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길 옆에 호수가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도 필요할 때 있을 것은 다 있는 것 같다. 신께서 배려를 해주신 것일까? 훔, 이왕 주실것 같으면 그냥 곱게 주시지, 꼭 피를 흘리게 만들어야만 했을까 하는 원망이 들었지만 내가 지금 원망할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며 뒤에 여성들이 보던 말던 난 짐을 풀어둔체 옷을 벗고 호숫 속으로 들어갔다. 뭐 부끄러울게 있을까? 인간들의 경전에 따르면 인간들은 선악과를 먹은 뒤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 있지만 난 원래 출신이 악마이다보니, 그다지 부끄럽다는 느낌을 가지지 않았다. 하계에서는 나같은 녀석이 아니면 다 벗고 다니는게 일상사니까.
물속에 들어가니 시원한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상쾌하단 느낌, 그 느낌이 이런 것이었나 생각을 해보며 난 온몸에 물을 끼얹었다. 맑은 물속으로 조금씩 흩어져가는 붉은색 피, 난 처음 해보는 것이라 익숙치 않은 손놀림으로 몸을 대충 씻으며 뒤를 돌아보니 여인네들이 반대쪽을 보고 있었다. 곱게 큰 아가씨들이라서 보기가 민망하다는 것일까? 훗, 그래도 내가 예전에 알았던 여자들과는 다르게 그런데로 순진한 아가씨들인 것 같다. 물론 속마음이 어떤지는 확실하게 모르지만 느껴지는 기운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볼 때, 괜찮은 것 같다. 그녀만큼은 아니었지만..
대충 옷과 몸을 씻고 물 밖으로 걸어나와 누더기가 다된 옷을 벗어버리고 아까 들고온 옷을 입었다. 흠, 그래도 정이 든 옷인데 버리기가 조금 그랬지만 피묻은 옷을 들고다니기도 그렇고 악마로써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은생각에 근처 풀숲에 던져버렸다.
난 이번에도 별말하지 않고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딴에는 피곤했는지 따뜻한 햇볓아래에서 꼬마와 여자들이 졸고 있었다. 걷는 것 조차 거의 안하던 귀족 아가씨들이 몇시간 동안 걸었으니 피곤할만도 하겠지만... 내가 근처를 지나가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제일 어린 아가씨, 아니 소녀라 해야 할 여자가 피곤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조금 떴다. 귀엽다라...이런 상황에서 그게 알맞은 표현일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난 피식 웃었다. 물론 여자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그 제일 어린 소녀는 내가 간다는 것을 알았는지 주변의 사람들을 깨우고 있었다. 약간의 소란이 끝이 난 후에 여자들과 꼬마들은 내 뒤를 따라 걸어왔다.
"흑흑..."
조금 걸어갔을까? 갑자기 뒤 쪽에서 여자가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일이지? 난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아까 그 소녀가 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있었다. 넘어졌나? 휴, 정말 귀찮게 하는군. 그런데 그 소녀는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 곱게 큰 아가씨라 뼈를 단련할 시간이 없었을 테니까. 난 짧게 한숨을 내쉰 후에 그 소녀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냥 두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 연약하디 연약한 아가씨들이 업고 갈 수도 없을테니. 그 금발의 아가씨는 넘어진 소녀를 보며 어쩔줄 몰라하다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업혀."
난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 그대로 갈빛 단발머리의 소녀에게 말을 했다. 그다지 여자에대해 관심을 없어서. 그리고 어짜피 곧 헤어질텐데, 그다지 정을 준다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소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 등에 엎였다. 졸지에 어린애 보모역할까지. 신이시여, 인간이 되게 해주신것은 감사합니다마는 이거는 좀.. 그래도 나도 하고 싶은 일은 거의 대부분 할 수 있었던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는 고위 악마였었는데, 지금 신세는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그 소녀는 업혀서도 아파서 그런지는 몰라도 계속 울음을 멈추지 않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울음을 멈추었다.
"저, 전 레베카 필리에르 파티아츠라고 해요.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
금발의 그 여자는 얼굴에 힘든 표정이 가득했지만 나를 향해 웃으며 말을했다. 거짓된 미소가 아닌, 내게 이런 미소를 보여준 사람으로는 두번째였다. 레베카, 이 여자는 분위기가 특히 비슷했다. 그녀와. 외모는 그다지 닮지 않았지만 다른점이 있다면 그녀는 무조건적으로 보호해 주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에 비해 레베카 이 여자에게서는 귀족 출신의 여자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강인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여자정도라면 악마에게 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자의 얼굴이 조금 빨갛게 되서 나에게 말을 했다. 나이는 그런대로 있어보였지만 아직 남자에 대해 잘모르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계모가 오기 전에는 집에서 정말 신경을 써서 키운 딸인 것 같았다. 이런 여자들은 왠만한 악마의 유혹에도 잘 넘어오지 않는다. 깨끗한 여자들만 주로 노리고 돌아다니던 악마 녀석들이 이런 여자들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으니까.
흠. 이름이라, 그냥 이름은 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라도 악마였을 때 성을 쓰면 안될테니 성을 뭐라고 말한다? 그다지 별로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위악마라고 나역시 인간들의 이야기에 그런대로 자주 등장하는 편이었다. 그만큼 죄를 많이 지었다는 증거겠지만. 훗 그러고 보니 나에게 적합한 성이 생각이 났다.
"베른 세르베이션"
여자는 내이름을 듣고 한동안 뭔가 생각을 하더니 나를 향해 말을 했다. 뭐 귀족가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 헛물만 켜는 것이다. 이 성은 내가 처음 쓰는 성이니까.
"세르베이션, 구원이라. 베른 씨에게 잘 어울리는 성인 것 같아요."
여전히 얼굴이 조금 빨개진 상태로 웃으며 나에게 말을하는 레베카, 휴 이 여자를 보면 볼 수록 그녀가 계속 생각이나 마음이 조급해 지는 것 같았다. 구원이란 단어에서 여자는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 다른 의미를 떠오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녀들을 구해줬기 때문일까? 죽지 않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구해줬을 뿐인데.
"베른 아저씨, 베른 아저씨는 어디서 왔어요?"
레베카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꼬마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무섭다고 울 때는 언제고, 피만 조금 씻어냈다고 대우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악마였을 때도 인간의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아이들이 악마에게 유혹당해 영혼을 빼앗기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일에 더욱더 열을 내는 특이한 취미의 악마 녀석들 때문에 어린애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종종생기곤 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어디서 왔냐라...남매간에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만 하고 있었다. 땅속에서 치솟았다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고, 실제로 지옥이 하계라는 이름만 붙었지 땅 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천계가 하늘위에 있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난 그냥 하늘을 가르켰다. 나란 존재는 솔직히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졌다고 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니까.
"아저씨 정말 하늘에서 왔어요? 그럼 천사야?"
왜 하늘에서 왔다고 하면 모두들 천사를 떠올리는 건지 모르겠다. 난 나의 별 뜻없는 대답을 믿는 꼬마 녀석이 신기해서 대답을 해주었다. 난 악마였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번에도 적당히 대답을 해야 되겠다.
"절대 천사는 아니야. 천사가 아저씨처럼 피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것을 본적 있나?"
난 천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신께 구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천년간 싸워온 존재에게 하루만에 쉽게 좋다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천사들에게 맹목적인 증오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는 정도의 감정만 있을뿐.
"그렇네요. 훔, 하지만 징벌의 천사는 죄가 많은 인간들을 죽여서 지옥으로 보낸다고 들었는데."
꼬마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했다. 인간들에게 천사는 좋은 이미지로만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것 만은 아닌가보다. 징벌의 천사, 악마들은 그들을 피에 굶주린 백광조(白狂鳥)라고 불렀다. 오로지 전투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천사, 전투력만으로 따지면 대천사장에 버금갈 정도였다. 물론, 소멸의 빛과 같은 신성력에서는 대천사장과 비교도 안될정도로 약했지만. 그 막강한 전투력만으로도 수많은 인간과 악마들을 소멸시키는데는 충분했다. 악마 서열 100위 밖의 악마들은 검을 맞댈 수 조차 없을 정도 였으니까. 나도 예전에 거의 소멸될 정도까지가서야 징벌의 천사 한 녀석을 간신히 물리친적이 있었다. 지금의 내상태,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은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해가 서서히 지평선으로 사라질무렵 길 멀리 마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인간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볼때, 생각 외로 마을의 규모가 큰 것 같았다. 마을의 크기를 상중하로 나누면 상 정도쯤 될까? 이 정도의 마을이라면 신전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니, 다행이다.
마을 입구쪽으로가니, 경비병의 모습이 보였다. 흠 통행증도 없는데 어떻게 통과하지? 이럴 경우에 좋은 방법이하나 있기는 있지. 난 노예사냥꾼 녀석들의 마차에서 들고온 돈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가득한 금화, 한동안 정말 돈걱정은 안하고 살아도 되겠군. 난 주머니에서 금화 몇개를 꺼냈다. 들어가지 못하게하는 경비병에게 금화 몇개를 건네주고 우리 일행은 마을로 들어왔다.
멀리 마을중앙에 크게 지어저진 신전의 모습이 보였다. 마을 중앙에 신전이라, 아무래도 신전과 관련된 마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신전이라면 인간들로부터도 보호를 받는데도 확실할 것 같다. 그리고 귀족집 자제들이니, 나중에 재산과 작위를 이 아이들이 계승하가게 된다면 신전으로써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내치지는 못할 것이다. 날이 저물 무렵이라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마을 길을 지나 신전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 등에서 어느세 잠이든 소녀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다행히 바닥에 내려 놓아도 깨지 않는 것으로 볼때, 그렇게 많이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 이만 헤어지도록 하지. 되도록이면 내가 말하는데로 하는게 좋을 거야. 레베카."
난 그 소녀를 내려 놓은 뒤에 기진맥진해서 쓰러지기 직전인 것처럼 보이는 레베카에게 말을 했다. 내말을 들은 레베카는 놀라더니, 뭔가 아쉬운 듯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베른씨, 다시 뵐 수는 없을까요?"
안타까움이 담긴 목소리, 휴, 그 짧은 시간동안 날 마음에 두게 된 것인가? 하지만 이럴 경우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내가 인간이었고, 그녀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몰라도, 악마가 아닌 지금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는."
난 여자들과 꼬마들에게서 돌아서서 여관이 모여 있을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금 아쉽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내 곁에 누군가가 있으면 안된다. 내가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언제 악마들의 표적이 되버릴지 모를 내 옆에 있으면 살아가는 것 조차 힘들 수도 있으니까.
"아저씨! 잘가요! 오늘 구해줘서 고마워요!"
레베카 동생의 목소리. 녀석, 날보고 울 때는 언제고.
왠지 사람이 되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 인간이 아니면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없을테니까. 그녀도 내가 인간이 된 것을 좋아해줄까?
물속에 들어가니 시원한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 상쾌하단 느낌, 그 느낌이 이런 것이었나 생각을 해보며 난 온몸에 물을 끼얹었다. 맑은 물속으로 조금씩 흩어져가는 붉은색 피, 난 처음 해보는 것이라 익숙치 않은 손놀림으로 몸을 대충 씻으며 뒤를 돌아보니 여인네들이 반대쪽을 보고 있었다. 곱게 큰 아가씨들이라서 보기가 민망하다는 것일까? 훗, 그래도 내가 예전에 알았던 여자들과는 다르게 그런데로 순진한 아가씨들인 것 같다. 물론 속마음이 어떤지는 확실하게 모르지만 느껴지는 기운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볼 때, 괜찮은 것 같다. 그녀만큼은 아니었지만..
대충 옷과 몸을 씻고 물 밖으로 걸어나와 누더기가 다된 옷을 벗어버리고 아까 들고온 옷을 입었다. 흠, 그래도 정이 든 옷인데 버리기가 조금 그랬지만 피묻은 옷을 들고다니기도 그렇고 악마로써의 흔적을 지워버리고 싶은생각에 근처 풀숲에 던져버렸다.
난 이번에도 별말하지 않고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딴에는 피곤했는지 따뜻한 햇볓아래에서 꼬마와 여자들이 졸고 있었다. 걷는 것 조차 거의 안하던 귀족 아가씨들이 몇시간 동안 걸었으니 피곤할만도 하겠지만... 내가 근처를 지나가자 인기척을 느꼈는지 제일 어린 아가씨, 아니 소녀라 해야 할 여자가 피곤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을 조금 떴다. 귀엽다라...이런 상황에서 그게 알맞은 표현일 것 같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사실에 난 피식 웃었다. 물론 여자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그 제일 어린 소녀는 내가 간다는 것을 알았는지 주변의 사람들을 깨우고 있었다. 약간의 소란이 끝이 난 후에 여자들과 꼬마들은 내 뒤를 따라 걸어왔다.
"흑흑..."
조금 걸어갔을까? 갑자기 뒤 쪽에서 여자가 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일이지? 난 뒤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아까 그 소녀가 바닥에 주저 앉아 울고 있었다. 넘어졌나? 휴, 정말 귀찮게 하는군. 그런데 그 소녀는 일어나지를 못하고 있었다.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 곱게 큰 아가씨라 뼈를 단련할 시간이 없었을 테니까. 난 짧게 한숨을 내쉰 후에 그 소녀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냥 두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저 연약하디 연약한 아가씨들이 업고 갈 수도 없을테니. 그 금발의 아가씨는 넘어진 소녀를 보며 어쩔줄 몰라하다가 내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업혀."
난 여전히 무뚝뚝한 말투 그대로 갈빛 단발머리의 소녀에게 말을 했다. 그다지 여자에대해 관심을 없어서. 그리고 어짜피 곧 헤어질텐데, 그다지 정을 준다거나 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소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내 등에 엎였다. 졸지에 어린애 보모역할까지. 신이시여, 인간이 되게 해주신것은 감사합니다마는 이거는 좀.. 그래도 나도 하고 싶은 일은 거의 대부분 할 수 있었던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는 고위 악마였었는데, 지금 신세는 뭐라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그 소녀는 업혀서도 아파서 그런지는 몰라도 계속 울음을 멈추지 않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울음을 멈추었다.
"저, 전 레베카 필리에르 파티아츠라고 해요. 오늘은 정말 감사했어요."
금발의 그 여자는 얼굴에 힘든 표정이 가득했지만 나를 향해 웃으며 말을했다. 거짓된 미소가 아닌, 내게 이런 미소를 보여준 사람으로는 두번째였다. 레베카, 이 여자는 분위기가 특히 비슷했다. 그녀와. 외모는 그다지 닮지 않았지만 다른점이 있다면 그녀는 무조건적으로 보호해 주고 싶은 느낌이 들게 만드는 것에 비해 레베카 이 여자에게서는 귀족 출신의 여자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강인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여자정도라면 악마에게 당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자의 얼굴이 조금 빨갛게 되서 나에게 말을 했다. 나이는 그런대로 있어보였지만 아직 남자에 대해 잘모르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계모가 오기 전에는 집에서 정말 신경을 써서 키운 딸인 것 같았다. 이런 여자들은 왠만한 악마의 유혹에도 잘 넘어오지 않는다. 깨끗한 여자들만 주로 노리고 돌아다니던 악마 녀석들이 이런 여자들 앞에서 좌절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으니까.
흠. 이름이라, 그냥 이름은 잘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몰라도 악마였을 때 성을 쓰면 안될테니 성을 뭐라고 말한다? 그다지 별로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고위악마라고 나역시 인간들의 이야기에 그런대로 자주 등장하는 편이었다. 그만큼 죄를 많이 지었다는 증거겠지만. 훗 그러고 보니 나에게 적합한 성이 생각이 났다.
"베른 세르베이션"
여자는 내이름을 듣고 한동안 뭔가 생각을 하더니 나를 향해 말을 했다. 뭐 귀족가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 헛물만 켜는 것이다. 이 성은 내가 처음 쓰는 성이니까.
"세르베이션, 구원이라. 베른 씨에게 잘 어울리는 성인 것 같아요."
여전히 얼굴이 조금 빨개진 상태로 웃으며 나에게 말을하는 레베카, 휴 이 여자를 보면 볼 수록 그녀가 계속 생각이나 마음이 조급해 지는 것 같았다. 구원이란 단어에서 여자는 내가 생각하는 의미와 다른 의미를 떠오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그녀들을 구해줬기 때문일까? 죽지 않으려고 하다가 우연히 구해줬을 뿐인데.
"베른 아저씨, 베른 아저씨는 어디서 왔어요?"
레베카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꼬마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무섭다고 울 때는 언제고, 피만 조금 씻어냈다고 대우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악마였을 때도 인간의 어린아이들의 마음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아이들이 악마에게 유혹당해 영혼을 빼앗기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그런 일에 더욱더 열을 내는 특이한 취미의 악마 녀석들 때문에 어린애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종종생기곤 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어디서 왔냐라...남매간에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만 하고 있었다. 땅속에서 치솟았다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고, 실제로 지옥이 하계라는 이름만 붙었지 땅 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천계가 하늘위에 있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난 그냥 하늘을 가르켰다. 나란 존재는 솔직히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졌다고 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니까.
"아저씨 정말 하늘에서 왔어요? 그럼 천사야?"
왜 하늘에서 왔다고 하면 모두들 천사를 떠올리는 건지 모르겠다. 난 나의 별 뜻없는 대답을 믿는 꼬마 녀석이 신기해서 대답을 해주었다. 난 악마였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이번에도 적당히 대답을 해야 되겠다.
"절대 천사는 아니야. 천사가 아저씨처럼 피를 뒤집어쓰고 다니는 것을 본적 있나?"
난 천사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신께 구원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수천년간 싸워온 존재에게 하루만에 쉽게 좋다 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하지만 전과는 다르게 천사들에게 맹목적인 증오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하는 정도의 감정만 있을뿐.
"그렇네요. 훔, 하지만 징벌의 천사는 죄가 많은 인간들을 죽여서 지옥으로 보낸다고 들었는데."
꼬마는 고개를 갸웃하며 말을했다. 인간들에게 천사는 좋은 이미지로만 있을 줄 알았는데 꼭 그런것 만은 아닌가보다. 징벌의 천사, 악마들은 그들을 피에 굶주린 백광조(白狂鳥)라고 불렀다. 오로지 전투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천사, 전투력만으로 따지면 대천사장에 버금갈 정도였다. 물론, 소멸의 빛과 같은 신성력에서는 대천사장과 비교도 안될정도로 약했지만. 그 막강한 전투력만으로도 수많은 인간과 악마들을 소멸시키는데는 충분했다. 악마 서열 100위 밖의 악마들은 검을 맞댈 수 조차 없을 정도 였으니까. 나도 예전에 거의 소멸될 정도까지가서야 징벌의 천사 한 녀석을 간신히 물리친적이 있었다. 지금의 내상태, 아니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은 저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해가 서서히 지평선으로 사라질무렵 길 멀리 마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많은 인간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으로 볼때, 생각 외로 마을의 규모가 큰 것 같았다. 마을의 크기를 상중하로 나누면 상 정도쯤 될까? 이 정도의 마을이라면 신전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니, 다행이다.
마을 입구쪽으로가니, 경비병의 모습이 보였다. 흠 통행증도 없는데 어떻게 통과하지? 이럴 경우에 좋은 방법이하나 있기는 있지. 난 노예사냥꾼 녀석들의 마차에서 들고온 돈주머니를 열어보았다. 가득한 금화, 한동안 정말 돈걱정은 안하고 살아도 되겠군. 난 주머니에서 금화 몇개를 꺼냈다. 들어가지 못하게하는 경비병에게 금화 몇개를 건네주고 우리 일행은 마을로 들어왔다.
멀리 마을중앙에 크게 지어저진 신전의 모습이 보였다. 마을 중앙에 신전이라, 아무래도 신전과 관련된 마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신전이라면 인간들로부터도 보호를 받는데도 확실할 것 같다. 그리고 귀족집 자제들이니, 나중에 재산과 작위를 이 아이들이 계승하가게 된다면 신전으로써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내치지는 못할 것이다. 날이 저물 무렵이라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마을 길을 지나 신전입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내 등에서 어느세 잠이든 소녀를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다행히 바닥에 내려 놓아도 깨지 않는 것으로 볼때, 그렇게 많이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럼, 이만 헤어지도록 하지. 되도록이면 내가 말하는데로 하는게 좋을 거야. 레베카."
난 그 소녀를 내려 놓은 뒤에 기진맥진해서 쓰러지기 직전인 것처럼 보이는 레베카에게 말을 했다. 내말을 들은 레베카는 놀라더니, 뭔가 아쉬운 듯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았다.
"베른씨, 다시 뵐 수는 없을까요?"
안타까움이 담긴 목소리, 휴, 그 짧은 시간동안 날 마음에 두게 된 것인가? 하지만 이럴 경우 마음이 깊어지기 전에 막아야 한다. 내가 인간이었고, 그녀를 만나기 전이었다면 몰라도, 악마가 아닌 지금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인연이 된다면 언젠가는."
난 여자들과 꼬마들에게서 돌아서서 여관이 모여 있을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금 아쉽다는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내 곁에 누군가가 있으면 안된다. 내가 과민 반응을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언제 악마들의 표적이 되버릴지 모를 내 옆에 있으면 살아가는 것 조차 힘들 수도 있으니까.
"아저씨! 잘가요! 오늘 구해줘서 고마워요!"
레베카 동생의 목소리. 녀석, 날보고 울 때는 언제고.
왠지 사람이 되기를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 인간이 아니면 이런 느낌을 느낄 수 없을테니까. 그녀도 내가 인간이 된 것을 좋아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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