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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탐구 -5-

by 김혜민 posted Jul 3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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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달각달각- 달각달각-


생명의 은인으로 모셔지게 된 세르는 인간들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그들과 함께 여행길을 출발했다.


그렇게 한참을 가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살펴보다가 문득 눈에 띄는 마차가 보였다.


그 마차는 은색빛에 붉은색이 은은하게 돌고 있는 색이어서 언뜩 보면 연한 다홍색으로 보이기도했다.


그리고 그 마차의 겉에는 거대한 선박의 모양이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에는 기사들이 마차가 편히 갈 수 있을 만큼의 거리만 확보하고는

최대한 바짝 붙어서 호위를 하고 있었다.


'흐음.. 그러고보니 인간들이 싸울 때도, 저 마차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안에 권력이 높은 사람이라도 타고있나? 하긴.. 저만한 마차에 평범한 인간이 타고 있을리가 없겠지만 말이야.'


"저기, 마호크씨..라고 했죠?"


마호크는 세르의 물음에 얼른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아뇨. 문제가 있긴요, 정말 편안히 여행하고 있는걸요."


그 말에 마호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편안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럼.. 무슨 용건이라도..?"


"저기.. 저 마차안에도 사람이 타고 있는 건가요?"


세르가 손가락으로 마차를 가리키자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긴장하며 등을 빳빳이 세웠다.


'설마 저 분을 노리고 잠입한 첩자인가?'


'제길.. 은인을 죽일수는 없는데..'


'제발 첩자가 아니길..'


하지만 이들의 속을 알리가 없는 세르는 생글생글 웃으며 호기심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마호크를 쳐다봤다.


마호크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의 '알려주지마십시오, 마호크님!!'이라는 마음들을 무시한 채,

세르에게 편안한 미소를 보내며 마차안의 인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 마차안에 계신 분은 '위르피오 첸 넷트'라는 분이십니다."


"호오. 저 마차안 사람의 이름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세르는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궁금한 표정으로 미호크를 바라봤다.


"그런데 이름이 좀 기네요? 마치 왕족이나 귀족같은..."


"네, 맞습니다. 이 대륙은 크게 세개의 나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첫번째로 대륙 최고의 군사력과 전투력을 자랑하는 '페르오',

두번째는 대륙에서 제일로 자원이 풍부한 '게르센',

그리고 세번째는 지금 저희가 가고 있는 상업과 교역이 제일로 활발한 나라 '에르첸'입니다.

이 세 나라 이외에도 작은 나라들이 여럿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이 세 나라가 중요 국가입니다."


마호크의 설명을 듣던 세르는 흥미롭다는 듯이 말했다.


"흐음.. 그렇다면 저 마차안의 사람.. 아니 위르피오 첸 넷트라는 사람은 그 세 나라중 한 나라의 중요 핵심 인물이겠군요."


마호크는 그런 세르를 보며 마치 모범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처럼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죠. 세르님은 이해가 빠르시군요.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저분은 세번째로 말씀드린 에르첸의 3황자이십니다.

그리고 저희는 3황자님을 호위하는 제 6부대 소속의 왕실기사들과 마법사들입니다."


마호크의 말을 천천히 듣고 있던 세르는 3황자라는 말과 왕실 소속의 기사와 마법사들이라는 말에

의외라는 듯 그들을 쳐다보며 생각했다.


'흐음.. 그래서 오크들을 상대로 그만큼 싸울 수 있었던건가..

하긴.. 저 정도도 안 된다면 왕실 소속의 기사단이라고 할 수 없겠지?'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가다보니 벌써 어둠이 깊게 내려앉아서 컴컴한 밤이 되어 있었다.


마호크는 말을 멈추고는 뒤에서 따라오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에게 외쳤다.


"자, 오늘은 여기서 노숙을 한다!! 기사들은 나뭇가지들을 모아서 조달하고,

마법사들은 기사들이 가져온 나뭇가지들에 불을 지펴라!!

그리고 침낭을 깔아서 잘 준비를 하고, 불침번들은 마차 옆을 지켜라!!"


"예, 알겠습니다!!"


절도있게 대답한 기사들은 불침번인 2명을 빼고, 나뭇가지를 조달하러 갔고,

마법사들은 '드디어 쉴 수 있겠구나~'하는 마음으로 긴장했던 몸과 마음을 약간이나마 풀었다.


세르도 말에서 내려 큰 나무에 기대어 털썩 주저앉았다.


'으아.. 역시 드래곤의 모습이 아닌 인간의 모습이라서 그런지 좀 피곤하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쉬고 있는데, 세르의 귀에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시면 안됩니다!! 제발 체통을 지키십시오!!"


"아무리 은인이시더라도 3황자께서 직접 뵙다고 하시다니요!!"


"저희가 3황자님의 말을 대신 전할테니 제발 앉아계십시오!!"


세르는 이 소동의 근원지를 쳐다봤고, 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마차가 있었다.


그리고 그 마차의 문은 약간 열려있었고,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모두들 그 문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 보였다.


세르는 그 광경을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윽고 마차 안에서 약간 허스키한 매력적인 목소리가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향해 위엄있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대들은 어째서 나의 앞길을 가로막는 것인가? 그대들이 이런 짓을 하고도 정녕 나의 소속 기사들과 마법사들이란 말인가?

무릇 소속이 되어있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이라면 당연히 그 주인의 뜻을 우선으로 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소속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그것도 왕실의 소속인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그대들 주인의 앞을 가로막고,

뜻을 펼치지 못하게 하려 하는 것인가. 어서 길을 비키라."


"하,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직접 뵈러 가신다는 것이.."


3황자는 자신의 말을 듣고도 자신을 말리려하는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보며 한숨을 쉬고는,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는 온화한 표정으로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하나하나 쳐다보며 말했다.


"내 그대들이 걱정하는 일은 하지 않고 오리니, 걱정말라.

나는 그대들을 구해주신 은인을 직접 뵙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니까.

나의 소중한 기사들과 마법사들을 구해주신 은인에게 그 정도는 해야한다고 생각하네."


그 말을 들은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도저히 못말리겠다는 듯

가로막았던 마차 앞에서 물러났다.


이윽고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모두 물러나자 마호크는 3황자를 세르에게 안내했다.






세르는 그 재미난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가, 갑자기 그 많던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물러나 길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흐음.. 드디어 3황자 등장인건가? 쳇, 재미있었는데 말이야.'라고 생각하며 시시하다는 듯이

두 다리를 모으고 무릎에 고개를 묻었다.


뚜벅뚜벅- 턱-


들려오던 걸음소리가 세르의 앞에서 멈췄다.


그리고는 마호크가 세르에게 말했다.


"세르님, 이분이 바로 에르첸의 3황자이신 위르피오 첸 넷트님이십니다."


"아.. 그래요..?"


세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3황자라는 인간을 쳐다봤고,

그곳에는 금색의 부드러운 머리칼과 부드러운 턱선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약간 눈꼬리가 쳐져있어 온화한 느낌을 주는 얼굴이 놓여있었다.


곧이어 3황자의 약간 허스키하고도 웃음기가 어린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에르첸의 3황자인 위르피오 첸 넷트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