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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인간으로써의 첫날이 지난 것일까? 어제는 워낙 정신이 없어서 여관에 오자마자 대충 저녁을 먹은 뒤에 방을 잡고 바로 잠이들었다. 피곤이라, 직접 느껴보니 뭐라 딱 표현할 수 없는 신기한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이 마을이 어디쯤에 위치한 마을인지는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 휴, 하지만 왠지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싫었다. 게으름, 이 것 역시 인간들의 특징 중 하나였는데, 악마였을 때는 이 감정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잘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이래서 인간들이 그런 행동을 보였던 것이었군.

"으앙, 어제 찾았어야 하는데, 하루 늦어버렸어. 어떻게 하지?"

이 목소리는 뭐지? 난 갑자기 들리는 소리에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향해 누운체로 고개를 틀었다. 들리는 곳은 창 밖, 그런데 갑자기 닫혀있는 창을 통과해서 누가 안으로 들어왔다. 맑게 빛나는 청은발, 인간의 나이 또래로는 열 대여섯살 정도로 보이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중요한 것은 등에 흰빛의 날개가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왠, 천사가 나한테? 아무리 봐도 전투천사는 아닌 것 같은데, 날 죽이러 온 것은 아닐테고.

"휴, 다행이다. 내가 없는 동안 무슨일은 안생겼구나. 나중에 그 분에게 혼나면 어떻게 하지?"


그 천사는 나를 들여다보더니 혼자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어제 인간이 됬는데 벌써 죽을 때가 된 것은 아닐테고, 이 천사는 갑자기 왜 나타난 거야? 아무래도 천사들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수천년간 칼을 맞대고 싸워온 존재가 인간이 되었다고 갑자기 좋아진다면 그 녀석이 이상한 것일 것이다.

"넌 누구지?"

난 천사를 향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그 천사가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휴, 인간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하겠는데, 확실히 천사라는 족속들은, 쩝.

"제..제가 보여요? 베른씨?"

난 별말하지 않고 몸을 일으켜서 고개를 끄덕했다. 내가 눈이 먼 것도 아니고, 시끄럽게 떠들며 내 잠을 방해하는 천사를 보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이상하다? 사람들은 수호천사를 보지 못한다고 했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천사는 갑자기 허공에서 이상한 책을 꺼내서 펼치더니 이 곳, 저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수호천사라고? 신께서 무슨 생각으로 나에게 수호천사를 보내신 것이지? 아무리 봐도, 서열 100위는 커녕 서열 1000위의 악마에게도 질 것 같이 생겼는데. 어떻게 날 지킬 수 있다고.

"네가 내 수호천사라고 했냐?"

난 엄청난 두께의 책을 뒤지며 고민을 하고 있는 그 청은발의 천사를 향해 말을 했다. 청은발이라, 천사는 대부분이 금발이었는데, 하긴 각자의 속성에 따라 조금씩 색깔의 차이는 있었지만 청은발의 천사는 나도 처음이었다. 청색계통의 머리 색이면, 물 계열의 천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사는 내말을 들었는지 책을 덮어서 허공으로 사라지게 한 뒤, 나를 향해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네, 베른씨. 제 이름은 브리, 수호천사교육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이번에 처음으로 수호천사를 맡게되었어요. 원래 어제부터 베른씨의 수호천사를 맡아야 하는데, 도중에 베른씨의 느낌을 놓쳐버리는 바람에 오는길에 조금 늦었어요."

수호천사교육학교? 천계에 그런 것도 있었나? 정말 별게 다있군, 그런데 수석으로 졸업했다는 천사가 자기가 지켜야 할 인간의 느낌을 놓쳤다라, 그냥 곱게 천계로 돌려보내는게 좋을 것 같다.

"넌,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고 온거냐?"

난 악마였던 시절의 그 눈빛 그대로 천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브리라는 천사는 날 보지도 않고 다시 그 커다란 책을 허공에서 꺼내서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뒤지던 브리는 책 한 곳을 펼치더니 읽기 시작했다.

"흠, 이름은 베른 세르베이션, 종족은 인간이고 성별은 남자. 그리고 나이는 2500살? 어, 기록이 왜 잘못 되어있지? 영이 왜 두개가 더 붙어있네. 나중에 천계에 돌아가면 고쳐야지. 그리고 선행기록은 어제 하나 있네요. 그런데 왜 어제 이전의 기록은 아무 것도 남아있지 않는거에요? 이상하네. 학교에서 교육받을때는 이런 일이 한번도 없었는데."

브리란 천사는 두꺼운 책을 든체 혼자서도 열심히 말을하고 있었다. 저 책이 생각 외로 정확한 것 같다. 그런데 어제있었던 일도 기록되는 건가? 성도 그렇고, 선행 기록이라. 하지만사람 일곱명을 죽인 것은 적혀 있지 않나보군, 왠지 감시당하는 느낌이 들어서 찝찝했지만 뭐, 그런 거야 이미 인간이 되면서 각오한 일이니 별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천사, 그 책의 기록이 정확한 것이 맞다. 천계에서 듣지 못한 모양인데, 내 나이는 2500살, 전직악마. 내 곁에 있으면 위험하니까, 곱게 천계로 돌아가는게 좋을 거야."

난 되도록이면 살기를 뿜으며 브리란 천사에게 말을 했다. 아무래도 나이도 그다지 많아보이지 않는 천사인데, 인간같이 삶에 대한 욕구가 그다지 많지 않은 천사라고 해도 소멸되는 것보다는 그래도 살아있는게 나을 테니. 저런 천사는 정말 상급 악마들에게 칼의 감도를 익혀 주는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네? 베른씨가 전직 악마였다고요? 그래서 내가 보였었던 거구나. 하지만 아무리 베른씨가 전직 악마라고 해도 전 절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수호천사를 한 번 맡으면,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지켜줘야 한다구요."

브리란 천사는 내 살기에 몸을 조금씩 떨면서도 꿋꿋하게 말을하고 있었다. 용기 하나 만큼은 칭찬해 줄만 하지만, 난 지금 천사하나를 더 떠 맡을만한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내 몸 하나 간수하기도 힘드므로. 난 머리위에 두었던 칼을 뽑아 검기를 담아 천사의 목에 대었다. 순간 집중이 흐트러져 검기의 조절을 잘 못하는 바람에 천사의 목에 생긴 상처에서 금빛의 피가 아주 조금 흘러 나오는 것이 보였다. 금빛피, 인간들의 붉은색 피보다 악마들에게는 더 큰 흥분을 일으키는 존재였다. 그 맛을 잊지못한 악마들이 천사를 찾아 무조건 적으로 돌진해서 수많은 천사들을 학살하다 결국 소멸해가곤 했었다. 나 역시 천사들의 피를 보며 예전에는 흥분을 했었던 것은 마찮가지였으니까, 하지만 인간이 된 까닭인지 금빛의 피를 보아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상처를 당한 브리에게 조금 미안하다는 감정이 들었지만 이미 상처가 난 것, 내가 회복 마법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다.

"난 천사들과 수천년간 싸웠고 천사들을 수도 없이 소멸시켰던 경험이 있는 존재다. 인간이 되었다고 내가 천사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달라질 것은 없다. 내가 널 소멸시켜버리기 전에 귀찮게 하지말고 썩 꺼져라."

브리란 천사는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얼굴가득 공포에 찬 표정으로 울기 시작했다. 천사가 울다니?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천사들은 목이 베이는 그 순간까지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었었는데, 이 천사는 고작 살기 조금과 목에 상처가 난 것까지고 울음을 터트린다? 천사가 우는 모습은 수천년의 삶에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천사를 소멸 시킬 때는 아무 감정이 없는 꼭두각시 인형을 죽이는 듯한 기분을 느꼈었으니까. 묘한 흥분과 함께.

"흑흑, 베른씨는 너무해. 전 베른씨를 지켜주려고 한 것 뿐인데, 베른씨한테 잘못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절 싫어하는 거에요. 흑흑."

난 천사가 우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할지 몰라 그냥 검을 천사의 목에서 때서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천사가 울든 말든,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고작 천사가 우는 것 때문에 마음이 약해지다니, 아무리 인간이 되었다지만 고작 이틀 사이에, 이렇게 변해버렸다. 난 왠지 모를 감정에 브리란 천사에게서 시선을 때서 다시 천장을 쳐다보았다. 신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나한테 수호천사를 보내신 것인걸까? 다시 한번 의문이 들었다. 인간이라고 모두에게 수호천사가 있는 것은 아닌데. 감시역으로? 그러기엔 너무 약해보이는 천사였다. 지금 인간인 내 상태로도 소멸시켜 버릴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천사는 울음을 계속 울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천사는 물을 마시지도 않을텐데, 저 많은 눈물이 어디서 쏟아져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울어본 기억이 없어서 저 심정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왠지 심란해지는 마음에 대충 몸상태를 정리하고 방 밖을 향해 걸어나왔다. 하지만 방 밖으로 나온 내 뒤를 브리는 여전히 울면서 따라오는 것이었다. 정말, 다른 사람들이 못보기에 천만다행이지. 그렇지 않다면 인간들의 심리로 볼 때,  나만 이상한 놈으로 취급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난 마을의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서 여관의 카운터가 있는 곳을 향해 내려갔다. 여관이란 곳에서는 여행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구할 수 있었다. 신을 따르는 인간들의 여러 세력 중에 어느 세력은 여관이 여행자들에게 돈을 받아 숙식을 제공하는 것 역시 신의 뜻에 어긋난다고 여관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세력이 상당히 커진 뒤에도 여관은 여전히 인간 세상에 존속하며 인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신전 만큼이나.

계단을 따라 일층으로 내려와 카운터가 있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여전히 천사는 내 뒤를 따라 울고 있었고, 확실히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보인다면 한 번쯤 쳐다볼 만한 광경인데도 여관안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천사가 있는 곳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니까 확실한 것 같다.

"지도를 구할 수 없을까?"

난 카운터에 있는 젊은 청년에게 말을 했다. 청년은 나를 한번 쓱 쳐다보더니 아무말 없이 밑에서 종이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서 내게 주었다. 상당히 건방진듯한 표정.

"아, 그리고 이 마을 이름이 뭐였지?"

내말을 들은 그 카운터 청년은 별걸 다 묻는다하는 듯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을 했다. 어제 알아봤어야 하는데, 워낙 피곤해서 그럴 정신이 있었어야지.

"예르젠 이에요. 마을 이름도 모르면서 이 마을에는 왜 왔죠? 순례자가 아니라면 마을에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는데."

청년은 상당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정말, 이 인간이. 난 황당함에 그 청년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내가 악마시절이였다면 벌써 목없는 시체가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내가 뭐 잘못한 일이라도 있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인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아직 인간경험은 이틀째에 불과하니, 당사자가 아닌이상 인간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다.

"난 당신처럼 곱상하게 생긴 남자가 싫어! 이제 됐죠! 제발 좀 내 눈앞에서 사라져 주세요."

어제는 내 모습을 두려워 하던 인간들이 상당 수 있었는데, 이제는 곱상하게 생겨서 싫다라. 아무래도 이 녀석 곱상하게 생긴 인간한테 애인을 뺏겼다거나 그런 것 같다. 이로서 최소한 흑마법을 쓰지 않아도 인간들의 기준으로 내 얼굴이 못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인가? 난 한숨을 내쉬며 지도를 들고, 여전히 울고 있는 브리를 지나쳐서 다시 방으로 올라갔다.

방으로 올라가는 복도에 서있던 꽃병이 갑자기 내 앞에서 쓰러지며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난 갑작스러운 일에 당황해서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는데, 울고 있던 브리가 갑자기 꽃병을 향해 날아가더니, 바닥 근처에서 간신히 꽃병을 받아 깨지지 않게 했다. 그래도 딴에는 수호천사라고. 하지만 난 브리란 천사가 꽃병을 들고 있던 말던 그대로 둔체 방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방문을 닫았지만 천사는 꼭 유령처럼 그냥 방문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심하게 대했는데도 천계로 안돌아가고 이놈의 천사가 따라오는 것인가? 그래도 계속 울고 있는 것을 보니,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너 요리는 할 수 있냐?"

방안의 테이블에 지도를 펼치며 천사를 향해 물었다. 최소한 쓸모라도 있어야 지가 죽던 말던 데리고 다니지. 수호천사가 사람을 지키는 일을 못한다면 다른 일이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물어보았다. 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휴, 분위기를 보니 내가 죽거나 저 천사가 소멸되기 전까지는 계속 저렇게 울면서 따라다닐 것 같다. 나도 다른 인간들처럼 저 천사라는 존재가 보이지 않는다면 괜찮겠지만, 저렇게 계속 우는 모습을 본다면 상당히 신경이 쓰일 것 같다. 귀찮은 천사들...전투 천사나 수호천사나 정말,, 이래저래 귀찮게 만들었다.

저 꼬마 천사를 달래줘야 할 것 같은데, 예전에 여자들을 유혹할 때 쓰던 매너있는 귀족 도련님 흉내나 내 볼까? 테이블 위에 지도를 그대로 펼쳐둔체 천사에게 걸어갔다. 신기하게 이 천사는 벽같은 것은 무시하고 통과하면서도 만지려고 하면 실제로 만져졌다. 난 천사의 인간과 다르게 별처럼 반짝거리는 맑은 눈물을 닦아주며 말을 했다.

"그만 우세요. 꼬마 아가씨. 제가 사과드리죠."

브리는 눈물이 가득한 눈을 떠서 날 쳐다보았다. 확실히 천사들이 예쁘긴 예쁜 것 같다. 보통 사람 여자들이 울면, 좀 추해보이는게 일반적인데,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천사들은 울어도 그다지 추해보인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면 이 브리라는 천사가 특별한 것일 수도 있고.

"베른씨, 그럼 절 수호천사로 허락해 주시는거에요?"

브리는 울먹이는 목소리 그대로 나에게 이야기를 했다. 수호천사라, 악마출신인 나에게는 아무래도 안어울렸지만. 휴, 난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라고 했지? 하지만 이것만은 약속해줘, 정말 강한 악마가 나타나서 내가 피해라고 할 때는 날 신경쓰지말고 도망쳐. 알겠지? 수호천사라고 막 나서서 가로막다거나 하지는 말고, 그런 악마들은 네가 상대하기에는 너무 벅차니까."

난 브리가 또 울지몰라 되도록이면 목소리를 부드럽게 해서 말을 했다. 나 역시 마찮가지였지만 악마들은 공통적으로 천사를 괭장히 싫어했다. 누군가 나를 공격해온다면, 그리고 그 것을 막는 존재가 천사라면, 그 악마녀석들은 아무런 주저 없이 천사를 소멸시켜 버릴 것이다. 휴, 그래도 처음으로 수호천사를 맡는다고 했는데, 소멸해 버리면 불쌍하니까, 조심 또,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세상에! 내가 천사를 보고 불쌍하단 생각을 하다니.

"그...그래도..."

브리는 울음을 멈추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물기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큰 눈을 깜빡이며 날 쳐다보았다. 조금 머뭇거리는듯한 모습.  

"약속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날 따라오지 못하게 할테니."

이번에는 조금 강한 어조로 말을 했다. 신경써야 할 대상이 생기다니, 귀찮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행을 할 때, 내가 못하는 요리정도는 해 줄 수 있다니. 도움이 되겠지. 그리고 뭐 머리위로 바위가 떨어진다거나 할 때는, 도와줄 수도 있을 테니까. 수호천사가 있다면 전혀 말도 안되는 일에 죽지는 않을 것 같다.

"네, 말씀하신대로 할게요. 베른씨."

브리는 풀죽은 목소리로 말을 했다. 천사가 훌쩍거리는 소리를 이제는 듣지 않아도 된다는 수익을 얻기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말 악마녀석들이 공격해온다면 이 천사가 나와 약속했던 것 처럼 도망을 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들었다. 천사들은 고지식한데가 있어서, 자신이 맡은 일은 자신이 어떻게 되던 상관을 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계속 시도를 했다. 난 울음을 그친 브리를 둔 뒤에 지도를 펼쳐둔 곳을 향해 걸어갔다.

아까 이 마을 이름이 예르젠이라고 했었나? 그녀가 있는 도시이름은 소디암이었지. 항상 마법으로 차원의 문을 통해 이동을 한 까닭에 위치감각이 거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지도를 한참이나 들여다 본 뒤에야 예르젠과 소디암을 찾을 수 있었다. 큰 마을이라 그런지 에르젠도 지도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행히 예르젠과 소디암은 같은 나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내가 있는 이 마을은 예르젠은 이라셀국의 서부 국경 근처였고, 소디암은 동부 국경 근처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었다. 소디암까지 가기위해서는 정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행 준비나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데 여행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거지? 인간의 감정이나 심리 상태 같은 거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런 일상생활에 관한 것은...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브리, 여행 준비는 어떻게 해야하지?"

난 혹시나 하는 심정에 구석에서 조용히 있는 브리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내 물음을 들은 브리는 처음에는 깜짝 놀라더니, 곧 언제 풀죽어 있었냐는듯 생글생글 웃으며 내가 있는 쪽을 향해 왔다.

"잠시만요. 베른씨. 찾아볼께요."

그리고 다시 허공에서 그 두꺼운 책을 꺼내더니 열심히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했다. 저 책의 주제는 도대체 뭔지, 여행 준비를 어떻게 하는지까지 찾는걸까? 전투천사들은 저런 책을 안 들고 다니는 것 같았는데.  그렇게 한참을 찾던 브리는 다시 한 곳을 펼치더니 말을 하기 시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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