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녀(女)기사 - 출진하는 용사들 (11/100회)

by marlbororain posted Jan 14, 200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뷰어로 보기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오늘은 대륙력 204년 5월 2일, 펄럭이는 봄의 햇살을 제치고 우리 하나비 기사단은 출정식을 갖기로 했다.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꽤 준비를 해 왔다. 나는 기사단의 규율과 목표를 세웠고, 야곱은 머천트로서 필요한 준비를 해왔으며 무엇보다 밀리터리맨의 준비가 대단했다. 밀리터리맨은 자신의 전 재산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만 골드를 기사단의 자금으로 투입했으며, 나머지 절반은 자신의 가족들에게 안겨 주었다고 한다. 집에서 독립해서 떠나는 나와 야곱은 집으로부터 독립자금으로 받은 나의 5,000골드와 야곱의 700골드 역시 조직의 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합산했다. 내가 5,000골드나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우리집이 하네시에서 제일가는 부자였기 때문에 여유가 있기 때문이었고, 야곱의 700골드도 야곱의 집안 경제적 수준에 비하면 매우 큰 돈이었다.

이로써 우리 조직의 각 계급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내가 나이트이자 기사단장의 자리를, 참모는 보우맨이면서 밀리터리맨이, 머천트는 역시 야곱이었다. 밀리터리맨은 야곱에게 약간의 금액을 제외하고 전부 은행에 맡기라고 지시했으며, 야곱은 곧바로 돈주머니를 가지고 은행으로 갔다. 나와 밀리터리맨은 아머샵으로 가서 내 은빛의 갑옷과 밀리터리맨의 블랙가죽옷세트 그리고 야곱의 특수사이즈에 맞는 십자성도복을 맞춰 왔다. 그리고 이어 웨펀샵에 가서 내가 쓸 원핸드류의 순100%실버 롱소드와 칼집을, 밀리터리맨은 길이가 무려 1미터 70센치는 되는 거대 장궁과 화살50개를 구입했다. 끝으로 야곱에게 알맞은 무기로는 화약폭탄 몇 개를 구입했다.

이어 미트샵으로 가서 세 사람의 일주일치 식량분으로 사용하게 될 말린고기를 10kg을 구입했으며, 미트백에 담아서 야곱이 등에 매고 다니게 끔 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나와 야곱의 나이 21살, 밀리터리맨의 나이 59세. 우리 세 사람은 버드나무 아래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우리들의 최종목표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을 도우며, 악한 자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한다.'였다.


우리 세계에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사람의 마음이나 다른 산 짐승들의 속에 몸을 숨기고 살고 있는 악마들이 많이 있었다. 이들은 인간들 사이를 이간질하고 질투를 낳으며, 하나님께 반역하게 끔 만드는 사악한 존재들이었다. 우리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상의 정의를 위해 일할 것이다.


어떤 기사단은 보수를 목적으로 대가를 받는 일을 목적으로 하는가 하면, 또 어떤 기사단은 특정 인물의 보호 등의 이유로 탄생하기도 하지만 우리 하나비 기사단의 기사도는 '정의를 위한다'였다.



2004년 5월 2일의 봄날, 따스한 햇살 안에 벚꽃잎과 향기로운 꽃가루들이 공기 중에 흩날리고 있었다. 우리 기사단은 하네시의 나무기둥 입구 사이에 서 있었다. 저 멀리서 마차 한 대가 다그닥 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앗! 그러고보니, 기왕이면 마차가 있으면 좋잖아. 나는 밀리터리맨에게 말했다.


"밀리터리맨, 마차를 한 대 준비해서 가지요?"


밀리터리맨은 검은 망토 속에 팔장을 끼고, 머리에는 비둘기의 흰깃털이 꽂힌 빨간챙모자를 쓴 채 등에는 사람 높이만한 장궁을 메고 있었다. 밀리터리맨이 말했다.

"그게 좋겠군."



우리는 다시 마을로 돌아갔으며, 튼실한 말 두 마리와 10인용의 빅사이즈 마차를 한 대 구입했다. 왜 빅사이즈냐면..

야곱이 말했다.


"마차가 커서 좋다!"


야곱의 사이즈가 보통 사람의 2.5배는 됐기 때문이다. 흘러내리는 살 때문에 옆에 자는 사람이 질식하기라도 하면 안 되니까.


204년 5월 2일 저녁, 우리 세 사람은 밀리터리맨이 마부로 이끄는 10인용 마차를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 석양이 지고 있었다.


나는 마차 안에서 지도를 펴 들었다. 마차 안은 천으로 가려져 있어서 바람을 막을 수 있었다. 야곱은 앉아서 왼손에 랜턴을 들고 있어 마차 안을 불빛으로 환했다. 나는 야곱에게 말했다.


"하네시로부터 세 마을정도 떨어진 이곳" 하고 나는 말하며 지도에 있는 어떤 마을을 가리켰다. "디시즈 마을."


야곱은 침을 꿀꺽 삼켰다.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디시즈 마을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겠지, 야곱?"


야곱은 말없이 고개만 끄떡였다. 나는 말했다.


"우리의 첫 번째 목표는 이곳이야."


디시즈 마을은, 원래 번화한 마을 중 하나였으나 전염병의 유행으로 몰락한 마을 중 하나였다. 우리 하나비 기사단은 디시즈 마을로 가서 전염병의 근원을 밝혀내기로 했다. 전염병이란, 대게 위생상태가 좋지 않을 때 쉽게 옮겨 와 발병하기도 하나, 디시즈 마을처럼 인구 5천 명이 되는 대마을이 순식간에 마을 전체로 번져버리는 일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었다. 분명히, 배후에 악마가 마을을 조종하고 있었을 것이었다. 이후 이 지역 사람들에게 '디시즈 마을의 금기'가 되어 디시즈 마을로 찾아가는 것은 물론 입에 담는 것조차 피하게 된 비운의 마을이었다. 아마 디시즈 마을은 지금쯤 매우 황폐해져 있을 것이었다. 유령의 도시같다고 할까. 아마 그럴 것이었다. 아마도 마을 입구부터 음습한 기운과 모래먼지가 날리고 있을 것이고, 악의 기운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일 것이다. 아마도.



'디시즈 마을을 악마들로부터 구원하자.'는 것이 우리 하나비 기사단의 첫 번째 임무였다.


그때 우리들 마차가 심한 흔들림에 멈추었다. 보우맨이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나왓!"

Articles

6 7 8 9 10 11 12 13 1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