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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ourer - 24 '임무 수행'

by Ancient Secret posted Jul 06,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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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년 6월 말의 늦은 밤. 이제 곧 찜통 같은 7월의 더위가 다가오기 직전이었다.

그러나 삼엄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아몬 남부의 해안선을 방어하고 있는 어느 군부대의 일원들은 폭염 속에서도,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으로 인해 동분서주 하고 있었다.

"레이더망에 이상한 녀석이 잡혔습니다! 미확인 비행물체 입니다! 약 시속 200km/h로 이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일반 항로를 벗어나 이동불가지역을 통해서 국경을 넘고 있습니다! 비행 경로를 추정해볼 때, 네스페타리온에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곳의 책임자로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은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가, 휴대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예상대로 녀석이 도착한 것 같다. 어떻게 할까?"

"일단 본부에 오기 전에 처리하는 것이 좋기야 하겠지. 하지만 만만하게 보지는 마. 전투기 두 대를 출격 시켜 조용히 사장(死藏)시켜."

"만약 그 녀석을 놓치게 되면 어떻게 할까?"

전화기 너머의 상대방은 상기된 목소리로 답했다. 약간은 빈정대는 말투였다.

"우리가 지금 자네를 그 군부대에 집어넣기 위해 얼마나 막대한 돈을 써버렸는지는 알고 하는 소리인가? 그렇다고 거기서 마술사 행세를 하며 노골적으로 녀석을 잡으라는 것은 아니지만 전투기로도 잡지 못한다면 더 이상의 군대는 낭비하지 않도록 해."

"그렇다면……"

"자네가 직접 잡으면 될 거 아닌가. 마합에 들어올 때까지 최대한 녀석을 붙잡고 있어. A-7 프로젝트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으니, 놈을 충분히 상대할만한 힘을 곧 가지게 될 거라고. 사실 내 혼자서도 놈을 어떻게 해볼 수는 있지만 다다익선이란 말도 있잖나. 다만 확실한 것은 야크 녀석이 자신의 본래 힘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는 거지. 만약 그 녀석이 자신의 본연을 되찾는 다면 이 세상은 파국에 치닫게 될게 분명해."

마합의 꽤나 높은 직책에 있는 듯한 상대는 일방적으로 쏘아대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제길. 이 미치광이 데스라비에."

의문의 마술사는 휴대폰을 대충 주머니에 쑤셔 넣고 즉각 전 부대에 명령을 내려 전투기를 급히 날려보냈다.

야크와 마합이 본격적으로 맞부딪치게 될 전조인 셈이었다.

그러는 한편, 시모넥스와 플렉스는 네스페타리온을 떠나 동노레이브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타 있었다. 신원, 또는 필요한 비자나 여권 등은 오랜 유랑 생활을 해왔던 시모넥스의 경력 덕에 모두 위조할 수 있었고, 전혀 거리낄게 없었다.

"후…… 야크가 정말 걱정되는군요. 무사할까요?"

약간 침울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플렉스와 달리, 시모넥스는 내심 낙천적인 얼굴이었다.

"걱정하지 마라구. 야크, 그 녀석은 너도 알다시피 꽤나 대단한 녀석이잖아? 광분해서 뛰쳐나가긴 했지만 분명히 네레이드를 멋지게 구해낼 거라고. 알고 있지? 사랑이란 것은 이 세상 모든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하나의 도구라는 걸."

"그래요……아마 야크는 네레이드를 사랑하고 있겠죠. 둘이 만난지는 그렇게 오래된 것 같진 않지만 그 동안 동고동락하면서 나름대로 그런 감정을 키워갔던 걸겁니다. 네레이드도 마찬가지일거구요. 하하하……"

그렇게 둘은 바쁜 와중에 찾아온 잠깐의 휴식 시간 동안, 나누고 싶었던 자그마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동노레이브 까지 가는 길을 심심치 않게 보낼 수 있었다.

다만, 그 시간은 그들에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비록 노곤한 몸을 이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됬을 지는 몰라도 너무나도 방심한 탓에 시모넥스는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성물 중 하나,

과거에 플렉스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읽어내려고 평허안을 작동시켰을 때 그것을 알아내었던 장치,

토비트(Tobit)가 그의 몸 속에서 끊임없이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을 듣지 못한 것이었다.

얼마 전에, 야크 일행이 교합의 정보동에서 문서를 빼낼 즈음에 에덴이 인코니타의 나딘과 노모르, 크루엘티에게 내린 지령이 있었다.

첫째, 에티노브 레인과 식스 닷 투에니파이브의 신원을 확인하고, 추적하라.

둘째, 바운더우사에서 얼쩡거릴 야크 일행을 제지하라.

첫번째 임무는 노모르와 크루엘티가 맡아서 처리하게 되었다. 반면에 상처를 곱씹으며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나딘은 수십일 째 많은 다드를 부리며 바운더우사 공항에 자리를 잡은 채로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경 200m까지 감지할 수 있는 토비트의 힘 때문에 그가 공항 근처에 다다르자마자 신호가 나타났지만, 긴장을 완전히 풀고 있는 시모넥스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이곳이 바운더우사지. 예전에 왔을 때와는 달리 많이 발전한 모습이군."

"그렇군요……그럼 이제 입국 수속을 밟아야죠?"

비행기는 밤하늘을 가르며 안전하게 공항에 착륙했다. 그 둘도 여느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모든 절차를 끝내고, 동노레이브의 체류 생활을 시작했다.

공항을 나서기 직전, 시모넥스는 그제서야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토비트가 격렬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같으면 약한 신호도 감지했을 자신이 얼마나 정신을 놓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니, 그런 것 따위를 자책하는 것 보다 지금은 닥친 위험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것이 더 우선이었다.

갑자기 표정이 굳어버린 시모넥스를 본 플렉스 또한 육감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뛰어……"

"예?"

"적을 감지하는 신호가 점점 더 강렬해지고 있어. 우리를 발견하고, 천천히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거라고. 이 공항에서 전투를 하게 된다면 민간인들이 많이 다칠 거야. 그러니까, 빨리 뛰라고!"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시모넥스와 플렉스는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동시에, 그 둘을 조용히 미행하고 있던 나딘과 그 뒤에 있던 다드들도 미친 듯이 목표물을 쫓았다.

"절대 놓치면 안돼! 이건 절호의 기회다!"

공항의 입구를 벗어나기 바로 직전, 나딘이 발사한 회심의 일격이 목표물을 보기 좋게 맞춰버렸다. 다만 그 목표물은 시모넥스나 플렉스가 아니라 공항을 빠져나가는 입구.

초고속으로 발사된 수많은 광물 결정들이 순식간에 공중에서 얽히고 얽혀서 뚫을 수 없는 단단한 봉쇄가 되었다.

이제 플렉스와 시모넥스가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반대편 출구를 이용하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나딘과의 충돌이 불가피했다.

"후……또 너냐? 저번에 깨졌으면 이젠 적당히 해야지. 게다가 이젠 2:1이잖아? 뭐 저런 괴생물체 따위 별 것 아닐 테고."

"깨지긴 누가 깨졌다는 거냐. 이번엔 반드시 끝장을 내주지."

"하필이면 이런 사람들이 많은 공항에서 이런 짓을 해야 하는 거냐.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리려는 건지……다른 곳에서 하는 게 어때? 정말 이곳에서 싸울 생각인 거냐?"

"어차피 저 입구를 막아버린 이상 이미 일이 터진 거야. 그리고, 그게 뭐 어때? 보라고. 우왕좌왕하는 인간들, 우리를 둘러싸고 구경하는 인간들, 휴대전화기를 들고 어디에 신고하는 듯한 인간들. 인간들은 나약해빠진 존재에 불과하지. 그런 놈들은 신경 쓰지마."

"미안하지만, 나도 인간이거든……? 다만 마술사란 것뿐이지. 그나저나 그런식으로 자꾸 열 받게 하면 정말 물불 안 가리고 날려버린다."

그 말과 동시에, 시모넥스의 오른쪽 눈이 암녹색으로 변했다.

"버마쉬(Vermashi). 현자의 눈이라 불리는 구슬. 상대의 마력과 기력 등의 에너지를 감소시키고 정신 상태를 어지럽게 하여 환청이나 환각을 유도할 수도 있고 기억에 장애를 줄 수도 있지. 내가 사람들이 신고할 것이 두려워서 머뭇거리는 것 같아? 가능한 민간인들과는 얽히고 싶지 않은 것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기억을 지워버릴 수 있는데 뭘. 정말 귀찮게 한다면……싸울 뿐이다."

시모넥스가 당당하게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그도 시간이 넉넉한 것은 아니었다. 분명 이 중 어느 누군가가, 또는 공항의 직원들이 경찰 등에 신고를 했을 테니 그들이 오기까지 전투를 끝마쳐야 했기 때문이었다.

"네놈이 보석을 좋아하는 놈이라고 하니……나도 보석으로 상대해주지."

시모넥스는 장갑을 벗어서 주머니에 집어놓고는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의 오른손이 주황빛으로 물들더니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이 보석으로 변한 것이다.

"쥬브미튜트(Jubmitut)? 그 보석을 네가 가지고 있었던 건가? 세계 최고의 보석을 너같은 나부랭이가 가지고 있다니. 이번에 너의 목숨과 함께 그 보석도 거두어가겠다."

"하긴, 네놈이 유일하게 만들 수 없는 보석일테지. 네놈은 오직 광물 만을 다룰 수 있을 뿐. 태양열이 영겁의 시간동안 특정한 조건에서 응축되어 굳어진 이 결정체는 만들 수 없을테니까."

순간 플렉스는 깜짝 놀랐다. 빛 자체가 보석이 되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런 놀라운 보석을 어째서 시모넥스가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 것이다.

교합의 정보동에서도, 시모넥스는 교합의 문서들이 완벽한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어 물에도 젖지 않고 찢어지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오랜 유랑생활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실로 이해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예전부터 513개의 성물을 가진 그를 만만하게 보지는 않았지만, 플렉스의 그에 대한 시각은 새롭게 변했다.

그는 그제서야 시모넥스의 정체에 대한 윤곽을 어느 정도 떠올릴 수 있었다.

거의 두 달 전, 테스키텟의 전투에서 플렉스는 나딘이 시모넥스에게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척살령이 내려진 라이더'

그 때는 그것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라이더가 무슨 뜻인지는 중요하지가 않았다. 그런 특이한 용어를 쓸만한 곳은 이 세계에 얼마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마술사' 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시모넥스와 연관 짓는다면, 두 말할 것 없이 마합이 떠오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본래 출신지나 연고지는 마합이라는 것이 된다. 그렇기에 왜 10여 년 동안 유랑 생활을 하면서 세상을 정처 없이 떠돈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다.

야크가 네레이드를 구해서 돌아온다면 야크가 마합에서 그에 대한 어떤 사실을 가져오게 되어 정보를 취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면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시모넥스와 친구였던 네레이드에게 직접 물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싸움에 집중할 시간이었다.

"이 보석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이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도 잘 알겠지!"

시모넥스의 주먹은 빠르게 나딘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와 동시에, 쥬브미튜트라는 보석수(寶石手)는 강렬한 빛과 함께 폭발했다.

그러나 보석은 가루가 되기는커녕 전혀 깨지지 않았다. 아마도 충격을 받으면 주위로 엄청난 에너지를 방사하는 성질이 있는 게 틀림 없었다.

쥬브미튜트는 나딘이 반격할 틈도 주지 않은 채, 순식간에 왼손으로 옮겨갔다.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왼손은 전혀 머뭇거림 없이 나딘의 얼굴을 날려버리기 위해 움직였다.

그러나 제6감이 극도로 발달한 나딘에게 그 정도를 예측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고, 그는 자연스럽게 다이아몬드화(Diamond化)한 오른손으로 시모넥스의 왼손을 잡아 비틀어, 공중으로 던져버렸다.

그러자마자, 다드들은 본능적으로 플렉스를 덮쳤다. 그러나 허술하기 짝이 없는 녀석들은 플렉스의 손에 들린 검의 섬광이 몇 번 지나자마자 토막이 나서 쓰러져 버렸다.

아주 만만한 다드들과의 전투와는 반대로, 나딘과의 전투는 난전이었다. 바닥으로 착지한 시모넥스가 다시 도약하여 주먹이 또 한번 더 폭발하기 전에 나딘의 자수정 검인 넨버가 먼저 그의 흉부를 찌른 후 높이 들어올려, 그대로 내려찍어 버린 것이다.

다행히도 시모넥스가 적의 공격을 최소화하는 방어슈트인 아르젠타미스(Argentamis)로 몸을 변화시켜서 심장을 보호할 수는 있었지만 폭풍과도 같은 충격파 때문에 10m 이상 날아가 벽에 부딪쳐 버렸다.

그렇지만 아까 시모넥스가 말했던 것처럼 상황은 2:1이었다. 다행히도 나딘에게 시모넥스를 날려버린 뒤 플렉스의 공격도 튕겨낼 만큼의 시간과 민첩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플렉스의 움직임은 제6감의 극에 달한 나딘과 견주어서 모자랄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신안 개방(神眼 開放)"

순식간에 플렉스의 모든 시야는 암흑으로 변했고, 평허점들만이 환하게 빛났다. 그는 자신이 뿜어낼 수 있는 최대한의 살기를 검의 극(極)에 집중시켜 뛰어올랐다.

그리고, 엄청난 속도로 내려찍는 그의 공격이 나딘의 오른쪽 어깨에 적중하기 일보 직전에 알 수 없는 손이 플렉스의 복부를 뚫고 빠져 나왔다.

헉, 하는 소리와 함께 플렉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큭크……2:1이 아니군. 소토스, 이제야 온건가. 그나저나 도대체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지?"

"저번에 아이제르에서 만났을 때 에덴님께 돌아가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그곳에 있다가 나딘 님이 이곳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저도 당신을 돕기 위해 온 것 입니다."

"너…너……따위가…나, 나를…?"

플렉스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소토스를 노려보았다. 그의 의식은 점점 더 점멸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시야는 시모넥스가 몸을 털고 일어나 자신을 보고, 격노해서 달려오는 모습.




한참 뒤에 플렉스가 눈을 떴을 때는 모든 상황이 다 정리된 다음이었다. 그의 구멍난 배는 놀랍게도 다시 재생되어 있었다.

"어떻게 된거죠? 나딘과 소토스는요?"

"여긴 공항으로부터 약 10km 정도 떨어진 숲이야. 여기서 델러해쉬 탄광지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아. 넌 이 나레트(Nalet)라는 고대의 팔찌로 살린 거야. 적어도 목숨이 붙어있는 자에게는 생기를 끊임없이 제공해주거든."

시모넥스는 온 몸에 붉은 피가 잔뜩 묻어있었다. 아마도 나딘과 소토스, 둘과 함께 치열한 전투를 치른 듯 했다.

"공항의 사람들은 기억을 지웠나요?"

"물론이지. 전투가 길어지느라고 경찰 녀석들도 왔지만, 그 녀석들의 기억도 지워버렸어. 완전히. 경찰 몇 놈들이 싸움 도중에 총알을 자꾸 쏴대서 걸리적 거리는 바람에 힘들었거든. 그러지만 않았어도 머리를 아예 백지로 만들어 버리진 않았을 텐데."

"나딘과 소토스는 어떻게 되었어요? 아, 그리고 짐꾸러미 들은요?"

"치명상을 입고 도주했지. 놈들은 나에게 상대가 안돼. 소토스 녀석은 채 1분도 안되어서 나가떨어졌고, 나딘도 그렇게 대단한 놈은 아니거든. 그리고 짐은 다 제대로 챙겨왔어. 그렇게 덜렁이는 아니라구."

"도대체 어떻게…? 아까 공항에서 처음 전투할 때만 해도 나딘과는 서로 엇비슷한 실력 아니었던가요?"

"하하하……날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냐? 내 몸 안에 있는 물건 들 중에는 꽤나 기괴한 것들이 많다구. 네가 절대 예상할 수 없을 만한 것들도 있고 말이지."

여전히 플렉스에게는 이해가 안되는 의문점이 있긴 했지만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이제 탄광지대로 들어가 봅시다"

"아직 안돼. 동이 튼 다음에 이동해야 한다구."

나딘과 소토스를 완전히 죽인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곧 다시 일행을 추적해서 찾아올 것이 뻔했고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어찌 보면 안전할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 조직이 재생된 것 뿐, 완치되지 않은 환자를 데리고 새벽에 이동하는 것은 그들과 만났을 때 더 좋지 않은 상황을 빚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적들과 좀 더 빨리 조우하더라도 최적의 상태에서 만나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기 때문에 오늘 새벽까지는 이곳에서 잠을 자면서 푹 쉬는 것이 옳은 길이었다.

"잘자 플렉스. 내일의, 우리 모두를 위한 임무 수행을 위해!"

"마찬가지에요! 아저씨도 안녕히 주무세요."

야크가 눈에 불을 켜고 얼어붙은 동토의 땅으로 날아가던 때에, 시모넥스와 플렉스는 목숨을 걸고 싸운 끝에, 어느 조용한 산 속 숲에서 침낭에 몸을 맡기고 곯아떨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