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앞에 존재하는 이, 성스러운 찬란한 빛에 휩싸여 붉은빛이 약간 섞여 있는 빛나는 금빛 머리결과 세상의 어느 것보다 흴 것 같은 피부, 순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흰빛 날개, 천계서열 4위 대천사장 미카엘이었다.
이천년전 지하에서 홀로 수많은 악마들을 학살하던 모습을 멀리서 숨어서 본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난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그의 지극히 온화해 보이는 하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공포를 안겨주는 그의 얼굴을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쳐다보았다.
"악마 주제에 감히 신성한 이곳을 더럽히다니. 용서할 수 없다."
몸은 본능적으로 도망을 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난 도망을 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버렸는데 고작 마지막 남은 영혼이 소멸되는 것 쯤은 천계에 들어서서 천사들을 베는 순간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하지만 난 포기할 수 없었다.
"신을 뵙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난 몸이 터져버릴 것 같은 기운을 간신히 버티어내며 대천사장 미카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가능성은 없어도 신께 딱 한번만 소원을 말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소멸되더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미카엘에게서 보이는 차디찬 냉소, 더없이 따스한 웃음이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다.
"헛된 소망! 악마여 사라져라!"
미카엘의 위엄어린 외침에 난 다시한번 몸이 움츠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미카엘의 더없이 흰 손바닥이 나를 향해 펼쳐지며 그 곳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대천사장들만 쓸 수 있다는 소멸의 빛, 신의 피조물 중 그 누구도 저 빛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그 빛이었다. 심지어는 영혼까지도...
이제 소멸해 버리는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수는 없다. 난 수많은 천사들과 인간들의 피를 묻힌 내가 저질렀던 수많은 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그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빛을 막기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왜 하필, 신을 뵐 수 있는 마지막 관문에서 만난 천사가 미카엘이었을까? 악마를 가장 혐오하는 너무나도 고귀하고 성스러운 그... 다른 천사장이었다면 한번쯤 부탁이라도 해 보았을 텐데. 하긴 그러기엔 내가 저지른 죄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너무나도...
시간이 흐르고 난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내가 쥐고 있떤 검은 이미 소멸되 버리고 옷은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내 죄도 내 검처럼 저렇게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난 그 빛에 소멸하지는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니면 잠깐의 유예인지...
결국 지금 나에게는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악마서열 58위, 그렇게 약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온 나였지만 지금 앞에 서 있는 존재에게선 무력감밖에 느낄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신을 뵙게 해 주십시오."
난 남아있던 온 힘을 다해 미카엘을 향해 말을 했다. 약간 놀란듯한 표정으로 변했던 그의 얼굴은 다시 자애로운, 하지만 무서운 미소띈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검을 뽑았다. 환염의 검, 미카세스. 미카엘은 그 성스러운 불꽃에 휩싸인 검을 든체 날 향해 날아왔다.
"악마 주제에 신성력을 보이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불꽃에 휩싸인 검이 내 가슴을 관통했다. 난 그 검의 움직임을 처음부터 보면서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결국 모든 것이 끝이났다. 희망도, 소망도, 사랑도....끝없이 몰려드는 허무감, 이제 난 죽는 건가? 아니, 악마에게는 죽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죽음이란 인간에게만 내려진 축복, 악마에게는 오로지 소멸, 사라진 뒤에는 영혼조차 남지 않는다.
왜 타락 천사는 존재함에도 구원을 받은 악마는 없는 것일까? 그리스도는 인간만의 죄를 위해서만 희생한 것일까? 원죄....
몸에 힘이 서서히 빠지며 떠오르는 한 여인의 얼굴, 수천년을 살아오며 유일하게 내가 진심으로 사랑을 했던, 그리고 날 지심으로 사랑해 주었던 그녀...
난 너무나 흰 천궁의 바닥에 검은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마지막 의식이 끊어지려는 순간, 어디선가 느껴지는 아주 오랜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따사로운 그리움...
"소원은 이루워졌다. 그리고 너의 영혼은 구원되었노라. 나의 또 다른 아들이여...."
이천년전 지하에서 홀로 수많은 악마들을 학살하던 모습을 멀리서 숨어서 본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난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그의 지극히 온화해 보이는 하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공포를 안겨주는 그의 얼굴을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쳐다보았다.
"악마 주제에 감히 신성한 이곳을 더럽히다니. 용서할 수 없다."
몸은 본능적으로 도망을 쳐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지만 난 도망을 칠 수 없었다. 모든 것을 버렸는데 고작 마지막 남은 영혼이 소멸되는 것 쯤은 천계에 들어서서 천사들을 베는 순간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하지만 난 포기할 수 없었다.
"신을 뵙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난 몸이 터져버릴 것 같은 기운을 간신히 버티어내며 대천사장 미카엘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가능성은 없어도 신께 딱 한번만 소원을 말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소멸되더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미카엘에게서 보이는 차디찬 냉소, 더없이 따스한 웃음이었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차갑게 느껴졌다.
"헛된 소망! 악마여 사라져라!"
미카엘의 위엄어린 외침에 난 다시한번 몸이 움츠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미카엘의 더없이 흰 손바닥이 나를 향해 펼쳐지며 그 곳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보였다. 대천사장들만 쓸 수 있다는 소멸의 빛, 신의 피조물 중 그 누구도 저 빛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그 빛이었다. 심지어는 영혼까지도...
이제 소멸해 버리는 것인가? 하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수는 없다. 난 수많은 천사들과 인간들의 피를 묻힌 내가 저질렀던 수많은 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그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빛을 막기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쏟아 부었다.
왜 하필, 신을 뵐 수 있는 마지막 관문에서 만난 천사가 미카엘이었을까? 악마를 가장 혐오하는 너무나도 고귀하고 성스러운 그... 다른 천사장이었다면 한번쯤 부탁이라도 해 보았을 텐데. 하긴 그러기엔 내가 저지른 죄가 너무나도 무거웠다. 너무나도...
시간이 흐르고 난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떴다. 내가 쥐고 있떤 검은 이미 소멸되 버리고 옷은 누더기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내 죄도 내 검처럼 저렇게 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난 그 빛에 소멸하지는 않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니면 잠깐의 유예인지...
결국 지금 나에게는 움직일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악마서열 58위, 그렇게 약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온 나였지만 지금 앞에 서 있는 존재에게선 무력감밖에 느낄 수 없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립니다. 신을 뵙게 해 주십시오."
난 남아있던 온 힘을 다해 미카엘을 향해 말을 했다. 약간 놀란듯한 표정으로 변했던 그의 얼굴은 다시 자애로운, 하지만 무서운 미소띈 얼굴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검을 뽑았다. 환염의 검, 미카세스. 미카엘은 그 성스러운 불꽃에 휩싸인 검을 든체 날 향해 날아왔다.
"악마 주제에 신성력을 보이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불꽃에 휩싸인 검이 내 가슴을 관통했다. 난 그 검의 움직임을 처음부터 보면서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이제 결국 모든 것이 끝이났다. 희망도, 소망도, 사랑도....끝없이 몰려드는 허무감, 이제 난 죽는 건가? 아니, 악마에게는 죽는 것 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죽음이란 인간에게만 내려진 축복, 악마에게는 오로지 소멸, 사라진 뒤에는 영혼조차 남지 않는다.
왜 타락 천사는 존재함에도 구원을 받은 악마는 없는 것일까? 그리스도는 인간만의 죄를 위해서만 희생한 것일까? 원죄....
몸에 힘이 서서히 빠지며 떠오르는 한 여인의 얼굴, 수천년을 살아오며 유일하게 내가 진심으로 사랑을 했던, 그리고 날 지심으로 사랑해 주었던 그녀...
난 너무나 흰 천궁의 바닥에 검은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리고 마지막 의식이 끊어지려는 순간, 어디선가 느껴지는 아주 오랜시간 동안 잊고 있었던 따사로운 그리움...
"소원은 이루워졌다. 그리고 너의 영혼은 구원되었노라. 나의 또 다른 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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