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3년 2월 14일
얇은 종이로 된 서류가 팔랑팔랑 넘어가는 소리도 적막으로
가득한 방 안에선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전은 생각했다.
그는 신중한 표정으로 자신과 에리아의 입학서류를 검토하는
학장을 응시했다. 에리아는 몰라도 자신과 관련된 서류는 상
당 부분이 날조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와 학장의 눈이
마주쳤다. 전은 뜨끔하며 그 뒤에 있는 창문으로 재빨리 눈을
돌렸지만, 그와 동시에 이 행동이 더욱 큰 의심을 사게 할 것
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나 학장은 다행
히도 그리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여러분.”
나이가 지긋한 학장이 두꺼운 안경 사이로 전과 에리아를 한
번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스 로즈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학장의 주름진 손을 맞잡으며 그들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에리아가 대표로 인사를 하고 학장의 간단한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들은 학장실을 나왔다. 고풍스럽게 세공 된 문과 복도를 지나가는 그들
의 손엔 그들이 수료할 과목과 준비물, 기숙사 방 배정 등의 내용이
적힌 서류가 들려있었다. 마지막으로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에게서 에리아
의 무기를 돌려 받은 그들은 묵고 있는 숙박소로 향했다.
사라플라티나는 평화로운 도시였다. 아니, 너무 조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암묵적인 압박에서 오는 침묵이 아닌, 생기를 은은히 흘리고
있는 낮은 소란스러움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전은 점점 멀어지는 그레이스 로즈 아카데미의 웅장한 정문과 자신
의 손에 들려있는 분홍색 장미 배지를 번갈아 보았다. 다년간의 군
생활 및 에리아와의 특훈 덕분에 기초지식 과정을 건너뛰고 얻은 2
단계 배지였다.
전은 자신의 학원 생활이 더욱 짧아졌다는 생각에 들떠있었고 한편
으론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사실 적당한 선만 넘으면 대부분 2단계
배지 지급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에리아의 설명에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었다.
“사실 학생들이 오래 공부하면 할수록 돈이 나가는 건 정부랑 학
원이니까, 당연하지.”
에리아가 시장으로 가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조심스럽
게 피하며 말했다. 시장은 세상 어느 도시든 분주한 듯싶었다. 하나
라도 더 팔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장사꾼들과, 값을 한 푼이라도
더 깎기 위해 소비자들이 벌이는 실랑이는 기본이고 가끔 주먹질도
벌어지는 듯 했으나, 심각한 일로 번지기 전에 경비들이 적당한 선
에서 화해를 시키는 것 같았다.
“보다시피 사실 경비원도 그리 할 만한 직업은 아니야.”
물건에 정신이 팔려있어 자신을 못보고 돌진해오는 또 한 명의 아
낙네를 간단히 피하며 에리아가 말했다.
“밤에는 순찰 돌지, 도시에서 위험한 일은 도맡아 하지, 이런 시장
잡배들 일에도 간섭해야 하지.......정말 몸으로 밖에 일 못하는 사
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전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런 큰 도시는 좀 편하지 않아요? 군인이나 기사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피 터지게 싸우는 곳에서 일보지. 아니면 금고 같
은 게 있는 중요한 곳을 맡던가. 무슨 빛 보려고 이런 시장잡배들 일
에 끼어들겠어? 아차, 우리 환전 아직 안 했던가?”
“환전이요?”
“그래 환전.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돈이 좀 들 듯 싶다.”
에리아는 귀찮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렸다.
“생각해 보니 트로이메라이 돈은 거의 안 가지고 있었어. 모두 알스
터 마르크라고. 이봐, 전. 일단 환전상에 좀 가야겠다.”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그것도 복잡한 중심가 한 가운데서 특정
건물을 찾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결국 그들은 물어, 물어
환전상이 있는 골목을 찾아야 했고, 무엇보다 그곳이 보안상의 이
유로 경비대초소가 있는 시장의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에 좌절해
야 했다. 에리아는 사람들을 실례가 안되게 살짝 밀치며 입술을
씹었다.
“……좋은 일 다음엔 반드시 안 좋은 일이 뒤따른다, 라는 옛 속담
은 정말 정확하군.”
“……불행히도 말입니다.”
전 역시 에리아를 도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며 대답
했다. 겉에서 보기엔 단지 복잡한 시장바닥이었지만 직접 안으
로 들어가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몸싸움 없이는 한치 앞
도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 에리아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기 시작
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며 몸을 틀었다.
“아, 정말 짜증난다니까!”
퍽!
“아이고!”
그녀의 주먹에 머리를 맞은 어떤 남자의 단말마로 인해 순간 주위
가 조용해졌다. 놀란 전이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짧은 검
은 머리의 체구가 건장한 남자가 뒤통수를 감싸 쥐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하나 올립니다. (예님 담배에 불 붙여드리는 중)
한 쳅터의 반이군요. (먼 산...)
정말 못썼다...OTL
얇은 종이로 된 서류가 팔랑팔랑 넘어가는 소리도 적막으로
가득한 방 안에선 유난히도 크게 들린다, 전은 생각했다.
그는 신중한 표정으로 자신과 에리아의 입학서류를 검토하는
학장을 응시했다. 에리아는 몰라도 자신과 관련된 서류는 상
당 부분이 날조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와 학장의 눈이
마주쳤다. 전은 뜨끔하며 그 뒤에 있는 창문으로 재빨리 눈을
돌렸지만, 그와 동시에 이 행동이 더욱 큰 의심을 사게 할 것
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러나 학장은 다행
히도 그리 개의치 않는 듯 했다.
“여러분.”
나이가 지긋한 학장이 두꺼운 안경 사이로 전과 에리아를 한
번 응시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레이스 로즈 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학장의 주름진 손을 맞잡으며 그들도 같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에리아가 대표로 인사를 하고 학장의 간단한 축하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들은 학장실을 나왔다. 고풍스럽게 세공 된 문과 복도를 지나가는 그들
의 손엔 그들이 수료할 과목과 준비물, 기숙사 방 배정 등의 내용이
적힌 서류가 들려있었다. 마지막으로 입구를 지키던 경비병에게서 에리아
의 무기를 돌려 받은 그들은 묵고 있는 숙박소로 향했다.
사라플라티나는 평화로운 도시였다. 아니, 너무 조용했다. 그러나
그것은 암묵적인 압박에서 오는 침묵이 아닌, 생기를 은은히 흘리고
있는 낮은 소란스러움으로 가득 찬 것이었다.
전은 점점 멀어지는 그레이스 로즈 아카데미의 웅장한 정문과 자신
의 손에 들려있는 분홍색 장미 배지를 번갈아 보았다. 다년간의 군
생활 및 에리아와의 특훈 덕분에 기초지식 과정을 건너뛰고 얻은 2
단계 배지였다.
전은 자신의 학원 생활이 더욱 짧아졌다는 생각에 들떠있었고 한편
으론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사실 적당한 선만 넘으면 대부분 2단계
배지 지급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에리아의 설명에 멋쩍은 듯이 머리를 긁었다.
“사실 학생들이 오래 공부하면 할수록 돈이 나가는 건 정부랑 학
원이니까, 당연하지.”
에리아가 시장으로 가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조심스럽
게 피하며 말했다. 시장은 세상 어느 도시든 분주한 듯싶었다. 하나
라도 더 팔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장사꾼들과, 값을 한 푼이라도
더 깎기 위해 소비자들이 벌이는 실랑이는 기본이고 가끔 주먹질도
벌어지는 듯 했으나, 심각한 일로 번지기 전에 경비들이 적당한 선
에서 화해를 시키는 것 같았다.
“보다시피 사실 경비원도 그리 할 만한 직업은 아니야.”
물건에 정신이 팔려있어 자신을 못보고 돌진해오는 또 한 명의 아
낙네를 간단히 피하며 에리아가 말했다.
“밤에는 순찰 돌지, 도시에서 위험한 일은 도맡아 하지, 이런 시장
잡배들 일에도 간섭해야 하지.......정말 몸으로 밖에 일 못하는 사
람들이나 하는 거라고.”
전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런 큰 도시는 좀 편하지 않아요? 군인이나 기사들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피 터지게 싸우는 곳에서 일보지. 아니면 금고 같
은 게 있는 중요한 곳을 맡던가. 무슨 빛 보려고 이런 시장잡배들 일
에 끼어들겠어? 아차, 우리 환전 아직 안 했던가?”
“환전이요?”
“그래 환전.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돈이 좀 들 듯 싶다.”
에리아는 귀찮은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렸다.
“생각해 보니 트로이메라이 돈은 거의 안 가지고 있었어. 모두 알스
터 마르크라고. 이봐, 전. 일단 환전상에 좀 가야겠다.”
하지만 낯선 도시에서, 그것도 복잡한 중심가 한 가운데서 특정
건물을 찾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결국 그들은 물어, 물어
환전상이 있는 골목을 찾아야 했고, 무엇보다 그곳이 보안상의 이
유로 경비대초소가 있는 시장의 한 가운데 있다는 사실에 좌절해
야 했다. 에리아는 사람들을 실례가 안되게 살짝 밀치며 입술을
씹었다.
“……좋은 일 다음엔 반드시 안 좋은 일이 뒤따른다, 라는 옛 속담
은 정말 정확하군.”
“……불행히도 말입니다.”
전 역시 에리아를 도와 사람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며 대답
했다. 겉에서 보기엔 단지 복잡한 시장바닥이었지만 직접 안으
로 들어가보니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몸싸움 없이는 한치 앞
도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 에리아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기 시작
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며 몸을 틀었다.
“아, 정말 짜증난다니까!”
퍽!
“아이고!”
그녀의 주먹에 머리를 맞은 어떤 남자의 단말마로 인해 순간 주위
가 조용해졌다. 놀란 전이 뒤를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짧은 검
은 머리의 체구가 건장한 남자가 뒤통수를 감싸 쥐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
압박이 들어오기 전에
하나 올립니다. (예님 담배에 불 붙여드리는 중)
한 쳅터의 반이군요. (먼 산...)
정말 못썼다...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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