라면 그런 연회에도 별다른 거부감 없이 참여할 수 있어야지 않겠나? 이건 명령일세, 이번 연회는 자네도 같이가도록 하지."

루넬의 마지막 대답이 마음이 들지 않은 듯, 제독은 루넬을 향해 단정적인 말투로 말을 했다. 제독의 말을 들은 루넬은 명령이란 말에 더 이상 말을 하지도 못하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얼굴에 띄운채 어쩔줄을 몰라했다. 능력이나 가문등 여러가지면에서 제국의 촉망받는 인재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던 기사 루넬은 그 자신의 여자 공포증 때문에, 다른 좋은 자리를 마다하고 다른 기사들이 대부분 기피하는 해군 함선에 승선을 했던 것이다.

게다가 루넬과 카를 제독은 공적인 관계로서는  제독과 해군 함선의 돌격대장의 관계였지만 사적으로 제독은 루넬의 외삼촌이었다. 제독의 누이 메리 슈타이튼, 아니 비아니스가 루넬의 어머니였으므로. 그런 연유로 제독은 루넬이 고작 해군 함선의 돌격대장으로 머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제독님, 지금 어떤 내용의 글을 쓰시고 계시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제독의 말에 잠시 당황해서 서있었던 루넬은 다시 제독이 글을 쓰기 시작하자, 화제도 돌릴겸, 제독을 향해 질문을 했다. 되도록이면 방금 전의 그 약속에 대한 제독의 관심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보통의 해군 함선의 돌격대장이의 위치였다면 제독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해야 되겠지만, 제독과 루넬의 사이는 그 것 이상이었으므로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루넬의 질문을 들은 제독은 이번에는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은체 답을 했다.

"'해양학 입문'이란 책을 쓰고 있는 중이네. 꽤 흥미로운 분야지."

'해양학? 그런 분야도 있었나? 해양학이라면 바다에 대한 학문?'

루넬은 고개를 갸웃하며, 제독을 쳐다보았다. 기사 가문이었지만, 교양을 중시하는 비아니스 가문의 가풍 때문에 기사치고는 루넬 역시 꽤 지식이 풍부한 편이었다. 게다가 그의 백부인 마키아벨리 비아니스는 당대에 알아주는 역사학자였던 것이다. 그런 집안에서 검술 못지않게 교육을 받아온 루넬이었지만 해양학이란 학문을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루넬은 제독이 쓰고 있는 글을 의문을 가득 담아 쳐다보았다. 그런 루넬의 시선을 느낀듯 제독은 여전히 글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은체 루넬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마, 해양학이라고는 처음 들어봤을테지. 루넬경. 좋아. 그럼 한가지 질문을 하겠네. 피트 아일랜드와  포세트립톤 사이에서 해류가 약 초당 1m의 속도로 북상을 한다면 해수면의 높이는 어느 쪽이 몇 m 더 높은지 대략적인 수치로 답을 해보게."

제독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루넬은 당황해 할 수 밖에 없었다. 해수면의 높이 차이를 어떻게 계산을 해란 말인지? 아니, 지금까지 바닷물이라면 다 같은 높이인줄 알고 있었던 루넬로써는 자신의 머릿속이 이 것 저 것 뒤죽박죽이 되어,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막아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루넬이 답을 하지 못하자 잠시 후에 제독은 여전히 글을 쓰며 다시 입을 열었다.

"포세트립톤쪽이 약 1.35m 더 높네. 해수면의 높이차이를 계산하는 공식은 바로 전향력 곱하기 두 지점간의 거리 나누기 중력가속도이네만, 자네가 전향력과 중력가속도를 모른다고 해서 내가 설명을 할 의사는 없네. 그냥 그런 것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게. 어쨌든 이런 것이 해양학이네. 이제 대충 해양학이 무엇인지 이해하겠나?"

루넬은 제독이 말한 이해못할 말의 뜻을 아는 것보다는 어떻게 제독이 이렇게 흔들리는 배에서 글을 쓰면서도 저렇게 길게 말을 할 수 있는지 그 사실이 더욱더 신기할 뿐이었다. 그런 제독을 보며, 루넬은 천재 외삼촌을 자신의 머리로 이해를 하려고 시도 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떠올렸다. 루넬은 이해가 안되는 면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게 자신에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대충 얼버무리기로 결정을 내렸다.

"네, 제독님 대충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양학을 익혀서 쓸일이 있나요?"

어쨌건 포세트립톤과 피트아일랜드의 해수면의 높이차이를 알아봤자 그다지 쓸모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 루넬은 제독의 질문에 짧게 한숨을 내쉰 뒤, 그다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다.

"음...이건 정확히 말해서 해양학의 분야라기 보다는 기상학이라고 해야 되겠지만, 뭐 이 것 역시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니 한번 말해보겠네. 아마 내일 아침무렵부터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해서 점심무렵에는 가랑비가 약하게 내리고, 저녁무렵에 날씨가 갠 후에는 따뜻한 남서풍이 불어올 걸세. 방금 내가 말한 것 중에 두개이상 틀리면, 자네를 연회에 대려가겠다는 말은 취소하겠네. 그러나 내가 자네에게 지금 했던 말 중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것들이 맞으면, 더 이상 연회 건에 대해서는 토를 달아서는 안되네. 루넬경."

루넬은 제독의 말을 들은 후, 연회를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릴 때부터 제독을 보아왔던 루넬은 제독이 세상에 몇 없는 천재라고 하더라도 마법을 쓴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제독이 한 엉터리 예언이 맞을리가 없다는 생각을 마음속으로 했다.

"한두르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귀한 술을 제가 마시게 되다니! 앞으로 제게 부탁하실 일이 있으시면 뭐든지 부탁하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도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온통 암흑에 둘러싸인 밤바다, 하지만 하늘에 작게 빛나는 별은 선원들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겨울이라 바람이 강한 까닭에 연해에서 밤항해를 하다가는 암초에 부딪혀 침몰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 이유로 그다지 급한 일도 없었으므로 제 1함대 다섯척의 함선은 항해를 중단한체 큰 파도만 간신히 피할 수 있을 법한 작은 항구에 접항을 했다. 닻을 내리고 조용히 바다에 떠있는 다섯척의 함선 곳곳에는 늦은 밤임에도 아직 잠들지 않은 선원들이 켜놓은 등불만 몇 개 빛나고 있었다.

그 몇 안되는 등불 중 한 곳 아래에서 힌델은 한두르가 들고온 술을 조심스럽게 컵에 담고 한모금 마신 후, 무척이나 감격한 목소리로 한두르에게 말을 했다. 제국력 1년 이오니스산 포도주. 그 상징적인 가치 때문에, 이 술의 가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상징적인 것을 떠나 그 해에 만들어진 이오니스 포도의 질 역시 일품이었기에 제국력 1년 산중 이오니스 산 포도주의 가치는 더욱더 높게 평가받고 있었다. 이 술 한병만 있으면 작은 별장을 하나 살 수 있을 정도였으므로. 그런데 지금 그 술을 한두르가 힌델 앞에 꺼내놓은 것이었다. 그런 귀한 술을 마시는 까닭에 힌델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술을 컵에 담은체 마시고 있었다.

"뭐, 좋은 술은 혼자 마시는 것 보다 같이 마시는게 더 좋지 않겠나?"
"그야 그렇지요. 한두르님. 아무튼 제가 이 술을 입에라도 댈수 있기를 얼마나 빌었는지 모릅

니다. 그런데 이렇게 한 컵이나! 마실 수 있다니, 이제 더 이상 소원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감격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애주가 힌델을 보며 한두르는 이번에도 웃을 뿐이었다. 귀한 술을 마시면서도 한두르에게 술의 출처를 묻지 않는 힌델, 아마 그런 힌델이었기에 한두르가 같이 술을 마시자고 한 것이었을 것이다. 선원들의 주머니상태야 비슷한 것, 1등 항해사라고 해서 특별히 나을 것은 없기 때문이다.

"힌델, 자네는 언제 쯤 결혼할 예정인가?"

조심스럽게 컵에 따뤄진 술을 목으로 넘기는 것도 아까운 듯 한모금씩 천천히 음미하며 마시고 있던 힌델은 한두르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조금 눈을 크게 뜨고는 한두르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힌델은 그 외모에 어울리지않게 부끄러운듯 머리를 긁적이며 한두르에게 답을 했다.  

"정하지 않았어요. 한두르님. 돈이 적당히 모이는데로 해야겠죠. 집도사고, 작은 가게도 하나

 

사고. 하지만 돈이 모인다고 해도 쉽게 이 배를 떠나지지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힌델의 대답에 한두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다 사나이들 대부분이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하는 생각. 그들은 평생 바다를 벗어나지 못한다. 설혹, 바다를 벗어나 육지에서 생활을 하더라도 대부분 일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기 일쑤였다. 과연 바다의 무엇이 그렇게 만드는가?  56년의 생애중 41년을 바다에 바쳤던 한두르도 그 질문에는 정확히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냥 막연히 바다, 그 바다의 모든 것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뿐이었다.

"한두르님은  어째서 그 나이가 되도록 일등항해사 직만 맡고 계시죠? 원하시면 다른 배의 선장직도 하실 수 있으셨을 텐데."

이번에는 힌델의 질문, 그 질문을 들은 한두르는 이번에도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한체 컵에 담긴 술은 한모금 목으로 흘렸다. 도대체 내가 무엇때문에 이 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 그가 마음만 먹었으면 10년 전 쯤에 다른 배의 선장직을 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과연 무슨 이유였을까?

"나도 모르겠네. 내가 왜 이 배를 떠날 수 없는지."

한두르는 한숨을 내쉬며 힌델에게 답을 했다. 그리고 그는 무엇 때문에 자신이 이 배를 떠날 수 없었는지 곰곰히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이 배에서 변하지 않았던 유일한 것을, 아니 유일한 존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