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모두, 빠뜨리신 물건 없으시죠? 큰 짐들은 모두 지
붕 위에 실으시고, 실내에서는 금연입니다!”
약 30여명 정도의 여행객들 중, 대답하는 이는 여행사
직원 근처에 있는 몇 명뿐이었다. 이어서 몇 명의 다
른 직원들이 각각 외국어로 통역을 해주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차는 역시 ‘1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여행사’답게 커다란 4두 마차였다. 그
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신 충격 흡수와 통풍이 잘
되는 모델이었다. 사람이 네 명은 누워도 될 정도의 넓
이의 지붕엔 짐들이 떨어지지 않게 안 쪽으로 움푹 굽어있었고, 만일을 대비해 튼튼한 노끈으로 묶을 수도
있게 되어있었다. 말들 역시 일급 종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한 말들로, 여행사의 세
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마차 안도 보통 이상이었다. 푹신한 의자와 약간의 음
료수와 과자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 체스와 카드게임은 물론 최신 잡지들까지. 마치 잘 꾸민 응접실 같
은 느낌이 드는 마차 내부에 메이는 조금 전까지 가격
에 투덜거렸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거, 아까 그 돈으로 유지가 되려나?’
물론 그의 사정은 아니었기에, 그 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배정 받은 마차에 탑승했다. 실내 역시
상당히 넓어서 여섯 명 정도가 탔지만 전혀 좁거나 불
편하지 않았다. 메이는 운이 좋게도 네 명 밖에 배정
이 되지 않은 마차를 탈 수 있었다. 가이드는 마부 옆
에 자리를 잡았고, 메이는 안쪽 창가에 앉았다. 그리
고 노부부 한 쌍이 사이 좋게 손을 잡으며 메이의 맞
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이의 옆에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사람이 앉았다.
‘뭐지 이 사람은?’
얼굴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후드를 깊이 눌러쓴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몸에도 두꺼운 망토를 입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도저히 평
범한 여행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맞은 편에 앉은 노부인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각자 소개나 하죠? 제 이
름은 안나 프랜이고 제 바깥사람은 캐인 프랜이에요.
지금 이이가 감기가 좀 걸려서 목소리가 안 나와서 제
가 대신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자 옆에 앉은 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고
급품은 아니지만 꽤 맵시 있는 옷차림도 그렇고, 사람
좋아 보이는 느긋한 표정으로 봐서 은퇴해서 느긋하
게 노년을 보내는 공무원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부였
다. 메이는 왠지 자기 차례인 것만 같아, 역시 친절한
표정으로 소개했다.
“제 이름은 메이 뉴에즈,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
를 구하기 전에 여행을 좀 다니고 있습니다.”
“아, 좋지요.”
안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저희처럼 이렇게 늙어서 다닐 수 밖
에 없답니다. 얼마나 힘들지 몰라요. 그럼 옆에 앉으
신 분은……?
안나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메이 옆에 앉은 후드에
게 말을 걸었다. 메이는 그녀가 아마 선생님 출신일 것
이라 생각했다. 노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성함이 어떻게……?
아마 범죄자나 그런 류는 아닐 것이다. 수배자나 범죄
자는 애초에 여행사에서 받지를 않으니까. 그렇기에
노부인도 큰 두려움 없이 물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후
드를 입은 사람은 두 손을 살짝 저을 뿐이었다.
“…….”
그리고 오른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면서 왼손으
로 가위 표를 그렸다. 그 의미를 알아들은 안나가 손으
로 입을 살짝 가리며 사과했다.
“아, 죄송해요. 어떤 사연이 있으신가 보군요.”
후드는 다시 손은 살짝 저으며 괜찮다는 뜻을 내비쳤
다. 그리고는 두 손을 포개 얼굴 옆에 갖다 대었다. 자
신은 자겠다는 표시였다. 그러자 안나가 푸근한 미소
를 지으며 대답했다.
“편히 쉬세요. 조용히 이야기 할 테니.”
후드는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다음, 구석
에 몸을 포개고 잠이 들었다. 자는 도중에도 얼굴 근처
를 작은 배낭으로 가리는 것은 잊지 않는 것을 보고,
메이는 이 사람이 꽤 철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
차피 마차로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그렇
게 긴 인연도 아니었다. 때문에 메이는 이 사람에 대
해 큰 상관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뭐, 누구나 숨기고 싶은 것은 있기 마련이지.’
그 다음부터는 긴 이야기는 오고 가지 않았다. 노부부
는 서로 조용히 이야기했고 (물론 노인은 목소리가 거
의 나오지 않았기에 대화는 주로 노부인이 맡았다), 메
이 역시 눈을 감고 바람을 쐤기 때문에 마차 안은 너무
나도 조용했다. 가끔 가이드가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마차 안을 들여다 볼 정도였으니까.
한 시간마다 휴게소에서 군것질 거리를 좀 사거나 화
장실을 가는 것을 빼고는 별 다른 일도 없는 한가한 여행이었다.
가끔 울창한 숲 옆을 지나가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마
차 안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문으로 고개를 빼고 감
탄사를 연발했다. 그럴 만도 했다. 아직 미개간지 지역
은 태고의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니까. 수백 년은 되
어 보이는 거목이 보인다 싶으면 그 뒤에는 그 것의
몇 배는 더 산 것 같은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는 햇빛이 들지 않아 생긴 초록 색 어둠이 있었다.
가끔은 영양이나 야생마 떼가 마차 주위를 호위 하듯
이 달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마차를 끄는 말들은 자극
을 받은 듯이 더 힘차게 달렸다. 그런 동물들은 마차
를 한 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별 이상한 생물도 다 있
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향을 틀어 자신들의 구역
으로 내달린다. 메이는 그 동물들을 보면서 총을 잡고
싶다는 본능적인 충동을 느꼈다. 지붕 위로 올라가서
라이플을 꺼내오면 어떨까, 라는 망측한 망상을 하는
와중에, 어느새 후드를 입은 그 역시 자신과 같은 곳
을 응시하고 있었다 (물론 알 길은 없다).
“햐, 저거 한 마리 잡아서 구워먹으면 맛있겠다. 그렇
죠? 에…….”
후드가 오른 손으로 자신의 후드를 가리켰다.
“……후드 씨?”
후드가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알 길이
없었다). 메이는 다시 확인하듯이 물었다.
“정말 후드 씨라고 불러도 되요?”
-끄덕끄덕
뭔가 어색한 분위기였다. 우선 통성명을 늦게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주원인은 따로 있었다.
‘아니, 가명을 만들려고 마음 먹었으면 좀 제대로 된
것을 만들던가! 유치하게 후드가 뭐야, 후드가!’
물론 가명을 써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는 사람의 아
픔을 굳이 들추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아, 후드 씨. 후드를 쓰셔서 후드 씨군요. 하하하!”
물론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부부라면 맞장구
를 쳐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잠시 낮잠을 자고 있
는 중이었다. 결국 혼자 허무하게 웃음을 흘리고 만 메
이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후드 씨는 여행 중인가요? 아니면 다른 볼일이 있어
서 가시는 건가요?”
손가락 하나가 올라왔다.
“아아, 그럼 역시 알타르 산을 보러 가시는 건가요?”
이번엔 손가락이 수평으로 펄럭였다.
“아, 뭐 이리저리 경치 구경가시는군요?”
후드가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너무 일방적인 대
화가 별 재미가 없는데? 수화로는 질문하기가 힘들잖
아!
하지만 그것은 메이의 오산이었다.
손가락 하나가 고리 모양을 만들더니, 안쪽으로 까닥
까닥 움직였다.
“아, 총 좀 쏘죠. 어릴 때부터 조금 훈련을 받아서.”
왼손을 펼치고 오른 손이 그 위를 팔락거린다.
“아, 뭐 공부는 정말 그럭저럭……그냥 낙제점만 면했
죠, 뭐. 그래도 학교 다니면서 책 읽는 습관이 많이 늘
었죠. 어릴 때는 책만 보면 헛구역질이 나왔다니까요.
하하.”
검지손가락과 엄지 손가락 끝이 서로 마주쳤다.
“아, 뭐 돈이야 이리저리 알바를 해서 먹고 살죠. 그래
도 아직 젊은 나이에 돈 걱정해서 씁니까? 열심히! 즐
기면서 살아야죠.”
양손이 마주친다. 박수 짝짝!
“아, 고마워요. 뭐, 별로 칭찬 받을 일도 아닌데…….”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메이는 왠지 억
울한 느낌이었다.
‘왜 내가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
그때, 후드가 잠시 멈칫하더니 새끼손가락을 보였다.
그 뜻은 명확했다.
“아, 여자친구요? 그런 것 없어요.”
하지만 후드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그의 눈 앞에 놓았
다. 너무나도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왠지 거부하기 힘
든 뭔가가 느껴졌다. 결국 메이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
다.
“뭐, 있긴 했죠. 정말 사랑했던 여인이.”
=
지난 주에 시험 떄문에 깜빡하고
못 올렸어요-_-;;
죄송해요 ㅠㅠ
“자 모두, 빠뜨리신 물건 없으시죠? 큰 짐들은 모두 지
붕 위에 실으시고, 실내에서는 금연입니다!”
약 30여명 정도의 여행객들 중, 대답하는 이는 여행사
직원 근처에 있는 몇 명뿐이었다. 이어서 몇 명의 다
른 직원들이 각각 외국어로 통역을 해주자,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마차는 역시 ‘1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여행사’답게 커다란 4두 마차였다. 그
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대신 충격 흡수와 통풍이 잘
되는 모델이었다. 사람이 네 명은 누워도 될 정도의 넓
이의 지붕엔 짐들이 떨어지지 않게 안 쪽으로 움푹 굽어있었고, 만일을 대비해 튼튼한 노끈으로 묶을 수도
있게 되어있었다. 말들 역시 일급 종마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온순하고 인내심이 강한 말들로, 여행사의 세
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마차 안도 보통 이상이었다. 푹신한 의자와 약간의 음
료수와 과자 등을 넣을 수 있는 수납공간, 체스와 카드게임은 물론 최신 잡지들까지. 마치 잘 꾸민 응접실 같
은 느낌이 드는 마차 내부에 메이는 조금 전까지 가격
에 투덜거렸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거, 아까 그 돈으로 유지가 되려나?’
물론 그의 사정은 아니었기에, 그 이상의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배정 받은 마차에 탑승했다. 실내 역시
상당히 넓어서 여섯 명 정도가 탔지만 전혀 좁거나 불
편하지 않았다. 메이는 운이 좋게도 네 명 밖에 배정
이 되지 않은 마차를 탈 수 있었다. 가이드는 마부 옆
에 자리를 잡았고, 메이는 안쪽 창가에 앉았다. 그리
고 노부부 한 쌍이 사이 좋게 손을 잡으며 메이의 맞
은 편에 앉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메이의 옆에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사람이 앉았다.
‘뭐지 이 사람은?’
얼굴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후드를 깊이 눌러쓴
사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몸에도 두꺼운 망토를 입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이 가지 않았다. 도저히 평
범한 여행객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맞은 편에 앉은 노부인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각자 소개나 하죠? 제 이
름은 안나 프랜이고 제 바깥사람은 캐인 프랜이에요.
지금 이이가 감기가 좀 걸려서 목소리가 안 나와서 제
가 대신 인사를 드립니다.”
그러자 옆에 앉은 노인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고
급품은 아니지만 꽤 맵시 있는 옷차림도 그렇고, 사람
좋아 보이는 느긋한 표정으로 봐서 은퇴해서 느긋하
게 노년을 보내는 공무원 같다는 생각이 드는 부부였
다. 메이는 왠지 자기 차례인 것만 같아, 역시 친절한
표정으로 소개했다.
“제 이름은 메이 뉴에즈,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
를 구하기 전에 여행을 좀 다니고 있습니다.”
“아, 좋지요.”
안나는 맞장구를 쳤다.
“그럴 때가 아니면 저희처럼 이렇게 늙어서 다닐 수 밖
에 없답니다. 얼마나 힘들지 몰라요. 그럼 옆에 앉으
신 분은……?
안나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메이 옆에 앉은 후드에
게 말을 걸었다. 메이는 그녀가 아마 선생님 출신일 것
이라 생각했다. 노부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성함이 어떻게……?
아마 범죄자나 그런 류는 아닐 것이다. 수배자나 범죄
자는 애초에 여행사에서 받지를 않으니까. 그렇기에
노부인도 큰 두려움 없이 물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후
드를 입은 사람은 두 손을 살짝 저을 뿐이었다.
“…….”
그리고 오른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키면서 왼손으
로 가위 표를 그렸다. 그 의미를 알아들은 안나가 손으
로 입을 살짝 가리며 사과했다.
“아, 죄송해요. 어떤 사연이 있으신가 보군요.”
후드는 다시 손은 살짝 저으며 괜찮다는 뜻을 내비쳤
다. 그리고는 두 손을 포개 얼굴 옆에 갖다 대었다. 자
신은 자겠다는 표시였다. 그러자 안나가 푸근한 미소
를 지으며 대답했다.
“편히 쉬세요. 조용히 이야기 할 테니.”
후드는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다음, 구석
에 몸을 포개고 잠이 들었다. 자는 도중에도 얼굴 근처
를 작은 배낭으로 가리는 것은 잊지 않는 것을 보고,
메이는 이 사람이 꽤 철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어
차피 마차로 6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기 때문에 그렇
게 긴 인연도 아니었다. 때문에 메이는 이 사람에 대
해 큰 상관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뭐, 누구나 숨기고 싶은 것은 있기 마련이지.’
그 다음부터는 긴 이야기는 오고 가지 않았다. 노부부
는 서로 조용히 이야기했고 (물론 노인은 목소리가 거
의 나오지 않았기에 대화는 주로 노부인이 맡았다), 메
이 역시 눈을 감고 바람을 쐤기 때문에 마차 안은 너무
나도 조용했다. 가끔 가이드가 무슨 일이 있나, 하고
마차 안을 들여다 볼 정도였으니까.
한 시간마다 휴게소에서 군것질 거리를 좀 사거나 화
장실을 가는 것을 빼고는 별 다른 일도 없는 한가한 여행이었다.
가끔 울창한 숲 옆을 지나가기도 했는데, 그럴 때면 마
차 안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창문으로 고개를 빼고 감
탄사를 연발했다. 그럴 만도 했다. 아직 미개간지 지역
은 태고의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으니까. 수백 년은 되
어 보이는 거목이 보인다 싶으면 그 뒤에는 그 것의
몇 배는 더 산 것 같은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는 햇빛이 들지 않아 생긴 초록 색 어둠이 있었다.
가끔은 영양이나 야생마 떼가 마차 주위를 호위 하듯
이 달리기도 했다. 그럴 때면 마차를 끄는 말들은 자극
을 받은 듯이 더 힘차게 달렸다. 그런 동물들은 마차
를 한 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별 이상한 생물도 다 있
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방향을 틀어 자신들의 구역
으로 내달린다. 메이는 그 동물들을 보면서 총을 잡고
싶다는 본능적인 충동을 느꼈다. 지붕 위로 올라가서
라이플을 꺼내오면 어떨까, 라는 망측한 망상을 하는
와중에, 어느새 후드를 입은 그 역시 자신과 같은 곳
을 응시하고 있었다 (물론 알 길은 없다).
“햐, 저거 한 마리 잡아서 구워먹으면 맛있겠다. 그렇
죠? 에…….”
후드가 오른 손으로 자신의 후드를 가리켰다.
“……후드 씨?”
후드가 살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물론 알 길이
없었다). 메이는 다시 확인하듯이 물었다.
“정말 후드 씨라고 불러도 되요?”
-끄덕끄덕
뭔가 어색한 분위기였다. 우선 통성명을 늦게 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주원인은 따로 있었다.
‘아니, 가명을 만들려고 마음 먹었으면 좀 제대로 된
것을 만들던가! 유치하게 후드가 뭐야, 후드가!’
물론 가명을 써서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는 사람의 아
픔을 굳이 들추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아, 후드 씨. 후드를 쓰셔서 후드 씨군요. 하하하!”
물론 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부부라면 맞장구
를 쳐줄 수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잠시 낮잠을 자고 있
는 중이었다. 결국 혼자 허무하게 웃음을 흘리고 만 메
이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후드 씨는 여행 중인가요? 아니면 다른 볼일이 있어
서 가시는 건가요?”
손가락 하나가 올라왔다.
“아아, 그럼 역시 알타르 산을 보러 가시는 건가요?”
이번엔 손가락이 수평으로 펄럭였다.
“아, 뭐 이리저리 경치 구경가시는군요?”
후드가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너무 일방적인 대
화가 별 재미가 없는데? 수화로는 질문하기가 힘들잖
아!
하지만 그것은 메이의 오산이었다.
손가락 하나가 고리 모양을 만들더니, 안쪽으로 까닥
까닥 움직였다.
“아, 총 좀 쏘죠. 어릴 때부터 조금 훈련을 받아서.”
왼손을 펼치고 오른 손이 그 위를 팔락거린다.
“아, 뭐 공부는 정말 그럭저럭……그냥 낙제점만 면했
죠, 뭐. 그래도 학교 다니면서 책 읽는 습관이 많이 늘
었죠. 어릴 때는 책만 보면 헛구역질이 나왔다니까요.
하하.”
검지손가락과 엄지 손가락 끝이 서로 마주쳤다.
“아, 뭐 돈이야 이리저리 알바를 해서 먹고 살죠. 그래
도 아직 젊은 나이에 돈 걱정해서 씁니까? 열심히! 즐
기면서 살아야죠.”
양손이 마주친다. 박수 짝짝!
“아, 고마워요. 뭐, 별로 칭찬 받을 일도 아닌데…….”
칭찬(?)을 들어서 기분이 좋으면서도 메이는 왠지 억
울한 느낌이었다.
‘왜 내가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지?’
그때, 후드가 잠시 멈칫하더니 새끼손가락을 보였다.
그 뜻은 명확했다.
“아, 여자친구요? 그런 것 없어요.”
하지만 후드는 검지 손가락을 들어 그의 눈 앞에 놓았
다. 너무나도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왠지 거부하기 힘
든 뭔가가 느껴졌다. 결국 메이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
다.
“뭐, 있긴 했죠. 정말 사랑했던 여인이.”
=
지난 주에 시험 떄문에 깜빡하고
못 올렸어요-_-;;
죄송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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